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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4화 (1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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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4화>

말하면서 가만 보니 검정 일색의 암흑 기사단과는 복장이 좀 달랐다.

의아해하던 순간, 놈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나, 나는 알베르 드 스탄. 아베나스탄의 영주다.”

얼씨구. 회귀 전 내가 모르는 곳에서 참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군.

“당신이 지금 스탄 백작이라고 말하는 건가? 암흑 교단의 사제와 같이 행동해 놓고?”

“그건…….”

두통이 있는지 머리를 몇 번 휘저은 그가 말을 이었다.

“내가…… 세뇌 마법에 당했던 것 같군.”

세뇌라…….

암흑 교단의 아지트에서 놈들이 세뇌에 대해 언급했었다. 놈들은 플레이어와 접촉을 해서 세뇌시키는 작전을 세웠었다.

그때 이미 백작은 세뇌당한 상태였군. 그래서 암흑 사제가 아지트를 빠져나가 백작 성으로 들어간 것이고.

이제야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암흑 기사단 놈들이 이곳에서 설치는 것도 백작이 세뇌당한 탓이겠지.

백작의 세뇌가 풀린 것은 마법을 건 사제 놈이 죽어서 이고.

생각 중에 백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뇌당한 동안의 기억이 남아 있네. 자네들은 플레이어들이군.”

내가 말없이 쳐다보고만 있자 백작이 말을 이었다.

“일단 아베나스탄의 책임자로서 이곳에서 암흑 교단의 습격을 받게 한 데 대해 사과하겠네.”

“진짜 백작이 맞나 보군요. 알았습니다. 사과는 받아들이지요. 그럼 이제 어쩌실 겁니까?”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사과를 받아들였다.

“……나를 좀 도와주게나.”

백작이 망설이다가 도움을 요청해 왔다.

“혹시 백작가에 잔당이 남아 있습니까?”

“그렇네. 세뇌당한 동안 심복이라 할 만한 이들이 많이 상했네. 좌천당한 이들이 많고, 암흑 교단에 제거당한 이들도 있지.”

한숨을 한 번 쉰 백작이 말을 이었다.

“당장 성내의 힘만으로 놈들을 몰아내기 힘들 것 같아. 혹시나 다시 세뇌라도 당한다면……. 진짜 생각하기도 싫군.”

정신 마법에 당한 후유증은 상당하다.

아마 지금 정도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백작이 평소에 뛰어난 정신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플레이어입니다. 이 세상의 법칙은 저희에게는 그다지 잘 와닿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확실하게 말해 보게.”

“저희는 보통 대가를 받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가……. 알겠네. 내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들어 주지. 원하는 걸 말해 보게.”

그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될까.

당장은 돈이다. 필요 없는 장비들을 가져다 팔면 되지만, 매번 내다 파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그리고 일을 대신 해 줄 손.

앞으로 첫 번째 재앙이 일어날 때가 되면 내가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할 수는 없다.

정보도 필요하다. 미래를 알고 있지만, 내 지식은 내가 경험한 부분에만 편중되어 있다.

사실 이 모든 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뇌당한 백작을 구한다는 계획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기왕 엮인 거, 유력자에게 빚을 지워 둬서 나쁠 건 없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강함이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요소.

하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다. 암흑 교단 놈들을 잡으면 스탯이 쏠쏠히 오르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백작에게 말했다.

“일단 저희가 이 세계에 잘 적응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십시오. 금전적으로도 그렇고, 차후에 정보나 일손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알겠네. 가능한 한 돈이건 사람이건 지원하겠네. 영지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만 아니면 되네.”

“알겠습니다. 그럼 백작가를 되찾으러 가지요.”

백작에게 대답하고 휴고를 쳐다봤다.

“넌 어떻게 할 거야?”

“데려가 주십시오. 앞으로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백작과 대화하는 사이 생각을 정리한 것인지 거침없이 대답이 튀어 나왔다.

저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막상 휴고가 저렇게 나오니 신기한 느낌이었다.

회귀 전,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플레이어들을 이끌던 자였는데.

내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자 거절할 거라 여긴 것인지 휴고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

“당신의 동료로 삼아 주십시오! 부하로 생각하고 부리셔도 천륜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면 따르겠습니다.”

“난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야. 이미 내 손에 묻은 사람 피가 적지 않지. 그래도 괜찮겠나?”

잠깐 움찔하던 휴고는 이내 마음을 굳힌 듯 대답했다.

“예, 세상이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지요. 그리고 더 이상 당신을 따르지 못한다는 마음이 들면 말하겠습니다.”

잠시 말을 쉰 휴고가 결연하게 덧붙였다.

“그때 저를 죽이든 보내 주든 당신이 결정하십시오. 어떻게 결정하시든 반항하지 않고 따르겠습니다.”

역시 휴고답군. 이러니 영웅이라 불렸겠지.

“좋아, 이제부터 넌 내 동료다. 참고로 말하는데 난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아. 그러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괜찮습니다. 신뢰는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나는 휴고를 데리고 백작에게 돌아갔다. 루스는 심심했는지 어느새 주위를 쏘다니고 있었다.

“성에 암흑 교단 측 전력이 얼마나 남아 있습니까?”

“아마 20명 정도 될 거네. 영지의 기사들을 다 먼 곳으로 보내 버린 상황이라 제압이 쉽지 않네.”

“혹시 사제도 있습니까? 백작님께 세뇌 마법을 쓴 놈과 비슷한 놈들 말입니다.”

기억을 되짚어 본 백작이 대답했다.

“아니네, 전부 칼을 쓰는 자들이네. 사제는 없었어.”

사제만 없으면 어렵지 않다. 특히 방금 전 싸움으로 스탯이 흡수되며 모든 스탯이 B급에 올랐다.

이제 웬만한 전력은 나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다.

“그 정도면 우리 셋이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얼른 가지요.”

백작의 안내하에 비밀 통로를 통해 성 내부로 잠입했다.

백작의 집무실로 이어진 통로를 들어서자 그곳을 정리하던 하인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배, 백작님, 어째서 그쪽에서 오십니까?”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냥 하인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귀한 티가 났다. 복장도 제법 갖추어 입은 것이, 집사인 것 같았다.

“대런, 혹시 그놈들은 어디 있는가?”

“그놈들이라면…… 백작님, 정신이 돌아오신 겁니까?”

아마 집사는 백작이 모종의 술수에 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

“그래, 여기 이분들이 암흑 사제를 처치했다네. 그래서 정신을 차린 거야. 혹시 다른 놈들은 어디에 있나?”

“아아,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한동안 기뻐하던 집사는 얼른 표정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었다.

“몇 놈은 성을 돌아다니며 감시 중이고, 나머지는 별채에 모여 있습니다.”

내가 끼어들며 물었다.

“감시하는 자들은 몇이나 됩니까? 혹시 흩어져 있습니까?”

“네, 5명이 늘 흩어져서 돌아다닙니다.”

돌아다닌다면 빠르게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어디 있는지 아는 놈부터 처리해야 될 상황.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별채부터 처리하지요. 별채까지 갈 때 들키지 않도록 변장이 필요합니다.”

나는 인식 교란으로 어떻게 되겠지만, 루스와 휴고는 감시자에게 들킬 수 있다.

특히 휴고의 저 덩치와 현대적인 복장은 단번에 이목을 끌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하인 옷을 몇 벌 가져오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자 집사가 하인 옷을 가져왔다. 막 옷을 갈아입고 별채로 가려는데 집사가 말을 걸어왔다.

“조금 있으면 저녁 시간이니 그때 식사를 들고 들어가면서 기습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백작가의 집사라 그런지 제법 똑똑했다.

그러니 백작이 세뇌당한 뒤에도 백작가를 어떻게든 운영해 왔던 것이겠지.

“그럼 그렇게 하지요.”

말을 마치고 집무실 의자에 대충 앉아 휴식을 취했다.

루스에게는 식량 자루를 던져 주고, 건량을 조금 꺼내 휴고와 나눠 먹었다.

“식사를 가져다줄 수도 있네만.”

“아닙니다. 전투를 해야 되니, 이 정도가 적당합니다.”

“알겠네. 일이 잘 처리되면 내가 최고의 식사를 대접하겠네.”

“기대하지요.”

백작과의 대화를 끝내고 간단한 영양 보충을 마친 후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전이가 시전됩니다. 대상을 정해 주세요.]

[지정 가능 대상 : 휴고 바란]

[스킬 ‘멸세폭’이 전이됩니다.]

[멸세폭(滅世爆)]

: 전력을 끌어 모아 세상을 파괴하는 일격을 날린다. 모든 신체 스탯에 비례해 위력이 증가한다. 과도한 파괴력으로 시전자의 신체에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정식 명칭이 멸세폭이었군.’

회귀 전 휴고가 ‘죽어라’ 하면서 내지르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다 보니 스킬의 정식 명칭을 알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

어쨌든 ‘멸세폭’은 휴고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스킬.

압도적인 파괴력은 상대는 물론, 자기의 신체도 부서트려 버린다.

그래서 초창기엔 늘 뛰어난 힐러가 휴고와 같이 다녔다.

이번에는 아마 암흑 교단의 습격으로 죽어 버렸겠지만.

휴고도 두 번째 스킬을 개화하기 전까진 이 기술을 제대로 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쓸 수 있지. 초재생이 있으니까.’

루스에게서 얻은 초재생은 멸세폭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다.

스킬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휴고를 일행으로 받아들인 것은 우연이었지만, 강해지기 위한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져 가는 느낌이다.

* * *

시간이 흘러 때가 되었다. 루스가 식사를 실은 카트를 밀고 별채로 향했다.

나는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인식 교란을 펼치고 조용히 뒤따랐다.

휴고는 큰 덩치로 인해 잠입이 어렵다. 그래서 별채 창 밖에서 대기하다가 전투가 시작되면 창문을 뚫고 들어가기로 했다.

“식사 가지고 왔습니다.”

집사인 대런이 별채의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들어와라.”

별채의 문이 열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틈으로 힐끔 보니 한 명뿐. 나머지는 별채 식당에 모여 있는 모양이었다.

카트가 안으로 들어가고 암흑 기사가 문을 닫으려는 찰나.

푸욱-

루스의 클로가 놈의 심장을 관통했다. 놈은 비명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절명했다.

나는 쓰러지려는 시체를 재빨리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식당으로 향했다.

집사는 돌려보내고 루스가 카트를 밀며 앞장섰다.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긴 식탁에 앉아 있는 암흑 기사단이 보였다.

“얼른 가지고 와. 꾸물거리지 말고.”

괜히 타박하는 놈에게 루스가 카트를 밀고 돌진했다.

“무, 무슨 짓이냐?”

카트를 놈에게 밀어 버린 루스는 손을 클로로 변형시킨 채 그 뒤를 따랐다.

이상을 알아차린 놈들이 칼을 뽑으며 일어섰다.

순간, 나는 빠르게 달려 놈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멸세폭.’

준비하고 있던 기술을 놈들이 모여 있는 식탁 쪽으로 사용했다.

쿠와아앙!

어마어마한 굉음이 터지며 식당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온갖 식기가 날아다니는 가운데 분쇄된 암흑 기사의 신체 일부가 섞여 비산했다.

‘크윽! 짜릿한데, 이거?’

멸세폭을 사용하는 순간, 손목부터 시작하여 어깨까지 뼈가 박살이 났다.

파괴력을 감당하지 못한 골반에 금이 가고, 온몸의 근육이 터져 나갔다.

하지만 신체는 초재생 스킬로 인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통증과 함께 상처가 나으며 생기는 간질간질한 느낌이 전신에서 느껴졌다.

몸에서는 증기 기관에서나 나올 것 같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비산했던 먼지가 가라앉자 참혹한 광경이 드러났다.

“큭, 크윽…….”

“이런 빌어먹을!”

멀쩡한 놈은 단둘. 나머지는 죽었거나, 죽어 가고 있었다.

서걱-

그때, 루스가 재빨리 움직이며 다친 놈들의 목을 따기 시작했다.

이윽고 신체 재생이 끝났다.

그사이 부상자를 다 처리한 루스가 입구를 막아섰고, 어느새 들어온 휴고가 창문 앞에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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