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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3화 (1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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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3화>

놈이 얼른 일어나 다가왔다.

“제가 메이에르입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기사님이 긴히 나눌 말씀이 있다고 모셔 오라고 했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얼른 가지요.”

놈이 반색하며 말했다.

간신배 같은 놈. 기사한테 잘 보이려고 살랑거린다.

놈을 데리고 미리 보아 둔 곳으로 향했다. 신전의 구석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장소.

“저기, 기사님은 어디 계신지?”

놈이 의아한 듯 물어 왔을 때는 이미 내 손이 놈의 명치를 후려치는 중이었다.

놈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지 연신 거친 기침을 내뱉었다.

칼을 뽑아 든다.

한 손으로 놈의 입을 틀어막고 몸을 찌른다.

사지의 힘줄을 잘라 반항하지 못하게 하고 심장에서 먼 곳부터 난도질한다.

푹, 푹-

“컥! 끄억…….”

놈의 스킬인 ‘생명력 유지’는 목이 잘리지 않는 이상 바로 죽지 않게 만들어 준다.

찌르고 또 찔렀다. 놈의 몸에 더 이상 찌를 곳이 없을 때까지.

찌를수록 내가 죽을 때 보았던 놈의 미소가 떠올라 더욱 분노가 솟아올랐다.

납치라도 해서 오래오래 괴롭혀 주고 싶지만, 여유가 없다.

“안타까워, 메이에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놈에게 속삭여 주었다.

그러자 놈이 죽어 가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러게 착하게 살지 그랬어. 잘 가라.

목을 베어 냈다.

그리고 놈의 피를 칼끝에 찍어 그림을 그렸다. 암흑 교단의 표식이다.

이렇게 해 두면 혹시라도 내가 범인으로 몰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뒤에 인식 교란을 펼쳐 신전을 빠져 나왔다.

병사들은 침입해 들어오는 쪽에만 신경을 쓰는지, 밖으로 나오기는 어렵지 않았다.

신전 밖에서 뒤를 힐끔 돌아봤다. 입맛이 쓰다.

‘저렇게 처리하면 안 되는데.’

놈에게도 내가 느꼈던 배신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일을 이렇게 처리한 것은 내가 아직 약하기 때문.

좀 더 강했다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급해지려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머리를 내저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걸음을 옮겼다.

신전을 나간 플레이어들의 행선지는 이미 알고 있다.

‘휴고 자식, 대책 없이 굴다가 굶어 죽을 뻔했었지.’

녀석의 이름을 되뇌어 본다.

휴고 바란.

녀석은 압도적인 재능과 훌륭한 인품으로 두각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끝까지 제국과 손잡지 않고 독자적으로 힘을 키웠다.

그 후 첫 번째 재앙에 맞서 최고의 활약을 했다. 물론 내 영웅들을 제외하고.

그렇게 대단한 녀석이지만, 시작은 정말 비루했다.

일단 도시 밖으로 나간 것까지는 좋은데, 아무것도 모르니 뭘 할 것인가.

결국 산으로 들어가서 몬스터나 짐승을 잡고 풀뿌리를 캐 먹으며 살았다.

그렇게 녀석은 몇 달 동안 비렁뱅이 꼴로 산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몬스터에 습격당한 상단을 구해 주고 겨우 사회로 돌아온다.

덩치 큰 녀석이 거지꼴로 산짐승을 쫓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온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는 중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핏자국? 전투 흔적도 있다.’

뜻밖의 상황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막 도시를 나와 산맥 초입에 들어선 상황.

달리며 바닥을 보니 발자국이 상당히 많다.

신전을 나선 플레이어는 대략 30명.

발자국이 섞여 상대가 몇 명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산 쪽으로 몰아간 건가.’

상대방이 플레이어들을 산 쪽으로 몰아붙인 흔적이 보였다.

5분쯤 더 달렸을 때 바닥에 쓰러진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플레이어다.’

시체는 하나가 아니었다. 처음엔 몇 미터 간격으로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쯤 더 가자 10명 이상이 한꺼번에 죽어 있었다.

달리는 발걸음에 힘이 들어갔다.

10분쯤 더 달리자 가파른 절벽이 나왔다.

아래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내밀어 절벽 밑을 내려 보았다.

휴고와 루스가 시커먼 옷을 입은 놈들에게 공격당하고 있었다.

벽을 등지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모습.

‘암흑 기사단이잖아?’

정식 명칭은 암흑 교단 성전기사단, 보통 암흑 기사단이라고 줄여 부른다.

놈들은 암흑 교단의 주요 무력 단체 중 하나였다.

‘사제 놈도 저기 있군.’

놈들 후미에 사제가 서 있었다.

나는 사제의 뒤쪽으로 조용히 몸을 움직였다.

암흑 사제는 직접적인 무력이 거의 없다.

대신 마왕에게서 힘을 내려 받는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교도를 강화하고 정신 조작을 가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사용한다.

그런 사제의 주문을 받은 암흑 기사단은 광전사가 된다. 힘이 강해지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암흑 교단을 상대할 때는 사제부터 처리하는 것이 공식이었다.

놈들이 눈치 못 채도록 조용히 검을 뽑았다.

‘단번에 끝낸다.’

사제의 옆에는 호위 역할인지 기사 한 명이 서 있었다.

기사에게 방해받기 전에 단숨에 처리해야 된다.

나는 인식 교란을 펼친 채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사제의 등을 향해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옆에 있던 기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사제가 쓰러졌다.

그제야 기사가 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러다 갑자기 멍한 눈빛으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마치 혼이 나간 것 같은 모습.

죽이려다 상태가 이상해서 일단 기절시켜 놓았다.

“주인!”

이쪽을 본 루스가 반색했다. 언뜻 보니 옷이 상당히 찢어져 있었다.

초재생 스킬로 인해 상처는 치유된 모양이지만 제법 고생을 한 것 같았다.

휴고는 이미 상처투성이. 다른 플레이어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다 죽었나 보군. 그나저나 아지트를 습격당해서 미래가 바뀐 건가.’

회귀 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사제의 죽음을 발견한 놈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루스와 휴고 쪽에 10명, 나에게 5명.

제법 많은 숫자지만, 사제를 처리한 이상 충분히 할 만하다.

시커먼 오러를 둘러싼 암흑 기사단의 장검이 눈앞으로 날아왔다.

피하지 않고 전력으로 맞받아쳤다.

쾅!

굉음이 터지며 놈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다른 한 놈이 휘말려 같이 쓰러졌다.

그 틈에 나머지 놈들이 공격해 왔다.

첫 공격을 강하게 맞받아친 것은 놈들의 대형을 흩트리기 위한 것.

일단 두 명을 밀어내 놓았으니 공간이 있다.

휘둘러져 오는 칼을 피해 내며 반격을 가한다.

전장에서 구르며 체득한 검술이 물 흐르듯이 펼쳐진다.

단번에 한 놈의 어깨를 베고, 나머지 한 놈의 옆구리를 찔렀다.

심장을 파고들지는 못했지만, 오러가 장기를 조각 내었다.

그사이 나머지 한 놈의 검격이 코앞까지 날아온 상태. 나는 적당히 몸을 돌리며 옆구리 쪽으로 맞았다.

화끈한 통증이 올라오다 금세 가라앉는다.

힐끔 내려보니, 갈라진 옷 사이로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루스에게 흡수한 초재생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초재생을 믿고 한 방 맞아 준 것은 올바른 선택.

그 덕에 두 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상처가 금방 아물자 승리를 확신하던 암흑 기사의 얼굴이 굳는다.

게다가 튕겨 나간 두 놈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두 놈이 합류하기 전에 눈앞의 적을 죽여야 된다.

나는 마력을 한계까지 쥐어짰다. 언브레이커블이 웅웅 소리를 내며 잘게 떨었다.

회귀 후 발휘한 최고의 오러 소드가 칼날에 맺혔다.

놈의 정면으로 달려들며 칼을 휘둘렀다. 길게 솟은 오러 소드 때문에 피할 공간은 없다.

놈도 검은 오러 소드를 맞부딪쳐 왔다.

콰직-

놈의 칼이 단번에 부서져 나갔다. 오러에 휘말린 놈의 상체가 만신창이가 되었다.

합류하려던 두 놈의 걸음이 주춤한다.

암흑 사제가 있을 때 놈들은 두려움도 고통도 모른다. 하지만 사제를 처리하고 나면 나약한 인간이다.

‘베이면 죽지. 죽는다는 걸 놈들도 알고.’

그러니 겁을 집어먹고, 칼날이 무뎌진다.

더 이상 광전사는 없다.

서걱-

몇 합 지나지 않아 두 놈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어깨가 잘려 쓰러졌던 놈까지 마저 마무리했다.

루스 쪽도 사제가 죽고 전력이 분산되자 상황이 나아졌다.

그새 루스의 손에 2명이 죽고, 휴고도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었다.

나는 얼른 놈들의 뒤로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오러 소드에 두 놈의 허리가 단번에 잘려 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6명.

지친 휴고에게 고갯짓해 뒤로 빠지게 만들었다.

6 대 2지만 승기는 확실히 이쪽에 있다.

그 사실을 알았는지 놈들은 벌써부터 눈알을 굴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지휘관이 죽으면 그렇게 되는 법이지.’

놈들이 망설이는 틈을 타 과감하게 달려들었다.

6명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린 틈에 루스도 빠르게 움직였다.

콰광-

오러 소드가 부딪치며 굉음과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흐린 시야로 클로를 휘두르는 루스가 보였다.

두 놈의 옆구리가 클로에 헤집어졌다.

그사이 나는 루스를 노리고 덤벼드는 놈을 발로 차 날려 버렸다.

한바탕 휘몰아친 후, 다시 대치 상태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4명뿐.

놈들에게 더 이상 승산은 없다.

네 명 중 한 놈이 휴고 쪽을 힐끔 쳐다봤다. 지친 휴고를 노려 틈을 만들어 보려는 걸까.

하지만 이내 안 되겠다 싶은지,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머지 세 놈도 얼른 뒤를 따랐다.

나는 그 뒤를 빠르게 달려들어 오러 소드를 내질렀다. 두 놈이 한꺼번에 베여 쓰러졌다.

루스도 이미 클로를 휘둘러 한 놈을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한 놈은 이미 수풀 속으로 몸을 던졌다.

잠시 따라갈까 하다가, 루스가 쫓아가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루스가 잘 처리하겠지.’

나머지 하나는 루스에게 맡기고 휴고에게 다가갔다.

내가 근처에 이르자 휴고가 얼른 인사해 왔다.

“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 몸은 좀 괜찮나?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되었지?”

“저는 괜찮습니다만, 나머지는…… 다 죽었습니다. 크흑!”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되었군.

휴고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

“진정하고 앉아. 상처도 좀 치료해야 되겠군.”

비통해하는 휴고를 달래어 자리에 앉혔다.

암흑 교단 놈들이 예상과 달리 움직였다. 아지트를 습격당한 것이 원인이 되었을까.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 고민해 봐야 의미 없다.

중요한 것은 휴고를 어떻게 할 것이냐다.

녀석은 이곳저곳 상처투성이였다.

그래서 임시로 시장에서 구해 놓은 약품을 던져 주고, 녀석의 처우에 대해 생각했다.

원래는 지낼 만한 곳을 가르쳐 주고 끝낼 생각이었다.

몬스터가 많이 나오고, 용병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계획이었다.

‘회귀 전에도 상단과 연계해 용병 일을 하면서 성장했으니…….’

산에서 자연인이 되는 일만 면하게 해 줄 생각이었는데, 일이 이상하게 꼬여 버렸다.

‘부하도 없고, 달랑 혼자 남아 버렸으니 이걸 어쩐다.’

내가 생각 중인 것을 알았는지 휴고가 물어 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혹시 제국의 기사입니까?”

“아니, 나도 플레이어야. 습격한 놈들은 암흑 교단이고.”

휴고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강합니까?”

휴고에게 저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군.

회귀 전 녀석의 별명은 영웅이었다.

영웅 휴고.

사람들은 녀석이야말로 세 번의 재앙을 막아 낼 영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에게 강하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튜토리얼에 있는 네임드 몬스터를 다 잡고, 히든 피스를 독식했지. 보스도 혼자 잡았고.”

휴고가 멍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사실 말한 대로 다해도 지금만큼 강해질 수 없다.

내 강함의 원동력은 S급 영웅을 잡고 스탯과 스킬을 얻은 것.

그리고 지난 생에 스스로 체득한 기술들이다.

“주인, 처리했어! 근데 쟤는 뭐야?”

그때 루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망친 놈은 잘 처리한 모양.

루스가 가리키는 곳을 돌아보았다.

사제를 잡고 나서 기절시켜 놓았던 기사가 깨어나고 있었다.

칼을 뽑아 들고 놈에게 다가갔다.

놈은 머리를 휘저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칼을 놈의 목 언저리에 걸치며 물었다.

“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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