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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8화 (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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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8화>

“무, 무슨 소리요?”

한 번 떠 봤는데 반응이 바로 온다.

당황하던 녀석이 얼른 말을 돌렸다.

“그런 이야기는 됐고. 보스는 언제 잡을 생각이오?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는데.”

억지로 녀석의 스킬을 알아낼 필요는 없으니 넘어가 주었다.

시간을 달라고 하는 말은 진심으로 보이기도 했고.

“열흘 주지. 열흘 후에 튜토리얼에서 나간다. 그전까지 열심히 사냥해 놔.”

“알았소. 고맙소, 시간을 줘서.”

말을 마친 녀석은 습격이 있기 전까지 쉬겠다며 구석으로 가 누웠다.

* * *

열흘간은 앞으로의 계획을 머릿속에 정리하며 푹 쉬었다.

습격 때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저 오두막 쪽으로 달려드는 것들만 대충 처리했다.

별 이득도 없는데 나서서 잡을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튜토리얼을 끝내기로 한 날의 아침이 밝았다.

진형기 패거리는 바리바리 짐을 싸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시큰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딱히 짐이 필요하진 않을 텐데.’

어차피 밖에 나가면 제국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이미 진형기에게 바깥이 어떨지 추측인 양 얘기해 주었다.

하지만 대비는 해 두고 싶은 모양이었다.

“출발한다. 해 지기 전에 끝낼 거야.”

진형기는 같이 가지 않는다.

그동안 열심히 사냥했지만, 보스에게 버티기 힘들 실력이라 데리고 가지 않기로 했다.

진형기도 괜한 위험을 자초하고 싶지는 않은지 두고 간다는 말에 납득했다.

“조심하시오. 끝나고는 걱정 말고.”

녀석에게는 바깥에 나갔을 때를 대비해 일을 맡겨 놨다.

녀석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맡긴 일은 잘해 줄 것이다.

일을 잘못할 경우 나와 계속 같이 있어야 될 테니.

그렇게 나는 루스를 이끌고 시작 지점을 나섰다.

쉬는 며칠 동안 식량 가방과 생활 용품을 잔뜩 챙겨 인벤토리에 넣어 뒀다.

‘도둑년 덕에 횡재했군, 찾아와서 인벤토리를 갖다 바치다니.’

조현아 덕에 밖으로 나간 후 일이 좀 편해졌다.

밖에서 기다릴 제국 병사들과 같이 이동하지 않을 경우 무거운 식량을 따로 챙겨야 된다.

그런데 인벤토리로 인해 이 부분이 쉽게 해결되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걸어, 튜토리얼 보스가 있는 곳 근처에 도착했다.

식사도 하고 컨디션도 점검할 겸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주인, 빨리 밥 먹자!”

보채는 루스에게 식량 자루를 하나 던져 주고 나도 간단히 식사를 했다.

그리고 처리해야 하는 보스에 대해 떠올렸다.

“놈은 거대화를 사용한다. 그리고…….”

튜토리얼에서 가장 강한 몬스터.

전력은 충분했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 루스에게 주의할 점을 얘기해 줬다.

이야기를 마치고 잠시 쉰 후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30분쯤 더 걷자, 드디어 보스의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나무둥치를 베고 누워 있는 거대한 소머리 괴물, 미노타우로스였다.

“와! 저거 진짜 맛있게 생겼어!”

‘저것도 소는 소니까 맛은 있겠……지?’

최소한 루스의 입맛에는 맞을 것이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좀 더 다가가자 놈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소와는 확연히 다른 소리를 내며 전투를 준비하는 미노타우로스.

놈의 손에는 쇠로 만든 커다란 망치가 들려 있었다.

놈이 콧김을 몇 번 뿜더니 곧 망치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부우웅-

망치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사납다.

나는 루스와 좌우로 나눠 놈의 공격을 피해 내었다.

그리고 망치가 바닥을 강타하는 순간, 놈에게 달려들었다.

단검에서 솟아난 오러가 놈의 허벅지를 베었다.

찌이익-

가죽 찢어지는 소리가 나며 놈의 허벅지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그사이 루스의 클로도 놈의 반대편 허벅지를 긁고 지나갔다.

광분한 미노타우루스가 망치를 풍차처럼 휘돌렸다.

나는 재빨리 발을 놀려 거리를 벌렸다.

더욱 화가 난 놈의 몸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더니 점점 커졌다.

‘거대화…….’

놈의 스킬 중 하나로, 몸이 더 커지고 힘이 강해진다.

이윽고 집채만 하게 커진 놈이 망치를 들어 땅을 내리쳤다.

“뛰어!”

루스에게 소리치며 땅에서 뛰어올랐다.

우르릉-!

천둥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며 땅이 크게 울렸다.

저 기술에 걸려들면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다.

옆을 보자 루스도 잘 피해 낸 모양.

‘미리 말해 두길 잘했군.’

휴식 중에 놈의 공격 패턴에 대해 말해 놓았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기술이 먹혀들지 않자 약 오른 놈이 망치를 사방으로 휘둘렀다.

‘힘이 더 강해지기는 했지만…….’

눈이 뒤집힌 놈의 행동에는 군더더기가 많았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놈의 망치질을 피하며 나는 천천히 놈의 하체로 다가갔다.

때맞춰 뒤쪽에서 루스의 공격이 가해졌다. 루스에게 신경 쓰느라 놈의 정신이 분산된 상황.

그사이 틈을 노려, 오러 소드로 다시 한번 허벅지를 베었다.

서걱-

미노타우르스의 허벅지가 반쯤 베어졌다.

놈이 쓰러질 듯 몸을 비틀거렸다.

뒤이어 루스의 공격이 놈의 종아리를 할퀴고 지나갔다.

분노한 놈이 연이어 망치를 휘둘렀다. 하지만 커진 몸 덕에 피할 공간은 더 많았다.

다시 거리를 벌리고 기회를 노린다.

놈은 허벅지의 상처로 기동력을 잃었다.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루스를 뒤쫓고 있지만, 저래서는 맞출 수 없다.

루스가 놈의 신경을 계속 자극하며 나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중.

나는 단검을 움켜쥐고 놈의 뒤로 다가갔다.

놈도 이쪽을 완전히 잊고 있지는 않았는지 내가 근처에 가자 망치를 휘둘렀다.

부웅-

망치를 다시 한번 피해 내며 놈의 하체로 파고들었다.

놀란 놈이 상처 난 허벅지를 뒤로 빼며 몸을 숙이는 것이 보였다.

순간, 나는 높이 뛰어오르며 오러 소드를 위로 휘둘렀다.

촤악-

놈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상처가 생겨났다.

반사적으로 휘둘러 오는 놈의 손바닥을 발바닥으로 차며 뒤로 굴렀다.

발바닥이 저릿했지만 뼈에는 이상이 없는 듯 잘 움직여졌다.

크아아아아아-!

몸을 일으키는 찰나, 놈의 비명이 울려 펴졌다. 루스가 놈의 아킬레스건을 잘라 버린 것.

나에게 신경 쓰는 틈에 루스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다.

이제 놈의 하체는 완전 피범벅이었다.

놈은 기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거리를 벌리고 견제만 하면서 놈의 힘이 빠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될 듯했다.

그 와중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제대로 된 공격 스킬 하나만 있으면 수월할 텐데.’

하지만 아직 강력한 공격 기술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단검도 큰 힘을 발휘하기엔 마땅치 않다.

‘나가면 구할 게 많군.’

루스는 날렵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대도 맞지 않고 공격하는 중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놈의 피가 웅덩이를 만들었다. 결국 놈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반쯤 풀린 눈으로 거친 숨을 내뿜는 모습.

마치 죽기 직전의 투우 소 같았다.

나는 놈에게 다가가며 검에 오러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걷다가,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려 달려들었다.

놈이 깜짝 놀라 앉은 채로 망치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 움직임은 속임수. 몸을 급히 멈추어 망치를 피한다.

순간 놈의 머리 위로 솟구쳐 오르는 그림자가 있었다.

놈의 등을 밟고 뛰어오른 루스가 정수리를 향해 클로를 내리꽂았다.

빠직-

두개골이 뚫리고 클로가 놈의 뇌를 휘저었다.

반사적으로 휘둘러지려던 망치가 움찔하더니 멈추었다.

쿵-

놈의 거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여전히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지만 이미 생명의 기운은 없다.

“잘했다, 루스.”

루스를 칭찬하는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

[튜토리얼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분 후 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세계로 나가 세 번의 재앙을 막아 주세요. 플레이어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확인했지만 크게 감흥은 없었다.

그때 루스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 왔다.

“주인, 나 저거 먹어도 돼?”

“그래, 시간 없으니 빨리 먹어라.”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루스는 미노타우루스에게 얼른 달려들었다.

‘진짜 쇠고기 맛이 날까?’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아! 저게 있었지.’

아차 한 나는 얼른 다가가 주워 들었다.

[승격의 비약(S. 비약)]

- 하나의 스탯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한다.

“이걸 깜빡하다니, 진짜 정신이 나갔었군.”

설명은 간단하지만 효과는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어떤 스탯이건 하나를 선택해 다음 등급으로 올려 주는 것이 ‘승격의 비약’이라는 약의 효과.

‘이 귀한 걸 윤격수 입에 처넣었었지.’

회귀 전 윤격수가 간절한 눈빛으로 부탁해서 그냥 줘 버렸었다.

당시에는 S급 영웅을 데리고 있었으니 딱히 필요하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아마 남에게 줘 버린 탓에 깜빡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잊고 싶었거나.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했었다.

이번 생에는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걸 안 줍고 가서 나중에 생각났으면 아까워 죽을 뻔했군.’

그나저나 이걸 언제 먹어야 될까.

당장 먹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어차피 영웅들을 죽이다 보면 스탯은 빠르게 오를 것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S급들을 죽이더라도 쉽게 오르지 않는 단계가 찾아온다.

‘역시 아껴 뒀다 나중에 먹는 게 이득이겠지.’

아끼다 똥 된다는 말이 언뜻 머리를 스쳐 갔지만 무시하고 인벤토리에 넣었다.

슬슬 시간이 다 되어 가는 찰나.

“주인! 큰일 났어!”

루스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야?”

“이거 도저히 10분 만에 다 못 먹겠어. 어떡해?”

그게 큰일인가.

뭐 녀석의 입장에서는 큰일일 수도 있겠군.

“남으면 인벤토리에 넣으면 된다. 지금 먹을 만큼만 남기고 줘. 넣어 놓게.”

“맞다! 인벤토리.”

녀석은 천만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고기를 뚝 잘라 나에게 내밀었다.

고기를 받아 인벤토리에 넣고, 루스가 나머지를 다 먹어치웠을 때 튜토리얼이 끝났다.

환한 빛이 세상을 감싸더니 몸이 어딘가로 이동했다.

눈을 뜨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클리어했다고? 얼른 기사님께 알리고 와!”

갑옷 차림의 제국 병사들이 놀라 소리쳤다.

상급자를 부르려는 듯 한 명은 어디론가 뛰어가는 모습.

이곳은 신전이었다.

플레이어는 튜토리얼 클리어 시 신전으로 이동된다. 신탁에 의해 이 사실이 미리 제국 측에 알려져 있었다.

이대로 기다리면 병사들과 함께 제국 수도로 가게 된다.

‘그리고 황제에 의해 제국의 병사로 육성되겠지.’

물론 장점도 있다.

목숨의 위협 없이,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

초반에 병사들의 도움으로 적정 수준의 몬스터만 상대할 수 있다. 의식주도 걱정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함께할 생각이 없다.

병사들을 따라가는 순간, 결국 황제의 부하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 그 짓을 다시 할 수는 없다.

‘얼굴을 보면 죽여 버리고 싶어서 못 참을 것 같으니까.’

어쨌든 마음은 정해진 상태. 이제 빠져나갈 길만 찾으면 된다.

주위를 살피다 진형기를 발견했다. 녀석도 나를 발견한 듯 살짝 눈인사를 했다.

누군가 통제를 하고 있으면 소란을 일으키기로 진형기와 약속이 되어 있었다.

금세 진형기 주위로 녀석의 패거리가 모이는 것이 보였다.

“루스, 준비해라.”

“응. 걱정 마.”

이미 루스에게도 작전은 설명해 뒀다.

나보다 스탯이 더 높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

진형기가 내 쪽으로 슬쩍 손짓을 하더니 일을 시작했다.

“너흰 뭐야? 네놈들이 튜토리얼로 우릴 끌어들였냐?”

녀석은 병사에게 다가가 대뜸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이거 놓고 물러나라. 통제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

병사가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병사는 플레이어를 처벌할 권한이 없다. 이들의 우두머리인 기사가 오더라도 플레이어를 죽이는 일은 없고.

‘세상을 구원할 존재라고 신탁까지 내려온 마당에 함부로 손쓸 리 없지.’

멱살이 잡힌 병사가 참다못해 진형기를 밀었다.

진형기의 몸이 뒤로 훨훨 날아갔다.

‘연기를 제법 잘하는군.’

헐리웃 액션이 수준급이었다.

“어이쿠, 병사가 사람 친다! 너무 아프다.”

하지만 대사 처리는 형편없었다. 뇌와 입이 따로 노는 것 같았다.

“뭐야? 누가 우리 형님 때렸어? 병사면 다야?”

진형기 패거리가 단체로 발 연기를 시작했다. 주위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 갔다.

그사이 나는 루스와 함께 슬금슬금 몸을 움직여 문 쪽으로 다가갔다.

‘슬슬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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