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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7화 (7/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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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7화>

“당신이 광장에서 식량 자루를 챙겨 사라진 후 놈들이 부랴부랴 뭔가를 준비하는 걸 봤소. 그 후로 모습이 보이지 않더군.”

“내 뒤를 몰래 따라오더라고. 내가 잡은 사냥감을 뺏고 싶었던 모양이야.”

잠시 망설이던 진형기가 다시 물어 왔다.

“어떻게 했소?”

“난 나를 해하려는 자를 용서하지 않아.”

내 말에 진형기는 굳은 표정으로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앞으로 어쩔 생각이지? 계속 여기 처박혀 있다가는 별로 좋은 꼴 못 볼 거야.”

그래도 나에게 도움을 준 놈이니 조금의 충고를 해 주기로 했다.

“무슨 말이오?”

“튜토리얼이 언제 끝날 거라고 생각하나?”

“때 되면 끝나지 않겠소?”

“안 끝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게 무슨 말이오? 안 끝난다니.”

의아해하는 놈에게 진실을 얘기해 줬다.

“바깥에는 네임드 몬스터들이 있다는 것은 말해 줬지? 던전도 있고.”

“그렇소. 밖에 강한 것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소.”

“내가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알아낸 건데, 보스를 죽여야 던전이 클리어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요?”

“내가 돌아다니다가 튜토리얼 보스를 본 적이 있거든. 그럼 튜토리얼은 어떻게 해야 끝날까?”

진형기는 굳어진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그러니 백날 여기서 죽치고 있어 봐야 튜토리얼은 안 끝나.”

물론 밤마다 습격을 버텨 내면 조금씩 강해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소극적으로 방어만 해서는 너무 더디다.

더 빨리, 더 많이 강해지지 않으면 튜토리얼을 나가는 데에만 한세월이다.

또한 밖으로 나간다고 해도 이들의 실력으로는 재앙의 시기에 버틸 수 없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진형기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밖으로 사냥을 나가야 하는 거요? 그래서 목숨 걸고 더 빠르게 강해지라는 거요?”

“그래, 튜토리얼 보스는 내가 잡을 거야. 하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튜토리얼이다.”

잠시 쉬었다 말을 덧붙였다.

“여기서조차 빌빌대다간 밖에서 버틸 수 없지. 밖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러자 한숨을 푹 쉰 진형기가 말했다.

“그럼 할 만한 놈들이 있는 곳을 좀 알려 주시오. 갑자기 너무 강한 놈 만나서 비명횡사하긴 싫소.”

“공짜로?”

진형기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 * *

진형기 패거리를 사냥터로 몰아내고 그 집에 들어앉았다. 놈에게 사냥터를 물색해 주는 대신 이 집에 머무르기로 한 것.

진형기 패거리가 당장 먹을 만큼만 들고 나간 통에, 구석에는 식량 자루가 잔뜩 쌓여 있었다.

쩝쩝-

“적당히 먹어라. 아침에 가지러 가기 귀찮다.”

“응, 근데 너무 맛있어. 영양가 없는데 맛있으니까 왠지 더 땡겨. 이래서 불량 식품이 위험한가 봐.”

“…….”

헛소리하는 녀석을 무시하고 생각에 잠겼다.

튜토리얼에서 얻을 것은 다 얻었다.

물론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 있는 던전과 네임드 몬스터는 다 처리했다.

‘잡 몬스터를 처치해 봐야 스탯이 오르지도 않고.’

이미 C등급에 오른 스탯은 일반 몬스터가 주는 경험치로는 오르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튜토리얼 보스.

당장 달려가도 놈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바깥에는 회귀 전에 그랬듯이 신탁을 받은 제국의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너무 빠르게 튜토리얼을 깨 버리면 놈들의 시선이 집중 될 터. 황제를 죽일 생각인 내게 별로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어째야 하나.’

일단 진형기 패거리를 키워서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계획은 진행 중이다.

‘다른 자들까지 시작 지점 밖으로 내몰아야 되나.’

똑똑똑-

고민하는 중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웬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당신이 그렇게 강하다면서요?”

인사도 없이 대뜸 질문을 던져 왔다.

“그래서?”

“저 좀 도와줘요. 나쁜 사람들이 절 잡아가려고 해요.”

“싫다.”

짧게 대답하고 문을 닫으려 하는데 여자가 문틈에 발을 들이밀었다.

“잠깐만요! 이야기라도 좀 들어 줘요, 제발.”

“하아…….”

여자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어차피 마음이 복잡하던 차, 머리도 식힐 겸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자 여자가 말을 꺼냈다.

“전 조현아예요. 당신이 정해수 씨죠? 사람들이 당신이 제일 강하다고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내 얘기가 시작 지점 안에 퍼진 모양.

아무래도 오크와 싸울 때 본 사람들이 소문을 낸 것 같았다.

“그래서 용건은?”

“무뚝뚝하시네.”

조현아가 눈웃음을 한 번 치더니 말을 이었다.

“어젯밤 습격에 강한 몬스터가 나왔었어요. 사람들이 힘을 합쳐 그놈을 잡았는데, 검이 나왔어요. 그것도 E등급 검이요.”

그녀가 입술에 침을 한 번 바르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근데 그게 갑자기 사라졌지 뭐예요?”

“그래서?”

“그때 제가 그 옆에 있었거든요. 그놈들이 저한테 그걸 가져갔다고 누명을 씌워서……. 전 정말 옆에만 있었거든요. 지금도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옷만 입고 있을 뿐, 무기는 보이지 않았다.

“들고 다니던 창도 빼앗겼어요. 왜 죄 없는 사람을 도둑년으로 몰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손으로 눈을 감쌌다.

하지만.

‘재미있군. 누명 쓴 사람치곤 너무 여유로워.’

“너, 냄새나!”

루스가 갑자기 끼어들며 조현아에게 말했다.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열심히 씻는데.”

그녀가 당황해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 말처럼 시작 지점에는 그나마 우물이라도 있으니 씻긴 씻었을 것이다.

실제로 나나 루스보다 그녀가 훨씬 깨끗해 보였다.

“루스, 되었으니 저쪽에서 놀고 있어라.”

녀석은 영 마음에 안 드는 표정으로 구석으로 가더니 식량 자루를 까먹기 시작했다.

난 다시 시선을 조현아에게로 돌렸다.

“그래서 나한테 원하는 건 뭐지? 범인을 잡아 달라는 건가?”

“그래 주시면 좋죠. 그게 안 되면 사람들한테 보호만 해 주세요. 제가 당신 동료라고 말해 주시면 돼요.”

‘동료라.’

“나와 동료가 되고 싶다는 건가?”

그녀가 눈웃음치며 대답했다.

“네. 뭐든 잘할 자신 있어요.”

그렇단 말이지.

“좋아. 넌 지금부터 내 동료다. 인정하나?”

“네, 당연하죠. 고마워요, 해수 씨.”

그녀가 말을 마치는 순간 팔찌에 담긴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전이가 시전됩니다. 대상을 정해 주세요.]

[지정 가능 대상 : 조현아]

대상을 지정하자 스킬이 흡수되었다.

[스킬 ‘인벤토리’가 전이됩니다.]

‘이것 봐라.’

“진범은 꼭 잡아 주지. 걱정 마.”

그녀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을 때였다.

쿵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밖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현아!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얼른 나와!”

문을 열자 밖에 7명의 남녀가 서 있었다.

‘남자 넷에 여자 셋이라. 조현아까지 하면 짝이 딱 맞는군.’

“무슨 일이지?”

내가 문을 나서며 질문하자 남자가 대답해 왔다.

“저 뒤에 있는 조현아란 여자가 저희 아이템을 훔쳐 갔습니다. 당신과는 상관없는 문제니 저 여자를 내보내 주세요.”

내 소문을 들었는지 무례하게 굴진 않았다. 하지만 화난 상태라는 것은 충분히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내가 왜 도둑년이에요? 난 아무 짓도 안 했다고요! 해수 씨, 저 사람들 좀 쫓아 줘요.”

조현아가 팔로 내 팔뚝을 은근히 감싸며 말해 왔다.

그걸 보고 몰려온 남녀의 표정이 단번에 구겨졌다.

“내가 진범을 꼭 잡아 준다고 약속을 했지. 그래서 그녀를 당신들한테 그냥 보내 줄 수는 없어.”

남자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당신이 저 여자를 보호하겠다는 겁니까?”

“진범을 금방 잡아 줄 테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

내 말을 들은 남자의 표정이 조금 의아해졌지만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일단 저기 앞으로 가자고, 공터로.”

일방적으로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루스가 싱글벙글하며 따라왔다.

그 뒤를 따라,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어영부영 쫓아왔다.

“주인, 재밌는 거 하려고?”

그렇게 묻는 루스에게 마주 웃어 주고 나는 공터 한복판에 섰다.

“지금부터 이 자리에서 진범을 밝힐 거야.”

대표로 나섰던 남자가 퉁명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한다는 소립니까? 분명히 말하는데, 범인은 조현아예요.”

“범인을 잡을 때는 말이지, 증거가 필요해.”

말을 마치고 단검을 뽑아 들었다.

단검에 맺힌 오러가 줄기줄기 뻗어 나가자 모두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남자가 놀라 소리치는 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단검을 휘둘렀다.

“꺄아아악-!”

팔이 툭 하고 땅에 떨어지고, 주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이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는 사이, 나는 팔이 잘린 조현아에게 다가갔다.

“난 말이야, 나를 이용해 먹으려는 인간을 아주 싫어해.”

그리고 부들부들 떠는 그녀를 똑바로 보며 말을 이었다.

“특히 내 동료가 날 팔아먹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 그러니까 네가 진실을 말할 때까지 여기서 포를 떠 버릴 거야. 한 겹, 한 겹.”

사방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한 가운데, 조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니에요. 전 아니라구요! 흐윽, 제가 그걸 어디 숨겼겠어요?”

사각-

그녀의 허벅지 살이 한 겹 벗겨지고,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난 나를 속이려는 걸 싫어해. 그리고 네 스킬이 인벤토리란 걸 알고 있지.”

그녀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네가 모르는 것도 알고 있어. 인벤토리 스킬은 소유자가 죽으면 속에 든 걸 다 토해 내거든.”

죽여 버리면 어차피 진범은 밝혀진다.

그러니 괜한 고통을 자초하지 말고 빨리 부는 게 좋을 거란 눈빛으로 조현아를 쏘아보았다.

조현아가 부들부들 떨었다.

“자, 잘못했어요. 돌려 드릴게요! 그러니 제발…… 살려 주세요.”

“물건 훔친 건 상관없어. 그럴 수도 있지. 견물생심이란 말이 괜히 생겼겠어?”

내 말투에서 무언가를 느낀 조현아의 표정이 굳어진다.

“자, 잠깐만요, 제 말 좀…… 끅…….”

오러 소드가 그녀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근데 날 속이고 이용하려 하는 건 안 되지.”

목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갖가지 물건들이 인벤토리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별로 가치 있는 건 없군.’

나는 시선을 돌려 입을 벌린 채 서 있는 무리를 보며 말했다.

“물건은 알아서 찾아가. 시체도 치워 놔. 범인 잡아 줬으니 그 정도는 해야지.”

“아, 알겠습니다.”

7명의 남녀는 내가 오두막으로 다시 들어올 때까지 미동도 없었다.

* * *

저녁이 되자 진형기 패거리가 돌아왔다.

“집 앞에 저 핏자국은 뭐요?”

“명탐정에겐 사건이 저절로 찾아오는 법이야. 피는 부수적인 거고.”

“……뭔 소리요?”

진형기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무시하고 질문을 했다.

“사냥은 잘 하고 왔나?”

“젠장, 한 명 죽었소.”

“리자드맨 정도는 잡을 만할 텐데?”

“한 명이 방심하는 바람에 당했소. 제 목숨 제가 날렸으니 뭐라 할 놈도 없소, 쯧.”

뭐라 하는 놈이 눈앞에 있는데?

생각보다 의리 있는 타입인 모양.

회귀 전에는 그냥 건달 나부랭이겠거니 했는데 뭐 하던 놈인지 궁금해졌다.

“너, 건달이냐?”

“무슨 소리요! 내가 XX대 국문과 출신이오. 사람 외모만 보고 그러지 맙시다, 좀!”

녀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국문과? 어메이징하군.”

“국문과는 뭐 뿔테 안경이라도 써야 된다는 법 있소? 이놈의 외모 지상주의는 여기 끌려와서도 똑같구만.”

지금 상황과 외모 지상주의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그러려니 했다.

‘생각보다 재밌는 자식이군.’

“그래서 앞으로 어쩔 작정이지? 한 명 죽었으니 이제 안 나갈 건가?”

“여기 처박혀 있으나 밖에 나가나 하루하루 목숨 거는 건 마찬가지 아니오? 습격 기다리고 있느니 나가서 사냥하는 게 백배 낫소. 동생들도 다 그러자고 하고.”

내가 말없이 쳐다보자 잠시 망설이던 녀석이 말을 이었다.

“내 하나만 물어봅시다. 보스 잡는 데 한 발이라도 걸치려면 얼마나 강해져야 되는 거요?”

‘호오, 보스 사냥에 따라갈 생각인가.’

생각보다 강단 있는 결정을 내린 듯하다.

의외이긴 했지만, 지금 이들만으로는 안 된다.

“지금 시작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이 달려들어도 생채기도 못 낸다.”

“……당신은 정말 강한가 보군.”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었나? 네 스킬로 파악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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