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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4화 (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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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4화>

일단 걸음을 옮겼다.

돌아다니면서 분위기나 좀 파악해 볼 생각이었다. 혹시나 윤격수를 만나면 더 좋고.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광경이 보였다.

회귀 전에 비해 목책이 훨씬 많이 부서졌다. 부서진 오두막도 여러 채 보였다.

내가 미리 빠져나간 것이 영향을 미친 건가.

회귀 전에는 내 소환 영웅이 나서서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접근한 것이 윤격수였다.

당시에는 이 세계에 끌려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윤격수가 살갑게 구는 것이 썩 나쁘지 않았다.

‘결국 실컷 퍼 주고 배신까지 당했지.’

놈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오두막 사이 좁은 골목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

회귀 전이었다면 뒤도 보지 않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위를 살필 여유가 있었다.

‘괜한 일에 엮여서 내 할 일을 못하게 되면 안 되니까.’

포이즈너를 잡고 급증한 신체 감각이 주위의 정보를 수집한다.

옆쪽에서 내 행동을 주시하는 놈들이 있다.

창을 든 남자 두 명. 그들뿐 아니라 골목 안쪽에도 몇 명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설마…….’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틈에 다시 한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그리고.

“주인, 골목에 변태 있어. 냄새는 남잔데 목소리는 여자야.”

호문쿨루스가 코를 씰룩이더니 말했다.

‘그렇단 말이지.’

나는 지체 없이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골목 깊숙이 들어섰을 때쯤 또 다른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됐다. 걸렸어.”

이윽고 부산한 소리가 들리더니 골목 뒤쪽에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나 창을 이쪽으로 겨눴다.

앞쪽에도 어느새 4명의 남자가 나타나 있었다.

그중 한 놈이 킬킬 웃으며 말해 왔다.

“도와주세요, 제발. 크흐흐흐.”

놀랍게도 완벽한 여자의 목소리.

‘저게 저놈 스킬인가.’

목소리를 바꾸는 것이 플레이어가 되면서 각성한 스킬인 모양이었다.

‘끔찍하군.’

내가 가만히 있자 기가 산 놈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어이, 그 칼은 어디서 난 거야? 일단 이 형님들이 한번 써 보게 좀 가져와 봐.”

“뒤에 꼬맹이 귀엽게 생겼네. 이곳저곳 쓸 데가 많을 것 같아, 흐흐흐”

진형기 패거리와 만나기 전, 내 칼을 보고 탐이 난 놈들이 함정을 판 모양이었다.

더 말 섞을 필요가 없다.

“앞에 놈들 처리해. 한 놈만 살려 두고.”

“응!”

호문쿨루스가 바람처럼 쏘아져 가는 것을 보며 나도 몸을 돌렸다.

“뭐, 뭐야?”

“크아아아악-!”

그러기가 무섭게 뒤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호문쿨루스가 벌써 한 놈 처치한 모양이었다.

골목 뒤를 막고 있던 놈들은 상황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자 당황했다.

“주, 죽여 버려!”

다가서는 나에게 두 놈이 동시에 창을 찔러 왔다.

끽해야 F급 초반의 스탯으로 찔러 오는 창의 움직임은 느리기 그지없었다.

피할 필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양 손바닥을 내밀어 창날을 하나씩 막았다.

탁- 탁-

창날은 생채기도 내지 못하고 손바닥 앞에 정지했다.

“미, 미친……!”

양손으로 잡아 비틀자 창날이 단번에 부서져 나갔다.

“X발, 말도 안 돼!”

놈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 하지만 용서해 줄 생각은 없다.

퍼석-

다가서며 날린 주먹에 한 놈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남은 놈은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는 상태였다.

그 모습이 참 가소롭게 느껴졌다.

‘습격의 밤을 보내고도 살아남았으면서 벌벌 떨기는.’

물론 고블린 따위보다 내가 더 무섭긴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발끝으로 놈의 가슴을 걷어찼다.

정확히 심장이 있는 부분.

마력이 깃든 발에 맞은 놈의 심장이 터져 나갔다.

뒤돌아섰을 때 호문쿨루스도 훌륭히 자기 역할을 끝낸 상황이었다.

“제, 제발. 살려 줘.”

하필이면 이놈을 살려 뒀군.

여자 목소리를 내는 놈이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말해 봐. 뭐 하려는 짓이었는지.”

놈은 동료들이 호문쿨루스에게 갈가리 찢겨 죽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있었다.

팔다리가 부러진 채로 벌벌 떨며 놈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 당신이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봤습니다. 진형기 패거리랑 이야기하는 것도요…….”

예상대로 칼이 탐나 패거리를 끌고 온 모양.

진형기와 이야기하는 동안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추측을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 더 들을 필요가 없었다.

막 놈을 처리하려는 찰나, 놈이 낌새를 느꼈는지 급히 입을 열었다.

“유, 윤격수! 어디 있는지 압니다.”

내가 윤격수를 찾는 것도 들은 모양.

“그래? 그놈 어디 있어?”

내가 관심을 보이자 살 방법이 보였다 생각했는지 놈의 눈알이 바쁘게 돌아갔다.

“우리 패거립니다. 우리 아지트에 있어요.”

“어느 쪽이지?”

“그, 그게…….”

퍽-

망설이는 놈의 머리를 깨 버렸다.

굳이 놈에게 꼭 들을 필요는 없다. 윤격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찾는 것은 어떻게든 될 것이다.

당장 찾아가 죽여 버릴 생각도 없다. 윤격수에겐 자신이 한 짓에 걸맞은 죽음이 필요하니까.

포이즈너가 짓던 경악한 표정이 윤격수의 얼굴에도 떠오르는 것을 보고 싶다.

그대로 골목을 나와 진형기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뭐, 뭐야?”

진형기는 내가 다시 나타나자 깜짝 놀라며 물었다. 내가 공격이라도 할 것으로 생각한 걸까.

“방금 전에 습격을 당했는데…….”

“우리 아니야!”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놈이 빽 소리쳤다. 어지간히도 나와 싸우기 싫은 모양.

“……너희 짓 아닌 거 알아. 그냥 뭘 좀 물어보고 싶어서.”

여자 목소리를 내는 놈과 윤격수에 대해 진형기에게 말하니 그는 바로 알아들은 듯했다.

“아, 양복 새끼 패거리구만. 윤격수가 거기 있었군.”

어제 밤 몬스터의 습격 이후 생긴 무리 중 하나.

우두머리가 정장 차림이라 양복 패거리라 불리는 모양이었다.

“그 자식, 겉보기는 멀쩡한데, 엄청 음흉한 놈이야.”

진형기는 양복에 대해 감정이 좋지 못한지 묻지도 않은 것까지 떠들었다.

어젯밤의 싸움 중에 양복이 다른 사람들을 방패막이로 써먹는 것을 여러 번 본 모양이었다.

“하여튼, 개새끼야. 까불면 죽여 버려.”

“상황 봐서.”

양복 패거리가 어디 있는지는 진형기가 알고 있었다.

덕분에 찾는 수고는 덜었다.

다만 당장 찾아갈 생각은 없어, 밤의 습격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오두막에 죽치고 있자 진형기가 은근슬쩍 물어 왔다.

“왜? 불편해?”

“아니, 그건 아닌데, 바쁜 거 아니었어?”

“저녁까지는 괜찮아.”

진형기는 내가 양복 패거리 6명을 죽여 버린 것을 알고는 나를 더욱 꺼려 했다.

굉장히 불편해 보이는 진형기의 얼굴이 보였지만 무시하고 말을 걸었다.

“식량 자루 하나만 줘 봐. 아까 건 저 돼지가 다 먹어서 나도 좀 먹게.”

진형기가 호문쿨루스를 흘끔 보더니 식량 자루를 하나 가져다줬다.

호문쿨루스의 얼굴에 말라붙은 핏자국을 보고 차마 거절하지 못한 것 같았다.

“주인, 나도, 나도!”

“넌 아까 먹었잖아.”

“힘썼더니 또 배고파. 나도 줘.”

결국 식량 한 자루가 또 사라졌다.

‘한 자루로 며칠쯤 먹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군.’

내일 아침에 보급되는 식량 자루를 몇 개 챙겨야 될 것 같다.

저녁이 지나고, 진형기의 오두막에서 나왔다.

머지않아 습격이 있을 시간. 이제 슬슬 덫을 놓을 준비를 해야 된다.

양복 패거리가 있는 곳은 진형기에게 미리 들어 두었다.

나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계획을 정리했다.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그냥 죽일 수밖에.

하지만 내가 아는 윤격수라면 분명 반응할 것이다.

양복 패거리의 아지트 근처에 막 도착했을 무렵, 메시지가 들려왔다.

[몬스터가 마을을 습격합니다. 몬스터를 처치하고 강해지세요.]

양복 패거리는 이미 밖에 모여 대비하고 있는 상황.

두목인 양복은 가장 뒤쪽에서 무어라 떠들고 있었다.

진형기 말대로 겉보기는 멀쩡한데, 왠지 야비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둘러봤을까, 드디어 놈을 발견했다.

‘찾았다! 윤격수.’

작은 키, 왜소한 체구.

쥐상의 윤격수는 오늘도 살기 위해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굳이 먼저 다가갈 필요는 없다. 윤격수라면 이 싸움이 끝날 즈음 분명히 접근해 올 것이다.

시스템의 경고가 있고 10분쯤 흘렀을 때, 목책 쪽이 시끄러워졌다.

‘오늘은 오크였지?’

오크 무리는 어제 습격했던 고블린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인간과 비교해서 오히려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고블린과 달리, 오크는 인간을 상회하는 근력과 체력을 가지고 있다.

머지않아 곳곳에서 목책이 무너지며 앞쪽에 나섰던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가지 마! 자기 자리에서 버텨.”

저 멀리서 양복이 패거리를 지휘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지.’

일단 살아남아야 강해지는 것도 의미가 있다. 앞에서 나대다가 죽어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진형기는 잘하고 있으려나.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목책을 뚫어 낸 오크 무리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양복 패거리는 건물 사이에서 진형을 갖추고 오크 무리에 맞서고 있었다.

‘어디쯤이 좋으려나.’

우선 윤격수에게 잘 보일 만한 위치를 찾았다.

그리고 놈의 시야가 닿는 곳으로 간 후 오크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단검을 뽑아 덤벼드는 오크의 목을 향해 휘두른다. 오크의 목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일검일살.

단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오크 한 놈의 목숨이 사라졌다.

굳이 목만 자를 필요는 없었지만 최대한 강렬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함이었다.

호문쿨루스에게는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었다.

녀석은 이미 손가락을 칼날처럼 만든 후 번개같이 움직이며 오크들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때때로 잘린 오크의 팔다리를 입에 넣고 씹어 먹는 모습도 보였다.

앳된 외모와 그로테스크한 행동의 괴리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맛이 별로야!”

내가 보고 있는 걸 눈치챘는지 녀석이 말을 걸어왔다. 굳이 대답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 갔다.

베고 또 벤다.

어느새 내 앞에는 목 잃은 오크의 사체가 벽이 되어 있었다.

그때 벽에 가로막힌 오크가 옆으로 우회해 왔다.

그쪽으로 몸을 움직여 베기를 반복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귓가로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몬스터의 습격을 훌륭히 방어해 내셨습니다. 오늘의 전투는 끝났습니다. 내일을 대비하세요.]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둘러보니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주위에 오크의 사체로 이루어진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좀 너무했나…….’

잠시 생각하다 호문쿨루스를 불러 근처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주인이 있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싸우는 모습을 봤으면 나가라고 말하진 못하겠지. 애초에 집주인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주인, 배고파.”

호문클루스는 내 옆으로 와 다시 칭얼거렸다.

“…….”

싸우면서 오크를 집어 먹는 걸 봤는데…….

앞으로 먹여 살릴 일이 걱정이다.

“이거라도 먹어라. 나머진 내일 아침에 식량 자루 구하면 먹고.”

포이즈너에게 받은 육포를 던져 주자 적은 양에 실망한 듯 풀 죽은 모습으로 입에 집어넣는다.

“아, 맛있어!”

단순한 자식.

그나저나 이놈을 계속 호문쿨루스라고 부를 수는 없다.

‘부르기 너무 길어.’

“너, 이름은 없냐? 호문쿨루스는 이름이 아닐 텐데.”

“이름? 없는데. 날 부를 사람이 없었거든.”

그렇군.

“좋아. 오늘부터 널 루스라고 부르지. 마음에 안 들면 네가 정해라.”

호문쿨루스의 뒷 글자를 따서 루스라고 정했다. 이 이상 저 녀석 이름에 신경 쓸 정신은 없다.

“루스, 루스! 좋아. 완전 마음에 들어!”

녀석은 기분이 좋은지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정신 사납다. 앉아라.”

“주인, 고마워. 루스는 주인 말 잘 들을 거야.”

똑똑-

녀석과 떠드는 사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슬슬 입질이 올 때가 되었지.

“누구냐?”

내가 묻자 문밖에서 정중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저는 윤격수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잠시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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