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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가 마법사의 회귀-71화 (71/115)

남작가 마법사의 회귀 - 71

커다란 폭발음.

그리고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

론과 사티넬을 태우고 달리던 마차도 이내 멈춰 섰다.

“대체 무슨 일이···.”

“확인해 보죠.”

론이 서둘러 마차 문을 열었다.

뭐가 됐든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 현장은 변질되기 마련이다. 내전 국가도 아니고, 오랜 평화를 이어온 고국의 수도에서 그것도 한낮에 이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극히 낮다.

게다가 대기를 울리는 듯한 커다란 진동으로 보건대 결코 작은 규모의 폭발이 아니었고.

딸칵.

문 틈새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아이고오···. 대체 뭔 일이래?”

“다 무너졌구마잉···.”

“근데··· 방금 경비대 사람들이 그런 거 아녔어?”

“그러니까 말여. 분명 경비대 쪽 무리에서 뭔가가 쏘아졌는디···.”

지나치는 얘기들을 놓치지 않으며 마차에서 내린 론이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대로에 이어진 골목이 거의 반파 되다시피 했다. 그 흔적으로 추정하건대 골목 내부에서 상당한 규모의 폭발이 있었고, 그 여파가 대로에까지 전해진 듯했다.

그리고 좀 전에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골목 안에서는 이윽고 통일된 차림의 병사들이 나타났다.

‘저 사람들이 수도 경비대인가?’

그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 웬 도굴꾼 하나가 난리 중인데, 저희가 휴무를 반납해서라도 반드시 잡아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보통 병사들과는 조금 다른 경장의 사내가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경비대의 우두머리인 듯했다.

‘아까 느껴진 마나의 흐름은 분명 마법이었는데···. 그럼 그 도굴꾼이 마법사였다는 건가?’

외관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경비대 중 마법이 가능할 것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무기와 마법을 동시에 다룰 거라면, 여기서 경비대나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흔한 상황이 아니었다.

때문에 론은 괜히 그 일대를 둘러봤다. 물론 그런다고 경비대도 못 찾은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 틈에 있던 그가 이내 더 이상 볼 게 없다고 느꼈는지 옆에 같이 나와 있던 사티넬을 쳐다봤다.

“큰일이 아니길 바···.”

론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저, 저들이 왜 여기에···.’

그러면서 그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바로 사티넬 어깨 너머로 지나가는 문양을 따라서.

특정 집단을 상징하는 문양이나 표식은 여러모로 쓰임새가 있다. 집단 내부의 소속감을 은연중에 고취시키는 건 물론이고, 외부적으로도 더욱 쉽게 인식시키는 효과도 있다.

때문에 과거에는 해당 집단의 구성원들이 그 상징을 몸에 새기는 일이 흔했다. 물론 이것이 과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긴 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부분 사라진 실정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관습이 남아있는 집단의 문양이 지나간다.

“검은 물방울···?”

어느새 론의 시선을 따라 쳐다본 사티넬이 중얼거렸다.

그렇다.

현존하는 마탑들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곳. 그래서 오랜 과거의 관습, 문신이 남아있는 집단. 아이블 마탑의 상징을 얼굴에 새긴 마법사가 일전의 골목에서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저 문양을 봤다면 마법사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텐데도 제지하는 경비병은 하나도 없었다.

‘뭐야, 뭔데 저렇게 당당하게 현장을 다니는 거야? 뭐 수도 경비대랑 연이라도 맺었어?’

참고로 아이블 마탑의 주 무대는 대륙 동방의 땅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론의 미간 사이의 주름이 깊어졌는데, 아쉽게도 쳐다만 본다고 답이 나오진 않았다.

“일단 마차로 돌아가죠.”

“네···.”

‘저것들이 왜 또 나와? 하아···.’

히드라와 땅의 성수의 연관성.

이 사실 만큼은 어둠의 세력보다 앞서 알고 움직인다고 생각했었는데, 뭔가 그 안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

아카데미의 야외 훈련장 서너 개는 붙여놓은 듯한 커다란 공간에 세워진 건물, 한쪽 면이 통째로 유리로 된 벽, 물결치는 꼭대기 층.

크기면 크기, 디자인이면 디자인 하나같이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건물에 론과 사티넬이 들어섰다.

그런데 로비가 시끌벅적하다.

“한낮에 테러까지 저지른 놈입니다. 혹시 모르니 검문···.”

“죄송하지만 나가십시오. 아무리 수도 경비대라 하나 엄연히 사유 건물입니다. 더 이상의 무례는 받지 않겠습니다.”

“이보시오! 흉악범이 이쪽으로 간 걸 제보받았다고 하지 않았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대체 뭐 하는 게요?!”

“그럼 지금 수도 경비대는 크리소더 경매사를 무시하는 겁니까? 공무를 이유로 이렇게 사유 공간을 멋대로 드나들어도 된다는 겁니까? 누구의 명령입니까? 대표님께 직접 말씀드리지요. 누굽니까?”

떠드는 대화로 미루어 볼 때,

수도 경비대 사람과 경매사 측 간부쯤 되는 듯했다.

서로가 각자의 입장을 놓고 언쟁을 벌였으나, 논쟁의 승자는 정해져 있었다.

“언제까지 그리 뻣뻣하게 얼마나 지내나 봅시다. 흥.”

경비대 측 사람이 부하들을 이끌고 물러났다.

‘뭐 하는 놈들이지?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아이블 마탑 마법사는 놔두고 왜 여기에 와서 난리야.’

괜히 이들마저도 벌써 그 세력들에 매수당한 건 아닌가 의심하는 론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생각지도 못한 장소까지 파고드는 놈들이다. 방심할 이유도 없었고, 방심해서도 안 됐다.

그렇게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던 론과 사티넬은 잠시 후 해당 직원들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십시오.”

“트리마이어 국제은행 추천으로 왔습니다.”

“예?”

론은 분명 보다 나이가 젊은 부하 직원에게 말했는데, 반응은 다른 곳에서 들렸다.

“혹시 론 스펜서 님이십니까?”

이제껏 온갖 깐깐한 표정과 말투를 내뱉던 중년인이 이전과는 전혀 표정으로 론에게 말했다.

“예, 맞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크리소더 경매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거 초면부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이쪽으로 오시죠, 제가 직접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가벼운 묵례와 함께 중년인은 손을 뻗으며 두 사람을 안내했다.

복도 조명 아래 놓인 고급스러운 그림과 조각품들을 몇 개 지나치니 곧 사무실로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고급스러운 방.

그 공간에 세 사람이 앉았다.

사락.

사락.

간간이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바로 크리소더 경매사의 다섯 지배인 중 한 명인 에거서 볼퓌라스의 집무실이었다.

에거서는 흥미로운 눈길로 눈앞의 이들을 쳐다봤다. 얼핏 설명은 들었다. 트리마이어 국제은행의 셀럽 고객이 이번 경매에 신청했다는.

‘내 고객이 될 줄은 몰랐군.’

크리스티 경매사는 규모가 큰 만큼 수많은 출품자를 다섯 팀으로 나눠 관리하였는데, 그중 한 팀의 수장이 바로 에거서였다.

다섯 팀, 즉 다섯 지배인의 경쟁 구도를 통해 출품 고객 유치와 관리의 수준을 높이는 방식이었는데, 이들의 경쟁은 로비 근무로부터 시작되었다.

팀별 사무 공간은 존재하지만, 경매사의 1층 로비는 모든 팀이 공유한다. 이유인즉 주 단위로 로비 근무 일정을 편성하여 해당 주에 찾아오는 출품자는 모두 그 팀의 고객이 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운이다.

경매 일자를 놓고 출품자들이 몰리는 시기는 대충 정해져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해당 경매 일시까지 약 보름이 남은 때였다. 경매사에 미리 들려 출품할 물건을 미리 등록하고 맡겨도 상관은 없지만, 최고급 금고 서비스가 보장되는 이곳의 이용료가 보통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여기 쓰인 보관료 30실버가 하루치 맞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 민감한 부분을 론이 짚었다.

“예. 맞습니다. 오러 마스터 급 전사와 고위 마법사들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니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경매사에서의 보관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은 회귀 전에도 건너 건너 듣긴 했었다. 때문에 어느 정도 출혈을 내고서라도 한 번 경험해 보려 했던 것인데, 저 비용으로 보름이면 벌써 5골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

“경매 전날까지 가져오실 수만 있다면, 개인 보관하시다 가져오셔도 되니 해당 사항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으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관련 설명은 다 듣고 한 것 같은데, 그럼 이따 오후 3시쯤 와서 검증받으면 되겠습니까?”

“예, 그러시지요.”

경매사에서 포션류 물건을 받았을 때, 이를 검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실험용 동물을 사용해 확인하는 경우부터 출품자 본인이 직접 시연하는 경우까지 아주 많았다.

그런데 크리소더 경매사는 인간이 쓰는 것답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했다.

물론 강압적인 것은 없었다.

수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수도답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있었기에 병들고 가난한 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자를 모집했다.

돈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출품 물건이 사실이면 병도 고치는 것이었기에 매번 그 지원율은 상당한 편이었다.

그렇게 생각보다 빠른 일 처리에 론과 사티넬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무실을 나왔다.

헌데 모든 출품자가 이 두 사람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

“저, 정말 귀한 알입니다! 제발 출품하게 해주십시오! 귀하신 분들이 알아볼 겁니다! 그러니 제발···.”

“이렇게 검증할 수 없는 물건은 출품할 수가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돌아가 주십시오.”

“아니! 정말 이게 귀한 신수(神獸)의 알이라니까요!”

“정말 그러시면 부화시켜서 신수를 데려오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쉽지만 저희 경매사는 확인 및 측정이 불가한 물건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신수?’

소란 속에서도 귀에 콕 박혔다.

신수(神獸).

보통 이지(理智)를 가진 동물이라 하면 만물의 영장 인간을 떠올리지만, 인간이 전부는 아니다.

가끔 보면 짐승 중에도 마나를 다룰 줄 아는 개체가 태어나곤 하는데, 그런 녀석들의 공통점은 남다른 육체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보다 빠르고, 보다 강력한 몸뚱이로 놈들은 아주 쉽게 집단을 평정하고 우두머리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나로 단련된 육체로 오랜 세월을 거듭하면서 자아(自我)와 이지(理智)까지 갖추는 개체.

사람들은 이를 두고 말한다.

신령한 동물, 신수(神獸)라고.

‘진짜일까?’

허나 담당 직원의 극구 거절로 사내는 결국 쫓겨났다.

“가끔 저런 분들이 있습니다. 확인할 수도 없는 물건을 가져와서는 값을 쳐달라고 생떼를 부리는. 뭐 신경 쓰지는 마십시오. 간간이 있는 일이니.”

에거서가 별일 아니라는 듯 두 사람에게 말하고는 이어서 그들을 배웅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예.”

그렇게 크리소더 건물을 나오니 밖은 아직 한낮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때문에 오후 3시까지는 아직 한참이 남은 상황.

“음···. 일단 좀 걸을까요?”

“네, 좋아요.”

“그 포션 상자는 저 주십시오.”

“네? 아니에요. 제 건데, 제가 들어야죠!”

“괜찮습니다. 사티넬 양 옷하고는 안 어울려서 그런 거니 편하게 저 주십시오.”

“오, 옷이요···?”

허둥대는 사티넬에게서 조그만 포션 상자를 받아내자, 그제야 그녀의 모습이 온전히 보였다.

“이러니 더 예쁘군요.”

“넷, 넥?! 엑, 으···. 혀 깨물엇떠···.”

“크흠, 흠···.”

당황해 혀까지 깨물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에 론의 입가가 절로 올라갔다.

‘이왕 십대 몸으로 돌아온 거, 진짜 십대처럼 좌충우돌하며 지내도 보는 거지 뭐···.’

그렇게 나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이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 갑자기 왜 이러시오!”

“좋게 말할 때 일로 와.”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고작 부딪힌 걸로 가진 걸 다 내놓으라니 이 무슨 망발이요!!”

“이 새끼가 좋게 말하니까 우습나, 야들아, 안 되겠다. 잡아!”

껄렁껄렁한 사내들이 이내 한 남자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에 점점 궁지에 몰리는 한 남자. 론이 조금 전에도 봤던 사람이었다. 바로 크리소더 경매사에서.

“잠깐!!”

“로, 론님?”

사티넬이 동그래진 눈으로 론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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