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작가 마법사의 회귀-58화 (58/115)

남작가 마법사의 회귀 - 58

“푸흡! 푸하하하! 아 꼬셔.”

“그만 웃으십시오.”

뭐가 그리 재밌는지 라리사가 아주 배까지 움켜쥐고 웃어댔다.

“그렇게 잘난 척은 다 하더니만, 아이고오~ 우리 잘난 후배님도 결국 똑같이 시험을 치르시네요?”

2차 선발 시험을 두고 말하는 것이었다.

크루딘과 사티넬은 2, 3등을 하면서 면제권을 받았지만, 론은 4등에 걸치며 토너먼트를 치러야 했다.

“뭐 치른다고 해서 딱히 문제 될 건 없지요. 그나저나 라리사님은 안타깝게 됐습니다.”

론의 진지한 눈빛에 라리사가 이내 웃음을 멈췄다.

“엥? 안타깝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2차 시험에 호명되지 않아서 말입니다. 제가 라리사님 몫까지 열심히 해드리겠습니다.”

론이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뭣, 뭐라는 거야! 야, 나도 이름 불렸어! 라리사 케스케이드! 하, 참!”

“음? 정말입니까?”

“아니 무슨 얘는 자기만 불린 줄 알아!”

“들은 기억이 없는데···. 아 혹시 끝에?”

“그, 그래! 끝에. 왜? 끝이 어때서?”

“아아, 그랬군요. 설마 케스케이드 일족의 대표인 라리사님께서 겨우 턱걸이하듯 끝에 통과하실 줄은···. 크흠!”

“이익···!”

론이 눈치를 보는 척하자 라리사는 더 열받아 했다.

“야!!”

그런 그녀에게서 도망치듯 론은 서둘러 숲속 공터로 갔다. 밤은 짧고 연습할 시간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말이다.

달빛이 그대로 내려앉는 곳.

그 무대 위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생각은 좀 해봤습니까?”

“아니, 전혀 감이 안 잡혀. 하아···.”

“감이 안 잡히는 게 아니라 감에 의존하는 거 같습니다만.”

“뭐어?!”

말꼬투리 잡는다 생각한 라리사가 론을 째려봤다.

“라리사님이 그 희귀한 일족인 건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졸업시험은 엄연히 마법진 시험입니다. ‘난 이런 혈통이니까 봐줘.’ 이런 게 안 통한다는 말이죠.”

론이 라리사를 똑바로 쳐다봤다.

“안 돼, 못 할 것 같아, 자꾸만 술법에 의지하게 돼, 이런 말 할 거면 그냥 그만두십시오.”

“아, 아니 얘는 갑자기 단호박처럼 왜 그래···.”

“습관이고 뭐고 간에 결국에는 라리사님의 결정이고 의지입니다. 바람과의 소통이 어떻고, 의지가 느껴지고 하는 건 마법진 시험에서 전혀 평가 요소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냥 무조건, 반드시, 어떻게든 마법진으로 펼쳐야 한단 말입니다.”

그러면서 론이 라리사와의 거리를 벌렸다.

“마나를 소진하는 방식은 이제 의미 없습니다. 바로 ‘마법진’으로 토네이도를 불러내십시오.”

빈틈없는 론의 눈동자에 라리사는 할 말을 잃었다.

‘하여튼 꼭 말을 해도, 칫!’

속으로 온갖 욕이 떠올랐지만, 그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그녀는 결국 가슴팍으로 양손을 들어 올렸다.

‘후우, 그래. 결국 해야 하는 거니까···.’

두 눈을 감고, 4서클 토네이도 마법진을 떠올렸다.

우우우웅.

짙은 심상은 이내 결단이 되어 그녀의 양손 사이로 도식화되기 시작했다. 푸른 선들이 정사면체를 이루고, 각각의 면에 마법식을 새기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바람의 원소식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속 원초적인 무언가가 자극 되는 듯했다.

“으윽, 극···.”

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최근 그토록 힘들게 마법진을 완성하던 모습, 그 모습만을 끊임없이 떠올렸다.

졸업시험 기준인 10초는 아득히 지나버린 시간. 하지만 끝끝내 마법진은 완성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완성.”

“다음.”

“어?”

“다음!”

차갑다 못해 날카로웠다.

라리사가 움찔했다.

사실 다그치고 혼내고 하는 건 론의 스타일이 아니다. 허나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언제까지고 그녀의 상황과 여건, 혈통을 배려해 줄 순 없었다.

좋게 어르고 자율에 맡겨서 되지 않는다면, 냉정하게 대할 필요가 있었다.

‘알았다고···.’

입술을 한껏 삐죽인 라리사가 이내 마법진을 쳐다봤다. 솔직히 말하면 떨렸다. 서클의 마나를 비우지 않은 만큼 가만히 있어도 밤바람의 기운이 선연히 느껴진다. 평생의 습관이었고, 일족의 엘리트로서 가지는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를 의식적으로 끊어내야 한다. 술법을 멈춰야 했다.

“후웁, 후우, 후웁, 후우.”

차분한 심호흡.

눈을 감고 서클의 흐름을 통제한다.

우우웅.

토네이도 마법진이 회전하며 빛이 어린다.

우우웅우웅.

마나를 공급하면 할수록 마법진에서 바람이 소환되고 있는 게 선연히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눈 똑바로 뜨십시오!!”

론이 호통쳤다.

놀란 라리사가 눈을 뜰 수밖에 없었는데, 눈앞에는 마법진이 흔들리고 있었다. 정신은 흐트러지고, 마나는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새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똑바로 보십시오. 지금 흔들리고 있는 이 마법진이 당신의 현 상태입니다. 딴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마법진만 보고! 바람이 아닌, ‘마법’을 일으키십시오.”

‘바람이 아닌 마법···.’

그녀의 현 상황을 관통하는 말이었다.

토네이도, 즉 바람 마법이되 바람으로 의식해 술법을 뻗지 말란 얘기였다. 오로지 마법으로만 인식하라는.

후우우웅.

“으윽···.”

마법진이 점점 바람의 규모를 키워내자 라리사는 저도 모르게 반응할 뻔했다. 가뜩이나 서클에 가득 찬 마나들이 계속해서 아우성치며 바람과 소통하길 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눈앞의 마법진이 흔들린다.

“똑바로 보고 집중하십시오!!”

‘아, 알았다고···.’

이를 악물었다.

라리사가 본능과도 다를 바 없는 감각을 애써 무시했다. 오로지 마법진. 그 하나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그러기를 한참.

라리사 본인이 느끼기에는 더없이 길고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끝을 볼 수 있었다.

콰아아아앙.

바람과 소통하는 술법을 일절 끊고, 거대한 바람 마법 토네이도를 불러냈다. 오직 마법진으로.

“아···.”

신기했다.

눈앞에 거대한 바람이 존재감을 이렇게나 드러내고 있는데, 자신은 그 어떤 교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새로운 기분. 생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 그녀의 인식과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있었다.

후우웅···.

거칠고 거대한 토네이도가 사라지고 다시 잠잠해 질 때까지 론은 조용히 기다렸다. 딱 봐도 케스케이드 일족인 그녀에게는 귀한 경험이라는 게 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라리사의 깊은 사색이 지나가고 그녀의 눈이 다시 떠졌을 땐, 론의 표정도 예전처럼 부드럽게 돌아와 있었다.

“야! 거기, 건방진 1학년!”

론은 그저 잔잔한 미소로 화답할 뿐이었다.

***

“론, 아쉽게 됐구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교수님.”

오전 원소마법 수업이 끝나자마자 론은 바로 티라우스 교수를 찾아갔다. 어제 럼블이 2차 시험 내용을 학년 주임 교수에게 들으라 했었기 때문인데.

“뭐 그래도 잘하리라 믿는다.”

“네, 감사합니다.”

“어제 들은 대로 토너먼트를 통해 합격자를 4분의 1로 줄일 거란다. 즉, 대전을 두 번 치를 거란 얘기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론, 너는 저녁 7시까지 제4 야외훈련장으로 가면 된다. 대전자는 라비오 쥬드고.”

“7시까지 제4 훈련장.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론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 했다.

“대전 상대에 대해 뭐 궁금한 건 없니? 학년이라던가···.”

“네 괜찮습니다.”

고요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눈빛.

티라우스 교수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래, 이제까지 누구보다 잘 해왔으니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오후 강의,

시끌벅적한 식당에서의 저녁,

토너먼트까지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저녁 7시까지 4번 훈련장이라···.”

“어이, 론. 그 라비오 쥬드라는 사람, 3학년이랜다.”

“음?”

론이 의외라는 듯 크루딘을 쳐다봤다. 오전 원소마법 강의가 끝나고 일행들도 같이 티라우스 교수를 만났기에 시험 정보를 같이 듣긴 했다. 그런데 그새 라비오에 대해 알아봐 올 줄은 몰랐다.

“웬일입니까?”

“크흠, 뭐 여기서 너만 떨어지면 그렇잖아.”

“맞아요! 론님! 꼭 이기셔야 해요!”

피식.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다.

“걱정 마십시오.”

마법진 배틀.

위력과 시전속도같이 실전성을 필요로 하는 대전이 아니다. 마법진 마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평가하는 것이었다.

사실 실전이든 뭐든 론에게는 상관없는 시험이었다. 이미 회귀 전 5서클 엘리멘탈 리스트까지 오른 그였다. 그 이하의 마법은 모두 그의 손바닥 안이란 말이었다.

그저 어디까지 실력을 보여 줄지 고민할 뿐.

‘라비오라는 학생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한 선에서 끊어내야겠군.’

제4 야외훈련장.

아카데미에서 두 학기를 보내는 동안 동료들과 적잖이 왔던 곳이었다. 도서관과 가장 가까운 훈련장이었기 때문인데, 론은 조용히 대진 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웅성웅성.

‘여기가 그 론이 시합을 치르는 곳 맞지?’

‘와 기대되네. 그 1학년은 마법진 배틀 해본 적도 없을 거 아냐.’

‘경험이 중요한 대전은 아니잖아. 얼마나 마법진을 펼칠 수 있냐가 중요하지.’

‘과연 글쎄···. 그건 담당 교수가 누구냐에 따라 다를 거 같은데.’

그러는 사이 정한 시간이 됐는지 몇몇 교수와 행정 직원들이 훈련장 한가운데로 이동했다.

“이곳 제4 야외훈련장에서 토너먼트를 치를 1차 합격자들은 모이거라!”

담당 교수 율리안의 외침에 대기하고 있던 합격자들이 한데 모였다. 인원은 총 12명. 그가 대진표를 보고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신원 확인을 했다.

마지막에 호명한 론을 순간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이내 설명을 이었다.

“어제 총장님께 설명을 들었다시피, 합격자 수를 4분의 1로 줄일 거다. 그 얘기는 대전을 두 번 치른 말이지. 다만, 그 두 번째에는 그 수가 맞지 않아서 남은 한 명은 부전승으로 올라간다.”

부전승.

경기를 치르지 않고 이긴다는 말에 합격자들이 수군댔다. 일생일대의 선발인 만큼 부전승처럼 달콤한 말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허나 그런 기대를 일축이라도 하듯 율리안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쉽도게도 말야. 이곳 제4 야외훈련장은 부전승이 없는 조다. 괜한 기대는 말도록. 그럼 바로 대진을 시작하지.

대진 규칙은 마법진 배틀 룰을 그대로 따르며, 방어 및 단순 원소 변환 마법의 경우 발동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로 공격형 마법을 발동시킬 경우에는 실격이다. 이 점 명심하도록.”

“예!”

“네에.”

율리안이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눈을 마주하며 확인했다.

“그럼 첫 대진을 시작하겠다! 카르디아 쿤트, 바르보 타키엔.”

그러고는 율리안이 고개를 돌려 커다랗게 소리쳤다.

“토너먼트를 시작할 것이니, 관람할 학생들은 표시한 흰 선 밖으로 물러나거라.”

대진자를 제외한 학생들이 물러나자 율리안은 동전을 던져 선공을 정하고 곧장 시합을 시행했다.

“어스!.”

“하압!”

“...”

“만물의 숨결이여, 네 숨결을 모으고 모아 내 손에 담길 원하노니 나의 마법진에 응하라. 에어 웨이브!”

학생들이 마법을 시전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직관적인 마법 명을 외치는 이들도 있었고, 그저 기합만 넣는 이도 있었으며, 영창까지 하며 각 마법식들의 조화를 꾀하는 이도 있었다. 물론 말없이 조용히 마법진만 구축하는 이도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시합이 지나가고, 결국 론의 차례가 왔다. 바로 마지막.

“라비오 쥬드, 론 스펜서!”

“예.”

“네.”

커다란 원.

직경 40미터는 될 법한 공간에는 론과 라비오, 그리고 심판 율리안 만이 서 있었다.

웅성웅성.

분명 7시 전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50명 정도이던 인파는 어느새 그 수가 백이 넘어가고 있었다. 시험이 치러지는 훈련장은 총 4곳. 토너먼트를 관람하지 않는 이들까지 고려하면 상당수 학생이 이곳 제4 훈련장에 온 것이었다.

팅!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율리안은 동전을 튕겼고, 이내 그의 손등에 떨어졌다.

“론 스펜서 선. 이미 앞선 경기가 있었기에 설명은 생략하마.”

“네.”

“예.”

율리안이 물러나자,

론은 바로 양손을 들어 올리려 했다.

“어이, 이거 다 네 팬들 아냐?”

갑자기 말을 거는 라비오.

“글쎄요, 토너먼트에 관심 있나 보죠.”

“잘해보라고. 여기 수많은 팬들이 실망하지 않게 말이야. 우리 아카데미의 기대주잖아. 아! 아들렌 왕국의 기대주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서 짓는 미소에는 가식이 그득그득 담겨 있다.

‘뭐야, 이 같잖은 도발은.’

이도르 래블런, 라포르 베킷, 밀로 히르가스. 이제껏 별 같잖은 쓰레기들을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쓰레기는 어디에나 있었다. 론은 신경을 끄고 마법진을 구축했다.

우우우웅. 웅.

순식간에 그의 양손 사이로 선들이 그어지며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리고 완성된 마법진은 바로 3서클 어스 실드였다.

“오오, 3서클 어스 실드! 역시 대단해.”

짝짝짝.

라비오가 손뼉까지 쳐댔다.

그런 그의 비아냥을 무시하고 론이 율리안을 쳐다봤다.

“론 스펜서 3서클 어스 실드, 확인.”

“예.”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론이 바로 마법진을 없앴다.

“그런데 말야 명색이 골든스태프 대회인데, 4서클 마법쯤은 펼쳐줘야 하지 않겠어? 왕국의 기대주? 큭큭···.”

‘거참 말 많은 놈이네···.’

마법진 배틀은 피가 튀고 몸을 부딪치는 대전은 아니지만, 심판에 따라 이렇게 말로 신경전을 펼치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 또한 마법사가 갖춰야 하는 덕목이니까 말이다.

“참고로 골든스태프 대회는 얌전한 경기가 아니다. 참가자들이 우승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지, 도발 따위에 흔들려 마법을 못 쓸 정도면 참가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낫다.”

율리안이 노골적으로 론을 쳐다보며 말했다. 마치 1학년인 네가 올 자리가 맞냐는 듯이.

그러는 사이 라비오가 자신의 마법을 펼쳤다. 4서클의 라이트 마법. 완벽한 마법진이었다.

‘뭐, 입만 터는 놈은 아니란 건가.’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우웅우웅.

복합마법진이 회전하더니 이내 강렬한 빛을 쏟아냈다.

화아아앗.

“...”

결국 론은 빛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푸하하하하! 어이 론, 왕국의 기대주가 그렇게 찡그리고 있으면 어떻게 해? 앞은 똑바로 봐야지, 큭큭큭.”

그렇다.

라이트는 단순 원소 변환 마법.

때문에 발동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를 이용해 라비오는 론에게 망신을 주려 했던 것이었다.

‘하, 참. 적당히 하려고 했건만.’

론은 양손을 들어 올렸다.

“어어? 왕국의 기대주는 4서클 마법도 가능한 거야? 정말로? 이거 기대되는데!”

론은 무시하고 마법진을 그려나갔다. 아니, 그려나가려 했다. 그런데.

“귀찮군.”

론이 라비오를 똑똑히 쳐다보며 말했다.

“귀찮은데 그냥 빨리 끝내죠.”

“뭐?”

“음?”

순간 라비오와 율리안은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두 사람이 멀뚱멀뚱해 하는 사이 론이 마법진을 구축하는 속도를 높였다.

한 줄 한 줄 그려져 나가는 게 아니라 정다면체가 단숨에 형태를 이뤘고, 각 면에 새겨지는 마법식 또한 지체되는 시간 없이 한 번에 새겨졌다.

고작 3초.

론의 마법진이 구축되는 시간이었다.

“허···.”

라리사와 동일하게 졸업생 중 상위권 그룹에 속한 라비오였지만, 그조차도 이 정도의 속도는 내지 못한다.

애초에 졸업시험의 커트라인인 10초는 최소한의 실전성을 염두에 둔 시간이다. 집단전 최후위에 위치한 마법사로서의 최소 자격.

그런데 론이 이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초 남짓. 마나 공급으로 실제 발현까지 한다 쳐도 고작 1, 2초가 추가될 뿐이었다.

즉시 시전에 가까운 속도였다.

이제 겨우 1학년이 말이다.

날고 기는 현역이 왔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모두가 벙찌어 버렸다.

그런데 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우우웅우웅.

복합마법진이 회전하며 빛을 발하였고 이내 그 내용물을 현실로 끄집어냈다.

쿠구구구궁.

거대한 돌벽이 론의 옆으로 솟아오른다. 헌데 범위 설정을 어떻게 한 것인지 그대로 쭉 뻗어나갔다.

구구구구 투웅!

그리고 의도하기라도 한 듯 라비오의 코앞까지 가서야 멈춰 서는 돌벽.

“헛, 허억!”

라비오가 놀라 뒷걸음치다 넘어지고 말았다.

“이런, 방어 마법이라 무심코 시전까지 해버렸군요.”

론은 깜빡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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