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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가 마법사의 회귀-45화 (45/115)

남작가 마법사의 회귀 - 45

론과 럼블은 워프게이트를 통해 곧장 게티아로 넘어왔다.

“후우···.”

약 두 달 만에 다시 돌아온 곳. 어째 치즈 냄새가 더 진하게 풍겨왔다.

‘냄새가 이렇게 짙어진 걸 보면 봄이긴 한가 보군.’

‘리키하고 이샤는 잘 있으려나?’

‘지오르 마탑 녀석들하고 싸운 곳도 여기였는데···.’

하지만 론은 감상에 젖을 새도 없이 럼블에 의해 공중에 띄워졌다.

“어어···.”

광활한 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끝의 지평선이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총장님?”

그리고 마침내 게티아 도시의 건물들이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을 때쯤, 일전의 정십이면체 복합마법진이 둘을 감싸기 시작했다.

“메스 텔레포트.”

마차를 타고 3일을 걸려 이동했던 브뤼센 영지. 그곳을 고작 텔레포트 몇 번 만에 도착해버렸다.

“아이고오! 이런 변방까지 귀한 행차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껄껄걸, 이거 무작정 와버린 건 아닌가 모르겠군.”

“무작정이라뇨! 가당치도 않습니다! 대마도사님께서 오시는데 언제든 환영입니다! 하하하!”

“그런가? 껄껄걸.”

브뤼센 영주와 럼블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대화하는 곳은 브뤼센 영주의 집무실이었고.

“그런데 또 보는구나, 론.”

“아, 예. 또 뵙습니다. 브뤼센 영주님.”

창백해진 낯으로 론이 인사했다.

연속 텔레포트의 후유증으로 인해 속이 울렁거렸다. 중력이 어색한 건 덤이었고 말이다.

“그래, 근데 어째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아, 예. 그게···.”

“젊은 것이 텔레포트 몇 좀 탔다고···쯧쯧쯧.”

“······”

옆에 있던 럼블이 론을 타박했다.

‘젊기는 개뿔. 나도 팔십 나이 먹은 노인네이올시다!’

허나 론은 그저 속으로만 끙끙댈 뿐이었다.

그런데 눈치 빠른 브뤼센 영주는 하인을 시켜 차를 내오게 했다.

“호오, 로렐리아 차구먼. 좋지.”

“하하!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군요!”

론은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로렐리아 차 덕분에 심신의 피로와 긴장감이 씻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론을 더없이 정겨운 눈으로 브뤼센 영주가 쳐다봤다.

‘연초에 운이 좋을 거 같더니만, 역시!’

7서클 대마도사와의 만남.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행운이다. 브뤼센 영주는 이 만남이 론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브뤼센 영주와 론의 인연.

연초 토벌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2서클임에도 엄청난 실력을 뽐내며 토벌에 기여한 아카데미 학생, 그리고 그런 아카데미의 총장인 7서클의 대마도사.

씨익.

머릿속에 대충 그림이 그려지자 브뤼센 영주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헌데 이 늙은이가 그냥 차만 마시러 온 건 아니라서 말일세.”

럼블은 품에서 양피지 하나를 꺼내더니 테이블 위로 펼쳤다.

일전에 론이 제출했던 토벌 확인서였다. 눈앞의 브뤼센 영주가 직접 썼던 것 말이다.

“내가 한 지역의 영주인 그대를 무시하는 건 아니나, 아카데미에도 절차가 있어서 말일세. 허허.”

“예, 이해합니다. 저도 당시 상당히 놀랐었으니 말입니다.”

“그럼 설명 좀 해주겠나? 당시 상황을.”

사실 토벌 확인서에도 이는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으레 조직들이 그렇듯 규와 모를 갖추려면 번거롭더라도 절차를 따를 필요가 있다.

아카데미 1학년은 외부 활동이 의무가 아니라 그저 권장이다. 그만큼 기초와 기본에 더 집중하라는 의미였는데, 그런 1학년 치고는 과한 보고서가 올라왔다.

때문에 럼블이 아카데미 대표로 확인을 나온 것이다.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무조건 승인한다면, 신계와 마계까지 가서 업적을 세우고 올 학생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에 첨부된 확인서는 조금 특이했다.

아카데미의 진위 확인은 꽤나 귀찮기에 보통은 아랫사람을 시켜 작성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론이 제출한 확인서는 브뤼센 영주, 본인이 직접 작성했던 것이다.

둘 중 하나였다.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밀어줘야 할 이유가 있거나, 아니면 정말 확인서대로 감명 깊은 활동을 했거나.

“뭐 어렵지 않지요. 연초부터 귀한 구경을 하는 바람에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브뤼센 영주는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당시의 상황을 찬찬히 설명했다.

사실 그는 현 상황을 오히려 좋게 여기고 있었다. 지금의 대화 하나하나가 대마도사와의 인맥을 트는 과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간의 설명이 이어졌다.

“껄껄걸, 그대가 쓴 내용과 다를 바 없군. 괜히 번거롭게 해 미안허이.”

“하하하,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론이란 학생 덕분에 진기한 경험을 했지요. 왜 사람들이 아들렌 아카데미, 아카데미 하는지 확실히 알았습니다. 하하하!”

사람의 기억이란 건 의외로 허술하다.

실제 경험한 것이 아닌 지어낸 것일수록 집요한 질문과 반복적인 추궁에 변색되기 십상인데, 브뤼센 영주의 진술은 변함없이 일관됐다.

그리고 확인서의 내용과도 같았고.

본래라면 추가 조사를 해야 했지만, 그 이상은 럼블이 일축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론은 이미 3서클.

상위 서클 마법에 대한 완숙한 이해를 갖췄을 때, 비로소 마법사는 서클을 늘릴 수 있다.

즉, 서클이 늘어나기 전부터 오버스펠로 다음 단계 마법을 쓰는 걸 고려하면, 당시 3서클 마법을 펼치며 홉고블린 사냥에 기여를 했다는 건 전혀 모호한 사실이 아니었다.

그렇게 목적한 절차도 다 따랐겠다 편히 차를 들이켜고 있는데, 브뤼센 영주가 말했다.

“그래도 먼 길 오셨는데,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요.”

“으음? 허허, 내 오전부터 이리 불편케 했는데, 식사 초대라니. 영 염치가 없는데.”

“아이고, 아닙니다. 살면서 7서클 대마도사님을 모실 기회가 언제 또 오겠습니까. 오히려 영광이지요.”

“껄껄걸, 그저 늙은이일 뿐인데 그리 말해준다면야.”

“그럼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브뤼센 영주는 능숙하게 럼블과 론을 안내했다.

정오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었고, 그래서 영주는 제 성에서 볼만한 것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당연히 영지마법사들이 있는 연구실도 있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허허허, 영광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브뤼센의 영지마법사들은 놀람과 긴장 속에 럼블과 론을 맞이했다.

‘저번에 그 닙스인가 뭔가 했던 마법사는 역시 없군.’

연초 토벌 때, 총책임 마법사임에도 질펀하게 똥을 싸지르는 바람에 그는 현장에서 파면을 당했었다.

현장 파면.

그 어떤 직위건 간에 이는 상당한 불명예다. 때문에 론의 머릿속에는 확실하게 남아있었다.

그렇게 당시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고 있는데, 누군가 아는 체를 했다.

“그때 상당한 마법 실력을 보였었던 학생이군요.”

“호오? 론, 꽤나 활약을 했던 모양이구나.”

럼블이 론을 보며 말했지만, 대답은 다른 데서 튀어나왔다.

“예, 그렇습니다! 2서클인데 3서클 마법인 에어로 봄을 어찌나 잘 쓰던지요! 그런데 이제 보니 대마도사님께서 데리고 다니시는 제자였군요! 이제야 그 엄청난 실력이 이해됐습니다.”

“예?”

‘그건 뭔 소리야? 어이 젊은이, 자네 뭐 소설가야?’

론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그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 아카데미 학생이 다 내 제자긴 하지. 껄껄걸.”

“하, 하하···.”

‘아니 영감님, 말년에 무슨 제자 욕심이라도 있었수?’

론이 뭐라 생각하건 럼블은 미소를 아끼지 않았다.

어찌어찌해도 결국은 럼블이 총장으로 있는 아들렌 아카데미의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외부에서 큰 활약을 했다는데 이를 싫어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럼블도 그냥 왔다만 가는 건 예의가 아니었기에 적잖은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 푸짐한 식사 대접까지 잘 받고 그들은 브뤼센 영지를 나왔다.

“저···. 총장님.”

“으응?”

“방금 식사를 마쳤는데, 조금 쉬었다 가는 건 어떠신지? 요 앞에 제법 볼만한 거리가 있습니다.”

일전에 연속 텔레포트로 인해 꽤나 속이 울렁거렸다. 때문에 론은 방금 식사도 마쳤겠다 스무스하게 시간을 때우려 했다.

“쯧쯧쯧···. 하여간 젊은것들이란.”

하지만 럼블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둘의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하아···.’

***

단숨에 게티아까지 돌아온 론과 럼블은 바로 워프게이트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곧장 본래 목적했던 곳.

수도 왕성으로 향했다.

척.

왕실 근위병의 입구를 통제했다.

“출입증 혹은 초대장을 보여주십시오.”

온 대륙의 마법을 선도하는 마도왕국 아들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왕실을 지키는 근위병은 예나 지금이나 차가운 쇠붙이 무기를 든 전사들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마검사들이었다.

“확인되었습니다. 대마도사 럼블 아그네스 백작님. 왕성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다만 왕성 내 마법은 금지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십시오!”

그 어느 곳보다 마법의 힘을 인정하는 아들렌 왕국이었기에, 왕성 내에서 마법은 절대 불가였다.

그리고 이는 경고가 아니라 ‘통보’였다.

“껄껄걸, 알고 있네. 이쪽은 이번 간담회의 참관 학생이네. 론 스펜서.”

그렇게 참관인 절차까지 마치고 나서야 론과 럼블은 입성할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외부와의 마나 감응이 불가했다. 마나 출력은 물론이고 마나 호흡 또한 마찬가지였고.

“오랜 선대 대마도사의 결계다.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별일 없을 게다.”

실은 처음은 아니었다.

다만 수족 같은 마법에 금제가 걸리는 건 예나 지금이나 적응이 안 돼서 그랬을 뿐.

“어서 가자.”

“예.”

론은 잠자코 왕실 법도에 따랐다.

적당히 왕성에 처음 온 척하는 것은 덤이었고 말이다.

‘붉은 카펫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군.’

회귀 전 론은 유적관리단 부단장 직위까지 맡으며 왕성에 몇 번 와보긴 했었다. 덕분에 완전히 생소하지는 않았지만, 국왕과의 연은 일절 없었다.

분기별 간담회를 비롯한 핵심 회의는 유적관리단 단장이 독식하듯 홀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귀족 사회에서 인맥은 권력이다.

즉, 당시의 유적관리단 단장은 론에게 국왕을 비롯한 고위 인사를 만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은 것이다. 그저 철저히 아랫사람으로서 부려 먹었을 뿐.

씁쓸한 과거에 젖어있는 사이 어느새 그들은 고급스러운 접객실로 안내를 받았다.

그 시각,

아들렌 아카데미.

마법 이론 수업의 제르마 교수가 어제에 이어 복합마법진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이처럼 복합마법진은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 총 5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면의 개수, 즉 마법진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계산하고 인지해야 하는 정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요.”

그런데 그때였다.

“교수님, 샤코린입니다.”

“음?”

제르마가 설명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주황색 머리에 매부리코가 인상적인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샤코린 루디오스.

1학기 마법 이론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이었기에 제르마는 기억하고 있었다.

“네, 샤코린 학생. 얘기해 보세요.”

“다름이 아니라 방학 중에 중급몬스터를 사냥했다는 1학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급 몬스터라면 밀도와 정교한 형태 변화, 집약과 같은 최소 3서클 이상의 마법 개념을 사용해야 사냥이 가능한 것 아닌가요?”

당장의 수업과는 관련 없는 질문.

하지만 샤코린이 말한 3서클은 복합마법진의 시작점이었기에 제르마는 그냥 넘어갔다.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 1학년들은 적어도 3서클이거나 아니면 상당한 숙련도를 갖춘 2서클이겠군요.”

“뭐, 그렇겠지요.”

제르마도 해당 보고서 건에 대해서는 듣긴 했다. 1학년의 중급 몬스터 토벌 보고서.

아카데미 역사상 1학년 중에 3서클 마법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잘난 그들도 첫 방학 때 중급 몬스터를 토벌하고 보고서를 낸 적은 없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토벌은 참여자들의 생사가 걸린 만큼 어중이떠중이가 쉬이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론과 크루딘, 그리고 사티넬이라고 하더군요.”

“···”

요 근래 아카데미를 소란스럽게 한 소문의 삼인방. 그 실체를 샤코린이 까발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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