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화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가 발표되고, 다음 해가 밝았다.
한남동 성현의 집에 오랜만에 성탄 엔터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성현, 천소울과 성탄소녀들, 요하, 서자명, 주영준, 그리고 조은별까지.
성현의 아버지 이주성과 심훈영은 오늘 이 자리에 없었다.
애들끼리 오랜만에 제대로 놀라고 자리를 비워준 것이었다.
오늘이 지나면, 성현과 천소울은 그래미 어워드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축하해주자는 임하나의 의견이 이들을 모이게 했다.
임하나는 아쉽게 노미네이트되지 않았다.
“아, 괜찮아요. 저는 다음 해를 노릴 거예요. 오히려 저 둘이랑 이번에 안 붙어서 다행이라고 생각 중이에요.”
노미네이트 발표 당시, 당찬 임하나의 말은 다른 멤버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그래미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임하나의 말에 멤버들은 응원을 보냈다.
“여기는 뭐야?”
“불 좀 켜봐요.”
이주성이 없다는 말에 멤버들은 편하게 성현의 집 이곳저곳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눈치 보여서 못 가봤다는 거실에서 보이는 넓은 정원을 비롯해,
이주성의 서재와 성현의 침실, 2층 거실과 테라스로 보이는 바깥 정경까지 빠짐없이 구경했다.
성현은 오늘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도 휴가를 준 상태였다.
간단한 음식은 배달을 시켰고, 주영준이 자신 있다며 간단한 안주를 해주겠다고 나섰다.
배달음식으로 배부르게 배를 채운 멤버들은 신이 나서 대형 TV에 휴대폰을 연결했다.
“오늘 밤 새워서 추억팔이 한번 해봅시다.”
임하나가 신이 나서 ‘더 넥스트 슈퍼스타’ 1회분부터 최근 방영분까지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옆에서 서지현이 팬들이 만든 영상도 빼먹으면 안 된다고 채근했다.
“소울 챌린지도 싹 다 보죠!”
서자명의 외침에 다들 좋다며 그 영상도 추가했다.
“오늘 밤새워 마시면서 저거 보면 되겠네요.”
“안줏거리 괜찮네.”
릴리와 문희진은 이미 와인잔을 손에 든 채로 그렇게 말했다.
성탄소녀들을 하면서 묘하게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와…! 세상에 술이란 술은 여기 다 있는 것 같네요?”
요하와 주선아는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양주 진열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쉽다. 나는 아직 1년 남았는데.”
요하는 거실의 샹들리에 불빛에 빛나는 양주들을 쳐다봤다.
하도 임하나와 다른 멤버들이 술을 좋아해서 술맛이 한창 궁금할 때였다.
“쳐다만 봐도 배부르다.”
커다란 진열장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세계의 명주들.
그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가 넘는 듯했다.
이주성이 해외를 오가며 모은 것이라고 했다.
“조심해. 한 병에 억 소리 나는 술도 있으니까.”
“에엑-? 억이요? 설마.”
“에이! 설마.”
설마라고 말하면서 주선아와 요하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금수저인 성현의 집안이라면, 충분히 그럴 법도 했다.
“아! 저때! 저때 천소울씨 눈빛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멤버들은 어느새 오순도순 모여서 ‘더 넥스트 슈퍼스타’ 무대를 돌려봤다.
천소울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순간,
임하나를 필두로 여자 멤버들이 신이 나서 외쳤다.
성현과 조용히 양주를 기울이던 천소울을 피곤한 듯이 임하나가 흔드는 대로 흔들렸다.
“홍대팀 포에버!”
“포에버!”
셀 수 없을 정도로 건배가 계속되었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 밤이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졌다.
***
2024년 2월 11일,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
제 66회 그래미 어워드가 그 성대한 막을 올렸다.
저녁 6시가 조금 안 되는 시간, 서서히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드는 그때.
스테이플스 센터는 대낮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수많은 셀럽과 포토그래퍼, 기자, 팬들이 한데 모여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스테이플스 센터 입구까지 레드카펫이 두텁게 깔려 있었다.
세기의 아티스트들이 그 레드카펫을 수놓으며 하나, 둘 모여들었다.
아리하나 그란데, 카다비, 포스트 말롱, 등등.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는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여느 영화제처럼 정갈한 레드카펫 워킹이 아니었다.
화려한 의상, 헤어, 메이크업을 자랑하는 스타들이 자유로운 포징을 이어갔다.
그리고 바로 그 카펫 위에, 한국의 두 젊은 아티스트가 서기 직전.
쿵-
천소울과 성현이 드디어 첫발을 올렸다.
“이렇게 웃으면 되는 거 맞겠죠.”
카메라가 집중되는 레드카펫 위 포토존 직전에 성현이 작게 물었다.
성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저한테 그런 거 묻지 마십쇼.”
그러는 천소울 역시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 왜. 천소울 씨는 이제 카메라 앞에서 포즈 곧잘 하잖아요!”
“그저 본능대로 할 뿐입니다. 저도 어색합니다.”
성현은 할 말을 잃었다.
참, 지금껏 수많은 그 퍼포먼스들이 모두 본능에 의한 거라니.
저 말이 참이건 거짓이건 카메라 앞에서 가장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 분명 재능이 맞았다.
“우리 차례입니다.”
천소울의 리드로 두 사람이 함께 포토존에 섰다.
순간적으로 터질 듯 밀려오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성현은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천소울은 역시나 자유자재로 포즈를 취했다.
턱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아주 난리가 났다.
마치 이 순간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섹시한 줄 아는 듯했다.
그래. 역시 저래야 스타지.
반면 성현은 카메라 앞에 많이 서봤지만, 포징은 아직 어색하기만 했다.
어쩔 수 없지. 이럴 때는 오랜 시간 DNA가 기억해온 포즈를 취할 수밖에.
브이.
훗날, 성현의 그래미 데뷔를 추억하며 오래도록 회자 될 큐트보이 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세계적인 스타들의 라이브 무대를 바로 앞에서 직관하는 것도 그래미의 묘미였다.
“후아.”
물밀 듯이 들이닥치는 쟁쟁한 가수들의 라이브를 보고 난 후, 성현이 숨을 몰아쉬었다.
처음 그래미를 와본 성현에게 굉장히 유의미한 일이었다.
한국에 돌아가서 멤버들에게 해줄 이야기도 많을 것 같았다.
공연과 공연 사이, 잠시 쉬는 시간이 되어 성현은 맘 놓고 물을 마셔 목을 축였다.
하도 입을 벌리고 있어서 입안이 말라버렸다.
“헤이!”
익숙한 얼굴이 불쑥 옆에서 튀어나왔다.
오늘 천소울과 ‘최고의 신인상’을 다투는 최고의 라이벌.
“공연 잘 봤어요. 훌륭하던데요?”
바로 유일하게 ‘더 넥스트 슈퍼스타’ 파이널 라운드에 살아남은 미국 참가자 메튜였다.
그 역시 그 후에 발표한 싱글 앨범이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된 것.
하지만 그를 경계할 필요는 없었다.
경쟁자를 떠나 한 명의 가수로서, 메튜 역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신인임이 분명했다.
메튜는 방금 공연을 하고 객석으로 돌아온 차였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와중 성현을 발견하고 바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곧 천소울의 무대인가 보네요?”
메튜는 비어있는 천소울의 자리를 보며 물었다.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천소울의 ‘No Complex’ 세계 최초 라이브 무대를 앞두고 있었다.
메튜의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그럼 나 여기서 같이 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메튜는 냉큼 성현의 옆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만난 만큼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성현이 갑자기 외치듯 말했다.
“잠깐.”
성현이 메튜의 말을 끊고, 무대에 집중했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무대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성현의 모습.
메튜 역시 고개를 돌렸다.
악기가 차례차례 세팅되고 한 남자가 등장했다.
“오늘 끝내주게 멋있네요. 천소울.”
방송 카메라가 유명 배우들의 인터뷰를 촬영하고 있는 와중, 천소울이 무대를 앞두고 세팅하고 있었다.
너무 긴장이 되어 성현은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마치 시공간과 자신이 잠시 분리된 기분이었다.
성현은 자신이 숨을 쉬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이윽고,
“한국에서 온,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의 차례이군요.”
올해의 그래미 사회자 트레버 노아가 천소울의 소개를 시작했다.
“최근, 이 가수의 노래를 커버하는 챌린지가 전 세계를 강타했는데요. 물론 저도 참여했습니다. 아직 조회수가 100이 넘지 않지만.”
가벼운 농담으로 포문을 여는 노아의 말에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며 그를 응원했다.
물론, 성현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럼, 소개하겠습니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세계 최초 공개되는 라이브 무대. 천소울의 No Complex.”
노아의 힘찬 소개와 함께, 꺼져있던 조명이 일순 어두운 무대를 비췄다.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천소울의 모습.
특유의 무표정한 눈으로 관객을 좌에서 우로 천천히 훑었다.
그래. 저거다.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카리스마가 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미에서도 천소울의 카리스마는 조금도 죽지 않았다.
이윽고 반주가 흘러나오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Yes. I’m full of complexes- You are right- (그래. 난 콤플렉스로 가득해. 네 말이 맞아.)”
절로 고개를 까딱거리게 만드는 비트와 트렌디한 멜로디.
그리고 천소울이 뱉는 천상의 목소리가 어우러졌다.
이미 소울 챌린지로 모든 아티스트들이 이 노래에 익숙했다.
그런데도 첫 소절로 원곡자의 실력을 뽐내며 관중을 압도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래봤자 난 여기서 노래하고 있는데-”
얼마나 연습했는지, 원어민의 것이라고 해도 믿을 발음, 완벽한 발성.
그리고 멋을 더해주는 제스처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넌 알걸. 내가 네 콤플렉스란 걸. 물론, 고마운 사람들은 잊지 않아-”
천소울이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다.
유명 아티스트들, 배우들, 셀럽이 모두 천소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제 난 즐기려고 해. 그러니 모두 나와 같이 즐겨. 이 공간은 No Complex-”
분위기는 완전히 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
공연 끝나고 자리로 돌아온 천소울은 땀 범벅이었다.
천소울은 땀을 닦을 생각도 하기 전, 숨 가쁘게 물었다.
“어땠습니까.”
“뭘 묻습니까. 단연 최고였죠.”
누가 봐도 만족스러운 무대였다.
천소울은 성현의 말에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이 생수통을 들어 원샷 했다.
무대도 끝났겠다, 둘은 이제 그래미에서의 첫 무대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 뒤로, 완전히 그래미 어워드를 즐겼다.
그렇게 모든 라이브 무대가 끝나고, 본상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저와는 가장 먼 상을 시상하게 됐군요.”
제이지가 시상자로 나섰다.
“올해의 Best new artist. 공개하겠습니다.”
성현은 말없이 천소울을 바라봤다.
여기 오기 전까지 큰 욕심 없다면서 긴장한 천소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최고의 신인상은 현재 메튜와 천소울의 2파전이었다.
확률이 50%가 된 마당에, 기대를 안 하고 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세상이 멈춘 듯한 긴장감 속, 제이지의 입이 천천히 열렸고,
“와우. 이 친구군요. 오늘 무대도 정말 최고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천소울.”
미소와 함께 열린 입에서 기어코 천소울의 이름이 불렸다.
발표에도 천소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와아아!”
성현은 마치 자기 일처럼 더 좋아하며 소리 질렀다.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 천소울을 일으켜 세우고 꽉 껴안았다.
“축하해요. 얼른 올라가서 마지막까지 최고의 모습 보여주고 내려와요.”
“어...와... 네. 알겠어요. 알겠어.”
성현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린 천소울이 얼떨떨한 미소를 지으며 무대로 향했다.
무대의 계단을 오르자 실감이 나는지, 웃으며 상을 받고 마이크 앞에 섰다.
“감사합니다. 우선 정말 감사합니다.”
천소울은 상을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고개 들고 본격적인 소감 첫 마디를 던졌다.
“앞으로 저는 이곳에서 상을 많이 받을 생각입니다.”
와우.
와아아아.
그 말에 모든 관객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역시 천소울다운 충격적인 첫 마디였다.
관객들이 너도나도 웃음을 터뜨리는 사이, 이어지는 말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오늘 이 상은, 오직 한 사람에게 그 고마움을 돌려도 되겠죠.”
천소울은 말없이 성현을 바라보았다.
“이성현. 당신을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제 성격 알겠지만, 긴말은 못 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래미에서 고마움을 표하겠다더니, 제대로 해낸 천소울은 성현에게 트로피를 흔들어 보였다.
사람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천소울이 지목한 성현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성현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볍게 묵례했다.
한 차례 박수가 끝나고, 성현이 자리에 앉았다.
천소울은 소감을 이어갔다.
가족에 대한 감사와 사랑, 멤버들에 대한 애정, 임하나에게 감사 인사, 그리고 ‘더 넥스트 슈퍼스타’를 향한 존경과 감사까지.
객석의 성현은 조용히 그런 천소울을 바라봤다.
뭉클한 감정이 몰려들었다.
순간, 성현은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난 저 자리에 없어도 된다. 진심으로.
내 가수가 저기 저 높은 자리에 서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가수가 빛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
프로듀서란, 원래 그런 거니까.
***
“축하해요. 진심으로.”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트로피를 가슴에 안고 천소울이 자리로 돌아왔다.
다시금 이 상황이 놀라운지 연거푸 깊은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래미 어워드는 끝나지 않았다.
“올해의 노래상을 시상하게 된 어셔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번에는 ‘올해의 노래상’ 시상 차례였다.
‘올해의 노래상’은 작사, 작곡을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상으로, ‘No Complex’를 홀로 작사작곡한 성현이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후보 보시죠.”
한 명 한 명 후보곡들이 화면에 떠올랐다.
성현의 ‘No Complex’ 역시 지나가고,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후.”
성현은 반사적으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왜인지, 크게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아까 천소울의 결과가 발표됐을 때가 훨씬 떨렸다.
“역시 쟁쟁한 후보들이네요. 전부 제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입니다.”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그래미 객석에 있는 관객들은 모두 뜨거운 환호를 지르며 자신이 생각하는 수상자의 이름을 외쳤다.
그런데 그 순간, 소리가 사라졌다.
마치 물속에 와 있는 듯, 소리가 멍, 하게 들리며 이 공간에 부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네.’
이번 오디션에서 있던 일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
처음 잠실 예선장에서 요하를 만나고, 조진석을 떨어트리고.
서지현을 만나고, 마치 기적처럼 천소울을 만나고......
임하나, 주선아, 릴리, 서자명… 모두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했던 이 시절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어셔는 발표가 임박했음을 알리며 소리치지만, 여전히 성현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셔의 입 모양이 어슴푸레하게 보일 뿐이었다.
성현은 천소울을 바라봤다.
그 순간, 천소울도 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중요한 건… 지금 발표될 이름이 아니야.’
음악을 하며, 프로듀서를 하며, 성현이 원하는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올해의 노래상, 그 수상자는-!”
어셔가 소리치지만, 성현은 둘만의 공간에 있는 듯 다른 것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성현의 이름이 불려도, 다른 사람의 이름이 불려도 상관없었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으니까.
“천소울.”
성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이성현 프로듀서.”
“저와 음악 하는 시간, 재미있었습니까?”
성현의 말에 천소울은 1초도 지체하지 않고 대답했다.
“단 한 순간도 빠짐없이. 모든 순간이요.”
성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질문을 뱉었다.
그가 묻고 싶은 건 딱 하나.
“나 같은 프로듀서는...... 어땠습니까.”
-<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 완-
@K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