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272화 (272/273)

272화

9월의 첫날, 성현이 세워놓은 계획의 방점이 될 메시지가 도착했다.

[ RN : 성현! 그럼 우리 업로드한다! ]

BTG의 멤버 RN으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BTG하고는 활발하게 교류해서 성현과 많이 친해진 상태였다.

그들은 성현의 계획을 듣고 흔쾌히 자신들의 힘을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 성현 :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

[ RN : 부탁은 무슨. 노래 진짜 좋더라. 왜 우리한텐 이런 곡 안 줬어? ]

장난섞인 푸념을 내놓은 RN은 잠시 후, 한 통의 메시지를 더 보냈다.

[ RN : 올렸어. 확인해 봐. ]

성현은 그 메시지를 보고 당장 너튜브 BTG 채널을 확인했다.

최신 동영상에 적힌 제목.

[ 요즘 핫한 SOUL CHALLENGE!! COVER by BTG ]

바로 천소울의 곡 ‘NO Complex’를 커버한 곡을 올린 것이다.

‘됐다.’

성현은 저도 모르게 손뼉을 치고 영상을 재생했다.

일곱 명의 BTG 멤버들이 간단한 안무와 함께 NO Complex의 주요 후렴구를 커버하고 있었다.

영상은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조회수의 자릿수가 바뀌는 기염을 토했다.

댓글에는 전 세계 다양한 팬들이 다양한 언어로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성현이 작곡한 NO Complex.

이 곡에는 두 가지 가창 포인트가 있었다.

1절과 2절 사이, 진성에서 가성으로 넘어가는 5단 고음.

그리고 그 고음에서 이뤄지는 기교 넘치는 꺾기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곡의 후반 부, 속삭이듯 말하는 듯한 절묘한 박자감의 랩핑까지 선보였기에, 노래와 랩 두 가지를 모두 훌륭하게 해내야 했다.

그야말로 ‘챌린지’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고난이도 스킬이 필요한 곡이었다.

소울의 노래가 처음 세상에 공개된 다음 날, 바로 챌린지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우연으로 이루어진 결과는 아니었다.

시작은, 성현의 의도적인 계획이었다.

성탄 엔터의 가수들, 그리고 이전 친분을 쌓았던 프로가수 저스트미가 챌린지의 시작을 알렸다.

이들 모두가 성현의 부탁을 받고 커버를 진행했다.

물론, 친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케이. 나한테 먼저 연락준 거 맞지?”

“네. 아, 저희 기획사 가수들 제외하고요.”

“뭐 그 정도는 내가 이해해줘야지.”

처음 저스트미에게 성현이 연락했을 당시, NO Complex를 들은 저스트미는 가장 먼저 성현에게 자신 말고 다른 가수에게 연락했느냐고 물었다.

그만큼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좋은 곡이었다.

“저희가 안무도 짜서 해도 돼요?”

성탄소녀들, 주선아는 멤버들을 돌아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 반응에 커버곡을 준비하기 위해 같이 노래를 듣던 요하가 인상을 썼다.

“와, 엄청 치사하다.”

“그럼 너도 춤춰라?”

약 올리는 듯한 주선아의 말에 요하는 할 말을 잃었다.

요하를 시작으로, 저스트미, 성탄소녀들까지 소울 챌린지에 합세했다.

“그런데 성현씨, 이 노래 진짜 좋네요.”

“어쿠스틱 버전으로 해도 좋고, 댄스 버전으로 해도 좋아. 만능인데?”

성현의 부탁 없이도 절로 커버 한번 해보고 싶을 정도의 노래였다.

같은 프로듀서인 서자명과 주영준도 눈독을 들일 정도였다.

두 사람은 자신이 더 굉장한 가수를 섭외하겠다며 경쟁심에 불타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천소울이 기가 막힌 고난도 가창 스킬이 얹어지자, 챌린지는 삽시간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챌린지는 서서히 퍼져나갔다.

한 명 두 명씩 이름난 가수들이 너튜브를 비롯한 SNS에 챌린지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와, 소녀세상의 태인도 이 노래 커버했어요.”

“목소리 끝장난다. 진짜. 쌤 좋겠어요!?”

천소울 역시 꼬박꼬박 소울 챌린지에 참여하는 영상을 챙겨보고 있었다.

성탄소녀들 멤버들은 사무실에 들를 때마다 천소울과 성현이 있는 작업실에 와서 기웃거리곤 했다.

그때마다 어디 그룹에 어떤 가수가 커버를 했다느니, 이것보다는 어제 올라온 누가 더 잘한다느니 갑론을박을 펼쳤다.

멤버들의 말에 천소울은 대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들의 말을 듣고, 방금 이야기가 나온 가수의 커버 영상을 찾아볼 뿐이었다.

“하나 언니한테 일러야지.”

조용히 중얼거린 서지현의 말에 팔꿈치를 자신의 허벅지에 대고 영상을 보던 천소울이 삐끗했다.

천소울은 한창 인기 여자 아이돌들이 자신의 곡을 커버한 영상을 보던 중이었다.

“이건, 탐구하려는 의도로…!”

“왜 일러요? 아, 하나씨한테 연락해봐야겠다. 그쪽에서도 커버해달라고.”

천소울은 눈치 없는 성현 덕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쯤 되니 성현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판가름이 안 될 정도였다.

신이 나서 임하나에게 연락을 하는 성현을, 천소울이 씁쓸한 얼굴로 바라봤다.

“저 정도 눈치는 상 받아야 해.”

문희진의 나직한 말에 성탄소녀들 멤버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9월의 첫날, 세계적인 가수라 할 수 있는 BTG가 커버 영상을 올린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가만히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또 일주일이 지났을 때, 상황이 급변했다.

완전히 성현의 의도대로, 아니 어쩌면 그 의도보다 더 크게 터져버린 것이다.

“와... 이게 말이 됩니까.”

“왜요. 이번에는 또 누구인데요.”

장비 앞에서 작업 중인 성현이 여상하게 물었다.

“에미넴이요.”

“뭐? 에미넴?”

그 말에 성현이 소울의 휴대폰을 뺏어 들었다.

자신이 의도했으면서 자신이 더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이도 아니고 오랜 시간 정상에 군림해온 미국 힙합스타 에미넴이라니.

영상에는 그 역시 소울 챌린지에 동참해서 랩 부분을 커버하고 있었다.

“와… 진짜. 이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도대체. 에미넴이 내 노래를 부르다니.”

성현이 일이 벌어지길 의도하긴 했지만, 단기간에 이 정도 성과를 이룰 줄은 몰랐다.

단순히 지금 눈앞의 에미넴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름만 대면 한국에서 기함을 하는 해외 슈퍼스타들이 하나둘 커버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대단합니다, 성현 씨.”

천소울이 그런 성현을 보고 엄지를 척 세우며 말했다.

소울 챌린지에 참여한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곡이 너무 훌륭하다. 가수로서, 이런 곡을 부르고 싶지 않은 이는 없을 거다.-

커버를 한 후에는, 반드시 곡에 대한 칭찬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졌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가수 천소울에 대한 말보다 성현에 대한 칭찬이 훨씬 많았다.

“소울씨도요.”

그렇다고 천소울 칭찬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챌린지 좀 그만해라. 난 원곡이 제일 좋더라.

-SOUL IS THE BESTTTT!!!

.

.

원곡 가수인 천소울을 아무도 따라오지 못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그냥 팬심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천소울을 잘 아는 성현이 오직 천소울만을 위해 만든 노래였다.

이 노래를 가장 잘 소화하는 것이 천소울인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진짜 우리는 이러고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거겠죠.”

소파에 앉아있던 천소울이 뒤로 몸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소울 챌린지가 한창이 이때, 정작 천소울은 하는 것이 없었다.

정규 앨범 이후, 싱글 앨범 발표로 인한 소소한 스케줄은 있었지만, 음악 관련 스케줄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말이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니었다.

이게, 성현의 마지막 계획이었다.

“원하면 스케줄 바로 잡아드린다니까요. 언제든 말씀하세요.”

성현이 그런 천소울을 향해 진심으로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성현의 아이디어였다.

천소울의 동의 없이 진행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천소울은 가만히 성현을 바라보다 한마디를 던졌다.

“성현 씨가 또 다 계획이 있어서 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성현은 그저 한 번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정말 우리 곡이 좋다면, 그래미 측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최고 스트리밍 수에, 최고 너튜브 조회수에, 또 저들이 좋아하는 슈퍼스타들의 커버까지.”

그래미 어워드가 좋아할 만한 요소는 다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소울 씨의 이 노래 공식 첫 무대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인데, 먼저 연락 올 겁니다.”

천소울은 한 번도 이 노래를 무대에서 공연한 적이 없다.

이미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천소울, 그리고 범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몰고 있는 원곡자의 공연.

성현은 NO Complex의 첫 무대를 그래미에서 할 생각이었다.

이대로라면 그래미도 이 무대를 원하지 않을 리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분명히, 먼저 연락이 올 것이다.

성현은 확신했다.

“어떨 때 보면 말입니다.”

확신에 차서 말하는 성현을 빤히 바라보던 천소울이 입을 열었다.

“성현 씨는 마치 이번 오디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리 알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단 말이죠.”

“…….”

이걸 눈치가 빠르다고 해야 하나, 느리다 해야 하나.

성현은 잠시 말이 없다가 겨우 물었다.

“무슨 말입니까, 그게.”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며 대충 넘기려는데, 천소울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지난번 봉준오 감독의 말이 머리를 안 떠났다.

작년부터 올해 7월 뮤직비디오 감독을 부탁했다는 그 말.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이 오디션에 대해 미리 알려주는 누가 있는 겁니까? 어떤 대단한 인맥입니까?”

이거 참.

곤란하다는 듯 잠시 뜸을 들이던 성현은 결심한 듯이 말했다.

“사실. 저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압니다. 초능력, 이라고 할까요.”

성현은 정말 진지했다.

아주 거짓말은 또 아니었다.

적어도 오디션 내용은 어떤 게 벌어질지 아니까.

인맥보다는 이 말이 더 정답에 가까웠다.

“초능력이라……. 참, 됐습니다.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를.”

천소울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말해줄 생각이 없으면 말을 말지 왜 그런 말을 하냐고 궁시렁거리는 천소울.

그 모습은 본 성현은 입을 다물었다.

더 뭐라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렸던 천소울이 다시 슬쩍 고개를 돌려 성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성현씨 말대로 정말 미래를 볼 줄 안다면…… 저희는 어떻게 됩니까? 그래미 갑니까?”

어째 갈수록 귀여워지는 천소울의 모습에 성현은 피식 웃었다.

성현은 웃는 얼굴 그대로 말했다.

“당연하죠.”

***

시간은 빠르게 흘러 11월, 그날이 다가왔다.

성현과 천소울을 비롯, 임하나와 성탄 엔터의 심훈영 대표, 성탄소녀들 멤버, 김요하.

거기에 성현의 아버지 이주성까지.

전부 다 함께 성탄 엔터 로비에 있는 대형 TV 앞에 모여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기도하듯이 두 손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래미 어워드 최종 후보를 발표하겠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그래미 어워드 각 부분의 후보 아티스트들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모두 숨죽인 채로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수상 부분이 너무 많아서 후보 발표만 해도 엄청나게 길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이 왔다.

[CHEON SOUL. No Complex]

천소울의 이름과 노래 제목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마침내, 성현과 천소울이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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