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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269화 (269/273)

269화

[ THE SOUL ] 천소울의 데뷔 쇼가 끝난 다음 날, 한국은 떠들썩해졌다.

온 나라가 온통 천소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가장 분명한 지표인 천소울 데뷔 쇼의 공식 시청률도 어마어마했다.

특집, 천소울 데뷔쇼 시청률 : 52.1%

두 눈을 의심하게 될 정도의 말도 안 되는 시청률이었다.

요즘 세상에 50% 넘기는 건 도시 전설이었다.

인터넷 실시간 VOD가 성행하고 난 후로부터는 공중파도 두 자릿수를 넘기기 힘든 것이 시청률이었다.

OTT 서비스에서 제공한 실시간 방송의 시청률까지 계산하자면 70% 넘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할 정도였다.

큰 성공을 거뒀기에 기사도 끊이지 않았다.

[ 천의 목소리 천소울, 미친 괴물 신인의 데뷔전 경악. ]

[ 데뷔쇼라고 해도 될까? 이미 슈퍼스타의 반열에 오른 천소울. ]

[ ‘더 넥스트 슈퍼스타’가 나은 슈퍼루키 글로벌 스타. 데뷔 앨범 베일을 벗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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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뭘 그렇게 쉬지 않고 다 들여다봅니까.”

성현은 그 기사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클릭해서 보고 있었다.

그런 성현을 향해 천소울은 한소리를 했다.

괜히 쑥스러운 마음에 그만 좀 보라는 타박에도 성현은 꿋꿋했다.

아침 일찍부터 두 사람은 성탄 엔터 로비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는 중이었다.

대기하면서 성현은 아침부터 기사를 확인하느라 태블릿에서 눈을 못 뗐다.

“왜요. 하나도 놓칠 수 없죠.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같은 기분이랄까.”

성현의 말과 표정이 똑같았다.

저건 100프로 진심이다.

천소울은 할 말을 잃었다.

성현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 것을 보고 말릴 생각이 사그라들었다.

“참. 뭐 대단한 기사라고......”

천소울은 결국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고 말끝을 흐렸다.

성현은 화면에서 눈을 떼고 그런 천소울을 응시했다.

아무래도 지금 천소울의 반응은 어딘가 수상쩍었다.

“혹시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죠?”

“이상한 생각이라니요.”

라면서 자신의 눈을 보지 못하는 천소울의 모습에 성현은 확신했다.

“제 이름이 적어서 미안하다느니, 이런 아주 쓸데없는 생각 말이에요.”

“......아닙니다.”

이럴 줄 알았다.

정곡을 찔린 듯 뜸 들이는 거 보니 분명했다.

“하, 거 참. 프로듀서는 이름이 안 나오는 게 호재라니까요. 뜬금없이 기사에 이름 뜨면 오히려 더 떨릴 걸요? 혹시 어디 누구랑 표절시비라도 붙은 건 아닐까 하고.”

성현은 기가 차서 웃으며 말했다.

그 반응에도 천소울 여전히 미안한 모양인지 말이 없었다.

당연히 어제 공연이 끝난 후에 성현에 대한 기사도 있었다.

[ 논란 끝. 대한민국 최고의 20대 프로듀서는 단연 이성현 ]

[ 이성현, 이번 앨범으로 벌어들일 저작권료는 얼마? ]

[ 천소울 데뷔곡 ‘사랑 시’. 역사상 이런 K-발라드는 없었다. ]

성현 역시 엄청난 극찬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천소울은 그 양의 차이가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기사의 양에서 천소울이 과장 없이 수십 배는 많았으니까.

성현은 이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천소울이 이렇게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아서 뿌듯했다.

그런데도 의기소침해 있는 천소울을 보고 성현은 한숨을 쉬었다.

“그만 미안해하고, 나중에 제 소원이나 하나 들어줘요.”

“소원, 말입니까?”

천소울이 갑작스러운 말에 의아해하는데, 그때 마침 성탄 엔터의 멤버들이 들어왔다.

“쌤! 진짜 어제 데뷔쇼 대박!”

주선아는 바로 쌩하니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공영방송에서 개인을 위한 그런 쇼를 해주는 거예요? 예전 나훈철 선배님 빼고 이런 일은 없지 않았나?”

“데뷔 축하합니다, 천소울 씨.”

아침 스케줄을 위해 엔터 사무실에 들른 성탄소녀들 멤버들이었다.

네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천소울의 데뷔 무대 축하해주었다.

“성현 씨도 고생많았어요. 어제 노래들, 정말 밤새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몰라요.”

네 사람 중에 역시 서지현밖에 없었다.

성현은 찡한 마음에 서지현에게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녀는 항상 가장 먼저 성현을 챙기는 사람이었다.

“그나저나, 새벽에 하나 언니 무대는 다들 봤죠?”

주선아가 두 눈을 반짝이며 화제를 돌렸다.

그녀의 말에 다른 성탄소녀들 멤버들의 얼굴도 호기심에 가득 찼다.

주선아는 임하나의 이름을 말하면서 묘한 표정으로 천소울을 바라봤다.

“당연히 봤지! 와, 진짜 대박이더라.”

원래도 축구팬인 문희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챔스 결승 오프닝 무대를... 그것도 무려 데뷔 무대를 말이야. 이건 진짜 소설에 써도 욕먹을만한 소재 아니야?”

임하나도 오늘 새벽 치러졌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오프닝 무대에서 데뷔를 치른 것이다.

문희진은 다음날 스케줄이 있음에도 밤에 잠도 안 자고 그 무대를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이건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람잡이로 나선 문희진은 슬쩍 주선아에게 신호했다.

그 눈짓을 보고 주선아가 성큼 천소울에게 향했다.

“쌤은요? 쌤은 안 봤어요?”

주선아가 집요하게 천소울한테 묻는데, 대답은 영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말도 마십시오. 몇 번을 돌려보는지. 아주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입니다.”

“내, 내가 언제 그랬습니까!”

성현은 치가 떨린다는 듯 대답했다.

그 대답에 성탄소녀들은 모두 환한 표정을 지었다.

“오오. 그렇단 말이죠?”

“이야, 우리 쌤. 이제 안 숨겨요?”

“의외네요, 천소울 씨? 이렇게 멀리서 지켜보는 거 하나 언니는 아나 몰라.”

모두 천소울과 임하나의 관계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하나같이 재밌다는 듯이 히죽거리는 얼굴로 천소울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천소울은 삐질 올라오는 식은땀을 숨기려고 애써야 했다.

물론, 여전히 성현이만은 예외였다.

“그러니까요. 그놈의 승부욕 정말. 이렇게 멀리서 견제한다고 바뀌는 거 없다니까요 소울 씨. 이렇게 승부에 집착할 때 보면 또 조금 실망이에요.”

성현이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

“…….”

모두가 할 말을 잃고 성현을 바라봤다.

다 같은 마음이었다.

오히려 전부가 성현에게 실망한 듯한 표정이었다.

제발 입을 다물었으면, 몇몇은 눈으로 성현에게 그렇게 쏘아붙이고 있었다.

성현은 그와중에도 왜들 저렇게 쳐다보는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들썩일 뿐이었다.

성탄소녀들은 쉽게 성현은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저 눈치는 이제 답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무튼, 빨리 하나 언니도 오고 다들 모였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데뷔 축하해요, 소울 씨.”

“자자, 이제 우리들은 가봐야 한다고.”

성탄소녀들 올해 2월 1위를 처음 찍은 후,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데리러 온 매니저의 뒤를 따라 성탄소녀들이 떠났다.

“저희 왔습니다-!”

얼마 안 있어 ‘더 넥스트 슈퍼스타’의 스탭들이 로비에 도착했다.

성현은 그들을 회의실로 안내했다.

스탭들은 부지런히 카메라 설치를 시작했다.

새벽 임하나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최종 8인의 본선 9라운드 모두 끝났다.

이번 라운드는 당락이 없었고, 이로써 모두 무사히 데뷔하게 되었다.

각기 다른 무대에서 데뷔했지만, 참가자 모두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최종 8인 중 무려 3명이나 배출한 한국의 문화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외신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에 관련된 이슈를 터트리기 바빴다.

“설치 끝났습니다. 곧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이들이 온 것은 ‘더 넥스트 슈퍼스타’의 다음 라운드 공지를 위해서였다.

스탭들의 안내에 따라 성현과 천소울이 자리에 앉고, 곧이어 촬영이 시작되었다.

“헬로우 에브리원. 다들 공연 너무 잘 봤습니다. 제가 다 자랑스러워지더군요.”

저번처럼 거대 스크린으로 연결된 화상통화에서 리키 헨더슨이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가벼운 칭찬으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저 사람의 혀끝에서 나오는 말이 장난이 아닐 것임을 성현은 알고 있었다.

성현은 긴장된 표정으로 팔짱을 낀채 리키를 응시했다.

“우선 여러분들의 앨범 및 음원 말입니다. 각 나라 시간 기준 정오 정각에 발표됩니다. 진정한 의미의 데뷔, 축하드리겠습니다.”

앨범을 만들었으니 대중 앞에 발표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시간이 빠른 편인 한국은 앨범과 음원 공개가 몇 시간 안 남은 상황이었다.

성현과 천소울은 남몰래 기대 넘치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럼, 여러분들이 원하는 데뷔를 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겠죠?”

리키의 말에 다들 화면에 집중했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에 이제 놀라는 참가자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다들 어떤 미션이 주어질까 궁금증에 찬 참가자들이 리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 결의에 찬 표정들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겠군.’

한편 성현은, 저들의 저 표정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여러분들에게 남은 미션은, 딱 하나.”

남은 미션이 하나라는 말에 참가자들의 눈빛을 반짝였다.

이제 오디션의 끝이 다가온 것이다.

“이 미션만 통과한다면, ‘더 넥스트 슈퍼스타’의 상금 100억 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음원 시장을 휘어잡을 대형 루키의 탄생을 알리게 될 것입니다.”

리키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이 오디션을 통해 엄청난 기회들을 잡아 왔다.

이제 공개될 이 미션이 그 기회의 끝이 될 것이다.

리키 헨더슨은 참가자들 한 명 한 명을 주의 깊게 응시하더니 씨익 웃었다.

이윽고,

“그럼, 공개하겠습니다.”

리키가 손가락을 튕겼다.

띠링-

모두의 커넥트 앱에 알림이 도착했다.

곧바로 핸드폰을 확인하는 참가자들은 경악했다.

그 얼굴에 이전까지 결의에 찼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에에? 이게 또 말이 된다는 거야?”

“아이고, 주여. 이건 내가 뜻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하나같이 말도 안 된다, 이게 끝이라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성현은 자신이 예상하던 그대로인 공지 사항을 차분하게 살폈다.

[ 더 넥스트 슈퍼스타 : 파이널 라운드 ]

내용 : 2024년 그래미어워드. 그래미어워드의 본상 수상에 성공하세요!

조건 : Album of the year(올해의 앨범상), Record of the year(올해의 레코드상), Song of the year(올해의 노래상), Best New Artist(최고의 신인상) 中 1개 이상의 수상.

- 성공시 : 우승

지금까지의 공지사항과는 다르게 간단해 보이는 미션이었다.

아주 간단하고, 편해 보이는 조건들.

단, 그 내용은 결코 쉽지 않았고, 만만치 않았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성현은 마지막까지 게임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천소울 캐릭터로 한 번도 넘지 못했던 그 미션이 맞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성현은 미간을 좁히고 생각에 잠긴 천소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이번엔...... 제대로 된 엔딩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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