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254화 (254/273)

254화

“두 번째 무대는 영국 존 메이슨과 가수 제임스 모리슨이 준비했습니다!”

“세 번째 무대는 브라질의 루아 블랑코와 가수 헬레나 고메즈가 준비했습니다!”

“다섯 번째 무대는......”

“일곱 번째 무대는!”

애덤 리바인의 무대를 시작으로 제임스 모리슨, 헬레나 고메즈, 숀 메이어 등 톱스타들의 무대가 빠르게 진행됐다.

공연장은 오디션이 아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평생 가도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톱스타들의 경연.

객석은 매 무대마다 흥분으로 들썩였다.

모든 가수들에게 잊히지 않을 어마어마한 호응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경쟁을 떠나 다들 무대를 즐기며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러던 중, 어느덧 마지막 공연만을 앞두고 있었다.

유재식이 무대로 올라가고 백스테이지는 분주해졌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믿어요. 연습한 대로 진짜 BTG의 모습 보여주고 오세요.”

무대 밑, 마지막으로 성현과 BTG가 모였다.

무대를 오르기 전, 성현은 BTG 멤버들에게 긴말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무대를 서봤던 그들이었다.

무대 경험에 있어서는 전혀 걱정될 것이 없었기 때문.

성현은 지금까지 무대를 준비하면서 BTG 멤버들이 연습하는 것을 봐왔다.

이들 사이에는 전에 없던 두터운 신뢰 관계가 쌓여 있었다.

성현은 이들이 누구보다 멋진 무대를 꾸며주리라 믿었다.

BTG 멤버들 역시, 성현의 곡을 믿었다.

RN이 씨익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좋은 곡 만들어주신 만큼 좋은 무대로 보답하고 올게요.”

“가즈아!”

RN과 맏형인 서진이 파이팅을 외쳤다.

이내 RN이 멤버들을 둥글게 모이게 하고 손을 모았다.

“우리가 누구?!”

RN의 선창.

“BTG!”

“둘, 셋!”

“파이팅!”

마지막 파이팅을 외친 BTG가 마침내 무대에 올랐다.

아직 조명이 켜지지 않아 멤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객석은 요동치고 있었다.

“BTG 사랑해!!!”

“BTG!!”

콘서트장에 있던 팬들이 일제히 BTG의 응원봉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었다.

이미 BTG가 이번 공연에 출연한다는 것은 언론에 노출된 상태.

많은 BTG 팬들이 관객으로 당첨되어서 객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함성소리가 이전 글로벌 톱스타들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눈에 띄는 호응의 차이는 나중에 시비거리가 될 수 있었다.

“한국인 말고 외국 관객 줌도 잡아!”

이번 공연 총괄 PD가 카메라맨들에게 지시했다.

“감독님. 외국 관객들도 모두 BTG 팬이라 응원봉을 들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나......”

PD는 골이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했다.

BTG는 글로벌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룹이었다.

팬층의 압도적인 수와 그만큼 다양한 국적의 팬층을 가지고 있었던 것.

한국 출신 아이돌이 한국에서 공연한다고 이런 관객 동원력을 가진다고만 말할 수도 없었다.

대기실까지 들리는 객석의 열기.

해외 참가자들과 무대에 섰던 해외 아티스트들까지 놀라울 정도였다.

“이 정도면 비틀즈 저리 가라 아니야?”

“인기가 많은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미 무대를 끝내고 현장을 지켜보던 마이클과 레베카.

두 사람 역시 BTG를 향한 엄청난 열광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객석은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자 차차 조용해졌다.

BTG 멤버들의 등장.

그들이 첫 안무 동작을 위해 스탠바이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

객석이 완전히 잠잠해지자 무대에 무거운 비트가 울려 퍼졌다.

BTG 멤버들이 꿈틀거리며 절제된 동작으로 군무를 시작했다.

A파트를 맡은 B의 중후한 저음이 비트 위에 얹어졌다.

“난 항상 높이 날고 싶었어. 더 높이 더 높이 정상에 오르고 싶었어.”

B가 도발적인 눈빛을 연기하며 카메라에 아이컨택을 했다.

동시에 객석에서는 난리가 났다.

메인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대형 스크린에 그런 B의 모습이 그대로 비친 것.

확실히 무대 연출과 카메라 아이컨택에 있어서는 BTG를 따라갈 아티스트는 없어 보였다.

BTG 멤버들은 다소 무거운 1절의 테마에 맞춰 진중한 표정 연기를 유지했다.

화려한 안무와 함께 현란한 동선으로 멤버들의 호흡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정상에 오른 지금 솔직히 난 무서워. 올라온 만큼 떨어질 곳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거야.”

이어지는 정훈의 보컬.

정훈은 평소보다 힘을 조금 빼고 덤덤하게 노래를 이어 불렀다.

평소보다 더욱 가사 전달에 신경 쓰기 위해서였다.

자전적인 이야기 전달에 중점을 든 정훈의 음색에 객석은 숨을 죽였다.

“우리의 도약은 추락이 될 수 있단 걸 너무 늦게 깨달은 거야.”

“그냥 도망가고 싶어. 밑바닥에 있는 날 마주하는 순간이 솔직히 두려워.”

1절은 성공에 대한 열망과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담긴 가사였다.

멤버들은 가라앉은 표정과 눈빛을 연기하며 자신들이 느끼는 압박감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가슴을 졸이며 눈물을 훔쳤다.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준 BTG.

그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1절은 그렇게 정상에 오른 BTG가 느끼는 압박감과 두려움에 대한 노래.

갑자기 1절이 끝난 후 어두웠던 분위기의 비트가 밝은 분위기의 비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빠르게 주제를 바꾸며 변모하는 간주 부분에 멤버 중 메인 댄서인 창민과 제이가 독무를 선보였다.

두 사람이 가사를 전달하기 위해서 고안한 안무였다.

화려한 두 사람의 합에 팬들은 무대에 집중하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언젠가 내려가야 할 날이 오겠지만 그 밑에서 우릴 응원하며 기다려줄 사람들. 우린 그들을 위해 노래할 거야.”

경쾌한 멜로디의 2절이 시작되었다.

제이는 전반부보다 훨씬 밝은 미소를 지으며 2절을 시작했다.

이어서 나오는 가사들 역시 긍정적인 메시지가 듬뿍 들어있었다.

앞으로 실패와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BTG 만의 긍정적인 메시지가 함의되어 있는 가사들.

“거기가 어디가 됐든 항상 내 곁엔 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건 오직 내가 하는 음악뿐. 이대로 주저앉기에 난 가야 할 길이 멀고 받은 사랑이 많은 걸.”

래퍼 준기의 랩이 이어지고, 그 위로 창민이 더블링을 얹었다.

가사 하나하나에 당장 멤버들이 느끼고 있는 솔직한 감정들이 모두 녹아 있었다.

“두렵더라도 끝까지 춤추고 노래할 거야. 널 위해 그리고 우릴 위해.”

2절은 실패가 두렵더라도 응원해주는 팬들을 생각하겠다는,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1절과 2절은 서로 두 개의 다른 감정을 이야기했다.

성현은 이 곡을 하나로 만들어 상반되는 분위기의 무대를 준비하는 것으로 풀어냈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모건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아티스트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애덤의 말이 사실일 지도 모르겠다는.

6개월.

성현은 정말로 그 안에 그래미에서 메인상을 탈 수도 있을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의 무대가,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BTG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프로듀서 참가자들의 모든 무대가 종료됐다.

이와 더불어 ‘더 넥스트 슈퍼스타’ 본선 8라운드 미션의 모든 공연이 마침표를 찍었다.

BTG를 비롯한 탑스타 7명과 8명의 오디션 참가자들이 모두 한 무대에 올랐다.

그들은 나란히 서서 결과 발표를 기다렸다.

“오늘 너무나 환상적인 무대를 준비해준 가수 여러분들과 참가자 여러분들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유재식의 말에 관객들은 좋은 공연을 보여준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오늘 출연한 가수들은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제작진이 출연료를 많이 준 이유가 있었네요.”

유재식이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말했다.

무대 위 참가자들과 객석의 관객들 모두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제가 지금 너무 골머리가 아파요. 이렇게 엄청난 분들을 모시고 감히 평가를 한다니요. 죽을 맛입니다, 정말.”

유재식은 정말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엄살을 피웠다.

통역사들은 이를 가수들에게 설명해주었다.

톱스타 가수들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애덤이 마이크를 요구했다.

“가수가 된 이상 매 순간 평가당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어서 지르시죠.”

애덤이 결과를 재촉하자, 유재식은 알겠다며 애덤을 진정시켰다.

“한국인만 성격이 급한 줄 알았는데 미국인도 만만치 않네요.”

유재식 말에 객석에 있는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가수들 역시 따라 웃는 와중에, 무대에 오른 8명의 프로듀서 참가자들은 웃지 못했다.

앞으로 있을 투표 결과로 인해 오디션의 등락이 결정되기 때문.

“자! 그럼, 본격적으로 결과 발표!”

유재식은 굳은 표정의 참가자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참가자 몇몇이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키는데,

“하기 이전에 BTG 멤버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좀 하겠습니다.”

유재식의 말에 긴장했던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김이 빠져 허탈하게 웃었다.

유재식은 참가자들을 놀리는 게 재밌는지 실실 웃으며 BTG 멤버들을 불렀다.

“1등 할 거 같아요?”

유재식의 돌직구에 멤버들은 당황해서 웃음을 흘렸고, RN이 대표해서 마이크를 잡았다.

“너무 쟁쟁하신 분들이 많아서 1등을 잘 모르겠지만 팬분들 마음속엔 아마 1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RN이 유재식의 짓궂은 질문을 피하며 정석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유재식은 에이, 솔직히 말해봐요, 라며 대답을 재촉하지만, 이미 내공이 상당한 RN은 넘어가지 않았다.

유재식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진짜 마지막으로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이번 무대를 준비한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유재식의 말에 RN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 일단은 한국에서 무대를 할 수 있도록 중간 평가 1등을 해주신 이성현, 천소울 참가자 두 분한테 너무 고맙단 말씀 드리고 싶고. 한국인으로서 오늘 무대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성현 파이팅!”

RN이 기합을 넣으며 말하자, 옆에 있던 다른 가수들도 자신과 함께한 프로듀서들의 이름을 외쳤다.

때아닌 응원전에 공연장의 분위기가 과열됐다.

“자, 응원은 여기까지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제작진이 시청자 수 떨어진다고 빨리 결과 발표 하라고 난리예요.”

유재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결과 발표를 위해 가수들을 진정시켰다.

그 말에 관객들도 환호하며 발표를 재촉했다.

이제 정말 결과 발표 순간이 다가왔다.

“과연 본선 9라운드 진출권을 얻을 수 있는 행운의 참가자는 누가 될 것인가, 지금 바로 발표합니다!”

유재식의 말과 동시에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참가자들 이름과 투표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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