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화
밝게 웃는 성현의 모습에 서지현이 나서서 물었다.
오히려 잘 되었다.
임하나와 계속 같이 다니던 성현이라면 무언가 더 알아차렸을 수도 있으니까.
“성현씨 생각은 뭔데요?”
“가족이요. 하나씨가 미국에서부터 가족들을 많이 그리워했거든요. 이번 무대에 그 그리움을 담아 표현한 것 같아요.”
“…….”
“…….”
“…….”
성현의 말에 멤버들은 모두 말이 없었다.
눈을 껌뻑거리며 당황하고 말았다.
이걸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데.
옆에서 이를 듣던 요하가 성현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역시 성현이 형! 형 말대로 가족인 것 같아요. 사랑 노래라 해서 꼭 이성한테만 부르라는 이윤 없잖아요. 와, 난 진짜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치. 나도 이거 알고 감동했잖아.”
요하의 말에 성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요하는 진심으로 성현에게 감탄하며 말했다.
그의 눈은 성현을 향한 신뢰로 반짝이고 있었다.
성현은 그런 요하가 귀여워 웃었다.
멤버들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한테 섣불리 말을 꺼내면 안 될 것 같았다.
멤버들은 조용히 시선을 교환하며 그렇게 마음 먹었다.
그리고 그때 대기실 문이 열리며 임하나가 들어왔다.
“수고했어요. 무대 진짜 멋졌어요.”
“고마워요. 후, 이제 끝났다!”
멤버들은 모두 하나와 비욘세, 제이지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임하나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을 닦았다.
“그런데 원래 두 분이 같이 무대 서기로 했던 거예요?”
문희진이 임하나와 비욘세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오늘 공연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던 비욘세의 등장.
“아니요. 음원은 저 혼자 부르는 걸로 돼 있는데 언니가 원래 있던 스케줄이 취소돼서 무대 하이라이트로 같이 서주겠다고 하셔서 급하게 준비했어요.”
임하나가 다시 한번 고맙다는 듯이 비욘세를 쳐다보며 웃었다.
멤버들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었기에 제대로 못 알아들은 비욘세지만, 대충 알아들었다는 듯이 어깨를 한번 으쓱할 뿐이었다.
“와...... 비욘세님을 언니라고 부르다니. 진짜 난 저게 제일 부럽다.”
릴리의 말에 임하나가 쑥스러워져서 웃었다.
옆에서 성현이 그런 임하나를 흐뭇하게 쳐다봤다.
“하나씨, 그새 실력이 더 늘었던데요? 저 이번 무대는 정말 넋을 놓고 봤어요.”
성현의 칭찬에 임하나의 얼굴이 밝게 폈다.
“저 혼자 힘으론 절대 불가능했고 제이지 프로듀서님이 소개해주시는 보컬, 댄스 트레이너분들의 도움이 컸어요. 다들 엄청 유명하신 댄서분들이랑 보컬 코치였거든요. 그런 분들한테 트레이닝을 받아서 그런가 무대에서 자신감도 더 생기고 그랬던 것 같아요.”
임하나가 겸손하게 제이지에게 말을 돌렸다.
제이지는 자신의 칭찬인 것을 알아들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싱긋 웃었다.
마지막으로 성현은 임하나를 향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고 물었다.
“뭔데요?”
“노래요. 누굴 생각하고 불렀던 거예요?”
성현의 물음에 모든 멤버들의 시선이 임하나에게로 쏠렸다.
“아 그게......”
임하나가 대답을 못 하고 말끝을 흐렸다.
난처하다는 듯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임하나.
성현은 그 모습을 보고 확신하듯 되물었다.
“부모님인 거죠?”
“......네?”
임하나는 성현의 질문에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이 되물었다.
성현은 그 반응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
“부모님이 무대 보시고 엄청 뿌듯해 하시겠어요. 오늘 오셨죠?”
임하나는 가족들을 이 공연에 초대했다.
천소울 역시 부모님을 오늘 공연에 초대했다고 들었다.
성현은 제가 다 뿌듯한 마음에 임하나에게 잘 됐다며 축하해주었다.
줄줄 흘러나오는 성현의 말에 임하나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맞아요. 부모님 생각하고 부른 노래예요.”
임하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대답에 그럴 줄 알았다며 웃는 성현.
멤버들은 기뻐하는 성현을 보고는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성현이 한국어로 이 말을 해서 다행이었다.
만약 영어로 했다면, 비욘세와 제이지가 당장에 성현을 불러냈을지도 몰랐으니까.
***
임하나의 공연 뒤로 프랑스 가수 참가자의 무대까지 끝이 났다.
공연장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여러분!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실시간 투표수가 세상에, 7억 개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박수!”
유재식의 말에 객석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크게 박수를 쳤다.
“지금 이렇게나 열기가 뜨거운데 다음 무대가 마지막 무대라니. 애석할 뿐입니다.”
유재식이 아쉬운 듯 말하자, 객석에서도 아쉬움에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참가자가 개인적으로 제가 정말 만나보고 싶었던 참가자란 사실인데요.”
유재식의 말에 객석이 시끄러워졌다.
다들 이미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참가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객석에서 참가자의 이름이 큰 소리로 터져 나왔다.
천소울! 천소울! 천소울!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참가자는 바로 잘생긴 외모는 거들뿐이라는 음색 장인 천소울씨 입니다!”
마지막 무대는 바로 천소울, 그의 차례였다.
가수 참가자 중 1위를 했기에, 피날레 무대를 서게 된 것.
팟.
유재식의 소개 멘트와 함께 메인 무대의 모든 조명이 꺼졌다.
관객들이 하나둘 조용해졌다.
넓은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은 쥐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어두운 무대 위.
무대 한구석에만 조명이 떨어졌다.
빨간색 슈트를 입고 등장한 천소울.
그 모습에 객석에 있는 사람들 기절할 듯 소릴 질러댔다.
천소울은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객석을 바라봤다.
마지막 무대인 만큼 부담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서 그런 부담감이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대에 오르기 전 모건이 해주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
계단에 오르는 천소울에게 모건은 씨익 웃으며 딱 한 마디를 던졌다.
“맘껏 뛰놀다 와.”
모건의 말에 마이크를 챙긴 천소울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놀고 가겠습니다.’
천소울이 길게 숨을 마셨다.
깜깜한 어둠에 잠긴 객석.
그 너머를 응시하던 그가 손을 들어 보이자 정적이 깨졌다.
힙합 사운드 비트에 신나는 멜로디의 반주가 흘러나오며 뒤로 백댄서들이 등장했다.
다같은 의상을 맞춰 입고, 마네킹처럼 그의 뒤에 도열한 댄서들.
천소울은 살짝 취한 듯한 섹시한 미소를 흘리며 첫 소절을 시작했다.
“지금 여긴 축제 멈추지 말고 계속 춰 드레스 코드는 레드. 걱정은 말고 그냥 즐겨.”
완전히 다른 색을 보여주는 천소울.
기존 발라드 계열의 노래를 주로 부르던 그였다.
보컬에 집중했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섹시하고 도발적인 가사를 내뱉으며 술에 취한 듯 무대를 거닐었다.
그러다 뛰어다니며 춤을 추기도 하며 관객석을 휘저어 놓았다.
넓은 무대를 십분 활용하는 모습에 천소울이 가까이 올 때마다 객석은 난리가 났다.
천소울의 이런 모습이 처음인 객석에서는 역대급으로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지금 시간이 왜 궁금해. 내가 누군지 네가 누군지 그런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 그냥 지금을 즐겨.”
천소울은 마치 축제에 온 것처럼 함께 취하자며 노래를 불렀다.
빠른 비트에 맞춰 가사를 내뱉는 천소울.
그가 노래에 맞춰 상의 단추를 풀어헤쳤다.
그러자 그 안으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천소울의 복근이 드러났다.
천소울의 복근이 옷깃 사이로 드러나자, 객석에서 더욱 크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천소울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갑자기 그가 뒤돌아 등을 보인 채 골반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러자 객석에서 공연장이 터져나갈 듯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몇몇 팬들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미친 듯이 뛰어 지금 이 순간을 불태워 모두 취해 오늘 일은 비밀로 묻어두고 오늘 이 밤을 그냥 즐겨.”
천소울은 무대를 뛰어다니며 춤을 추었다.
그동안 아무리 천소울이라도 춤은 안 될 거라는 네티즌들의 우려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몸짓.
꽤나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그의 라이브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어느덧 그의 머리가 땀으로 젖어갔다.
이 모습이 더욱 그의 모습을 섹시하게 만들었다.
평소 천소울과는 완벽히 다른 모습.
이 모습을 본 성현과 멤버들 모두 어떤 말도 내뱉지 못한 채 무대를 지켜봤다.
할 말을 잃었다.
저게 우리가 알던 그 천소울이 맞나 싶을 정도였으니까.
‘지금 내 눈앞에 사람이 정말 내가 알던 천소울씨라고?’
성현은 천소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지금 천소울이 보여주는 평소 그와 전혀 다른 눈빛과 몸짓.
제아무리 성현이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스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구나.’
성현은 천소울이 보여주는 미소와 무대 퍼포먼스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순간 약간의 질투가 생겼다.
‘모건 프로듀서한테 한 방 먹었는걸.’
천소울의 이러한 모습을 가장 처음 이끌어낸 사람.
모건을 향한 질투였다.
천소울이 모건과 함께 작업하면서 즐거워하던 모습도 스쳐 지나갔다.
“내가 누군지 네가 누군지 그건 중요하지 않아 우린 지금을 즐기면 돼.”
천소울이 마지막 소절을 내뱉으며 자켓을 살짝 벗어 보였다.
그 모습에 객석에서는 입을 틀어막고 우는 팬들도 속출했다.
“천소울, 소울해!!!”
팬들은 무대를 끝낸 천소울을 향해 환호했다.
이러한 뜨거운 반응은 콘서트장에 있는 팬들뿐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생중계로 무대를 지켜보던 팬들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댓글창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천소울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됐다.
이는 곧 투표로 이어졌고, 투표수는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
“아쉽지만 더 넥스트 슈퍼스타 본선 8라운드 무대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유재식의 멘트에 객석에서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10곡의 무대는 생각보다 더 짧게 느껴졌다.
“지금부터 10초 후 실시간 투표 최종 종료되니 아직 투표를 못 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너튜브 더보기란에 적힌 주소로 들어가 투표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유재식 말과 동시에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0, 9, 8, 7, 6......
“오, 사, 삼, 이 일! 실시간 투표가 종료됐습니다. 투표에 참여해주신 팬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유재식이 객석에 있는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라이브 송출 카메라를 보고는 다시 한번 꾸벅 인사했다.
“현재 총 12억 건이 넘는 투표가 기록됐다고 합니다. 더 넥스트 슈퍼스타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되시죠, 여러분?”
유재식 말에 객석에서 네! 라는 환호가 들려왔다.
12억.
전 세계가 참여하는 투표이니만큼 어마어마한 투표수였다.
그만큼 집계하는 데 시간이 걸릴 터였다.
“과연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더넥스트 슈퍼스트의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주인공들은 누가 될까요.”
유재식의 마무리 멘트를 끝으로 본선 8라운드 무대가 끝이 났다.
이제 결과 발표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