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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249화 (249/273)

249화

갑자기 등장한 글로벌 스타들의 모습에 성현의 멤버들은 모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 사이 성현의 모습에 모건이 나섰다.

모건은 반가움을 숨기지 않으며 성현에게 다가갔다.

“이성현씨도 오랜만이네. 소울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나 때문에 힘들 때 위로 많이 해줬다며?”

그 말에 성현은 피식 웃었다.

천소울이 모건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하더라니.

시크릿 스테이지 때의 일도 모두 털어놓은 모양이었다.

‘다행이네.’

천소울의 트라우마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천소울씨가 생긴 거랑 다르게 마음이 여려요.”

성현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 맞아. 생긴 건 세상 냉혈한처럼 생겼는데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애기야, 애기.”

모건은 말을 그렇게 하면서 입엔 싱글벙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번 작업을 함께하면서 천소울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모건의 말을 듣던 비욘세가 끼어들었다.

게다가 천소울이라면,

“저도 언제 한 번 소개해줘요. 만나보고 싶네.”

비욘세는 임하나를 보며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임하나는 애써 비욘세의 시선을 피하며 딴짓을 했다.

비욘세의 어프로치에 모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성현을 가리켰다.

“그건 나 말고 이 친구 허락을 맡아야 할 거 같은데. 내가 계약하자니까 자기 담당 프로듀서는 이성현씨라고 했거든. 참나.”

모건은 성현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말을 하면서 웃었다.

비욘세는 그제야 성현과 인사를 나눴다.

성현의 이야기라면, 비욘세 역시 모건 못지 않게 많이 들었으니까.

“하나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성현씨 덕분에 음악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하나씨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일깨워준 것뿐인데요, 뭘. 워낙 가진 게 많은 사람이잖아요, 하나씨.”

성현은 겸손을 떨며 비욘세의 손을 맞잡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톱스타들과 인사하는 성현의 모습.

멤버들은 놀람을 넘어 경악한 채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임하나, 천소울도 그렇고.

성현까지.

모두들 한국을 떠나더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야. 재능을 알아보고 그걸 꽃피워주는 거,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고. 이성현씨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는 거야. 프로듀서로서 좋은 감을 가졌어요, 당신.”

제이지까지 거들었다.

프로듀서로서 성현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칭찬하는 제이지의 말.

성현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에게 갑작스러운 칭찬을 받자 쑥스러워 웃을 뿐이었다.

거기에 비욘세가 생각났다는 듯이 외쳤다.

“이번에 BTG랑 무대 한다면서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무대 중 하나예요.”

일주일 뒤에 있을 프로듀서 참가자들의 공연.

가수 참가자들을 따라온 톱스타들은 이왕 한국에 온 김에 일주일 뒤의 공연 역시 관람하고 가는 사람이 많았다.

비욘세와 제이지, 모건 역시 프로듀서 공연까지 관람하고 귀국할 예정이었다.

“저 또한 하나씨 무대 많이 기대 중입니다.”

성현의 대답에 비욘세가 씨익 웃었다.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기대해도 될 거예요. 이번 하나의 무대는 지난 무대들과 달리 아주 특별한 무대가 될 거니까요.”

비욘세는 그렇게 말하며 임하나에게 장난스럽게 윙크했다.

그 말에 성현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임하나를 쳐다봤다.

“아, 아휴. 여기 좀 덥네?”

임하나의 얼굴이 빨갛게 변해버렸다.

거기에 손부채질을 하느라 바빠지기까지.

“뭐야? 그 사이에 퍼포먼스 뭘 더 추가한 거예요?”

서지현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이미 임하나를 통해 무대 퍼포먼스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도 둘의 대화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비욘세가 말하는 특별한 뭔가가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 그런 거 없어. 괜히 저렇게 말씀하시는 거야.”

임하나는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변명하듯 말했다.

이중에 눈을 빛내고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주선아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비욘세에게 캐물었다.

“뭐가 특별하다는 거예요?”

주선아의 물음에 비욘세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번 무대는 여자로서 임하나의 모습을 보여줄 거니까요. 그리고,”

비욘세가 무언가를 더 덧붙이려고 하자, 임하나가 빽 하고 소리쳤다.

“그만! 나 무대 전에 프로듀서님이랑 얘기 나눌 거 있어서 그러니까 다들 이만 나가주세요.”

임하나는 멤버들을 빠르게 대기실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다른 멤버들과는 다르게 주선아는 완강하게 버티며 물었다.

“언니 솔직히 뭐 숨기는 거 있죠?”

“수, 숨기긴 뭘 숨겨.”

임하나가 궁지에 몰린 듯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때 임하나를 구해준 건 다름 아닌 성현이었다.

“하나씨 공연에 집중해야 하니까 나가죠. 얼마나 떨리면 말까지 더듬겠어요.”

성현의 말에 임하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반대로, 주선아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어른거렸다.

“......진심이세요?”

“네.”

주선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럼에도 성현의 진심이 묻어나는 대답, 그리고 표정을 보고 깨닫고 말았다.

‘이런 쪽으론 눈치가 전혀 없구나.’

주선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기실을 나갔다.

성현은 남은 멤버들을 데리고 대기실을 나가며 임하나를 향해 마지막으로 말했다.

“연습 방해해서 미안해요. 오늘 좋은 무대 기대할게요. 파이팅.”

어색한 웃음으로 임하나는 작게 고맙다고 중얼거렸다.

마치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8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입장했다.

무대 앞 스탠딩석을 비롯한 관객석까지 모두 가득 찼다.

콘서트장에 설치된 사면으로 된 대형 스크린에는 ‘더 넥스트 슈퍼스타’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콘서트장 곳곳을 밝히고 있던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와아아아아.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신호에 관객들이 힘찬 환호를 내질렀다.

대형 스크린도 꺼진 어두운 무대.

한 줄기의 스포트라이트가 메인 무대를 비췄다.

이내 무대 밑에서 누군가 리프트를 타고 올라왔다.

정체 모를 남자의 등장에 공연장 조용해졌다.

남자가 조명 밑으로 발을 내딛자, 정체가 드러났다.

화면으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객석에서 격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유재식! 유재식!

그렇다.

대한민국 대표 최고의 MC 유재식이 등장한 것이다.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더 넥스트 슈퍼스타 팬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 MC 유재식입니다.”

유재식이 객석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객석에 있는 사람들 더욱 흥분하여 그의 이름을 외치며 소리를 질러댔다.

유재식! 유재식!

그도 그럴 것이 유재식은 평소 현장 MC를 맡지 않기로 유명했기 때문.

다들 이번 더 넥스트 슈퍼스타 무대 MC는 유재식을 제외한 누군가가 등장할 거라 예상했다.

그를 제외한 톱 MC 중 한 명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는 누구일 것인가.

수많은 추측과 예상글이 올라왔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한민국 1티어 엠씨가 직접 등판한 것.

사람들이 난리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이것 역시도 ‘더 넥스트 슈퍼스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도 생방송 진행은 오랜만이라 조금 떨리네요. 오늘 실수하면 밈으로 박제돼서 전 세계적으로 놀림당하는 건 일도 아니지 않나요?”

유재식의 농담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유재식은 저 천장까지 빽빽이 들어찬 관중을 보고 놀라며 말을 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습니다. 제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자꾸 저랑 관련된 영상을 너튜브로 찾아서 놀려대는 통에 아주 골치가 아파요.”

유재식은 긴장했다는 말과 달리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순조롭게 라이브 진행을 이어갔다.

어느 정도 인사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공연 시작을 알렸다.

그의 뒤로 ‘더 넥스트 슈퍼스타’ 메인 로고가 송출되었다.

그가 천천히 본선 8라운드와 관련된 룰을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현재 전 세계에 라이브로 생중계되고 있으며 투표 또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게 될 겁니다.”

전 세계 생방송.

많은 MC가 이번 라이브 출연을 꺼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전 세계에 송출되는 이번 라이브는 한국에 주최국이니만큼 실시간 자막이 늦게 달리는 형태로, 전 세계에 한국어로 방송될 예정이었다.

“투표는 중복 투표가 가능하며 각 참가자들의 무대가 끝이 난 이후 무대가 마음에 든다면 너튜브 화면에 보이는 주소로 들어가 실시간 투표를 해주시면 됩니다.”

유재식은 이후 몇 가지 더 룰과 관련된 설명을 이어간 후, 참가자들의 무대를 설명했다.

“첫 번째 무대를 장식할 참가자는 샘 리차드슨 프로듀서 참가자와 영국 싱어송라이터 버디가 준비한 무대입니다.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본선 8라운드의 무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

6번째 공연자 미국 앨런 퍼스의 무대가 한창이었다.

그의 감미롭고 파워풀한 목소리에 공연장의 분위기는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이를 대기실에서 지켜보는 임하나.

애써 긴장을 풀려고 노력하며 눈을 감았다.

‘내 무대에만 집중하자.’

임하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머리를 비우려고 노력했다.

이제 곧 다가올 자신의 차례.

아무리 임하나가 평소 무대 전에 잘 떨지 않는다지만,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공연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무대를 경험해봤지만, 이런 긴장감은 처음이었다.

‘할 수 있어. 긴장하지 마. 별거 아니야.’

임하나는 손에 땀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누나! 떨지 마요. 누나가 다 발라 버릴 수 있어요! 무대 찢고 오세요!”

요하는 임하나가 평소답지 않게 긴장하자 강하게 말해주었다.

아까 임하나가 쫓아냈던 멤버들 말고, 요하는 늦게 공연장에 도착한 터였다.

무대 시작 전까지 임하나의 곁에서 응원을 해주겠다고 남아있었다.

임하나는 평소 순하기만 한 요하의 조금 센 단어 선택에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긴장할 거 없어요. 크든 작든 결국 하나의 무대고 하나씨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면 돼요.”

성현도 마찬가지.

요하와 함께 자신을 응원하는 성현의 말에 임하나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비욘세는 가만히 있던 천소울을 쳐다봤다.

그렇다.

성현은 요하만 데리고 온 것이 아니었다.

애꿎은 천소울까지 이곳에 데리고 온 것.

아무래도 아까 임하나가 천소울의 의상이 궁금하다고 했던 것을 듣고 자기 딴에는 신경 쓴다고 써준 모양이었다.

“당신은 해줄 말 없어요?”

비욘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천소울은 당황해서 임하나를 쳐다봤다.

임하나와 천소울은 눈이 마주쳤다.

천소울은 당황해서 눈이 동그랗게 된 임하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왜 웃어요.”

임하나는 그 모습에 퉁명스럽게 웃었다.

천소울은 미안하다며 웃음기를 거두며 말했다.

“토끼 같아서요.”

“네?”

“아닙니다.”

그때, 대기실로 들어온 스탭이 크게 외쳤다.

“임하나씨 대기해주세요.”

임하나는 얼굴이 빨개져선 벌떡 일어났다.

비욘세와 제이지, 그리고 성현의 일행들 모두 한 마디씩 마지막 응원의 말을 건넸다.

“다녀올게요.”

임하나가 굳은 표정으로 대기실을 나가는데, 그녀의 뒤에 대고 천소울이 한마디를 던졌다.

“기대할게요.”

천소울의 말에 잠시 멈칫한 임하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기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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