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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248화 (248/273)

248화

인천 공항에 들어선 제이지, 비욘세 그리고 임하나.

세 사람에게 벌떼처럼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기자 한 명이 제이지에게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물었다.

“한국에서의 스케쥴이 어떻게 되죠?”

“아마 2주 동안 이곳에 머물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부부가 한국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는데 여기저기서 방송 요청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제이지는 농담도 섞어가며 여유롭게 대응했다.

비욘세는 제이지의 말에 웃으며 그의 팔짱을 꼈다.

“그럼 전설의 명곡 출연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기자 한 명이 득달같이 외쳤다.

“전설의 명곡?”

제이지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임하나를 봤다.

임하나가 그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해주자 제이지는 맞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지의 반응에 기자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네. 그것 말고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 몇 군데에도 출연하게 될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에 공항 가드들이 몰려와 기자들을 통제했다.

그럼에도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임하나씨가 한국의 비욘세라는 별명이 있는데 비욘세씨 생각은 어떤가요? 이에 동의하나요?”

비욘세는 그말에 재밌다는 듯이 임하나를 보더니 웃었다.

“하나는 그 자체로 완벽한 존재예요. 굳이 저와 비교하여 제2의 비욘세라는 수식을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전 하나를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로서 존중해요.”

장난스럽게 살짝 인상을 쓰며 말하는 비욘세.

비욘세의 말에 기자들은 더욱 빠르게 플래시를 터트렸다.

그 자리에서 기사를 쓰느라 기자들의 손가락이 쉴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마이크가 모두 임하나에게 향했다.

“지금까지 계속 해외에서 공연을 하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무대를 하게 됐고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큰데 부담이 되진 않나요?”

지금 임하나는 천소울, 성현과 마찬가지로 국가 대표선수 취급을 받고 있었다.

임하나는 생각보다 과한 관심에 살짝 기가 질린 듯한 표정이었지만, 애써 미소 지으며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임하나의 대답에 플래쉬가 세차게 여기저기서 터졌다.

다음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좋은 결과라면 TOP4 안에 드는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기자의 질문에 임하나는 제이지와 비욘세와 눈빛을 교환하며 웃었다.

세상에 떨어지기 위한 무대를 준비하는 사람은 없었다.

방금 전까지 긴장하고 기에 눌려 있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임하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두?”

임하나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이때 몇몇 기자들이 임하나의 뒤를 가리켰다.

뒤쪽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공항 입국장이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천소울씨! 잠깐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임하나는 기자의 입에서 천소울이란 말이 나오자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그러자 바로 뒤에 천소울과 모건의 모습이 보였다.

천소울 역시 임하나를 발견하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쿵, 쿵.

임하나는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천소울을 보고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굳어 있었다.

“잘 지냈습니까?”

천소울은 오랜만에 만나는 임하나가 반가워 안부를 물었다.

그런데 임하나는 표정이 굳어서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다시 몸을 앞으로 홱 돌리는 것이 아닌가.

‘오호라.’

그리고 이를 본 비욘세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임하나와 천소울의 모습을 번갈아 가며 보더니 묘한 미소를 지었다.

“뭐가 재밌어?”

“그냥. 너무 순수하잖아.”

비욘세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경호원들의 안내를 받아 공항을 빠져나갔다.

가자들 사이에 길이 생기자 임하나는 재빨리 비욘세, 제이지와 함께 그곳을 벗어났다.

“천소울씨, 가수 참가자 중 1등을 하게 됐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천소울씨?”

기자가 천소울을 여러 번 불렀다.

그 소리에도 천소울은 인상을 찌푸린 채 멀어져가는 임하나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한테 뭐 화난 거 있나.’

천소울은 얼마 전부터 묘하게 달라진 임하나의 태도를 느꼈다.

방금 임하나의 반응을 보고는 확신이 섰다.

임하나가 무언가 달라졌다고.

자신이 뭔가 잘못을 저지른 건가 싶어 기억을 복기해봐도,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천소울씨?”

생각에 잠겨있는 천소울에게 기자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죄송합니다. 뭐라고 하셨죠?”

천소울은 이내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고 인터뷰를 마저 마쳤다.

***

시간이 흘러 공연 날 당일이 되었다.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로 가득했다.

여러 방송사에서 현장을 중계하기 위해 모여들어 경기장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은 더 넥스트 슈퍼스타 본선 8라운드 무대가 진행될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앞입니다.”

경기장 앞에서 상황을 중계 중인 기자의 뒤로 엄청난 인파가 보였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원정 응원을 온 외국인 팬들이 가득했다.

그들 모두 각자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공연 전부터 자신들끼리 하나의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서울 호텔에 남는 방이 없다더니 진짜였구나.”

릴리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인파를 보며 경악했다.

“몇 주 전부터 서울에 외국인들 엄청 많아졌대요. 더 넥스트 슈퍼스타 보러온 김에 여기저기 관광도 다니고 평소 응원하는 KPOP 스타 사옥도 들리는 게 일종의 관광 코스인가 봐요.”

서지현은 그동안 읽어온 기사나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보를 멤버들에게 말해주었다.

공연장에 도착해 벤에서 대기 중인 멤버들은 수많은 팬을 보면서 감탄을 연발했다.

그사이, 성현은 창밖을 볼 여유도 없이 시간을 확인하기 바빴다.

“은별씨는 아직 연락 없어요?”

“지하철에 사람이 많이 몰려서 통신이 잘 안 되나 봐요.”

성현은 시간을 확인하며 초조하게 말했다.

그때 마침 조은별에게서 전화가 왔다.

성현은 얼른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네, 은별씨. 어디쯤이세요?”

“저 지금 공연장 앞인데 성현씨는 어디예요?”

“저희 지금 주차장에서 대기 중이에요.”

성현은 전화를 받으면서 멤버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나가자는 성현의 몸짓에 하나둘 벤의 문을 열고 나갔다.

멤버들은 각자 짐을 챙겨서 나간 이들은 성현의 뒤를 따랐다.

“은별 언니!”

서지현은 주차장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은별을 발견하고 소리질렀다.

조은별이 이쪽으로 달려오자 멤버들이 모두 모이게 됐다.

“진짜 미안해요. 하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하철을 두 번이나 놓쳤지 뭐예요.”

조은별은 역에서 내려 무척 달려왔는지 이마에 땀이 맺힌 채였다.

아직 숨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성현은 그 모습만 봐도 조은별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 달렸는지 알 수 있었다.

제 시간에 오기 위해 그녀가 지하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멤버들에게 설명해주었다.

꽉 차버린 지하철을 몇 대나 보내고.

지하철에서 내린 다음 얼마나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서 이곳에 왔는지까지.

그녀라고 이렇게까지 사람이 몰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터였다.

조은별의 설명에 멤버들은 모두 입을 벌린 채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은별씨 잘못도 아닌데요, 뭘.”

“그래도......”

조은별은 미안함이 가시지 않는지 표정이 어두웠다.

“정말 괜찮아요. 그럼 늦었는데 곧장 들어갈까요?”

성현은 미안해하는 조은별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다독인 뒤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스탭들의 안내를 받아 천소울과 임하나의 대기실로 찾아갔다.

먼저 도착한 곳은 임하나의 대기실.

“헐 대박. 하나씨 이번 의상 진짜 장난 아니다.”

임하나의 모습을 보자마자 릴리는 감탄을 흘렸다.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임하나는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무대 메이크업과 의상 세팅까지 모두 다.

이를 본 멤버들 모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멤버들을 향해 밝게 웃던 임하나가 민망한지 자신의 옷매무새를 고쳤다.

“좀 너무 짧죠?”

임하나의 물음에 서지현이 붕붕 고개를 저었다.

“언니 완전 예뻐요. 이거 의상도 비욘세가 골라준 거예요?”

“응.”

임하나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 대답했다.

멤버들은 모두 새로운 임하나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비욘세가 골라준 옷이라 그런가. 하나씨 진짜 무슨 그래미 시상식에서 볼 거 같은 톱스타 느낌 나요.”

“에이, 희진씨까지 왜 그래요.”

평소 말수가 적은 문희진마저 임하나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임하나는 그런 멤버들의 칭찬이 쑥스러워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천소울씨도 그렇고 오늘 다들 작정하고 준비했나 봐요.”

성현은 임하나의 모습을 처음 본 터라 감탄하며 말했다.

오늘 본 임하나의 모습은 정말 NTV에 나오는 해외 디바가 화면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처, 천소울씨는 왜요?”

임하나는 천소울이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며 물었다.

그 반응에 성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소울씨도 오늘 완전 파격적인 의상 준비했던데요. 서로 아직 못 봤나 봐요?”

성현은 임하나라면 바로 가서 확인했을 줄 알았다.

서로 의상을 보고 놀리면서 농담 따먹기를 했어야 할 사람들이었으니까.

“파격적인 의상이요? 그건 또 무슨 의상인데요? 막 파이고 그런 의상이에요?”

임하나는 성현의 말에 크게 놀랐다.

빠르게 여러 개의 질문을 던지는 임하나의 모습은 낯설었다.

멤버들은 그런 임하나의 모습을 보며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뭔가가 이상했다.

평소 천소울과 티격태격하던 임하나가 갑자기 천소울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바로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서.

직접 보면 바로 해결될 문제로 말이다.

“뭐야, 언니. 천소울씨랑 내외하는 것도 아니고. 궁금하면 직접 가서 봐요.”

“아니, 그, 그 정돈 아니고.”

임하나는 직접 가서 보라는 서지현의 말에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다른 멤버들은 임하나가 긴장해서 오늘 좀 이상하다며 놀렸다.

다만, 이를 본 주선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야? 둘이 뭐 있어?’

주선아는 임하나와 천소울 사이 자신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건가 싶었다.

아무래도 이 낯선 임하나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으니까.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주선아는 상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없었다.

대기실 문이 열리더니 들어온 세 명의 외국인 때문에.

그들의 등장으로 팽글팽글 돌던 생각의 회로가 딱 멈추고 말았다.

“......꺄!”

주선아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나오는 것에 깜짝 놀라 입을 막았다.

다른 멤버들도 모두 놀라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이를 놓치지 않고 본 비욘세는 귀엽다는 듯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친구들이 와있는 줄 몰랐네. 반가워요. 비욘세예요.”

여기는 우리 대기실이기도 하거든.

장난스럽게 덧붙이는 말에 톱스타의 여유가 묻어나왔다.

“남편 제이지입니다.”

“난 알지? 전에 시크릿 스테이지에서 봤었잖아.”

그렇다.

비욘세와 제이지, 모건이 대기실로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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