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247화 (247/273)

247화

‘더 넥스트 슈퍼스타’는 나날이 화제였다.

성현과 천소울과 관련된 기사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공연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가치.

5개국 18명의 참가자들과 그들과 콜라보하는 가수들까지.

‘더 넥스트 슈퍼스타’와 관련된 모든 것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를 보고 있는 성현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못했다.

‘기사가 계속 쏟아지네.’

성현도 역시 보통 사람이었다.

분명 기사 내용은 성현과 천소울에게 좋은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띄어주는 반응에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직 정식 데뷔를 하기 전부터 너무 많은 관심에 시달리느라 적응할 시간이 없었던 탓도 있었다.

성현은 새로 올라온 기사들을 확인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신경 쓰지 말고 무대만 생각하자.’

전 세계의 시선이 한국에서 열릴 더 넥스트 슈퍼스타에 쏠렸다.

그 중심에는 성현과 천소울이 있었다.

다만. 성현은 지금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뿐이란 걸 다시금 되새겼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러면 돼.’

성현은 지금까지 우승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매 순간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으니까.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만 하면 문제 없을 것이다.

***

인천 국제공항은 이른 시간부터 붐볐다.

오늘 ‘더 넥스트 슈퍼스타’ 주최 측 관계자들이 도착하는 날이었던 것.

리키 핸더슨을 포함한 주최 측 핵심 관계자들이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한국 측 스탭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한국 총괄 PD인 이대훈이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원래 같았으면 두 나라 갔어야 되는 건데 고생을 던 거지.”

리키는 웃으며 농담인 척 말하지만 내심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원래 같았으면 가수와 프로듀서 참가자 각각 두 나라로 이동했어야 했다.

게다가 두 공연의 시간차는 겨우 일주일.

리키 헨더슨 혼자라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더 넥스트 슈퍼스타’ 제작진과 주최 측 인사들 모두가 이동해야 했기에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일정이었다.

안 그래도 체력적인 부담이 클 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리키였다.

그런데 이번에 말도 안 되게 한국에서 가수와 프로듀서 1등이 나오게 된 것.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다니. 이번 더 넥스트 슈퍼스타는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군.’

한국의 이성현과 천소울 참가자의 실력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두 참가자 모두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1등을 하다니.

이번 결과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한국. 이 작은 나라에서 1등이 둘씩이나 나오다니.’

리키는 새삼스럽게 인천국제공항을 둘러봤다.

직접 한국 땅을 밟자 새삼 한국이란 작은 나라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한 나라들 중 가장 작은 규모의 나라였다.

주최 측에서는 은근히 한국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그들의 예상을 매 라운드마다 뒤엎었던 한국의 참가자들.

지금은 심지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를 가진 나라이기도 했다.

중간 평가가 끝난 후, 모든 관계자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볼 수밖에 없었다.

“빨리 만나보고 싶군요.”

리키는 지금의 상황이 꽤나 우스웠다.

그 콧대높던 관계자들이 기절초풍한 모습이란.

리키는 한국의 이대훈 PD를 보며 씩 웃으며 말했다.

“연락은 해 놨으니까 곧장 가시면 됩니다.”

이대훈 PD 역시 리키가 만나길 고대하는 사람이 누군지 잘 알았다.

앞장서 그를 안내하자, 이내 그들의 뒤를 따라 스탭들이 줄지어 걸음을 옮겼다.

***

주최 측에서 마련한 한남동 스튜디오.

리키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공항에서 곧장 이곳으로 향했다.

리키가 스튜디오로 들어가자 그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사람, 성현이 앉아있었다.

“아, 오셨어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

작업을 하던 성현은 리키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리키가 성현과 악수를 나눴다.

“한국에서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리키는 새삼 한남동 스튜디오를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곳이 원래 성현이 있던 곳.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곳저곳을 살피는 리키에게 성현이 웃으며 말했다.

“한국에서도 잘 부탁드려요.”

“부탁은 내가 드려야지. 우리 시청률 일등 공신인데.”

리키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내 두 사람이 자리에 앉고 스탭들은 카메라를 설치했다.

본격적인 본선 8라운드에 앞서 첫 공식 스케줄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부터는 리키가 직접 참가자들과 소통하게 되어 있었다.

“오늘 영상 딴다고 얘긴 들었죠?”

“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성현은 리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 준비는 무대 준비고.

방송 형식으로 나가는 오디션 일정에 맞춰 참가자들이 따라야 하는 스케줄이 있었다.

“맞아요. 천소울씨는 미국에 있어서 이미 촬영 끝낸 상태고 성현씨만 마무리 지으면 돼요.”

가수와 프로듀서 참가자 각 1위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본선 8라운드 1등인 만큼 리키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프로듀서 참가자들 중 또 1등을 하게 됐는데 소감이 어때요? 이성현씨 거의 매 라운드 1위로 올라가고 있는데 부담감 같은 건 없나요?”

이것이 바로 성현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이유였다.

매 라운드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동방의 청년이 1등을 가져가고 있었다.

리키의 물음에 성현은 웃으면서 여유롭게 어깨를 한번 으쓱할 뿐이었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순위에 상관없이 항상 다음 무대 또한 항상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어요.”

“여러 해외 톱스타들에게 콜라보 제의가 왔다고 들었는데 BTG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본선 라운드에 남게 된 참가자들은 겨우 18명.

이들의 행적은 시청자들에게 낱낱이 전달되고 있었다.

본선 8라운드의 시작을 알린 제안서 컨택은 그중 하나였다.

“첫째로 BTG는 현재 최고의 가수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들이 이번 곡을 대하는 진정성 때문이었어요.”

성현은 리키에게 자신이 BTG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리키는 그와 관련된 몇 번의 질문을 더 던지다가 이내 곡에 관련된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번 곡을 만들게 된 계기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처음 작업을 하게 됐을 때부터 BTG 멤버들과 얘기를 많이 나눈 것이 곡 작업에 영향을 많이 끼친 것 같아요. 밤늦도록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때 저와 BTG 멤버들 모두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진짜 BTG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성현의 말에 리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번 곡은 이전 BTG가 해왔던 곡과는 조금 스타일이 다르긴 했어요.”

“네. 마냥 에너지 넘치고 화려한 곡보다는 평소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진짜 BTG의 모습을 전달하는 데 집중해서 BTG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리키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로서는 프로듀서로 임하는 성현의 모습을 처음 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진중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성현의 모습은 낯설면서, 동시에 흥미로웠다.

“결과는 만족하나요?”

“리키, 18명의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톱스타들이 한국에 올 거예요.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을 수 있을까요?”

성현의 말에 리키는 동의한다는 듯 크게 웃었다.

대본대로이기는 하지만, 그 말 그대로였다.

우문현답이라는 생각과 함께 리키는 자신의 실수를 시인하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간 후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다.

리키의 마무리 신호와 함께 조명과 카메라가 모두 꺼졌다.

“준비는 잘 돼가고 있나요?”

“열심히 하는 거죠, 뭐.”

덤덤한 말투로 여유롭게 말하는 성현을 건너 본 리키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긴장해야 될 겁니다.”

리키는 성현을 향해 미소를 거두지 않으며 말했다.

“중간 평가는 1위를 했지만 다른 참가자들의 곡 역시 만만치 않으니까요.”

“긴장 늦춘 적 없어요. 진짜 무대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으니까요.”

성현은 알고 있다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 평가 1위를 했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최종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으니까.’

“다행이네요. 전 이성현 참가자를 오래도록 보고 싶습니다.”

리키는 그 말을 끝으로 성현과 인사를 나누고 스튜디오를 나갔다.

리키를 배웅한 성현에게 전화가 왔다.

BTG의 RN이었다.

성현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저 지금 연습실 가려구요.”

-지금 안무가 선생님이랑 얘기를 해봤는데 저번에 말했던 브릿지 부분 안무 다시 수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돼서요. 일단 수정 작업 먼저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 성현씨 생각은 어때요?-

RN의 보고에 성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급하게 외투를 챙겼다.

“일단 그렇게 진행하게 하고 계세요. 저 곧 연습실 도착하니까 일단 가서 수정된 안무 보고 다시 얘기 나눠요.”

성현은 RN과의 전화를 끊고 곧장 스튜디오를 나섰다.

‘애초에 안일하게 준비할 생각은 없었어.’

성현은 리키의 당부가 없어도 최고의 무대를 구성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선보일 생각이었다.

***

한국에서의 공연이 결정된 이후 기자들은 인천 국제공항에 온종일 진을 치고 있었다.

한국에 글로벌 슈퍼스타들이 방문하는 건 확실했다.

다만, 언제 누가 입국을 할 거라는 정보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사생활에 민감한 슈퍼스타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맞서 기자들은 어떻게든 그들의 인터뷰라도 해보기 위해 하루종일 대기하기로 결정한 것.

둘씩 짝을 지어 가며 당번을 서고 밤을 새워가며 기다린 결과.

그들은 그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더 위켄드.

등의 글로벌 톱스타들의 인터뷰를 딸 수 있었던 것이다.

슈퍼스타의 입국이 확인되면 졸린 눈을 비비던 기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작년에 한국에 내한 온 이후 처음인데 어떤 참가자가 우승할 거라 보나요?!”

“이성현 참가자에게 제안서를 보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기자들은 평소 접할 수 없는 톱스타들의 인터뷰를 한 마디라도 따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인천공항은 그들을 기다리는 팬과 기자들로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물론, 출국을 하기 전에 미리 비행기 시간 정보가 알려지는 경우도 있었다.

바로 1시간 전 입국했던 마룬 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위와 같은 경우였다.

밝은 미소를 머금고 찍힌 그의 공항 사진이 여전히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고 만 것.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팬 때문에 공항은 거의 마비가 될 지경이었다.

“이제 올 때 되지 않았어?”

“어제 저녁 비행기라고 했으니까 지금쯤 도착했을 텐데.”

그리고 그중 기자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는 톱스타들이 있었다.

얼마나 더 기다렸을까.

공항에 낯이 익은 한 커플과 여성이 등장했다.

기자들은 그들의 등장에 우루루 그쪽으로 달려갔다.

“왔다! 제이지, 콜라보 상대로 임하나씨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임하나씨!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바로 임하나, 제이지, 비욘세가 인천공항에 함께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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