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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246화 (246/273)

246화

“네, 대표님.”

“많이 바빠?”

심훈영의 물음에 성현은 다시 한번 안무를 해보며 동선을 짜고 있는 BTG 멤버들을 한 번 쳐다보았다.

오늘도 그쪽 사무실에 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 많았다.

“연습 중인데 왜요?”

“문자 못 봤어? 너 1등 했다고 애들이 축하 파티 준비해놨어. 자기들도 늦게까지 연습한다고 새벽에라도 오라는데 바쁘면 다음에 하고.”

심훈영의 말에 성현이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연습을 한 지도 꽤나 시간이 많이 흘러 늦저녁이었다.

성현은 난감한 상황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이쯤하고 끝낼까.’

너무 무리한 연습도 컨디션 관리에 좋을 게 없었다.

오늘 연습은 이쯤하고 안무가와의 미팅만 따로 처리해야겠다고 일정을 정리하기로 했다.

“지금 정리하고 갈게요.”

한국에 들어와서 멤버들과 같이 있던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성현은 오늘 정도는 그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성현이 그렇게 심훈영과의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어느새 BTG 멤버들 모두가 성현을 보고있는 중이었다.

성현은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에 저도 모르게 물었다.

“......왜요?”

성현의 질문에 BTG 멤버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내 장난스럽게 웃었다.

***

성현은 자꾸만 자신의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진짜 따라오시게요?”

“네. 우리 노래로 1등 한 건데 당연히 같이 축하하러 가야죠.”

“......”

또 틀린 말은 아니었다.

RN의 당연하다는 말에 성현은 조금 황당하지만 이미 되돌아가기도 늦었다.

이들은 태운 벤은 이미 성현의 기획사로 향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성현은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컨디션 관리 안 해요? 방금까지 쓰러질 것 같다 하시던 분들이 무슨 파티예요.”

성현의 말에 RN이 갑작스럽게 선창했다.

“BTG의 에너지 결코 방전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누구?!”

“BTG!”

BTG의 멤버들이 모두 큰소리로 외쳤다.

게다가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었다.

도대체 성현과 심훈영의 통화를 어떻게 엿들었는지 모르겠다.

연습실이 쾅쾅 울리도록 음악을 틀어놓은 상태였는데.

그새 성현의 수화기에서 파티라는 말을 주워듣고는 BTG 멤버들이 따라나선 것이다.

성현은 졌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가 엄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대신 술은 금지예요. 맥주 한 잔이라도 안 돼요.”

성현의 말에 몇몇 멤버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 수긍했다.

앞으로 무대가 코앞인 만큼 성현의 말대로 컨디션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형 벤이 어느덧 성현의 기획사 앞에 도착했다.

성현과 멤버들이 3층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곳에는 치킨과 피자 등 음식이 한가득 준비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성현이 들어오자 음식을 세팅하던 멤버들이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성현씨 1등 축하드려요!”

“성현씨는 대체 못 하는 게 뭐예요? 했다 하면 1위 찍고. 성현씨만 보면 벽이 느껴져요. 완벽.”

“벽이 아니라 거품이 껴있는 거 아니에요? 언빌리버블.”

릴리에 못지않게 주선아도 주접을 떨며 말했다.

그런데 그러던 이들 모두가 그 모습 그대로 표정이 굳어버렸다.

성현의 뒤로 BTG 멤버들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한 것.

“하하. 저번에 봤을 땐 몰랐는데 다들 재밌는 분들이구나.”

RN은 진심으로 재밌어서 웃으며 말했다.

진심이었는데, 서지현을 비롯해 릴리, 주선아의 얼굴이 차례로 빨개졌다.

문희진은 그 옆에서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하마터면 BTG 앞에서 망신을 당할 뻔했다.

간발의 차이로 피한 것이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아......”

서지현을 비롯한 멤버들이 모두 당황해서 뭐라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진이 나섰다.

다른 멤버들 몇몇이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주접 하면 나 이서진이 빠질 순 없지. 전 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습니다. ‘더 위’가 없기 때문이죠.”

서진의 말에 분위기는 더욱 싸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푸훕,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안도의 한숨을 쉬던 문희진이었다.

문희진이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하자, 이를 본 다른 멤버들 역시 웃음을 터트렸다.

헛웃음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뒤늦게 연습실에 온 심훈영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 연습실을 둘러보며 물었다.

하나같이 멤버들이 배꼽을 잡고 웃고 있으니 의아하게 쳐다볼 만했다.

“아직 술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취한 거야?”

심훈영의 일갈에 멤버들은 더 크게 웃음이 터졌다.

그런 멤버들을 보고 피식 웃으며 손에 들려있던 봉지에서 맥주를 꺼냈다.

바닥에 음식을 깔고 빙 둘러앉는 성현을 비롯한 멤버들과 BTG 멤버들.

“다들 고마워요. 한참 바쁠 시기일 텐데.”

성현은 자신을 보러 와준 멤버들을 둘러보며 인사를 전했다.

“이런 거 핑계로 쉬는 날도 있어야지. 성현이랑 BTG 친구들 덕분에 오랜만에 치맥도 다하고 내가 다 고맙네.”

성현이 고마움을 표하자 심훈영은 일부러 심드렁하게 말하며 맥주 한 캔을 땄다.

“성현이랑 BTG 친구들 1등 한 거 축하하고 본무대에서 더 멋진 모습 기대할게요.”

심훈영의 말에 성현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무대 만들어볼게요. 할 수 있죠?”

성현이 BTG 멤버들을 보며 말하고, BTG 멤버들 역시 결연한 표정이 되었다.

“우리가 누구?”

“BTG!”

RN의 선창으로 BTG가 각오를 다졌다.

BTG의 외침을 눈앞에서 본 서지현, 릴리, 주선아, 문희진은 그 자리에서 승천이라도 한 듯이 굳어버렸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중얼거리는 멤버도 있었다.

RN은 그 말을 외친 뒤 성현을 보며 고갯짓했다.

마치 이어서 말하라는 듯이.

성현은 그 뜻을 이해하고 이내 피식 웃으며 멤버들과 심훈영을 봤다.

“우리가 누구?”

성현의 물음에 멤버들과 심훈영은 성현이 뭘 원하는지 알아챘다.

그들은 씩 웃으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성탄 뮤직!”

일동의 외침과 동시에 모두 건배를 하고 이내 본격적인 축하 파티가 시작됐다.

사 온 음식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어느덧 멤버들과 BTG 멤버들 사이에는 어색함이 사라져 있었다.

정말 친한 후배 가수와 선배 가수처럼 질문과 조언들이 오고 갔다.

“선배님들은 처음 데뷔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활동하면서 멘탈 관리는 어떤 식으로 하세요?”

“그래미에서 아시아인 처음으로 무대 했잖아요.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멤버들끼리 싸우거나 하면 어떻게 풀어요?”

이제 곧 데뷔를 하게 될 서지현을 비롯한 멤버들의 질문이 가장 많았다.

자신들 역시 BTG와 같은 아이돌로 데뷔를 하게 되는 만큼, 선배 가수인 BTG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BTG 멤버들은 모두 귀찮아하지 않고 진솔한 조언을 해주었다.

‘데려오길 잘했네.’

이 모습을 보고 있는 성현은 흐뭇하게 웃었다.

프로듀서인 자신이 줄 수 없는, 가수로서 해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들과 충고들.

BTG는 멤버들에게 그걸 줄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좋지?”

그리고 이를 본 심훈영이 성현에게 맥주 한 캔을 따 건네며 말했다.

“나중에 결혼해서 가정을 차리면 이런 기분일까 싶어요.”

성현의 비유에 심훈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가 쟤들한텐 아버지고 가장이고 울타리야. 부담 주기 싫지만, 기획사를 차린다는 건 그런 거야.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닌 거지.”

심훈영 말에 성현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처음 기획사를 차릴 때 각오했던 일이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어쨌든 오늘만큼은 지금의 즐거움을 즐기도록 하자.”

“네. 내일부터는 다시 트레이닝이니까요.”

웃으면서 덧붙이는 성현의 말에 심훈영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이성현 프로듀서. 술 먹을 때는 일 얘기 좀 하지 말지?”

그 말에 성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표정에서 진심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심훈영은 성현과 건배를 하며 말했다.

성현은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심훈영의 말처럼 오늘만큼은 지금의 즐거움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다.

‘단순히 1등을 해서가 아니야. 내 노래가 세계 최고 음악 전문가들한테 통했단 거니까.’

성현에게는 단순히 1등을 했다는 사실보다 그 사실이 더욱 중요했다.

중간 평가는 단순히 대중들의 투표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자신이 동경했던, 항상 좇고 싶어했던 세계 각국의 프로듀서들이 심사위원이었다.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성현을 들뜨게 했다.

‘거기다 천소울씨까지 1등을 했으니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성현과 천소울이 모두 1등을 차지하게 된 중간 평가 결과.

그에 따라 가수와 프로듀서 참가자들의 모든 무대는 한국에서 열리게 됐다.

이에 따른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했다.

이 공연으로 인해 쏟아지는 전 세계의 관심도 역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성현과 천소울로 인해 전 세계, 특히 음악계의 관심이 한국으로 집중된다는 것.

이 사실은 분명 앞으로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는 것뿐인가.’

무대는 준비됐다.

남은 건 BTG라는 글로벌 스타와의 완벽한 무대였다.

전 세계인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의 실력을 증명해내는 것뿐이었다.

성현은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BTG라는 글로벌 스타와,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무대를 꾸민다니.

게다가 이 공연에 함께 오르는 가수들은 한 명 한 명이 무지막지한 거물급 인사들이었다.

이 자체로도 엄청난 기회였다.

그리고 성현은 그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성현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자신감이 있었다.

***

‘더 넥스트 슈퍼스타’ 주최 측에서 본선 8라운드 초대형 공연이 열릴 나라와 장소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모든 공연이 개최되는 장소는 한국, 대한민국이었다.

‘이런 전개는 게임에서도 겪어본 적이 없어.’

중간 평가에서 같은 나라가 가수, 프로듀서 부문에서 각각 1등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101번의 엔딩을 본 성현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한국에서 본선 8라운드를 진행해본 적은 있지만, 항상 천소울과 함께하는 가수 무대뿐이었다.

이 결과가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성현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공식 발표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각국의 언론은 난리가 났다.

모두가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이 발표에 집중하고 있었다.

[‘더 넥스트 슈퍼스타’ 이성현, 천소울 나란히 중간 평가 1위]

[KPOP의 힘. 전 세계 전문가들이 선정한 최고의 곡 모두 한국인 작품]

[더 넥스트 슈퍼스타 본선 8라운드 장소로 한국 최종 확정!]

[제이지, 비욘세 등 글로벌 톱스타들 한국 내한 예정. 가장 보고 싶은 참가자로 이성현, 천소울 뽑아.]

[참가국 중 가장 작은 나라 한국의 반란, 가수와 프로듀서 참가자 1위 모두 한국인]

[월스트리트 저널 “한국의 ‘더 넥스트 슈퍼스타’ 공연, 평창 올림픽 이상의 가치 이끌어낼 수 있어.]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성현과 천소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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