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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232화 (232/273)

232화

“성현씨!”

“뭐야!”

성현의 인사에 그제야 성현이 진짜 한국에 왔다는 걸 실감한 멤버들.

네 사람은 순식간에 성현 주위로 몰려들었다.

“기사 봤어요! 내일 도착한다더니 왜 오늘 온 거예요?”

“미국 가면 살찐다더니 진짜구나. 성현씨, 볼에 살찌니까 귀여워요.”

“미국엔 언제 돌아가세요? 저희 연습은 봐주고 가실 거죠?”

“소울 쌤은 한국 오실 계획 없데요?”

네 사람이 동시에 말을 하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멤버들은 성현을 보자마자 너나 할 거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성현은 미국에서 임하나 하나만 감당하던 세월이 길었다는 걸 깨달았다.

오랜만에 여러 명을 감당하려니 살짝 머리가 어지러웠다.

“저 일단 대표님이랑 회의 때문에 가볼게요. 이따 다시 얘기 나눠요.”

적지 않은 질문을 받아준 성현은 어지러움을 느끼며 도망치듯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곧장 심훈영의 사무실로 향하자, 멤버들은 웬일로 성현을 따라 나가지 않고 순순히 보내줬다.

성현은 그것도 모르고 정말 무언가에 쫓기듯이 심훈영의 사무실로 뛰듯이 향했다.

심훈영이 있다는 사무실 찾아간 성현.

유리문 너머 사무실에는 심훈영을 비롯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표님. 여기 매니저 지원자 현황이요. 밑에건 A&R 지원자들입니다.”

어느새 자기의 눈에 익지 않은 직원들도 늘어나 있었다.

“어, 줘봐. 지원 꽤 했네?”

심훈영은 직원이 건넨 서류철을 넘겨봤다.

“네, 뭐 걸러봐야 알겠지만 더 넥스트 슈퍼스타 때문에 지원했단 사람들이 꽤 되더라고요.”

대충 서류를 훑어본 심훈영이 도로 직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오케이. A&R 지원자 포트폴리오는 나랑 서PD가 직접 검토할 거니까 서자명PD한테도 보내놓고.”

“네, 알겠습니다.”

심훈영은 그 뒤로도 사무실을 바쁘게 오가며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업무 지시를 했다.

그러던 중 시계를 확인하더니 서둘러서 사무실을 나섰다.

“나 요하 녹음실 좀 다녀올게!”

심훈영이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문이 열리고 성현이 들어왔다.

갑자기 등장한 성현의 모습에 심훈영은 상황 파악이 안 되는지 그 자리에 멈칫 섰다.

“......”

순간 놀란 심훈영이 눈만 껌뻑이다가 이내 양손을 벌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성현이!”

심훈영의 외침에 일하던 직원들 동시에 하던 일을 멈췄다.

모두가 심훈영이 바라보는 곳을 쳐다봤다.

그리고 성현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다들 입을 다물었다.

그 바람에 순식간에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성현은 오랜만에 만나는 심훈영과 포옹을 나누었다.

아직까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일하는 데 방해해서 미안해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성현 프로듀서입니다.”

“와아!!!!!”

성현의 인사에 겨우 정신을 차린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대표에게 건네는 인사치고는 좀 요란스러웠다.

성현은 당황스러운 마음에 어정쩡하게 웃으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궁리했다.

그 곁에 오히려 부채질을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래. 한국 국가 대표님인데 이 정도 박수를 받아야지. 더 크게!”

심훈영은 아주 신이 나서 외쳤다.

직원들은 더욱 고래고래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성현은 이런 상황이 너무 어색해서 그만하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만, 이제 그만하셔도......!”

퍼엉! 펑!

갑자기 뒤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성현이 뒤를 돌아보자,

“본선 7라운드 1등 축하드려요!!”

서지현과 릴리가 서 있었다.

그들은 초 하나가 꽂힌 케이크를 들고 오며 노래를 불렀다.

성현의 깜짝 방문에 급하게 이 앞에 가서 사온 듯했다.

성현은 놀람을 넘어 슬슬 무서워지려고 했다.

“뭘 이런 것까지 준비했어요. 저 우승한 것도 아니고 일 때문에 한국 잠깐 들어온 건데.”

성현은 멤버들의 부담스러운 환영에 난처해하는데,

팡!

이번에는 뒤에서 샴페인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성현이 깜짝 놀라 뒤돌아보자, 샴페인을 든 이주성이 서 있었다.

“우승하면 샴페인 한두 병으론 안 끝나지.”

이주성은 무슨 말이냐며 성현을 타박했다.

일회용 샴페인 잔에 샴페인을 따라주며 성현에게 건넸다.

성현은 멍한 얼굴로 잔을 건네받았다.

“곧 가겠지만 잠시나마 집에 돌아온 거 환영한다.”

“......다들 고마워요.”

성현을 기다려온 이들의 진심이었다.

그걸 깨달은 성현은 타박하는 것을 멈추고 잠자코 잔을 건네받았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려는 걸 참으며 말한 성현은 쑥스러움을 감추려고 샴페인을 들이켰다.

“환영해요!”

“환영합니다!”

“우리도 드디어 대표님 얼굴 봤다!”

멤버들과 직원들 모두 박수를 치며 성현을 환영했다.

사무실에 모두 모인 직원들과 멤버들.

정작 멤버들은 성현을 보고 신난 직원들에게 밀려 구석에 있었다.

성탄 엔터테인먼트.

성현이 차린 회사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입사 이래로 한 번도 성현을 보질 못한 직원들이 흥분한 얼굴로 그를 둘러싸고 질문을 퍼부어 대고 있었다.

“영국은 어떠셨어요?”

“아델이랑 직접 만나신 거죠?”

“메튜는 실제로 보면 더 잘생겼나요?”

“천소울씨는 입국 안 하세요?”

“자, 잠깐...... 한 분씩.”

성현은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느라 케이크에는 손도 못 대었다.

결국 이주성이 나서서 차차 물어보라고 직원들을 물려야 했다.

모두 이주성이 가지고 온 샴페인을 한 잔씩 들고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성현은 문득 보이지 않는 한 사람 때문에 심훈영을 찾았다.

“요하는 아직 안 나온 거예요?”

“요하? 이런. 요하 작업실 가본다는 걸 깜빡했네.”

심훈영은 갑자기 생각난 듯 샴페인 잔과 케이크를 직원에게 넘겼다.

자리로 가서 급하게 외투를 챙기며 성현에게 말했다.

“온 김에 같이 가자. 요하 지금 스튜디오에 있으니까.”

심훈영은 성현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

더 비기너의 1인 기획사 건물 앞에 도착한 두 사람.

택시에서 내린 심훈영과 성현은 곧장 연습실로 들어갔다.

“아, 대표님 오셨,”

성현과 심훈영이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녹음 진행이 한창이던 김요하와 더 비기너 멤버들 동시에 성현을 봤다.

“…….”

“…….”

잠깐의 정적 후.

“이게 누구야!”

“성현이 형!”

요하는 반가움에 바로 성현에게 달려갔다.

더 비기너 멤버들 역시 질세라 오랜만에 만나는 성현에게 달려들었다.

“형! 언제 오신 거예요? 오자마자 저 보러 오신 거예요?”

연습에 집중하느라 핸드폰을 안 봤는지, 성현이 왔다는 소식도 못 들은 모양이다.

요하는 눈을 반짝이며 묻자 성현이 난처하듯 웃었다.

완전 처음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꽤 처음인 듯했다.

어쨌든 BTG보다 먼저 요하를 만나러 온 거니까.

“뭐, 거의 그런 셈이지?”

“거의면 제가 처음은 아닌 거네요.”

성현의 말에 요하의 얼굴이 급격하게 시무룩해졌다.

“집 갔다 회사 갔다 바로 너 보러 온 거야.”

성현의 말에 요하는 다시 만족한다는 듯 웃었다.

김동우가 그런 요하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다 큰 놈이 애교는. 징그럽게.”

“왜 그래요. 귀엽잖아요.”

요하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게 더 비기너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그 모습에 성현은 흐뭇하게 웃는데.

더 비기너 멤버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이재원은 헛웃음을 지으며 요하의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성현이 네 눈에나 귀엽지. 요하 이 녀석 우리한텐 얼마나 기어오르는데.”

“요하가요?”

성현이 깜짝 놀라 요하를 보는데, 요하는 가타부타 말없이 그냥 베시시 웃을 뿐이었다.

“네가 몰라서 그래. 쟤 요즘 엄청 개겨. 사춘기가 따로 없다니까.”

“삼촌이 그런 게 바로 록 스피릿이라면서요. 언젠 너무 착해서 재미없다고 하더니 이젠 개긴다고 뭐라 하고. 제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요?”

요하는 더 비기너 멤버들의 모함에 조금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최훈은 졌다는 듯 손을 들어 보이며 성현을 바라봤다.

“봤지? 얘가 요즘 이런다.”

성현이 요하의 능청스러움에 피식 웃으며 작업실 보는데 처음 보는 남자가 있었다.

놀란 성현이 그쪽을 쳐다보자 엉거주춤하게 일어선 채로 이쪽을 보고 있던 남자가 꾸벅 인사를 건네왔다.

김동우가 두 사람을 보고 이제야 눈치챈 듯이 소개를 시켜줬다.

“아, 성현이 넌 처음 보겠구나. 인사해. 우리 새 베이시스트. 김연모.”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성현입니다. 우리 요하 잘 좀 부탁드려요.”

성현은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요하에 대한 당부부터 내뱉었다.

그 모습에 김연모는 씨익 웃었다.

“워낙 잘하는 친군데요, 뭘. 어려서 그런가 실력이 일취월장합니다.”

김연모의 칭찬에 요하 성현에게 칭찬해 달라는 듯 쳐다봤다.

하지만, 성현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럼 어디 한 번 볼까? 정말 일취월장했는지.”

성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요하와 더 비기너 멤버들은 다시 녹음에 들어갔다.

“아아, 으아으아아. 성현이 형한테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요!”

“인마, 네가 말 안 해도 우리 잘 할거거든? 너나 잘하세요.”

현재 김요하와 더 비기너는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디지털 싱글 곡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곡은 이미 완성된 상태였고, 정식 녹음을 진행 중이었다.

‘요하 라이브는 정말 간만이네.’

성현은 녹음 파일을 통해 녹음 진행 상황을 알고는 있었다.

곡을 접하긴 했지만, 실제로 요하의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괜히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녹음 부스를 응시했다.

생각해 보면 요하가 오디션에 떨어진 이후, 요하의 노래를 제대로 라이브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얼마나 늘었으려나.’

잘 키운 아들 학예회에 온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며 떨렸다.

성현은 어떤 보정도 없이 요하의 생목으로 불릴 곡을 기대하며 지켜봤다.

준비를 마친 요하와 멤버들은 이내 노래를 시작했다.

‘중저음이 정말 많이 늘었네.’

요하의 장점은 미성에 섞인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에 맑은 고음이었다.

그러나 록을 하기 위해서 중요한 건 고음뿐만이 아니었다.

탄탄하고 울림이 있는 중저음이 꼭 필요했다.

요하는 확실히 과거에 비해 중저음이 많이 단단해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원래 가지고 있는 음색의 특색도 그대로 가져가고 있고.’

중저음을 신경 쓰느라 요하의 고유 음색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놓친다?

그건 오히려 빈대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요하는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잃지 않고 그대로 가져갔다.

오히려 그 전보다 음색이 더 매력적으로 바뀐 듯한 생각도 들었다.

‘확실히 기본기가 탄탄해지니까 장점이 더 사네.’

이는 요하가 중저음부터 탄탄한 빌드업을 하며 노래를 불렀기에 가능한 결과.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요하는 단순히 자신의 노래를 잘 부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밴드 세션과 합을 맞추며 호흡까지 완벽하게 맞춰가고 있었다.

‘정말 노력 많이 했구나.’

성현은 자신이 한국에 없음에도 멤버들 모두 계속 발전해 나가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요하의 노래가 끝났을 때, 주저함도 없이 요하와 더 비기너 멤버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자신이 신경 써주지 못하느라 느끼는 미안함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멤버들은 성현이 없는 곳에서도 최선을 다해주고 있었다.

‘나도 부끄러운 모습은 보여줄 수 없지.’

쑥스러운 듯이 녹음실에서 나와 자신에게 달려오는 요하를 보면서 성현은 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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