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220화 (220/273)

220화

성현은 이미 엘런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관망하듯이 이 상황을 재밌게 지켜보는 가운데, 엘런이 참가자들을 불렀다.

엘런은 참가자들 모두 일어나 무대에 일렬로 쭉 서주기를 부탁했다.

“제가 왜 방송을 끝내지 않고 여러분들을 붙잡고 있는지 궁금하죠?”

엘런의 물음에 참가자들 모두 네! 라고 외쳤다.

엘런은 그런 참가자들의 합심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상상도 못 했던 것을 발표하게 될 겁니다. 너무 놀라면 안 돼요. 전 CPR 같은 건 할 줄 모르니까요.”

엘런은 뜸을 들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모습에 참가자들은 침이 바짝 말랐다.

“엘런! 그래서 그 엄청난 게 뭔데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죠?”

참가자 하나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엘런은 카메라를 보며 미소 지었다.

잠깐의 정적이 있고 난 후,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더 넥스트 슈퍼스타 본선 8라운드 미션 룰을 공개하겠습니다.”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방청객들도 놀라서 크게 술렁거렸다.

그때 갑자기 스튜디오 뒤로 설치된 커다란 대형 스크린에 본선 미션 룰이 떴다.

[ 본선 8라운드 : 전 세계 스타와 콜라보레이션 ]

- 내용 : 현 시간부로 커넥트 앱을 통해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가진 가수 및 프로듀서와 연결됩니다. 참가자들은 가수 및 프로듀서로부터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받은 제안 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 제안한 상대와 콜라보레이션이 성사됩니다. 정해진 콜라보레이션 상대와 함께 다음 공연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 무대를 통해서 평가를 받고 가수/프로듀서 참가자 각 상위 4팀 만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게 됩니다.

조건 : 1) 고지된 공연 날짜 전까지, 정해진 스케줄은 없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자유롭게 파트너를 정해 공연을 준비하세요.

2) 한번 콜라보레이션 상대가 정해지면 중간에 변경할 수 없습니다.

3) 콜라보레이션 상대가 정해진다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곡 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4) 공연은 2주에 걸쳐서 총 2회 진행. 첫 주에는 가수 참가자 10팀의 공연, 둘째 주에는 프로듀서 참가자 8팀의 공연이 진행됩니다.

5) 이 공연을 통해 각 부문별로 상위 4팀 만이 살아남아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6) 공연의 결과는 전 세계의 실시간 투표로 결정됩니다.

공연 날짜 : 2022년 10월 1일

본선 8라운드 미션이 생방송의 형태로 공개된 것.

참가자들은 예상치 못한 전개에 크게 놀라 할 말을 잃었다.

다들 멍하니 커다란 화면만 쳐다보고 있자, 엘런이 나섰다.

“다들 너무 놀란 것 같으니 제가 대신 룰을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경악에 휩싸인 스튜디오에서 태연자약한 것은 엘런뿐이었다.

아니, 차분하게 엘런을 응시하는 성현도 함께.

“더 넥스트 슈퍼스타 본선 8라운드는 전 세계 스타와 콜라보 하기입니다.”

엘런은 넋이 나간 참가자들 대신 친절하게 본선 룰을 하나하나 읽어주었다.

그 친절한 설명에 이 모습을 본 성현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미리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놀라운데. 엘런이 미션 룰을 읽어주다니.’

엘런과 같은 세계적인 MC가 직접 룰을 설명해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니.

‘더 넥스트 슈퍼스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룰 설명을 끝낸 엘런은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성현을 한 번 본 후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향해 똑바로 선 엘런은 싱긋 미소 지었다.

그녀는 큼, 목을 가다듬더니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글로벌 가수와 프로듀서 여러분. 반가워요, 엘런입니다.”

이 영상 편지의 수신자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와 프로듀서.

“더 넥스트 슈퍼스타의 참가자들은 이제 글로벌을 탑스타의 길을 향해 가고 있어요.”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말이죠, 라고 덧붙인 엘런은 자신과 임하나를 가리켰다.

아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임하나의 모습.

그리고, 임하나의 팬이 된 탑 MC 엘런의 모습.

“18명의 참가자들 모두, 스타가 되기 위한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들입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 지금 이 순간이 이들의 몸값이 가장 낮은 순간일 겁니다. 앞으로 상한가를 치기 전에 매수하란 소리예요. 많은 제안서 부탁드리겠습니다.”

엘런의 말에 참가자들은 큰 박수와 함께 호응했다.

모든 공지가 끝났다.

이제 정말 엘런쇼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미션 공지까지 끝냈으니 오늘 제가 MC로서 맡은 역할도 모두 끝이 났습니다.”

정말 큰일이었다는 듯, 숨을 돌리며 이마를 닦는 시늉을 하는 엘런.

그런 그녀를 향해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끝내기 전 마지막으로 우리 더 넥스트 슈퍼스타 18명의 스타들을 위해 큰 박수 보내드리죠.”

엘런의 말에 방청객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일어나서 더 넥스트 슈퍼스타 참가자들을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오늘도 엘런쇼를 봐주신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방청객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여러분. Be kind to one another.”

엘런은 오늘도 어김없이 엘런쇼만의 클로징 멘트를 끝으로 쇼를 마무리 지었다.

***

토크쇼 생방송 촬영을 마친 참가자들.

그들의 스케줄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주최 측의 부름으로 곧바로 호텔 컨퍼런스 룸에 모였다.

컨퍼런스 룸에 도착하자 반가운 리키의 얼굴이 보였다.

“다들 지상파 방송 출연이 어땠나요? 재밌었나요?”

“네! 다음엔 코난쇼도 출연시켜 주세요!”

적잖이 재미있었는지, 한 참가자가 야망을 드러냈다.

리키는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우승하면 시켜드리겠습니다. 자, 지금부터 본선 8라운드에 관한 세부 사항들을 설명하도록 하죠.”

리키는 곧바로 스크린에 본선 8라운드 룰을 띄웠다.

이미 엘런이 친절하게 읽어주기까지 했으니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공연까진 약 2달이 남았으며 그 안에는 얼마든지 제안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제안서를 받고 아무 때나 원하는 아티스트를 택할 수 있는 건가요?”

참가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엘런쇼에서 엘런에게는 세부사항에 대해 질문할 수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어떤 아티스트를 언제 선택할지는 참가자들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자유.

그 달콤한 말에 참가자들은 하나 둘 커다란 꿈을 꾸기 시작했다.

‘더 넥스트 슈퍼스타’는 무려 아델이 주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자신들에게도 그런 대스타의 연락이 온다면?

참가자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파트너에 대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단 한 번 정한 콜라보 상대는 변경 불가능하니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리키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선택은 단 한 번뿐이니,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참가자들은 그 말에도 긴장보다는 설렘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물론이죠, 리키!”

“우리한테 선택하라고 한 이상,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보여줄게요.”

선택!

지금까지의 스폰 계약에서도 참가자들은 항상 선택을 받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속사도 아니고, 무려 쟁쟁한 슈퍼스타들이 자신들에게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상황.

참가자들은 뒤바뀐 상황에 쾌재를 불렀다.

“곡은요? 곡도 자유 선택인가요?”

리키는 좋은 질문이라는 듯 참가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Of course! 양 팔을 활짝 펼친 리키는 쇼맨십을 선보이며 말을 이었다.

“정해진 장르나 주제가 없으니 곡 또한 자유롭게 선택하면 됩니다.”

모든 게 자유.

이건 엄청난 기회였다.

다른 곳에서 꿈도 꿀 수 없는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마음대로 공연할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기회.

그러나 참가자들의 부푼 꿈은 이어지는 리키의 말에 무참하게 깨지고 말았다.

“단순해요. 어떤 아티스트와 어떤 곡을 작업하든 가장 많은 득표수를 얻은 상위 4명의 가수, 프로듀서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겁니다. 즉, 그 말은 나머지 10명의 참가자는 탈락한다는 소리겠죠. 질문 있나요?”

이번 라운드에서 통과하는 것은 오로지 8명.

수십만 명에서 몇백 명으로.

다시 두 자릿수로 경쟁자가 줄어들었다.

이제는 채 10명이 되지 않는 사람들만 살아남게 된다.

리키의 말에 참가자들 모두 조금 긴장한 채 아무도 손을 들지 못했다.

엘런쇼의 기쁨도 잠시였다.

마치 이제 슈퍼스타의 꿈에서 깨어나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

“8명......”

기쁨에 차 있던 임하나마저 그 숫자 앞에서 겁을 집어먹었는지 얼굴이 희게 질렸다.

성현은 그 모습을 보고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다시 이들은 서로에게 서로가 경쟁자였으니까.

이제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지는 살벌한 서바이벌의 순간이 돌아왔다.

그 실감나는 감각이 참가자들을 덮쳐온 것이다.

“더 질문 없으면 본선 8라운드 공연 장소에 대한 공지 시작하겠습니다.”

본선 8라운드 룰에 장소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었다.

참가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당연히 미국에서 하는 거 아닌가요?”

한 참가자의 질문에 리키는 고개를 저었다.

그와 동시에 스크린에 띄워진 화면이 바뀌었다.

화면에는 9월 1일이라는 날짜가 크게 적혀있었다.

“9월 1일?”

“한 달 뒤?”

“공연 날짜는 10월이잖아.”

참가자들은 혼란에 빠져 수군거렸다.

“오늘의 마지막 공지사항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간 평가는 한 달 뒤인 9월 1일에 이뤄질 것입니다.”

중간 평가.

생경한 그 어감에 참가자들은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조차 감을 잡지 못했다.

“이 중간 평가에서 음원 평가 종합 1위를 차지한 참가자의 나라에서 본선 8라운드 공연이 진행될 겁니다. 질문 있나요?”

리키의 말에 참가자들 모두 말이 없었다.

“그럼,”

“잠시만요!”

리키가 이만 마무리 하려는데 갑자기 한 프랑스 참가자가 손을 들고 일어났다.

본 무대 전에 시행되는 중간 평가.

그렇게 생각하면 남은 시간이 결코 많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조금 초조해 보였다.

“제안서는 언제부터 받을 수 있는 거죠? 아직 어떤 제안서도 오지 않고 있어서요.”

참가자는 자신의 휴대폰을 흔들며 리키에게 소리쳤다.

리키는 진정하라는 듯이 양손을 펼치며 말했다.

“엘런쇼에서 미션을 공개한 이후부터 커넥트 앱을 통해 제안서를 받을 수 있도록 이미 창구를 개방해 둔 상태입니다.”

리키의 말에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웅성거렸다.

“프로 아티스트들의 제안서 작성까진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 말고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리키의 말에 조급해하던 프랑스 참가자가 마지못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질문 없으면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죠. 수고하셨습니다.”

리키는 참가자들에게 전원 해산을 외쳤다.

그러고선 컨퍼런스 룸을 나가려는 리키의 발걸음을 붙잡은 외침이 있었다.

갑자기 한 영국 참가자가 손을 들고 소리쳤다.

“방금 저한테 제안서가 온 것 같아요!”

모두가 그 소리에 참가자의 테이블에 시선이 모였다.

가장 처음 제안서를 받은 남자는 마이클 키튼.

영국 내 프로듀서 1위를 차지한 실력자였다.

총성 없는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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