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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214화 (214/273)

214화

봉준오는 무대 위 참가자들, 특히 성현의 일행을 응시했다.

그는 숀이 쥐여주는 대로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오늘 무대 보면서 특별 심사위원 제안을 받아들이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준오의 말에 숀이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무대를 볼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음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한 각 나라 참가자들의 열정과 노력에 감동했고, 저 또한 많이 배우고 갑니다. 이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참가자들에게 무한한 박수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봉준오는 마이크를 내려놓은 뒤 무대 위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내 다른 감독들 또한 그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참가자들은 거장들이 보내는 박수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참가자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고 좋은 무대 보여줘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다들 진정하라는 듯이 리키가 무대에 오르며 말했다.

“마음 같아선 모든 참가자분들이 다음 라운드 진출을 하였으면 하지만, 룰은 룰. 누군가는 떨어져야만 합니다.”

리키의 말에 공연장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미 투표수가 공개됐기에 다들 결과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탈락했다는 것을 아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최종 결과 발표해주세요.”

리키의 말에 스크린에 점수표가 떠올랐다.

1위 : 대한민국 ( 이성현, 천소울, 임하나 ) : 10표.

2위 : 미국 ( 메튜 페리, 레베카, 존, 사이먼 ) : 9표.

3위 : 영국 ( …… ) : 8표.

4위 : 프랑스 ( …… ) : 7표.

5위 : 브라질 ( …… ) : 7표.

6위 : 일본 ( …… ) : 6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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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은 무려 모든 감독들의 표를 받은 한국입니다!”

과장된 제스처로 한국 팀을 가리키는 리키.

그 말과 동시에 허공에 꽃가루가 날렸다.

오늘 치러진 라운드 역시 방송으로 나가기 위해 촬영 중이었다.

임하나와 천소울은 이런 환대를 받을 줄은 몰랐는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리키와 참가자들도 아낌없이 환호를 내지르며 셋을 축하해줬다.

“1등을 한 대한민국 참가자분들 축하드리며 참가자 전원에겐 특별 캐시 보상이 있을 예정입니다.”

심사위원석에 있는 감독들 또한 성현의 일행을 향해 박수를 보내줬다.

특히 봉준오 감독은 누구보다 열심히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해서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브라질 총 5개국 18명의 참가자들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게 됐으며 남은 5개국의 참가자분들은 최종 탈락이 확정됐습니다.”

리키의 최종 선고와도 같은 말에 6위로 아쉽게 떨어진 일본 참가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합격 참가자들 모두 축하드리고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더 넥스트 슈퍼스타 주최 측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번 라운드에서 선발된 곡으로 오리지널 드라마를 촬영하게 된 숀이 심사위원들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18명.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참가한 오디션에서 드디어 18명 안에 들게 된 것이다.

성현은 차오르는 고양감에 두 주먹을 말아쥐었다.

“여기까지 오게 될 줄 몰랐는데.”

“이 다음에는 또 뭘 시키려나.”

합격한 참가자들은 다음 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흑.”

“흐윽, 우리 잘했잖아...... 울지마.”

일본, 중국 등 탈락한 참가자들 몇몇이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자국의 감독들이 무대로 직접 올라왔다.

감독들은 탈락한 참가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참가자들 모두 국가를 대표해서 나온 만큼 더욱 아쉬워 쉽사리 걸음을 떼지 못했다.

“다음 라운드에 대한 공지는 커넥트 앱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며 그전까지 각자 자유시간을 보내시면 됩니다. 이것으로 본선 7라운드 마무리하겠습니다. 참가자 전원 수고하셨습니다.”

리키의 말을 마지막으로 본선 7라운드가 완전히 마무리됐다.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수고 많았습니다.”

한국 팀의 세 사람 역시 각 나라의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

“당장 오늘은 스케줄이 없으니 저녁은 나가서 먹을까요? 1등도 했겠다 축하 파티는 해줘야죠.”

“좋아요! 제가 별스타로 식당 알아둔 곳이 있는데 거기 스테이크가......”

성현이 먼저 뒤풀이를 제안했다.

언제나 먹을 것에 진심인 임하나는 신나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믿기지 않는 듯, 점차 그녀의 눈이 커졌다.

“헐.....”

임하나는 무언가 큰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떡 벌렸다.

이 모습을 본 성현과 천소울이 뭔가 싶어서 임하나의 시선이 향한 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1등 축하해요.”

어느새 봉준오 감독이 무대로 올라와 있었다.

그를 발견한 성현과 천소울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가, 감사합니다!”

잔뜩 긴장한 임하나가 차렷 자세로 크게 외쳤다.

“나 아직 귀 안 먹었어요. 흰머리 있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장난스러운 봉준오의 말에 임하나는 굳어버린 채로 계속 말을 더듬었다.

봉준오는 그 모습을 보고 귀엽다는 듯 웃었다.

“오늘 무대 보면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먹먹하더군요. 그러면서 그 많은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고요. 세 사람 덕분에 어떤 영화를 봤을 때보다 더 깊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봉준오가 직접 찾아와서 건네는 감상평에 임하나는 감동한 듯이 말을 잃었다.

천소울의 상황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럴 때는 역시 성현이 나섰다.

“좋게 봐주셔서 저희가 고맙죠.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님께서 심사위원으로 와주셔서 저희도 더 자부심을 가지고 무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현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본선 7라운드를 준비하면서 설마 봉준오 감독도 직접 만날 수 있을까 손에 꼽아 기다렸던 성현이었다.

메이크 유어 스타를 플레이하면서, 봉준오가 출현하지 않은 엔딩도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

게임 속에서는 한국 팀의 위상이 어느 정도 높지 않으면 봉준오가 특별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자부심은 내가 당신들 덕분에 느꼈지. 중국 젠카이커 감독이 지들 나라 애들이 1등 할 거라고 다니길래 내가 딱 한 마디 했거든. 한국인의 매운맛이 대륙을 울릴 거라고. 세 사람이 1등 해준 덕분에 체면 살릴 수 있었어요. 고마워.”

봉준오는 덕분이라는 듯이 웃었다.

중국한테 매운맛으로 이긴 거라는 봉준오의 농담 섞인 말에 천소울과 임하나도 조금씩 긴장을 풀고 웃었다.

봉준오는 천소울, 임하나와도 악수를 나누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임하나는 감히 봉준오 감독님의 손을 잡아도 되는 거냐며 주접을 떨어댔다.

“평생 손 안 씻을게요. 정말 영광이에요.”

임하나는 봉준오와 악수한 손을 들어 올린 채로 감격에 젖어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봉준오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손 안 씻으면 저녁 같이 못 먹을 텐데.”

“......네? 저녁이요?”

“세 사람 저녁에 시간 돼요? 시간 되면 우리 저녁 같이해요.”

“.......”

“.......”

봉준오의 저녁 식사 제안.

세 사람은 너무 엄청난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물론 고민할 필요도 없는 말이었다.

“시간 돼요! 됩니다!”

누구보다 먼저 외친 임하나는 봉준오가 마음을 바꿀까 얼른 공연장에서 나가자며 일행들을 재촉했다.

***

호텔 근처의 한 한식당.

식당에 들어간 임하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어두운 조명으로 밝혀져 있는 실내는 어딜 보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였다.

내부만 둘러보자면 고깃집이라고 믿을 수 없는 정도로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네 사람이 들어가자 잘 정돈된 복장으로 차려입은 점장이 나와 일행을 맞았다.

“예약하셨나요?”

“네. 봉준오 감독님 이름으로 돼 있을 겁니다.”

성현의 말에 점장은 곧 예약 리스트를 확인하더니 눈이 살짝 커졌다.

점장은 곧 직원을 불렀다.

“프라이빗 룸으로 안내해드려.”

직원은 성현의 일행을 식당 끝 따로 마련된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성현의 일행이 미닫이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세팅되어 있는 식탁이 보였다.

“여기 한식당 맞아요? 무슨 고급 레스토랑 같아요.”

직원이 나가자 식당의 분위기에 겁먹은 임하나가 소곤소곤 말했다.

“현지에선 한식도 일식처럼 고급화 전략을 해야 먹힌다고 들었습니다.”

“소고기 꽃살이 맛있다고 하니까 일단 프리미엄 세트 두 개 시키고 꽃살은 추가로 단품으로 주문하죠.”

들어오면서 식당의 이력을 찾아본 성현이 메뉴판을 확인하며 말했다.

성현의 말에 임하나는 메뉴판을 보고는 더욱 눈이 커졌다.

“무슨 고기가 이렇게 비싸요?!”

세트 하나에 150달러가 넘어갔다.

단품들 역시 기본으로 70달러가 넘어가는 가격이었다.

임하나는 이런 고기를 먹으면 제대로 소화나 될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저 돈 많으니까 드시고 싶은 거 다 시키셔도 돼요.”

성현은 메뉴판을 덮으며 일행들을 안심시켰다.

그 부르주아 미소에 임하나는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맞다. 성현씨 금수저였지. 저, 그럼 꽃살 3인분 시켜도 돼요?”

“그걸 혼자 다 먹겠다고?”

천소울은 어이가 없어서 임하나에게 물었다.

저번부터 알아봤지만 임하나는 다른 건 몰라도 고기 욕심이 있었다.

“다 같이 먹는 거죠!”

임하나가 발끈하며 외치자 천소울이 고개를 저었다.

“과연.”

“......알겠어요. 그럼 2인분만 더 시킬게요. 됐죠?”

이 이상은 타협할 수 없다는 듯 말하는 임하나의 말에 천소울이 뭐라고 대꾸하려던 찰나,

“그걸로 배 차겠어요?”

뒤늦게 도착한 봉준오가 대신 맞받아쳤다.

그는 자리에 앉으며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가져가더니 직원을 불렀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봉준오는 막힘없이 메뉴판을 읽어내려가듯 말했다.

“프리미엄으로 두 개 일단 주시고 꽃살 단품으로 4개 더 시킬 건데 2인분씩 가져다주세요. 아, 소주 드세요?”

“네, 먹습니다.”

성현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봉준오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마저 말했다.

“소주도 두 병 가져다주시고.”

주문을 받은 직원은 곧장 소주 두 병을 먼저 가져다주었다.

“나 때문에 억지로 마시는 건 아니지?”

봉준오는 바로 소주병을 가져가 뚜껑을 비틀어 열며 물었다.

“아닙니다. 감독님이랑 술 한잔하는 것만으로 영광입니다.”

“저, 제, 제가 한 잔 따라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봉준오의 말에 임하나의 얼굴이 밝게 폈다.

봉준오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는데 너무 긴장한 탓에 손이 덜덜 떨렸다.

테이블에 꽤나 많은 술이 흘렀고, 임하나는 울상이 되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 왜 이렇게 얼었어요. 편하게 해요, 편하게.”

봉준오는 임하나에게서 소주병을 가져간 뒤, 세 사람에게 한 잔씩 술을 따라줬다.

“감사합니다.”

임하나 뿐만 아니라 성현과 천소울까지 모두 긴장을 해서 말이 없었다.

봉준오는 일단 한잔하자며 짠을 외쳤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소주잔이 맞부딪쳤다.

“일등 축하해요. 오늘 이 자리 나오기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는데 나와줘서 고맙고.”

그 말에 임하나가 영광이라고 말하려다가 쓴 소주에 잠시 켈록거렸다.

“사실 내가 세 사람 때문에 더 넥스트 슈퍼스타 심사위원 하겠다 한 거였거든. 언제 한 번 꼭 한번 같이 밥 먹고 싶었어요.”

이제 같이 밥 먹기 어려워질 테니까.

장난스럽게 덧붙여지는 봉준오의 말.

성현과 천소울, 임하나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계적인 감독이 자신들 때문에 더 넥스트 슈퍼스타에 참가했다니.

그를 만나고 지금 이렇게 같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보다 믿기지 않았다.

“왠지 해줄 수 있는 말도 많을 것 같고.”

봉준오는 놀라서 자신을 멀거니 쳐다보고 있는 어린 아티스트들을 둘러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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