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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198화 (198/273)

198화

나이스 원 써니! 나이스 원 썬! 나이스 원 써니! 렛츠 헤브 어나더 원!

토르트넘 핫스퍼드 경기장.

그곳에 대한민국 스타 축구선수 손현민의 응원가가 울리고 있었다.

그때 골을 넣은 손현민이 무릎 슬라이드를 하며 세레머니를 펼쳤다.

그 위로 그의 동료 축구선수들이 달려들어 그를 축하했다.

경기장 전체에 손현민을 응원하는 응원가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한 마음이 되어서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외국인, 한국인 할 거 없이 모두 목이 쉬어라 손현민을 응원했다.

전광판으로 보이는 골을 넣은 손현민의 얼굴과 0:3 스코어가 보였다.

“나이스 원 써니! 나이스 원 썬!”

객석에서 이를 보고 있는 천소울 역시 목이 쉬어라 손현민을 응원하는 중이었다.

그 옆에 앉아있는 성현은 천소울의 열정적인 모습이 낯설었다.

이런 모습이 너무나 생소해서 전반전이 끝나가도록 아직도 적응하지 못해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이건 게임에서도 몰랐던 점인데.’

성현은 천소울이 손현민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다.

SNS에서 손현민이 자신들을 언급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으니까.

“써니! 나이스 원썬!”

성현과 마찬가지로 천소울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임하나는 두 귀를 손으로 막고 있었다.

공연 중에도 이렇게 천소울이 소리 지르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아마 지금 천소울의 마이크가 있다면, 스피커 하나둘은 충분히 터뜨렸을 성량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열정적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

이것 또한 게임에서 몰랐던 천소울의 새로운 점이었다.

아마 현실에서 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영원히 몰랐을 정보일 터였다.

성현은 신기함에 천소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축구에 큰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손현민의 골보다 이쪽이 더 흥미로웠다.

이는 성현의 옆에 앉은 이주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 친구는 아주 열정이 넘치는구나.”

이주성은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축구 경기장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성현과 달리 저 친구는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주성은 열정적으로 응원을 하며 경기를 즐기는 천소울이 보기 좋은지 연신 웃어댔다.

비싼 값을 치르고 급히 얻은 티켓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친구였다.

응원가를 부르던 천소울은 갑자기 응원을 멈추고 이주성을 돌아봤다.

“아버님도 응원가 알려드릴까요? 응원하면서 보면 더 재밌습니다.”

“그럼 그럴까?”

이주성의 말에 천소울은 성현에게 이주성과 자리를 바꾸라며 고갯짓을 했다.

말도 없이 자신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쳐다보는 천소울.

성현은 황당해서 천소울 올려다보는데 이주성 또한 성현에게 어서 자리를 비키라는 듯 눈빛을 보냈다.

“......”

성현은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을 느꼈다.

‘뭔가 이상한데.’

성현은 미묘한 패배감을 느끼며 일어나 이주성과 자리를 바꿨다.

천소울은 곧 이주성에게 열심히 응원가를 알려줬다.

“이, 이렇게?”

“더 크게요. 나이스 원 써니!”

“나이스 원 썬!”

“네. 바로 그겁니다. 아버님.”

“이거 재밌는데.”

그렇게 이주성이 응원가를 배우는 사이.

손현민이 골 세레머니를 마치고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상대팀 스트라이커가 패널티 박스 밖에서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볼이 니어포스트 쪽으로 휘어 들어가는데, 골키퍼가 선방했다.

공은 그대로 다시 패널티 박스로 튕겨져 나갔다.

“휴우…….”

토르트넘 센터백이 급하게 공을 헤딩으로 처리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손현민이 빠르게 공을 받아 상대편 진영으로 향했다.

드리블을 치며 달리며 직접 돌파를 시도하는 손현민.

상대편 패널티박스 안까지 단독 질주를 하며 골을 차고 갔다.

상대팀 골키퍼가 공을 잡기 위해 앞으로 뛰어나오는데, 손현민이 침착하게 칩샷으로 공을 띄웠다.

“아!”

찰나의 순간, 공이 조금 위로 뜨더니 그대로 골대로 들어갔다.

토르트넘 팬들은 눈앞에 상황을 믿지 못해서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그러자 곧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성이 들리고 외국인들의 칭찬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쏜은 미쳤어. 미친 드리블이야.”

“호나우드의 재림이었어! 저 정도면 쏘나우드 아니냐?”

외국인도 이 정도인데, 이주성과 천소울의 얼굴은 터질 듯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과도한 기쁨에 젖어 두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이스 원 써니! 나이스 원 썬!”

이주성은 국뽕에 차올라 천소울에게 배운 응원가를 부르며 함께 즐겼다.

천소울은 질세라 태극기를 흔들며 함께 즐기는데, 카메라가 마침 두 사람의 모습을 잡아줬다.

“어, 저기 봐라!”

“여기 잡아주세요 아버님!”

천소울과 이주성은 카메라에 잘 보이게 태극기를 다시 바로잡고 흔들었다.

전광판에 두 사람의 모습이 다정한 부자처럼 찍혔다.

“허…….”

성현은 미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탄식을 흘렸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멤버들은 가만히 앉아 있는 성현의 모습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저기 한국인들 혹시,”

“성현! 천소울! 저기 임하나도 있다!”

그리고 이내 전광판 속 천소울과 성현의 일행을 알아본 몇몇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여기저기서 사인 요청이 쇄도했다.

손현민 역시 전광판을 보고 살짝 놀라며 그라운드를 가로질렀다.

골을 넣은 손현민이 성현의 일행이 있는 좌석을 향해 양손 엄지를 들어 보였다.

“나이스 원 써니! 나이스 원 썬!”

천소울, 그 모습을 보며 더욱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불렀다.

“천소울씨 저러다 우는 거 아니에요?”

“그럴지도 몰라요.”

임하나와 성현이 속닥거리는 것도 모르고, 천소울은 경기에 흠뻑 빠졌다.

그날 손현민은 이후로 한 골을 더 넣으며 해트트릭에 성공했다.

토르트넘은 5:0의 대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천소울은 꿈에 그리던 손현민에게 싸인을 직접 받을 수 있었다.

***

런던 히드로 공항.

입국 심사를 마친 성현과 성현의 일행들 모두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성현과 천소울, 임하나는 다음 라운드를 위해 미국으로 향해야 했다.

그에 반해 이주성을 비롯한 남은 멤버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출국장에 모여 있는 일행들은 누구 하나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다들 멀리까지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먼저 입을 연 것은 성현이었다.

이주성, 아버지를 비롯해 멤버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성현은 진심을 담아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잘 다녀와요. 한국에서도 항상 응원할게요.”

“우리 회사 대표로 나갔다 생각하고 우승하고 와요.”

서자명의 말에 서지현이 깜짝 놀라 그의 등짝을 내려쳤다.

“왜 부담을 주고 그래요. 우승 안 해도 되니까 그냥 하고 싶은 음악 실컷 하다 와요.”

멤버들과 정말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임하나는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언니, 왜 울고 그래요. 나도 눈물 나잖아.”

처음 밟아 보는 외국 땅.

아무리 성현과 천소울과 있다고 하지만, 임하나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낯설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온 멤버들은 임하나에게 고향이면서 가족, 집이나 다름없었기에 이대로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언니 왜 울고 그래요.”

“몰라.”

주선아와 서지현이 임하나를 달래주었다.

성현 역시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좋진 않았다.

임하나가 느꼈을 외로움이나 낯선 땅에서 느꼈을 향수병 같은 것.

성현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울고 그래. 오늘 같이 좋은 날에. 무려 빌보드의 나라로 떠나는 거 아니야. 안 그래? 아델보다 노래 잘하는 임하나씨?”

심훈영은 애써 분위기를 띄우며 말했다.

임하나는 그 말에 결국 울면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지금처럼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대표님 안 계셨으면 지금의 회사도 없었을 거예요.”

성현은 심훈영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심훈영의 손을 다잡았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한국 걱정은 말고 오디션 생각만 해. 이제 마지막 라운드라며.”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 우리 식구들 문젠데.”

성현의 말에 심훈영이 피식 웃었다.

처음 기획사를 차리겠다고 할 때만 해도 하룻강아지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듬직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진짜 어른 다 됐네.”

심훈영의 말에 성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원래도 어른이었어요.”

“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 아무튼, 틈틈이 프로젝트 상황 보고할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진 말고 있어.”

심훈영이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비켜주자, 곧 이주성과 성현만이 남았다.

한동안 성현을 보고 있던 이주성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밥 잘 챙겨 먹고. 항상 몸조심 하고.”

“네. 아버지도 식사 잘 챙겨 드세요. 한국 가면 축구장도 가고 해요.”

성현은 이주성이 이번에 축구를 보면서 신나하던 것을 기억하고 말했다.

그 말에 이주성의 표정이 요상해졌다.

“축구장?”

“네. 저번에 엄청 재밌어하셨잖아요.”

성현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이주성이 탐탁지 않아 했다.

“너랑 가면 재미 없지. 넌 멀뚱히 앉아있기만 하잖냐. 저 친구도 같이 데려가.”

이주성이 천소울 쪽을 보며 말하자 성현이 피식 웃었다.

축구장에서 어깨동무를 해가며 천소울과 응원가를 부르더니 정이 든 모양이었다.

“알았어요.”

“그래. 도착하면 연락하고.”

이주성은 성현을 너무 오래 붙잡은 것 같아 이만 보내주려는데, 성현이 그런 이주성을 불렀다.

“저 이제 정말 괜찮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래. 힘들면 언제든 집에 오고.”

“네. 욕심 안 내고 좋은 음악 하고 돌아갈게요. 그때 봐요.”

성현의 담담한 한마디.

이주성은 울컥 솟는 무언가를 삼켜내며 매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다시는 나누지 못할 거라 여겼던 아들과의 대화.

이 소소한 대화 몇 마디가 이주성의 가슴을 울렸다.

이주성과의 안 좋았던 과거에 대한 상처는 이제 어느덧 아물었다.

트라우마 또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이주성이 먼저 내민 손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성현에게 먼저 솔직하게 자신의 말을 마음을 전하고 사과를 했기에.

이주성과 성현은 과거의 일을 통해 둘 다 서로 성숙해졌음을 느꼈다.

어쩌면 이번에 한국에 돌아갔을 때, 둘은 이전보다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오디션을 통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두 사람이기에.

그렇게 모두가 인사를 나눈 후.

먼저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공항을 떠나려는데, 요하가 갑자기 성현 일행을 향해 달려왔다.

요하는 출국장에 들어서서 잠시 가볼 데가 있다고 했었다.

손에 무언가 꾸러미를 들고 돌아오는 요하의 모습.

“이거 가져가요.”

세 사람에게 쥐고 있던 꾸러미 중 하나를 건넸다.

자세히 보니 애비로드 횡단보도에서 찍었던 단체 사진이었다.

인화가 되는 곳을 찾아 헤맸을 요하가 기특해 성현은 말없이 그런 요하의 머리를 한번 두들겨주었다.

“파이팅.”

“그래, 파이팅.”

성현의 일행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러 이동했다.

남은 멤버들은 그들의 뒷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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