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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189화 (189/273)

189화

두 번째 버스킹 당일,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성현의 일행은 탑승 수속을 서둘렀다.

히드로 공항에서 아일랜드 더블린까지는 비행기로 한 시간.

드디어 공연 당일, 성현의 일행은 이제 더블린으로 떠난다.

수속을 마친 세 사람이 아일랜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면서, 세 사람 모두 각자 휴대폰을 확인하느라 바빴다.

[‘더 넥스트 슈퍼스타’ 암하나, 아델의 극찬 받다!]

[영국 팝스타 아델, 가장 작업하고 싶은 가수 1위로 한국의 임하나 뽑아.]

[영국 레전드 노엘 갤러, “임하나가 아델보다 노래 잘 불러. 농담 아님.”]

아델이 SNS에 게시글을 올린 이후 국내에는 관련 기사가 하루에만 수천 개가 쏟아졌다.

영국의 대표 방송 BBD 등 유명 매체에서도 이와 관련된 보도를 다루기에 바빴다.

아델의 입김은 실로 엄청났다.

영국의 유명 아티스트들도 모두 임하나의 영상을 보고 한 마디씩 던지고 있었고, 다른 해외 굵직한 아티스트들도 임하나에게 찬사를 보내는 중이었다.

너튜브에는 임하나의 ‘Hello’ 영상이 인기급상승 영상으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 순식간에 조회수 3000만을 돌파했다.

댓글엔 그녀의 노래 실력을 칭찬하는 각종 나라의 언어들로 도배되는 중이었다.

-She is Korean.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국위선양이 별거 있냐. 이런 게 국위선양이지. 두유 노 임하나?

댓글들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미소를 짓던 임하나가 고개를 들어 옆을 살폈다.

성현도 열심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옆자리에서 휴대폰을 보는 천소울의 입꼬리도 귀에 걸려 있었다.

“그렇게 좋아요?”

임하나는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됐다.

웬만하면 감정을 얼굴에 표현하지 않는 천소울이 입꼬리가 귀에 걸려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천소울은 임하나가 자신을 웃으며 보는 걸 알면서도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당연한 거 아닌가. 이건 가문의 영광입니다.”

천소울은 휴대폰 화면에서 눈을 뗄 줄 모르고 말했다.

아델이 올린 SNS 게시글과 영상 이후, 성현의 팀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그중 영국에 거주 중인 한국인 스타들이 자신의 SNS에 성현의 팀을 언급하며 이들의 유명세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가문의 영광까지인가......”

그 말에 천소울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저한텐 이 사람이 아델 못지않은 영웅입니다.”

임하나는 천소울의 단호한 말투에 조금 기가 죽어 입을 삐죽이며 성현을 쳐다봤다.

성현 역시 휴대폰에 들어갈 것처럼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성현씨도 저 사람 좋아해요?”

“한국인들 중에 손현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걸요. 차동근 이후로 역대급 축구 선수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다.

대한민국의 간판 축구 스타면서 아시아를 넘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정상급의 활약을 하고 있는 손현민.

그가 자신의 SNS에 천소울 공연에 대한 게시물을 올린 것이다.

[공연 너무 잘 봤습니다. 천소울씨를 비롯해 좋은 공연 보여준 TOP7 참가자들 모두 고마워요. 대한민국 파이팅!]

천소울은 게시물을 여러 번 읽으며 눈을 떼지 못하며 실실 웃었다.

어젯밤 아델에 이어 손현민의 등판에 멤버들이 모인 단체 메시지방이 터질 뻔했었다.

임하나는 아예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난생 처음 보는 천소울의 모습을 관람 중이었다.

‘웃으니까 빛이 나네, 빛이 나.’

그런 둘을 성현이 불렀다.

“소울씨, 하나씨 기분 좋은 건 알겠지만 기분만 내다 끝나면 안 되잖아요. 아직 남은 공연도 있으니까 아일랜드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좀 더 침착한 마음으로 공연에 임했으면 좋겠어요.”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고 들뜨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성현은 여기서 끝낼 마음이 없었다.

남은 공연이 있는 만큼 성현은 두 사람 모두가 들뜬 마음을 빨리 다잡기를 원했다.

임하나와 천소울 역시 성현의 말뜻을 금세 이해했다.

“아일랜드 내리는 순간 휴대폰 사용 금지. 어때요?”

임하나는 안 보면 괜찮을 거라며 천소울에게 먼저 제안 했다.

“손에 들고 있으면 자꾸 보게 되니까 그게 나을 수도.”

천소울도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 다 의지가 강하네요. 그러면 아예 지금 저한테 휴대폰을 맡기는 건 어때요?”

성현은 괜찮은 생각이라며 두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안 돼! 아직이에요!”

임하나는 절규하다시피 외치고 천소울도 당장 휴대폰을 주긴 싫었는지 대답이 없었다.

***

성현과 일행은 아일랜드에 도착하자 미리 대기 중인 대형 버스에 올랐다.

그들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으로 향했다.

더블린에 위치한 그래프턴 스트릿은 영화 ‘원스’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버스킹의 거리였다.

성현의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도 이미 많은 버스커들이 각자 솔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와, 여기 버스킹 천국이네.”

임하나가 옆에서 펼쳐지는 마술쇼에 눈을 빼앗기며 말했다.

“여기서 돋보일 수 있겠어요?”

“별소리 다하시네. 저희가 누구한테 주목받았는지 잊었어요?”

아델과 손현민에게 언급된 두 사람은 휴대폰을 금지하긴 했지만 여전히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성현은 자신감 넘치는 두 사람을 보며 이 정도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웃었다.

성현과 주최 측 스탭들은 한 백화점 앞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이내 카메라 설치부터 악기 세팅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오, 여기는 꽤 판이 큰데.”

워낙 버스커들이 넘쳐나는 곳이라 웬만해서는 눈길을 끌기 힘든 곳.

하지만 다른 공연보다 월등히 차이 나는 인원이 무대를 준비하자 관심을 끈 모양이었다.

낯선 아시아인들의 등장과 더불어 카메라와 악기가 세팅되자 길거리를 걷던 행인들이 천천히 걸음을 멈추며 관심을 보였다.

근처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던 뮤지션들도 공연을 멈추고 성현의 일행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어, 나 저 여자 알아. 아델 Hello 부른 여자잖아.”

무대 세팅을 구경하던 한 관중이 천소울과 오늘 무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임하나를 발견했다.

그 말에 하릴없이 구경하던 행인들이 하나둘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진짜네. 오늘 여기서 공연하려나 봐.”

성현의 팀 무대가 큰 화제가 되기는 했던 모양이었다.

임하나 한 명을 알아본 것으로도 소란이 일었다.

장소가 미리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그들을 알아본 사람들이 빠르게 몰려들었다.

첫 번째 공연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어이! 카메라, 조명 말고는 모두 통제 좀 해!”

영국측 스탭 하나가 급작스럽게 몰리는 관중에 스탭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무대를 준비하던 스탭들 역시 예상보다 관객이 빠르게 몰리자 당황해서 가이드 라인을 일러주느라 동분서주했다.

서둘러 무대 세팅을 끝내고 미션 관련된 룰을 설명했다.

관중들은 룰 설명이 시작되자 이제 공연이 시작된다고 여겼는지 눈을 반짝이며 기다렸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버스킹이 시작됐다.

언제나처럼 성현이 반주를 맡았고, 임하나와 천소울이 각자 솔로곡과 듀엣곡을 선보였다.

노래를 지켜보던 사람들 몇 명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가 하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버스킹의 거리라는 수식에 어울리게 사람들 모두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노래를 즐겼다.

성현의 일행들 역시 이에 보답하듯 더욱 신이 나 노래를 열창했다.

성현, 그렇게 피아노 연주를 하며 관객들을 보는데 그중 눈에 띄는 관객들이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부부인데 둘은 노래에 맞춰 서로의 손을 맞잡고 춤을 추며 가볍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성현은 순간 겸손한 마음이 들었다.

오디션을 떠나서 자신의 음악으로 누군가가 저렇게 행복해하고 있었다.

관객들이 웃을 수 있기에 무대 하나하나마다 더욱 소중하고 진지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 것이다.

‘음악이 주는 진정한 행복이란 게 이런 건가.’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 하나하나가 춤을 추듯 가볍게 움직였다.

성현은 지금 이 순간 자체가 너무나 즐거웠다.

당장 사라져도 좋다는 생각이 들 만큼.

***

두 번째 공연이 순조롭게 끝났다.

무사히 공연을 마친 세 사람은 더블린에 위치한 호텔에 짐을 풀고는 곧장 다시 밖으로 향했다.

공연 장소가 더블린으로 정해졌을 때부터 나온 이야기가 있었다.

“말로만 듣던 아이리쉬 펍에 가 보다니.”

바로 근처 펍으로 가서 가볍게 한잔하기 위해서였다.

아일랜드는 노래로도 유명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알코올 소비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그중 아일랜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주류를 뽑으라면 단연 맥주였다.

그 유명한 맥주의 맛을 안 볼 수는 없었다.

“하나씨, 적당히 분위기 즐기려고 가는 거니까 너무 과음하면 안 돼요.”

성현이 유독 들떠있는 임하나를 진정시키려 말했다.

임하나는 알겠다면서 미리 찾아 놓은 펍으로 빠르게 향하면서 조잘조잘 쉬지 않고 말했다.

“여기 포테이토가 그렇게 맛있대요. 아, 그리고 윙도 맛있다는데 윙도 하나 시킬까요? 맥주는 일단 기네스 한 잔 시키고 아이리쉬 사이다도 맛있다는데 그것도 하나 시킬까요?”

영국에 온 이후 처음으로 마시는 술이었다.

그동안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연에 집중하기 위해 모두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술, 거기다가 아이리쉬 펍에서 음악과 함께 즐기는 술이라니!

게다가 오늘은 두 번째 공연도 성황리에 끝냈기에 임하나의 기분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공연 중일까요? 아이리쉬 전통 음악도 그렇게 좋다는데.”

성현은 하이텐션인 임하나를 조금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그렇다고 오늘 같은 날 신이 난 임하나를 무작정 말릴 수는 없는 노릇.

천소울이 이를 눈치채고 말했다.

“전 술 안 마실 거니까 제가 지켜보겠습니다.”

성현은 천소울의 말에 깜짝 놀라서 돌아보았다.

“진짜 안 마시게요? 아일랜드까지 왔는데?”

“네. 술은 그때 이후로 충분합니다.”

천소울은 모건 사건 이후 술을 마시다가 성대가 나간 뒤로 술을 입에도 대지 않고 있었다.

평생 마실 술은 그때 다 마셨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건 아일랜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논알콜 칵테일이라도 시키죠.”

“좋죠.”

성현의 말에 천소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예요!”

흥분한 임하나의 안내로 세 사람은 펍에 도착했다.

펍에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내부가 보였고, 가게 한쪽에는 두 사람 정도 올라갈 수 있는 아주 조그마한 무대도 마련되어 있었다.

“와 무대가 진짜 작네요.”

“여기는 숨 쉬듯이 음악을 듣는 곳이니까요.”

거창한 세션을 갖춘 밴드가 아니더라도 편하게 노래를 하고,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가게에는 열 명가량의 손님들이 맥주를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그들은 성현의 일행을 보고는 순간 말이 없어졌다가, 이내 다시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바에서 맥주를 따르던 수염이 덥수룩한 사장이 성현의 일행과 눈인사를 하고는 다시 무심하게 술을 따랐다.

성현의 일행은 근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까지 정해지자, 임하나는 곧장 바로 달려가 소리쳤다.

“기네스 두 잔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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