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승객 여러분 편안한 여행 되셨습니까. 현재 이 항공기는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에 도착하였으며 비행기가 완전히 멈춘 후......”
기나긴 12시간의 비행이 끝이 났다.
TOP 7 멤버들은 마침내 영국에 도착했다.
임하나는 처음 겪는 비행이 장시간인 바람에 더욱 적응을 못 하고 비틀거리며 하차했다.
성현을 비롯한 TOP 7의 멤버들 입국 절차를 밟고 히드로 공항에서 나왔다.
공항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엄청난 환호성이었다.
낯선 외국인 팬들이 보내는 환호에 참가자들 모두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임하나는 자신에게 몰려드는 팬들을 보며 믿기지 않아 연신 공항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주변에는 딱히 아무것도 없었다.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해서 제일 먼저 비행기에서 내린 한국 대표 참가자들을 제외하고는.
“설마 우리 보고 소리 지른 거예요......?”
임하나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들에게 환호를 보내는 외국인 팬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 것 같은데요?”
성현 역시 생각보다 많은 팬들이 공항에 몰려들자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해두었던 경호 인력들이 튀어나와 참가자들을 보호했다.
팬들은 차츰 뒤로 물러나 멀리서 참가자들을 향해 뜨거운 환호를 보내며 환영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다른 참가자들 역시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팬들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역시 글로벌 오디션이라 다르긴 다르네요.”
TOP 7 참가자들은 ‘더 넥스트 슈퍼스타’의 글로벌한 인기를 실감하며 감탄을 내뱉었다.
그때 한 외국인이 인파를 헤치고 걸어오더니 한국 주최 측 대표로 온 이대훈 PD와 인사를 나눴다.
“이대훈 PD?”
“네, 아까 전화로 인사 나눴던 이대훈 PD입니다.”
“반가워요, 찰리 브라운이에요.”
이대훈은 찰리 브라운과 짧게 인사를 나눈 뒤, 성현과 TOP 7 멤버들에게 그를 소개해 주었다.
“인사 나눠요. 이분은 영국 측 대표로 나온 찰리 브라운.”
이대훈의 말에 TOP7 멤버들은 모두 영어로 짧게 찰리 브라운과 인사 나누었다.
그중에 찰리 브라운은 유독 성현의 손을 오래 잡고 놓지 않았다.
“당신이 이성현씨군요. 더 넥스트 슈퍼스타에 참가한 모든 나라 통틀어서 유일하게 음원 1, 2위를 독식한 천재 프로듀서.”
그렇게 말하는 찰리 브라운은 성현의 얼굴을 이리저리 뜯어보며 눈을 빛냈다.
성현은 유창한 영어로 겸손을 표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성현은 찰리의 칭찬에 영어로 대답하자, 찰리는 살짝 놀랐다.
그리고 성현이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 이후에도 성현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져댔다.
“프로듀싱을 배운 지 몇 년 안 됐다던데 사실인가요?”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합니까?”
“오디션이 끝난 이후에 계획은 어떻게 되죠?”
성현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는지 질문을 쏟아내는 찰리에게 성현은 능숙하게 대답해주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TOP 7 멤버들은 모두 부럽다는 듯이 성현을 쳐다봤다.
“무슨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냐.”
“발음 진짜 좋다.”
“노래만 잘 만드는 줄 알았더니 영어까지 잘한다고? 완전 사기캐 아니냐.”
그들은 모두 원어민 못지않은 성현의 영어 실력에 입을 헤 벌리고 구경 중이었다.
저 사람은 도대체 못하는 게 뭘까…….
성현에 대한 찰리의 관심이 도무지 수그러들 생각을 하지 않자, 이대훈이 나서서 중재했다.
점점 참가자들을 보호하는 경호 인력들이 몰려드는 팬들 때문에 힘에 부쳐 보였기 때문.
“자, 자. 질문은 나중에 하시고 일단 호텔로 이동하시죠.”
다음 스케줄을 재촉하는 이대훈의 말에 찰리는 아쉬운 듯이 성현에게 눈길을 떼지 못하며 마지막까지 못을 박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중에 더 깊은 대화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찰리는 성현과의 대화를 끝내는 것이 못내 아쉬워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드디어 성현과 TOP 7 멤버들은 영국 측 스탭들을 따라 공항 주차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우와…….”
“야경 봐. 끝내준다.”
“한강이랑은 또 분위기가 다른데?”
TOP 7 참가자들을 태운 차는 영국 시내를 내달렸다.
영국은 이미 해가 진 지 한참이었고, 어둠이 깔려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 그대로 유지되어 고즈넉한 시내를 달리는 차 안에서 멤버들은 외국의 정취를 느끼느라 다들 창문에 매달려 있었다.
은은한 가로등 조명과 그 밑을 오고 가는 수많은 외국인들.
우리가 진짜 영국에 왔구나.
멤버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들뜬 희열을 공유했다.
그렇게 성현과 일행들은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이었다.
호텔로 들어간 멤버들은 모두 호텔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압도당해 말도 못 꺼내고 있었다.
일행을 대신해 먼저 가서 체크인을 마친 스탭이 성현과 일행들에게 방 키를 하나씩 분배했다.
“내일 오후까진 스케쥴이 없으니 각자 자유시간을 가지면 됩니다. 혹시나 호텔 밖으로 이동할 경우 저희 쪽에 꼭 보고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스탭의 말과 동시에 호텔 직원이 성현과 일행들의 짐을 들어주고 방으로 차례대로 안내했다.
참가자들 모두 처음 경험하는 호화스러운 대접에 넋이 나가 말없이 직원을 따라갈 뿐이었다.
***
다음 날 오전.
이른 아침부터 침대에서 일어난 성현이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공식 스케줄이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 여유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현이 가져온 기타를 매고 로비로 내려가니 로비에는 천소울과 임하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현이 매고 온 기타 가방을 본 임하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성현씨, 기타는 왜 매고 온 거예요? 우리 커피 마시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
“원래 외국 나가면 경치 좋은 곳에서 커피 한 잔씩 하면서 기타 연주도 하고 그러잖아요. 하나씨는 그런 감성 모르나 봐요?”
성현은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임하나를 놀리며 말했다.
과장된 성현의 어투에 임하나는 피식 웃으며 앞장섰다.
아무리 부잣집 아들인 성현이라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상당히 신나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감성은 몰라도 지도는 잘 보니까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임하나는 자신만만하게 휴대폰에 있는 지도를 보며 먼저 앞장섰다.
성현과 천소울은 얌전히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세 사람이 향한 곳은 호텔 근처 호수에 있는 노천 카페였다.
비가 자주 오는 영국이지만, 오늘만큼은 날씨도 좋았다.
사람들은 모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한 잔씩하고 있었다.
임하나는 어제 비행기에서부터 찾은 카페의 모습이 아주 만족스러운지 흡족해하며 야외테이블 하나를 선점했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주문한 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를 만끽했다.
“아, 날씨 좋다.”
임하나는 기분이 좋아지자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커피를 기다리던 사이 성현이 그런 임하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왕 부르는 거 제대로 불러봐요.”
외국에서의 버스킹은 성현에게 오랜 로망이었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공연을 보러 오기 위해 방문한 해외에서, 자유로운 음악가들을 보고 자란 성현이었다.
언젠가 자신도 저 자리에서 자유로운 음악을 하겠다고 생각한 그 꿈이 지금 이루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과 함께 하는 것은 같이 음악을 하는 동료들.
신이 난 성현이 자신의 기타까지 꺼내들었다.
임하나 역시 빼지 않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럼 연습도 할 겸 한 곡 뽑아볼게요.”
임하나는 성현의 감미로운 반주가 흘러나오자 허밍을 하더니 목소리를 얹었다.
둘의 하모니에 이내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성현의 테이블로 집중되어 갔다.
“The club isn't the best place to find a lover So the bar is where I go Me and my friends at the table doing shots.”
임하나가 택한 곡은 영국의 대표 싱어송라이터 애드 샤런의 대표곡이었다.
성현의 리드미컬한 반주에 임하나의 끈적한 그루브가 어울려졌다.
순식간에 시끌벅적하던 노천 카페가 고요해졌다.
사람들 모두 임하나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집중했다.
익숙한 멜로디에 각자의 자리에서 리듬을 타는 사람들.
몇몇 사람들을 카메라를 꺼내 둘의 공연을 찍는 데 열중하기도 했다.
“Oh—I—oh—I—oh—I—oh—I I'm in love with your body.”
임하나는 후렴구를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기까지 했다.
보통 바이브가 아닌 그녀의 몸짓에 주위에 있던 행인들까지 멈춰서서 임하나의 공연을 지켜봤다.
노래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그녀의 작은 손짓 하나에도 환호를 질렀다.
연주를 하던 성현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게 버스킹만의 묘미지.’
성현은 당장 코앞에 닥친 오디션은 잊은 채 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성현 역시 임하나와 마찬가지로 온전히 음악에 심취하여 기타 연주에 심혈을 기울였다.
마침내 두 사람의 공연이 끝났을 때 노천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브라보!”
“앵콜! 앵콜!”
여기저기서 환호를 보내며 장난스럽게 앵콜 요청도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임하나는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밝은 미소와 함께 인사하더니 이내 기타를 치던 성현을 일으켰다.
박수를 보내 달라는 듯 제스처를 취하는 임하나의 모습에 사람들은 성현에게도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뭐라뭐라 소리치며 성현을 향해 기타를 치는 제스처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천소울씨도 한 곡 부를래요?”
기세를 탄 성현이 신이 나서 천소울을 돌아보았다.
“이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데.”
난감한 표정으로 시계를 가리키는 천소울의 말에 성현이 놀라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다음 스케줄을 위해 호텔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었다.
“벌써 가요?”
“아쉽지만 열한 시까지 모이라 했으니 슬슬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세 사람은 카페를 떠날 때까지 손님들의 환호를 받으며 자리를 정리했다.
이제 쟁쟁한 세계 대표들과 힘을 겨뤄야 하는 여정의 시작.
오디션, 미션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시간에 셋 모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나쁘지 않은 영국에서의 첫 아침이었다.
***
성현과 두 사람이 호텔에 도착해서 연회장으로 가니 그곳엔 이미 다른 top7 참가자들이 도착해 있었다.
다들 성현의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들이 도착하자 곧장 이후에 있을 미션에 관한 공지를 시작했다.
이대훈은 한국의 일곱 명이 모두 모이자 마이크를 들었다.
“지금부터 본선 6라운드 버스킹 공연에 관한 중요한 공지를 할 텐데, 그 전에 앞으로 오디션을 함께 진행할 영국 스탭분들 소개가 있겠습니다.”
이대훈은 공항에서 봤던 찰리 브라운 PD를 필두로 그의 스탭들을 한 명 한 명 소개했다.
영국인 스탭들은 모두 TOP 7 일행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이미 한국의 인기는 그들에게도 전염되어있는 듯 기대 어린 응원을 보내는 자들도 있었다.
한국 참가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 웃으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응답해주었다.
그렇게 짧은 소개가 끝난 후 이대훈PD는 본격적으로 본선 6라운드 미션에 중요 공지사항을 알리기 위해 입을 뗐다.
“우선 미션의 승패를 가르게 될 룰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이대훈 말에 TOP 7 일행들 모두 긴장한 채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의 손짓에 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는 커넥트 앱이 울렸다.
띠링, 띠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