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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169화 (169/273)

169화

“지금부터 앞으로 있을 미션에 대한 공지 시작하겠습니다.”

PD의 말에 대기실에 있던 TOP 7 참가자들 모두 말을 멈추고 긴장한 표정으로 PD를 쳐다봤다.

2주 간 공식 스케줄만 소화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던 참가자들.

이제부터 다시 서바이벌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말은 이곳에 남은 누군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뜻했다.

PD는 그런 참가자들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고 이내 대기실에 설치된 화면에 뭔가를 띄웠다.

모니터 가득 세계지도가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대기실에 있는 일곱 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한국 대표.

그렇다는 이야기는 이제 세계 무대로 나가 오디션이 치뤄진다는 것을 뜻했다.

이어지는 PD의 말도 참가자들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번 더 넥스트 슈퍼스타에 참여한 국가는 총 10곳입니다. 이곳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브라질 마지막으로 러시아까지.”

PD가 국가 이름을 말할 때마다 지도에 해당 국가의 색깔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총 10곳의 나라의 색이 변했다.

그리고 세계지도의 색이 점점 파랗게 물들어갈수록 이를 지켜보고 있던 참가자들의 입이 조금씩 벌어졌다.

‘더 넥스트 슈퍼스타’가 글로벌 서바이벌 오디션인 건 알았지만 막상 이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그 엄청난 규모가 실감이 났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의 라운드는 각국에서 치러진 예선전에 불과했다.

각 나라 대표들의 실력은 또 얼마나 대단할지, 참가자들은 긴장된 눈빛으로 파랗게 칠해진 10개의 나라를 응시했다.

“현재까지 총 10개의 국에서 총 77명의 지원자들이 살아남았으며 다음 라운드부터는 국내가 아니라 타국의 참가자들과 글로벌 경쟁을 펼치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가 한국 내에서만 경쟁을 한 것과 달리 이번 라운드부터는 더 넥스트 슈퍼스타 이름에 걸맞게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이 시작된다.

이를 듣는 참가자들의 표정엔 설렘과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 가운데 성현은 유독 들떠 보였다.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도 내 노래가 통할까.’

지금까지 게임을 통해 숱하게 글로벌 본선 라운드를 진행해 본 성현.

게임으로만 접했던 미션이 현실로 다가오자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이번 라운드 미션은 글로벌 버스킹 공연입니다. 3일 후 모든 나라의 본선 라운드가 마무리되면 추첨을 통해 10개 나라 중 참가자의 자국을 제외한 나라로 버스킹 장소가 정해질 겁니다. 장소가 정해지면 한 달간의 연습 시간이 주어지니 그때까진 각자 자유시간을 가지며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준비 기간 동안은 주최 측에서 정한 공식 일정을 제외한 모든 개인 활동이 금지되니 이점 유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메인 PD는 쉴 틈 없이 공지를 이어갔다.

그 말에 대기실에 있던 TOP 7 참가자들 모두 예상치 못한 미션 내용에 한바탕 술렁거렸다.

“그럼 미국이나 영국 이런 데 가서 버스킹을 하라는 거야?”

“그러지 않을까? 아, 러시아 이런 데 걸리면 힘들겠다. 혁명 광장에 레닌 동상 같은 거 있다며. 그런데 영어로 노래 불러봐. 진심 돌 맞을 수도.”

한 참가자의 말에 어떤 참가자가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PD님, 그럼 언어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 나라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건가요?”

“언어는 자유입니다.”

PD의 말에 다시금 웅성거림이 거세졌다.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자국의 언어를 쓰는 것이 유리할지 아닐지에 대한 말들이 오갔다.

“이번에도 팀을 짜서 경연하는 건가요?”

“두 팀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며 팀원 선택은 프로듀서와 가수 참가자 중 1등이 결정하게 될 겁니다.”

PD의 말과 동시에 대기실에 있던 참가자들 모두 성현과 천소울을 쳐다봤다.

프로듀서 참가자 1등은 성현, 가수 참가자 1등은 천소울.

선택권을 가진 두 사람에게 시선이 쏠리고 대충 그들이 누굴 원할지 눈치를 챈 참가자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프로듀서 참가자 1등 이성현씨. 가수 참가자 1등은 천소울씨. 두 분 모두 원하는 참가자를 선택하여 팀을 꾸려주시면 됩니다.”

PD의 말에 성현과 천소울은 서로 눈을 맞추더니 동시에 한 사람을 쳐다봤다.

“어, 어?”

둘의 시선을 받은 주인공은 임하나.

성현뿐만 아니라 천소울 또한 임하나를 원한 것.

임하나는 성현까지는 자신을 뽑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천소울까지 자신을 고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저희 둘 다 임하나씨랑 같이 하고 싶은데 그냥 셋이 팀을 하면 안 되나요?”

“상관없습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두 팀으로만 나뉘면 되니까요. 다만 천소울씨 의견이 중요하겠네요. 세 분 이서 함께 팀을 짜도 괜찮겠어요?”

PD의 물음에 남은 참가자들 모두 긴장하며 천소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듀서 1등과 가수 1등이 함께 팀을 이루면 그만큼 자신들의 팀에 경쟁력이 없어진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

선택권을 쥐고 있는 천소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이성현, 천소울, 임하나 참가자 한 팀으로 결정됐으니 자동으로 남은 네 명의 참가자가 팀을 이루게 됐군요.”

최종적으로 팀이 결정되자 누군가는 낮게 탄식했고, 누군가는 조금 아쉽다는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나 팀 선택권을 성현과 천소울이 가져간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실력이 월등했기 때문이기에 그 어떤 불만도 토해내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나머지 네 명의 참가자로 이루어진 팀에서 한 참가자가 갑자기 파이팅을 외쳤다.

“꼴찌의 반란 몰라요? 우리끼리 다 발라 버립시다.”

“전 꼴찌 아니고 4등이거든요?”

“에이, 그게 그거 구만. 아무튼 우리끼리 파이팅 해 봅시다.”

꼴찌라지만 그 치열했던 한국 예선에서 최종 7인까지 남은 이들이다.

아무리 성현과 천소울이라지만 그들 역시 자신감을 가지기 충분했다.

성현과 천소울, 임하나 무리를 제외한 남은 참가자들은 언제 풀이 죽었냐는 듯이 자기들끼리 파이팅을 외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PD는 커넥트 앱을 통해 팀 등록을 마친 후 공지를 마무리 지었다.

“공지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참가자들 모두 천천히 대기실 나가는데, 성현과 천소울, 임하나는 바로 대기실에서 나가지 않고 잠시 모였다.

자연스럽게 둘의 시선은 성현에게 향했다.

성현은 둘을 보며 말했다.

“다음 라운드부터는 진짜 글로벌 경쟁이에요. 한국 대표로 나서는 만큼 열심히 해봐요.”

성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천소울이 의욕에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연습은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전 오늘 당장도 상관없습니다.”

“전 약속 있어서 오늘은 안 되고 내일부터 시간 돼요. 근데 다들 어떤 나라에서 하고 싶어요? 전 미국이 좋을 것 같은데. 요즘 KPOP이 유행이기도 하고.”

임하나는 아쉽다는 듯이 말하면서, 당장이라도 9개국 중에 한 곳에 가는 사람처럼 꿈에 부풀었다.

천소울과 임하나 모두 다음 오디션에 긴장 따위는 하지 않고 큰 기대를 거는 모습에 성현은 미소가 지어졌다.

글로벌 오디션에 나가게 된 것도 설레는데, 같이 가게 된 팀원이 이 두 사람이라니.

걱정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되지 않는 조합이었다.

그때 메인 PD가 셋을 향해 걸어왔다.

“이성현씨, 천소울씨. 잠깐 얘기 좀.”

PD는 그 말을 끝으로 대기실 먼저 나가고, 성현과 천소울은 서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쳐다보고는 PD를 따라 대기실에서 나갔다.

***

이성현과 천소울은 PD의 뒤를 따라 복도를 지나고 이내 빈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 의자에 앉은 PD는 성현과 천소울을 자리로 안내했다.

두 사람은 일단 자리에 앉았고, 세 사람이 얼굴을 마주했다.

“원래 이번 오디션에서 스폰 계약은 정해진 기간 내에만 가능하지만 각 파트별 1등에겐 스폰 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집니다.”

1위라는 타이틀은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지금까지 오지 않았던 소속사에서 스폰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올 수도 있고, 새롭게 계약을 맺고 싶다는 참가자가 생길 수도 있었다.

주최 측은 이제 글로벌로 확대되는 오디션인 만큼 1위들에게는 특혜를 주기로 한 것.

PD는 그 말을 전하며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켜더니 진지한 얼굴로 뭔가를 검토했다.

“현재까지 TOP 7 중에서 두 사람만 스폰서가 없던데.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약 없이 음악을 하고 싶어서요.”

주최 측에서는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스폰서 없이 나라 대표가 된 것에 대해 깊은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단순히 그들의 저력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들의 숨겨진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파헤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최 측에게서 이야기를 전해 들은 PD가 우선 둘에게 물어본 것이다.

2주 간의 인터뷰 동안에도 스폰서가 없는 것에 대한 질문을 숱하게 들어왔기에 예상했다는 듯 쉽게 대답하는 성현.

PD가 태블릿 PC로 몇 가지 조작을 하자, 이내 성현과 천소울 휴대폰에 커넥트 알람이 울렸다.

띠링, 띠링.

성현과 천소울는 갑자기 울린 커넥트 알람에 어리둥절 해하며 PD를 봤다.

PD는 두 사람에게 알람을 확인하라고 말했다.

성현과 천소울은 무슨 알람인가 싶어 내용을 확인하는데, 지금까지 성현과 천소울에게 왔던 스폰 제안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나열해 있었다.

“글로벌 라운드부터는 스폰서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겁니다. 다행히 여러분들을 후원하고 싶다는 스폰서들이 많으니 이번엔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주최 측도 주최 측이지만, 이번 오디션에 참여한 한국 지사 측도 두 사람이 대표로 선정된 이상 이대로 허무하게 떨어지게 둘 수는 없었다.

이제 각국의 빵빵한 기업에서 스폰을 받는 참가자들과 겨뤄야 할 텐데, 그들과 경쟁해서 더 높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

성현과 천소울은 PD의 말을 들으며, 제안이 온 스폰서들의 목록을 훑어보았다.

그중에 눈에 띄는 네 개의 기획사.

한국을 대표하는 4대 기획사의 이름이 모두 올라와 있었다.

SMG 엔터테인먼트.

YD 엔터테인먼트.

JYS 엔터테인먼트.

롱히트 엔터테인먼트.

이번 ‘더 넥스트 슈퍼스타’에 참여하긴 했지만, 그동안 참가자들에게 스폰서 제안을 거의 하지 않기로 유명한 4대 기획사가 모두 스폰서 제안을 한 것이다.

‘천소울씨한테도 제안이 갔겠지, 아마.’

이성현과 천소울은 각 파트별 1위를 기록한 참가자들이었다.

프로듀서 참가자인 성현에게 제안이 왔다는 건 가수 참가자인 천소울에게도 당연히 제안이 갔을 것이 분명했다.

4대 기획사 입장에서는 실력은 당연하고 1위라는 타이틀까지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을 탐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일주일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그 이후부턴 스폰 계약이 불가능하니 잘 생각고 판단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PD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회의실을 나가는데 임하나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임하나: 저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성현이 임하나의 문자를 확인하고 휴대폰을 넣은 뒤, 천소울을 쳐다봤다.

그 역시 임하나 문자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할 말 있는데. 얘기 좀 해요.”

“그럽시다.”

프로듀서와 가수 참가자 1위에게 주어지는 스폰 계약 특전.

성현은 그전에 천소울에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천소울은 자신 역시 할 말이 있었다는 듯 곧장 대답했고,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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