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151화 (151/273)

151화

“부모님......”

성현은 기사 제목에 적힌 부모님이란 말을 낮게 읊조리며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기사는 인터뷰 내용을 짤막하게 문답식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Q. TOP 7에 들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광주를 대표한 유일한 참가자가 됐는데 비결 같은 것이 있나요?

A. 김지원: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매 라운드가 살얼음판이라 압박감도 심했고 처음 몇 달간은 잠도 잘 못 잤어요. 비결이라고 할 건 없지만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들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항상 믿고 응원해주셨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노래할 수 있었거든요.

Q. 만약 우승하게 된다면 상금을 어떻게 사용할 건지 생각해둔 것이 있나요?

A. 음, 아마 부모님한테 전부 드릴 것 같아요. (웃음) 두 분이 안 계셨으면 그날의 저도 없을 것 같거든요.

인터뷰 형식으로 이어지는 기사를 읽던 성현은 끝까지 기사를 보고 한동안 멍해져 있었다.

“이성현?”

누군가 그런 성현을 불렀다.

성현이 정신을 차려 고개를 들어보니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이 성현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런…….’

자신과 아는 사이여서 부른 것이 아니었다.

다들 방송에 나온 성현의 모습을 기억하고는 성현이 앉은 자리 근처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다른 상념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난날의 임하나처럼 자신도 곤혹을 치렀다고 단체 메시지방에 올릴만한 사건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저 사람 더 넥스트 슈퍼스타 나온 사람 아니야?”

“어, 맞아. 그 음원차트 올킬한 프로듀서네.”

한 사람의 확신의 찬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앞다퉈서 성현에게 말을 건넸다.

원래 확실하지 않을 때는 주저하다가 한 사람이라도 확신이 서는 순간, 용감해지는 것이 군중의 심리였다.

“저 죄송한데 사인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진짜 팬이에요. 사진 한 번만 찍어주시면 안 돼요?”

성현은 프로듀서 참가자라서 가수 참가자에 비하면 한참 인지도가 부족했지만, 최종 7인에 남다 보니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유명해져 있었다.

이제 프로듀서 참가자들도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성현은 인기 검색어에도 오를 정도로 제일 주목받는 프로듀서였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성현 주위로 몰려들었고,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기웃거리던 사람들까지 성현을 알아보는 바람에 점점 인원이 늘어나고 있었다.

별수 없이 성현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얼떨떨한 기분으로 팬들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

성현이 인터뷰 현장에 도착하니 임하나와 천소울 메이크업 중이었다.

인터뷰와 함께 사진 촬영도 함께 있었기 때문에 성현 또한 곧 메이크업에 들어갔다.

성현은 지하철에서 시달리느라 조금 피곤해진 몸을 의자에 앉히고 힘을 주욱 뺐다.

익숙지 않은 팬들의 관심에 성현은 헤어 메이크업을 받다가 깜빡 졸고 말았다.

“성현씨 머리 올리니까 원래도 잘생겼는데 더 잘생겨졌어요.”

성현은 뒤에서 들리는 임하나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그동안 성현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어서, 거울을 통해 본 자신이 어색할 지경이었다.

임하나는 자신의 차례가 끝난 김에 성현이 메이크업 받는 걸 뒤에서 지켜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천소울만큼은 아니었지만 성현 또한 잘생긴 얼굴에 속했다.

그런데다가 메이크업까지 받으니 가수라 해도 믿을 만큼 얼굴에서 빛이 났다.

“프로듀서가 잘생겨서 뭐해요.”

성현은 임하나 말에 무심하게 말하며 의자에서 일어나는데, 메이크업을 끝내고 옷매무새를 만지는 천소울을 보고는 입이 떡 벌어졌다.

“여자 스탭들 난리 났어요. 웬만한 배우보다 잘생겼다고.”

임하나는 성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작게 말해주었다.

성현 역시 임하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천소울은 지금까지 일반인으로 산 것이 의문일 만큼 어마어마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작정하고 꾸며놓으니까 진짜 잘생겼구나.’

천소울은 주최 측의 전문 코디네이터한테 코디를 받고, 평소보다 메이크업도 더욱 공들여서 받아서 그런가 안 그래도 잘났던 얼굴이 더욱 돋보이고 있었다.

괜히 임하나와 성현마저 천소울의 곁에 가지 못하고 주위에서 맴돌며 감탄을 하고 있는데, 진행 스탭이 들어왔다.

“5분 후에 인터뷰 시작할게요.”

진행 스탭의 말에 TOP 7 참가자들 모두 메이크업을 마무리 짓고 인터뷰 준비를 했다.

어떤 이는 많이 긴장했는지 입을 풀고 있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무대에 오를 준비만 하던 이들이니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스케줄이 더욱 어색하고 까다롭게 느껴질 만도 했다.

“이성현씨는 이쪽에 서주시고 천소울씨 그 옆에 서주세요.”

진행 스탭은 스튜디오에 마련된 의자에 미리 짜둔 좌석 배치대로 참가자들을 앉혔다.

성현 역시 지금까지 제대로 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가 자신을 향하고 있는 수 대의 카메라를 마주하자 긴장이 되어 손에 땀이 찼다.

모든 참가자들이 자리를 잡자, 스튜디오 내 조명 켜지고 사진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할 진행자가 들어왔다.

몇 번의 사전 촬영을 거치고 사진 작가에게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진행자가 목을 풀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공통 질문 먼저 드릴게요. 이성현씨부터 오디션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때와 힘들었을 때,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무대는 어떤 무대였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진행자 말에 성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바로 대답을 했다.

어렵지 않은 질문이었기에 생각하는 시간은 짧았다.

“가장 좋았던 건 함께 음악을 할 동료들을 만났단 거였고 가장 힘들었을 때는 그 동료들과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할 때였어요. 그리고 가장 좋았던 무대는,”

성현은 말을 하며 옆에 있는 천소울과 임하나를 힐끗 보더니 이내 능청스럽게 웃어넘겼다.

“매 순간 모든 무대가 좋았습니다.”

“지금 작업을 같이한 천소울, 임하나씨 두 분이 한자리에 있어서 대답을 피하신 거 같은데, 괜찮습니다. 이럴 땐 솔직하게 말씀해주셔도 돼요.”

진행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성현에게 짓궂게 질문을 계속 퍼부었다.

그럼에도 성현은 난처하다는 듯 웃을 뿐 대답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에게는 멤버들과 함께 준비한 모든 무대들이 소중했기에 어느 하나 우위를 둘 수 없었다.

성현이 끝끝내 무대를 말하지 않자 진행자 결국 포기하고 나머지 사람들의 인터뷰를 진행해 나갔다.

일곱 명 중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참가자는 당연히 성현과 천소울이었다.

“천소울씨는 아직까지 음원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데 기분이 어때요?”

“좋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진행자는 PD에게 음원 1위를 달리고 있는 천소울을 집중 마크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들었다.

너무 뻔한 PD의 말을 적당히 받아넘기려 했던 진행자는 스튜디오에 들어와 그의 얼굴을 보고는, 생각을 바꿔 먹어야 했다.

일곱 명 중에서 유독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천소울을 보고 주인공을 바로 알아본 탓.

그런 천소울이 던지는 질문마다 너무 짧게 대답하고 말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진행자였다.

“그게 끝이요? 좋습니다?”

“좋은 곡을 준 이성현씨한테 고맙습니다.”

전보다 길어진 천소울의 대답에 진행자는 더 이상 뽑아내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타겟을 성현으로 바꿨다.

“이성현씨는 이번에 첫 데뷔곡으로 음원차트 1, 2등을 차지하게 됐잖아요.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을 하셨나요?”

“천소울, 임하나씨가 워낙 좋은 가수분들이라서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나란히 1, 2위를 할 거란 건 예상 못 했습니다.”

진행자는 모범적인 성현의 인터뷰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성현과 천소울 두 사람에게 궁금한 게 있다며 질문을 던졌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질문을.

“현재 TOP 7 중에서 유일하게 두 사람만 스폰서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스폰서를 선택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진행자 말에 먼저 대답한 건 천소울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하고 싶은 음악을 혼자 힘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보고 싶기도 했고.”

“저도 천소울씨랑 비슷해요. 처음 오디션장에서 스폰서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이렇게 중요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계약할 거 그랬네요.”

성현은 깊게 물어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반 농담 투로 유쾌하게 말하고 넘겼다.

진행자는 포기하지 않고 관련된 질문 이어갔다.

스폰서가 없는 두 사람이 1위의 주인공이라는 것도 특종이었지만, 만일 여기서 두 사람에게 어떤 여지를 발견한다면 그것 또한 특종이었다.

“앞으로 기획사로부터 영입 제안이 올 텐데 계약을 할 의사가 있는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혼자 음악을 하실 계획인 건지 궁금합니다.”

진행자 말에 천소울은 잠깐 고민을 하더니 입을 뗐다.

“그때 가서 더 고민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웬일인지 천소울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성현이 대답할 차례가 됐다.

“검토는 해보겠지만 따로 계획이 있어서 회사로 들어갈 것 같진 않아요.”

“계획이라면 어떤 계획이죠?”

성현의 말에 진행자는 올 것이 왔다는 듯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며 되묻지만, 성현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건 아직 밝힐 수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성현의 대답에 진행자는 몇 차례 더 질문을 했지만 결국 대답을 들을 수 없었고, 곧 다른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이어갔다.

***

“오케이. 방금 시선 좋았다. 이성현씨 고개 좀만 더 천소울씨 쪽으로. 그렇지.”

인터뷰가 끝난 이후 사진 촬영까지 이어졌다.

성현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개별 촬영부터 단체 촬영까지 사진을 찍었고, 사진 촬영을 마쳤을 땐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

일곱 사람은 처음 해보는 일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를 늘어뜨렸다.

처음에 느꼈던 새로운 일에 대한 설렘도 잠시, 간단하다는 촬영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어떤 이는 차라리 노래 연습을 10시간 하겠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오늘 촬영 일정은 모두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진행 스탭의 말에 참가자들 모두 긴장을 풀며 스튜디오 나가려는데 진행 스탭 하나가 다시 그들을 불렀다.

“아직 가시면 안 돼요. 차후 일정에 관한 설명 듣고 가세요.”

진행 스탭의 말과 동시에 스튜디오로 주최 측 관계자가 들어왔다.

그 사람은 모여있는 참가자들에게 앞으로 있을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전에 공지했던 바와 같이 앞으로 2주 동안은 광고부터 화보 촬영까지 여러분들의 모든 일정은 주최 측에서 관리하게 될 겁니다.”

이에 관한 건 이미 참가자들과 주최 측 간 사전 협의가 된 것이기 때문에 다들 어떤 불만도 없었다.

“2주간의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에 커넥트 앱을 통해 공지 사항이 올라갈 것이며 그때까지는 앞으로 설명드릴 일정을 따라주시면 됩니다. 우선 광고 촬영 일정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상파 광고로는 의류 광고 1개, 건강 식품 광고 2개, 음료수 1개가 있고 너튜브 광고로는......”

주죄측은 그 뒤로도 수없이 많은 광고들의 이름을 늘어놓았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목록을 듣고 있던 참가자들의 눈이 빛났다.

광고 촬영이라니!

이제 진짜 스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임하나는 이제 정말 길거리 못 돌아다니겠다고 푸념 섞인 기대감을 드러냈다.

성현은 말은 안 했지만 묘하게 들뜨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옆을 돌아봤다.

거기에는 비슷한 표정을 숨기려고 하고 있는 천소울이 있었다.

이미 성현의 눈에는 여느 슈퍼스타보다 빛나는 천소울이 애써 태연해 보이려고 입매를 굳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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