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148화 (148/273)

148화

경연과 뒤풀이가 끝난 다음 날 아침.

성현은 눈이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부터 확인하는데 오전 11시였다.

‘앞으로 딱 한 시간 후면 발표네.’

정확히 정오에 음원이 발표되니 그전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아있었다.

성현은 어젯밤 공연이 끝난 후 멤버들과 술자리를 가졌음에도 숙취는커녕 정신이 말똥했다.

오히려 술기운이 없었으면 잠을 설쳤을 거라 생각될 정도였다.

이제 곧 있을 음원 발표 때문에 아침부터 심장이 뛰었다.

“후우.”

성현은 애써 심호흡을 하면서 시간을 때울 방안을 떠올려야 했다.

이는 성현의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연신 단체 대화방에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었다.

-임하나: 한 시간 남았어요. 어떻게. 너무 떨려,

-서지현: 언니 어제 그 자신감은 어디 갔어요. 무조건 일등 한다며!

-서자명: 음원 1등은 모르겠지만 지금 임하나씨 공연 영상이 조회수가 제일 높긴 해요.

-조은별: 천소울씨가 그다음으로 조회수가 높네요. 어찌 됐든 전부 성현씨 노래니까 결국 승자는 성현씨인 건가?ㅎ

-릴리: 성현씨 음원 발표되면 제가 커버곡 올려도 될까요? 홍보도 되고 좋을 것 같은데.

-이성현: 그럼 저희야 고맙죠.

성현은 멤버들과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계속해서 시간을 확인했다.

멤버들과 정신없이 떠들다 보니 어느덧 정오에 가까워졌다.

‘5분 뒤면 내 노래가 세상에 처음 발표된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아.’

성현은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고 가만있어도 손에 땀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듀서로서 처음으로 음원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그야말로 프로듀서로서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꿈꿔오던 순간이었고, 그 첫 음원을 함께했던 멤버들과 발표하는 거라서 더욱 뜻깊은 마음이었다.

멤버들과 함께했기에 뿌듯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좋은 결과가 더더욱 간절하기도 했다.

-임하나: 1분 남았어요. 심장 터질 거 같아ㅠ

-서지현: 30초 남았어요!

-천소울: 걱정 마세요.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멤버들까지 함께 손에 땀을 쥐며 음원 발표를 기다렸고, 천소울의 마지막 문자 이후 정확히 정오가 되자 음원이 발표됐다.

성현은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반응을 먼저 확인했다.

음원 순위가 집계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 분명했다.

[실시간 검색어]

1. 더 넥스트 슈퍼스타 음원

2. 신현식

3. A.I 목소리 복원

4. 천소울

5. 임하나

6. 놀이터

7. 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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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넥스트 슈퍼스타’ 음원 발표 이후 음원 사이트 홈페이지 마비돼]

[초호화 오디션 서바이벌 ‘더 넥스트 슈퍼스타’, 음원차트까지 올킬 가능할까]

[15년 만에 다시 듣는 가수 신현식의 목소리, 과연 그가 택한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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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이 공개된 순간 여기저기서 뜨거운 반응들이 나왔다.

실시간 검색어부터 해서 sns, 관련 기사가 빠르게 쏟아져 나왔는데 전과 다르게 고무적인 것은 성현에 대한 관심도가 전과 달리 높아졌다는 것.

반응을 확인한 성현은 조금 진정된 마음으로 휴대폰에 넣어둔 임하나와 천소울의 노래를 틀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성현은 침대에 누워 천소울과 임하나의 노래를 계속해서 들었다.

이미 곡은 발표됐고 이제 남은 건 대중들의 평가뿐.

더 이상 성현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성현은 자신이 만든 곡 위에 얹어진 천소울과 임하나의 노래를 마음껏 만끽했다.

‘이런 기분이구나. 내 노래를 내 가수가 부른다는 건.’

반복해서 천소울과 임하나가 부른 자신의 곡을 듣고 있자니 점차 마음이 차분해졌다.

아까와는 다르게 음원 순위를 확인하고픈 마음도 옅어져 있었다.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땐 내가 너에게 쉼터가 돼 줄게.

자신의 곡에 자신의 가수가 노래를 했다는 것.

그리고 그 음악을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이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넘실댔다.

꿈에서만 그리던 고지를 점령한 느낌.

시원섭섭함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더 높은 고지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

음원이 공개되고 3일이 지났다.

자신의 반지하 작업실에 있는 성현은 습관처럼 음원 사이트 순위를 확인했다.

여러 음원 사이트가 존재했고 각 사이트별 조금씩 순위가 다르긴 했지만 모든 사이트마다 변하지 않는 순위가 있었다면 바로 1위와 2위였다.

1위, 놀이터-천소울(Produce by 이성현)

2위, 놀이터-임하나(Produce by 이성현)

천소울의 음원이 1위, 임하나의 음원이 2위를 달리고 있는 것.

‘예상은 했지만 확실히 음원에선 천소울씨가 앞서가네.’

임하나의 무대와 퍼포먼스가 천소울의 무대보다 임팩트가 큰 건 사실이었다.

이를 증명하는 것처럼 무대 영상은 천소울보다 임하나가 앞서 경연 무대 영상 중에서 조회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다만 무대로 감상하기 좋은 노래와 조용히 음원으로 듣기에 더 좋은 노래는 다르다는 결과일 뿐.

천소울의 잔잔하고 말하듯 내뱉는 창법은 확실히 공연장에서보단 이어폰을 꽂고 들었을 때 더 그 강점을 발휘했다.

임하나의 파워풀한 무대 퍼포먼스와 가창력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영상으로 봤을 때 그 매력이 살아났다.

그리고 이를 방증하듯 임하나의 너튜브 영상은 어느새 조회수를 100만을 돌파하고 있었다.

물론 너튜브 조회수가 5라운드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기록 자체는 분명 유의미했다.

이 조회수 자체가 임하나의 영향력과 인지도를 나타내주는 직접적인 척도이기 때문.

중요한 건 천소울과 임하나의 음원 모두 성현이 만든 한 곡에서 탄생했다는 지점이었다.

음원 2순위라고 임하나가 탈락 위기에 놓인 것도 아니었기에 요새 성현은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성현이 음원 사이트를 보다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시간을 확인하는데, 때마침 밖에서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작업실 문을 열어주자 요하와 서자명이 서 있었다.

“살 안 찌는 이유가 있었구나. 매번 이렇게 강제로 운동을 하는데 살이 찌는 게 이상하지.”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숨이 찬 서자명은 성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헉헉대며 말했다.

반지하 작업실로 오는 살인적인 오르막길이 오늘도 서자명을 힘들게 한 듯했다.

옆에 서 있던 요하는 성현에게 음료수 박스를 건넸다.

오늘 성현은 합격한 멤버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을 집에 초대했다.

“자명이 형이 남의 집 갈 땐 빈손으로 오는 거 아니라 해서요.”

“고마워요. 들어오세요. 다른 분들도 거의 다 왔대요.”

두 사람을 작업실 안으로 들여보내 주고 나서 성현이 요하가 사온 음료수를 정리하는데 또다시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그 소리에 용수철처럼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요하가 문으로 달려갔다.

“은별 누난가 봐요. 제가 열어드릴게요.”

요하는 음료수를 정리하는 성현 대신, 작업실 문을 열었다.

그곳엔 조은별과 서지현 서 있는데 그들 손엔 각자 휴지나 음료수, 방향제 같은 선물이 들려 있었다.

“짜잔.”

조은별은 들고 온 선물을 성현에게 건네주었고, 성현은 활짝 웃으며 고마워했다.

아무래도 요즘 작업에 바빠 장을 보러 갈 시간도 없고, 이런 생필품을 사는 걸 깜빡한 탓에 이들의 소소한 선물이 너무 반가웠다.

“이거 다 어디에 두면 돼요?”

“이쪽으로 주세요.”

요하는 낑낑거리며 둘이 가져온 선물을 성현과 함께 구석으로 옮겼다.

성현과 함께 조은별과 서지현이 가지고 온 선물들 정리하는 요하.

그사이 이미 한 번 와봤다고 익숙하게 소파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 서자명.

두 사람과는 다르게 성현의 작업실엔 처음 와보는 조은별과 서지현은 생각 이상으로 좁고 허름한 성현의 작업실 모습에 조금 당황해 멀뚱히 서 있었다.

“여기가 진짜 성현씨 작업실 맞아요?”

“네. 조금 누추하죠?”

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서지현은 저도 모르게 찔린 듯 크게 외쳤다.

“예? 아, 아니요!”

“작업실이 다 거기서 거기죠 뭐. 제 작업실도 비슷해요.”

조은별은 애써 자신도 비슷하다는 듯 둘러댔다.

두 사람은 열심히 그런 게 아니라며 티가 나게 부정하는데, 누군가 거칠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문 좀 열어주세요!”

문밖에서 주영준의 다급한 목소리 들렸다.

서지현과 조은별은 얼른 문가에서 비켜섰다.

좁은 공간에서 어쩔 줄 모르는데 서자명은 여기에 앉으라는 듯이 얼마 남지 않은 소파 자리에 두 사람을 앉혔다.

사람들이 다 서서 있기에는 천장이 낮은 작업실이기에 이렇게 조금이라도 정리를 하며 있어야 했다.

성현이 곧장 문을 열어주는데 그곳에 엄청나게 큰 박스를 든 주영준이 서 있었다.

그의 뒤로는 릴리가 있었지만 주영준과 커다란 박스에 가려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렸다.

“이게 뭐예요......?”

“제 선물이에요.”

주영준의 얼굴과 상체를 가릴 만큼 큰 박스를 마주한 성현이 황망해져서 묻는데, 주영준은 말할 힘도 없는지 박스를 작업실 안으로 옮기고 봤다.

무지막지한 오르막길을 이 박스와 함께 하느라 지금 그에게는 당장 숨을 쉴 공기조차 부족했다.

좁은 작업실에 박스까지 등장하자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찬 느낌에 숨이 막혔다.

서지현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데서 만나자고 했어야 하나……?

“빈손으로 오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요. 공기 청정기예요. 작업실이 지하에 있다 하길래 준비해 봤어요. 괜찮죠? 6단계 토탈 케어 플러스가 있어서 극초미세먼지까지 99.999% 제거 가능하대요.”

박스가 사라지자 릴리의 모습이 보였다.

이어지는 말에 성현을 비롯한 멤버들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의 스케일에 입이 떡 벌어졌다.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공기 청정기를 사가지고 오는 사람을 마주한 당연한 반응이었다.

게다가 릴리는 당연히 성현이 이걸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까지 했다.

릴리에게서 풍겨나오는 스타의 자태에 멤버들은 이제 반쯤 체념한 상태였다.

“언니다운 선물이긴 하네요.”

“너튜브 스타는 스케일도 남달라.”

서지현은 약간 감동해서 말했다.

지금 이곳 환경을 보면 성현의 건강이 당장에 걱정되기는 했으니까.

이어지는 서자명의 감탄은 헛웃음이 담겨 있었지만.

릴리가 누구였는가.

당장 서지현이 옷이 필요하다고 하자, 멤버들 전원에게 비싼 옷을 선물해주고, 생일파티를 하겠다고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리는 사람이었다.

멤버들은 이내 릴리다운 플렉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고마워요. 안 그래도 공기 탁해서 하나 장만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뭐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말만 하세요. 저 생활용품 같은 거 협찬받은 것들 많으니까 남는 거 있으면 드릴게요. 없으면 사주면 되고.”

성현은 당황했다가도 이내 환하게 밝아진 얼굴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요하는 성현에게 괜찮냐고 물으면서 자기가 더 신이 나 공기청정기 박스를 뜯어보고 있었다.

드러난 최신형 모델에 요하는 신이 나서 설명서를 보고 띠링 띠링 이런저런 버튼을 눌렀다.

릴리는 성현의 인사에 뭐든 해주고 싶어서 말하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서자명이 둘 사이에 껴들었다.

“지하면 습기가 많이 찰 거 같은데. 습기 제거제는 필요 없어요? 집에 사둔 거 있는데 필요하면 가져다드릴게요.”

서자명 역시 성현에게 뭐 하나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성현은 심하게 눈을 반짝이는 릴리와 서자명 사이에 껴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지금 뭐라고 하나라도 뻥긋대면 바로 현실로 이뤄내 버릴 것 같은 요술램프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제 소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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