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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147화 (147/273)

147화

임하나의 뒤에 자리한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연주를 시작했다.

분명 천소울과 같은 곡이었지만, 시작부터 훨씬 밝은 느낌의 편곡의 반주가 흘러나왔다.

그에 맞춰 임하나가 가성으로 허밍을 넣으며 노래의 도입부를 불렀다.

“지금 우리가 함께하지 못하지만 기억해 우리가 함께 놀던 놀이터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땐 내가 너에게 쉼터가 돼 줄게.”

임하나는 찬찬한 분위기의 반주에 맞춰 가성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점차 반주가 조금 빠르게 바뀌더니 잔잔하던 노래가 밝고 파워풀하게 변해갔다.

임하나는 변해가는 반주에 맞춰 보컬 또한 파워풀한 진성으로 바꾸더니, 시원하게 고음을 내뻗었다.

갑자기 훅 올라가는 고음에도 임하나는 힘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는 듯, 표정 한번 찡그리지 않고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도입부부터 시작된 임하나의 파워풀한 고음에 객석에 있던 사람들 모두 입이 떡 벌어졌다.

이후 피아노의 리듬이 점차 더 경쾌해지고, 임하나는 리드미컬한 반주에 몸을 맡기며 그루브를 탔다.

뒤에 있는 코러스들이 화음을 넣자 임하나는 뒤를 돌아 그들과 눈을 맞추고 호흡을 함께 했다.

“너와 내가 함께 했던 그 날이 내겐 행복이고 희망이었어. 이젠 네가 내게 기댈 수 있게 내가 너의 울타리가 돼 줄게.”

코러스들 역시 쭉쭉 뻗는 임하나의 노래에 흥이 올랐는지 함께 웃는 얼굴로 그녀와 호흡을 맞췄다.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시원시원한 고음에 관객들 역시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임하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리듬을 타며 무대를 전체를 돌아다녔다.

스탠딩석에 있는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소통하는 식으로 노래를 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춤을 춰 온 데서 오는 바이브가 넘쳐흘렀다.

그녀의 몸짓과 작은 손짓 하나하나가 노래와 어우러져 하나의 안무처럼 보였고, 임하나는 그야말로 노래를 온몸으로 불러댔다.

-와, 진짜 대박이다 한국에 저렇게 쉽게 고음 지르는 사람 또 있나? 힘 하나도 안 들이네.

-스탠딩석 계탔네. 오늘 저 자리가 내 자리였어야 해.

-나도 방청ㅠㅠㅠ 방청객들 지금 저 무대를 공짜로 보고 있는 거잖아.

라이브 방송을 타고 임하나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는 댓글창도 난리가 났다.

스탠딩석의 관객들이 보내는 호응과 임하나의 무대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두 부러움에 몸서리치는 상황.

관객들은 저도 모르게 임하나의 몸짓에 맞춰 좌우로 몸을 흔들며 그녀에게 환호를 보냈다.

임하나는 노래에 완전히 빠져들어 완전히 디바로서의 모습을 뽐냈다.

객석에서 그녀의 노래에 따라 박수를 치며 노래를 함께했다.

코러스들도 점차 성량을 키워 그녀의 보컬 스케일에 맞춰 웅장한 무대를 연출해냈다.

거기에 얹어지는 끝 모를 고음의 향연.

임하나는 천소울 무대와 정반대의 분위기로 무대를 압도했다.

노래는 점점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중에 갑자기 반주 느려지더니, 이내 처음 나왔던 도입부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간 잔잔한 반주에 임하나는 가성으로 읊조리듯 노래 부르고, 이내 천소울 무대와 마찬가지로 신현식의 목소리가 그녀의 노래에 맞춰 화답했다.

“벌써 그때가 그리워 우리 함께 했던 그 날들.”

-나도 똑같아 빛나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아름답던 그 날로.”

-그날에 우린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안을 수 있을 거야

“우리의 노래로 이 밤을 가득 채우자 걱정 따윈 없는 거야.”

-우린 결국에 다시 만날 거야 그때 우리의 봄이 시작될 거야

똑같이 추가된 신현식의 목소리였지만 천소울의 무대와는 다른 분위기와 다른 메시지였다.

임하나와 신현식, 앞으로 함께 할 밝은 미래를 대화하듯 노래했다.

거기에 먼 곳을 바라보며 음정 하나 흔들리지 않는 가성을 뱉어내는 임하나의 밝은 얼굴이 더해지자 정말 눈앞에 희망이 넘실대는 것처럼 무대가 환하게 밝아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 중에는 환호를 그치고 멍하니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이내 신현식의 노래가 끝이 나고 다시 반주가 밝게 전환되자, 임하나가 서 있는 무대 중앙으로 모든 조명이 모여들었다.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땐 내가 너에게 쉼터가 돼 줄게-”

마지막 클라이막스.

임하나는 점차 음을 쌓으며 고음을 폭발시키고, 공연장 전체가 임하나의 목소리로 울렸다.

고음과 함께 반주가 완전히 끝이나자, 관객들 모두 압도당하여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누군가가 일어나 박수를 치자, 남은 사람들도 따라서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성현도 괜스레 긴장을 풀며 박수를 보냈다.

역시 임하나스러운 무대였다.

오늘따라 많이 긴장해 보였던 임하나였지만, 그녀는 성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긴장 하나 안 한 사람처럼, 전보다도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디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임하나는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치는 관객들을 보며 벅찬 표정이 되어 허리를 숙여 인사로 돌려주었다.

“감사합니다.”

“앵콜! 앵콜! 앵콜!”

임하나의 인사 뒤에 객석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앵콜을 외쳐댔다.

무대에 선 임하나의 가슴이 터질 듯 뛰는 바람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지금까지 여러 번 무대를 섰지만, 성현의 곡으로 무대를 하는 이번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이 노래로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꼭 멤버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간절한 마음이 통한 것인지, 객석에서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앵콜을 외치는 멤버들 말고도 관객들 모두가 임하나에게 우레와 같은 환호를 쏟아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임하나는 계속해서 앵콜을 외치는 관객들에게 연이어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무대를 내려왔다.

임하나가 무대를 내려간 이후에도 객석에선 기립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무대가 아니었음에도 방금 끝난 무대의 여운에 잠긴 관객들을 진정시키는 것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스탭들의 몫이었다.

***

임하나가 휩쓸고 간 무대 위는 세팅하는 동안에도 여느 때와는 다르게 격한 웅성거림이 함께 했다.

이후 두 번의 무대가 지나가고, 공연의 마지막 무대만이 남았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참가자는 주선아였다.

“언니, 무대 너무 잘 봤어요. 저 비욘세 내한 온 줄 알았잖아요.”

주선아가 임하나의 무대를 극찬하는 와중에 진행 스탭이 그녀의 차례가 왔다며 알려왔다.

임하나는 웃으면서 주선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러다가 주선아가 무대에 못 오를 지경이었다.

“알겠으니까 얼른 가봐. 무대 잘하고. 파이팅!”

“네. 쌤, 저 다녀올게요!”

주선아는 마지막으로 천소울한테 인사를 하다가, 그 옆에 있는 성현에게도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에 스탭의 안내를 따라 무대로 올라갔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참가자는 실력만큼이나 외모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참가자입니다. 주선아 참가자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엠씨의 말에 관객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커다란 함성을 보내고 주선아는 두 손을 번쩍 들어 그에 화답하며 무대로 올라갔다.

잠시 백댄서들과 동선을 정비한 주선아는 곧 무대를 시작했다.

“주선아씨는 어떤 곡 준비한지 알아요?”

주선아는 광주 지역 프로듀서 참가자의 곡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성현은 그녀의 무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는데, 평소 그녀와 연락을 좀 하는 임하나가 대답했다.

“댄스곡 준비했대요. 아까 리허설 때 보니까 안무부터 해서 장난 아니더라구요.”

임하나는 힘 주어 말하며 반짝이는 눈으로 주선아 무대를 지켜보고, 이내 발랄한 멜로드의 댄스곡이 흘러나왔다.

주선아는 이번 경연 마지막 공연자라서 부담을 느낄 법도 한데, 이미 데뷔를 한 가수처럼 여유를 가지며 노래를 불렀다.

심지어 카메라를 향해 눈웃음을 보이며 노련하게 아이컨택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스타성은 타고났네.’

이를 지켜보며 그녀가 지닌 스타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주선아의 무대를 끝으로 공연이 모두 종료되자, 성현은 곧장 심훈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어디 계세요? 가기 전에 잠깐 얼굴 뵙고 가요. 네, 제가 그 앞으로 갈게요.”

성현은 전화를 끊고 곧장 오디션 장 밖으로 나가자, 그곳에는 심훈영과 신현식의 유가족들이 함께 모여있었다.

“벌써 가시게요? 끝나고 식사라도 같이하고 가시지.”

성현은 그들이 벌써 공연장을 떠나는 것이 아쉬워 말하는데 신현식의 모친이 성현의 손을 부여잡았다.

성현의 얼굴을 보자 다시 눈물이 차오르는지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신현식의 모친은 계속 울었던 탓인지 눈가가 빨갛게 변해 있었다.

“고맙긴요. 제가 더 감사하죠.”

성현은 신현식의 모친에게 듣는 고맙다는 말이 민망하여 말하는데, 신현식의 동생들 또한 연이어 성현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형 목소리가 이렇게 감동을 줄 거라곤 생각 못 했습니다. 좋은 노래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두 번 다시 못 들을 줄 알았는데..... 고마워요, 정말.”

신현식의 유가족들은 성현이 보여준 무대를 통해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다시는 듣지 못할 거라 생각한 신현식의 목소리로 받은 선물 같은 무대에 연신 성현에게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고, 이를 본 성현은 곧 있을 음원 발표를 떠올렸다.

‘빨리 음원이 발표돼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일이면 공개될 음원.

성현에겐 신현식 가족들이 그런 것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한편, 대기실에는 탈락했던 멤버들까지 모두 모여있었다.

‘더 넥스트 슈퍼스타’ 본선 4라운드까지 진출했던 자들이기도 하고, 남은 성현 일행의 지인들이라 대기실 입장이 특별히 허용됐다.

얼마 전까지 홍대팀으로 불렸던 모두가 모이자 대기실은 전에 없이 왁자지껄했다.

“다들 오늘 너무 고생했어요. 선아도 마지막 무대라 떨렸을 텐데 너무 수고 많았어.”

“하나 언닌 이제 저보다 고음을 잘 지르는 거 같아요. 이제 언니가 절 가르쳐도 될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야. 넌 내 영원한 보컬 선생님인데.”

멤버들이 신이 나서 대화를 이어가는데, 신현식의 유가족들과 헤어진 성현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성현씨!”

“다들 여기 모여있었어요?”

오랜만에 성현의 얼굴을 본 멤버들이 우루루 성현의 곁으로 몰려갔다.

“형! 오늘 무대 완전 쩔었어요!”

“이제 성현씨가 저보다 무대 퍼포먼스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네요.”

“신현식 선배님 목소리 쓸 생각은 어떻게 한 거예요?”

성현이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날아들었다.

오랜만에 멤버들로 대기실이 북적거리자 성현의 얼굴에 미소가 떠날 새가 없었다.

음원 공개는 내일이고, 앞으로 일주일간 일정은 없었다.

음원 순위는 대중이 평가할 것, 좋게 들어주길 바랄 뿐 성현이 더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이 있다면, 뒤풀이 정도였다.

“다들 끝나고 약속 안 잡았죠?”

“당연하죠!”

성현의 물음에 드레스에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임하나가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대답했다.

임하나의 말에 이어서 너도나도 오늘 아무런 일정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성현은 진정하라는 듯이 그들 사이에서 선언했다.

“그럼 오랜만에 모였는데 다 같이 뒤풀이 가요.”

“뒤풀이다!”

“간만에 술 왕창 마셔야지!”

“성현씨, 들었어요? 하나 언니 좀 봐요!”

성현의 말에 멤버들 모두 환호했다.

성현을 비롯한 멤버들 모두 오늘만큼은 내일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이번 경연의 노랫말처럼 다시 모인 우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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