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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146화 (146/273)

146화

천소울이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자 무대 밑에서 그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성현이 그를 맞이했다.

“수고했어요.”

“마지막에 소리 좀 먹히지 않았나요?”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좋았어요. 지금까지 봤던 천소울씨 무대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성현은 천소울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천소울 또한 나름 만족스러운 무대였는지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아직도 무대의 여운이 남았는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슬쩍 닦아냈다.

성현은 그런 그를 위해 준비한 티슈를 건넸다.

“무대에서 이성현씨가 만든 곡을 부른 건 처음인데 좋네요. 개인적으로 그동안 줬던 편곡들보다 더 좋았습니다.”

천소울 또한 성현의 실력을 인정하며 말했다.

녹음할 때에도, 연습을 계속하면서도 느꼈지만, 오늘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놀람을 넘어 경외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빛.

천소울 스스로도 무대를 진행하면서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는데, 이걸 지켜보는 관객들은 아마 더 했을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스스로에게 자문해 봤다.

혼자만의 힘으로 이런 무대에 오를 기회를 만들고,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을까?

답은 아니오였다.

성현에 대해 말하는 천소울에게서 이전에 프로듀서에게 가지고 있던 경계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프로듀서로서 천소울에게 인정받는 날이 오다니.

성현은 만족스럽게 웃다가 천소울을 물끄러미 봤다.

“왜요?”

“아직도 혼자 음악 하는 게 좋아요?”

성현의 물음에 천소울도 그 말뜻을 알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부정하는 건 자신의 뜻 모를 고집이었다.

“같이 하니까 좋네요.”

이 말로 성현을 프로듀서로서 완벽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 천소울.

성현 또한 그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다. 마음을 조금 연 것 같아서.’

천소울이 과거 프로듀서나 소속사로부터 정확히 어떤 일을 겪었는진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점차 프로듀서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가는 건 좋은 신호였다.

천소울을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 언젠가 천소울과 함께 최고의 무대에 오르는 것이 성현의 목표이자 꿈이었으니까.

언제까지나 천소울이 자신에게 닫힌 마음으로 대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성현은 야생 호랑이라도 길들인 것 같은 마음에 뿌듯함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반응은 괜찮았나요?”

천소울은 조금 쑥스러운지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백 마디 말보다 직접 보는 게 나았다.

성현은 싱긋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천소울에게 보여줬다.

“실시간 반응 볼래요? 완전 난리 났어요.”

성현은 천소울에게 너튜브 실시간 채팅창을 보여줬다.

아직도 열기가 조금도 식지 않고 댓글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성현의 휴대폰에 올라오는 반응들을 본 천소울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피어났다.

채팅창이 온천지 천소울과 신현식 공연에 대한 칭찬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신현식 목소리가 신의 한 수였다. 신현식 목소리가 더해짐으로써 노래의 깊이가 달라졌다. 프로듀싱한 놈 칭찬한다.

-고인이 된 신현식의 목소릴 다시 듣는 것만으로 이번 무대가 지닌 의미는 충분했다. R.I.P

-신현식 팬인데 오늘 무대를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친 조합. 근 10년 동안 들었던 듀엣 중에 제일 좋았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레전드가 된 가수와 레전드가 될 남자의 만남.

-왜 다들 노래 얘기만 해? 난 천소울 잘생김에 취해서 사실 노래는 귀에 안 들어왔어. 나만 그런 거야?

-아니 사실 나도 그래. 말하면 쓰레기 될까 봐 말 못 하고 있었어. 먼저 용기 내줘서 고마워!

-He is Korean.

-천소울 음색은 한국의 국보임. 당장 해외로 진출시켜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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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튜브뿐만 아니라 음악 관련된 사이트에도 천소울 공연에 대한 반응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그의 인기를 증명하듯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도 천소울과 신현식이 나란히 1위,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음원 사이트를 접속해보면 벌써부터 신현식의 예전 노래가 음원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 얼굴을 내밀고 있을 정도였다.

격한 반응을 보인 건 무대를 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

신현식의 유가족들과 심훈영을 비롯해서 이번에 성현이 멤버들 역시 방청객으로 초대 티켓을 보냈었다.

그러니 라이브 방송이 아니라 직접 천소울의 무대를 본 그들의 반응은 더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성현과 천소울의 휴대폰은 멤버들과 지인들에게 온 메시지로 진동이 계속됐다.

-조은별: 성현씨, 나 진짜 깜짝 놀랐잖아. 신현식 선배님이라니. 아직도 안 믿겨요.

-서지현: 최고의 무대! 오늘 초대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너튜브 영상으로 봤으면 무대 보다가 화면 부수고 들어갔을지도 몰라요.

-요하: 형들 오늘 진짜 최고였어요. 근데 소울이 형 저 반 친구들이 싸인 좀 받아달라는데 열 장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ㅠ

-임하나: 요하 넌 학교에 있을 애가 여긴 어떻게 왔어?

-요하: 누난 공연 준비 해야 되면서 문자는 어떻게 해요?

-임하나: 우리 요하 누나 손맛을 안 본 지 너무 오래됐지?^^

멤버들은 성현과 천소울이 한 무대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문자가 이어졌다.

성현은 그런 멤버들의 문자를 훑어보며 흐뭇해하고 있는데, 심훈영에게 메시지가 왔다.

-심훈영: 멋진 무대였다. 현석이 어머니랑 동생들도 고맙다고 전해달래. 평생 갚지 못할 신세를 진 것 같다고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는데 너 편할 때 알려줘.

-성현: 식사대접은 제가 하는 게 맞죠. 신현식 선배님 가족들이 없었으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무대잖아요.

성현은 신현식의 목소릴 허락해준 유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답장을 보냈다.

그와 동시에 성현은 방금 공연장에서 봤던 그들의 눈물이 떠올랐다.

‘그분들도 위로를 받았던 거겠지.’

신현식의 목소리로 위로를 받은 건 관객들뿐만이 아니었다.

신현식의 유가족들 또한 이번 무대를 통해 떠나보낸 신현식을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그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다행이야. 위로를 줄 수 있어서. 그거면 충분해.’

신현식의 목소리가 더해진 무대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노래는 자신 역시 위로를 받아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만든 곡.

자신의 음악을 통해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번 무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충분했다.

‘하나가 더 남았지. 그 무대를 보면 또 다들 깜짝 놀라겠지.’

그러나 아직 성현의 곡이 전부 끝난 건 아니었다.

천소울의 노래가 위로와 격려의 노래였다면 이제 임하나의 노래에서는 희망을 보여줄 차례였다.

성현은 다음 무대에서는 사람들이 또 어떤 굉장한 반응을 보일지 기대하며 순서를 기다렸다.

***

백스테이지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임하나는 평소답지 않게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무대를 앞서고 긴장을 하면서도 특유의 당찬 패기는 잃지 않던 임하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그 뒤에 이어지는 음원 발매 결과로 한국 TOP 4가 결정됐기에 긴장이 안 되는 것도 이상했다.

무대에 올라 사람들의 평가를 받는 것이 더 익숙했다.

일면식도 없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로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낯설고,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

‘후우, 괜찮아. 할 수 있어. 지금까지 하던 대로 무대에서 잔뜩 보여주면 돼.’

임하나는 자신 나름대로 예방책을 세워놨다.

천소울처럼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의 음색을 지닌 것이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대가 과연 무얼까.

그건 바로 무대라고 임하나는 결론지었다.

음원이 발매되기 전에 임하나는 무대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대중들에게 보여주기로 마음 먹었다.

이렇게 대비도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곡을 부른 천소울의 실력을 보고 알게 모르게 풀이 죽은 탓인지 긴장이 찾아오고 말았다.

“하나씨, 괜찮아요?”

성현은 평소보다 얼굴빛이 안 좋은 임하나가 걱정되어 물었다.

임하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 실수해도 천소울씨 무대랑 비교하면 안 돼요. 그럼 정말 속상할 거 같으니까.”

긴장이 된 이유 중 하나는 앞선 천소울의 무대가 압도적으로 좋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거기다 이번 두 사람의 경연곡은 모두 성현의 곡으로, 기본적인 뼈대가 같았다.

두 사람에게 맞춰 편곡이 가미됐지만, 자신보다 앞선 순서였던 천소울처럼 자신의 노래에도 신현식의 목소리가 들어간다.

아무래도 두 번째 순서인 자신에게는 관객들이 그만큼 충격을 받지 못할 것이 뻔했다.

다른 걸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임하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부담돼요?”

“네. 긴장돼 죽겠어요.”

성현의 물음에 임하나는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곧장 대답했다.

생각보다 날이 서 있는 듯한 임하나의 모습에 성현은 그녀를 진정시켰다.

“천소울씨는 천소울씨만의 무대가 있는 거고 하나씨는 하나씨만의 무대가 있는 거예요. 하나씨 지금까지 열심히 했고 하나씨만이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주면 그걸로 충분해요.”

“실수할까 봐 겁나요. 성현씨 곡 망치기 싫단 말이에요.”

여기서 임하나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짐이 하나 더 있었다.

자신을 믿고 여기까지 함께해준 성현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마음.

“이번 무대 저만을 위한 무대 아니잖아요. 지켜보고 있을 멤버들 생각해서 하나씨가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에 집중해요. 그 메시지가 제일 중요한 거니까.”

성현의 조언에 임하나는 문득 멤버들을 떠올렸다.

탈락한 후에도 자신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무대를 준비하고 공연을 했던 기억들.

다시금 그 모든 걸 떠올린 임하나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번 무대를 통해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임하나는 이번 무대에 대한 각오를 다짐하듯 말했고, 그 모습은 확실히 전보다 부담이 덜어진 듯 보였다.

“임하나 참가자 무대 올라갈게요.”

그 사이 바로 전 무대의 정리가 끝나고, 임하나 무대 세팅까지 끝이 났다.

드디어 임하나의 차례.

임하나는 성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녀올게요.”

임하나는 여전히 긴장되는 건 여전했지만, 호흡을 다듬으며 무대에 오르고 이내 화려한 조명이 그녀를 감쌌다.

평소 캐쥬얼한 복장을 선호했던 임하나.

그녀도 이번 무대만큼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고, 객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멤버들 모두 입이 떡 벌어졌다.

“하나 언니 오늘 진짜 예쁘네요.”

“그러게. 저렇게 드레스 입혀 놓으니까 무슨 외국 디바 같은 느낌이다.”

“저 뒤에 코러스도 그렇고 오늘 진짜 힘 제대로 줬네요.”

“소울이 형이란 완전 다른 느낌의 무대 같아요. 진짜 기대된다.”

멤버들은 모두 눈을 반짝이며 임하나의 무대를 기다렸다.

“장담하는데 임하나씨 오늘 인생 무대 찍을걸.”

이미 임하나 무대에 연출을 알고 있는 서자명이 마지막으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지 아는 서자명을 멤버들이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무대 정중앙에 선 임하나가 진행 스탭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무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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