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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144화 (144/273)

144화

시간이 빠르게 흘러 본선 5라운드 라이브 공연 당일의 날이 밝았다.

너튜브 라이브가 진행될 공연장 내부는 스탭들과 주최 측 관계자들로 분주했다.

참가자들은 리허설을 위해 새벽부터 나와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첫 번째 팀 무대 세팅 끝났습니다!”

“감독님들! 카메라 리허설이랑 무대 순서 똑같이 갈 거니까 동선 신경 써 주세요!”

“카메라 리허설 들어갑니다. 참가자들 대기실에서 스탠바이 시켜주세요!”

여기저기서 인이어를 낀 진행 스탭들의 고함과 무전기 소리가 공연장을 메웠다.

이제 곧 카메라 리허설이 시작될 터, 진행 스탭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백스테이지를 정신없이 오가고 있었다.

진행 스탭들이 무대 준비를 하는 사이 가수와 프로듀서 참가자들은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 성현은 없었다.

백스테이지로 향한 성현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진행 스탭들 사이에서 한 명을 붙잡고 물었다.

“구매한 무대 장치 이상 없는 거죠?”

성현은 커넥트 앱을 통해 미리 구매해 둔 천소울, 임하나의 무대 장치의 이상이 없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진행 스탭을 찾아간 것.

성현의 얼굴을 본 진행 스탭은 곧 그를 알아보고 고개를 돌렸다.

“잠시만요.”

성현의 물음에 진행 스탭은 인이어를 확인하며, 여기저기 무전기를 돌렸다.

이내 문제없다는 듯 대답을 하고는 다시 분주하게 백스테이지 저쪽으로 사라졌다.

성현은 진행 스탭에게서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듣고 나서야 대기실로 돌아갔다.

백스테이지와는 다르게 한결 차분한 분위기의 대기실.

그러나 참가자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서로 애써 말을 거는 모습이었다.

“두 분 다 컨디션 괜찮아요?”

대기실로 들어 온 성현 곧장 천소울과 임하나의 컨디션부터 먼저 확인했다.

어제도 마지막 연습으로 만난 사이지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 몰랐다.

무대를 앞두고 어떤 변수가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에, 매 순간 가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것 또한 프로듀서의 일이었다.

“저번부터 성현씨가 강제로 쉬게 해서 힘이 남아돈다는 정도?”

“저도 괜찮습니다.”

임하나는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는 옆에 앉아 있는 천소울 또한 마찬가지였다.

성현이 자신 쪽을 쳐다보자, 천소울은 간단하게 보컬 스케일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확실히 목소리 컨디션도 괜찮았고 언제나처럼 여유도 있었다.

성현은 준비가 완벽하게 끝난 둘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곧 이 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쌤. 오늘 컨디션 최상이네요?”

멀리서 천소울의 스케일을 들은 주선아가 성현의 일행을 찾았다.

주선아는 각자 무대 연습에 집중하느라 오랜만에 만난 천소울이 반가운지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천소울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주선아의 표정을 확인하며 말했다.

“너도 컨디션 좋아 보인다?”

“나쁘진 않아요. 다들 잘 지내셨죠?”

주선아는 곧이어 옆에 있는 성현과 임하나를 보고 인사했다.

셋 모두 인사를 주고 받을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모습.

성현은 주선아 역시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했을 거라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잘 지냈지. 내 무대 보면 깜짝 놀랄걸?”

“하나 언니는 여전히 여유가 넘치시네요. 뭐, TOP4 안에 들 것 같긴 해요. 실력 좋으니까.”

주선아는 그렇게 말하며 성현을 향해 조금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일찍이 성현과 작업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면, 성현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긴 했으니까.

성현은 자신을 향해 그런 말을 해준 주선아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는데, 대기실에 진행 스탭이 들어왔다.

“최종 리허설 시작할게요. 라이브 순서도 공연 순서랑 똑같이 진행될 거니까 알아두시구요. 첫 번째 팀 먼저 나와주세요.”

진행 스탭의 말에 조금 긴장한 듯한 가수 참가자와 프로듀서 참가자 한 팀이 대기실을 나갔다.

리허설이 시작된다는 말에 주선아 또한 자신의 프로듀서가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천소울씨가 여덟 번 째고 하나씨가 열두 번째 무대죠?”

“네. 아직 여유 좀 있으니까 동선 다시 맞춰봐야겠다.”

임하나와 천소울은 이미 오디션을 통해 무대 경험이 많았고 이젠 제법 능숙하게 자신들의 순서에 맞게 준비를 할 줄도 알았다.

지금까지 라운드보다 무대 세트도 더 크고 관심도 더 커졌건만, 해놓은 연습이 있는지 둘은 별로 긴장한 것 같지도 않았다.

‘다들 여유가 좀 생겼네.’

성현은 그런 둘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믿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자신이 더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때 성현의 휴대폰으로 누군가의 전화가 왔다.

심훈영이다.

성현은 곧장 심훈영의 전화를 받고는 대기실을 나갔다.

***

공연장 앞.

누군가를 찾듯 고개를 두리번거리는데, 그때 어디선가 성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현이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심훈영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심훈영의 곁에는 몇 사람이 더 있었다.

그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신현식의 유가족과 함께 온 것이다.

“아이고, 이렇게 얼굴을 또 뵙네요.”

신현식의 모친은 성현을 반가워하며 손을 덥썩 잡았다.

자신의 죽은 아들을 다시 무대에 세워 주겠다는 성현의 마음이 새삼 고마워진 참이었다.

성현은 죄송하다는 듯 허리를 숙여 보였다.

“번거롭게 오게 해서 죄송해요. 오시느라 힘들었죠.”

“번거롭긴. 초대해줘서 어찌나 고마운지.”

성현의 말에 손을 내저은 신현식의 모친의 표정은 정말로 밝았다.

자신의 아들이 무대에 오른다는데, 그걸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성현은 이번 무대에 심훈영과 신현식 유가족 전부를 초대했다.

성현이 이번 공연에 신현식의 가족 그리고 지인을 초대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김인호AD를 통해 공연 티켓을 구해 이들에게 보낸 것.

성현은 다시 생각해도 잘했다고 여기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그들에게 말했다.

“약속은 지켜야죠. 신현식 선배님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를 줄 수 있는지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성현은 지난번 유가족들을 만났을 때 신현식의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그 순간을 직접 두 눈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지난날, 초대 티켓을 마련했던 것.

성현의 사정을 전해 들은 김인호 AD 역시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초대 티켓을 마련해주었다.

“말이라도 고마워요. 청년이 마음씨도 참 곱네.”

신현식의 모친은 성현의 손을 놓을 줄 모르며 말했다.

그 가운데서 성현이 당장 무대 준비로 바쁘다는 걸 아는 심훈영이 상황을 정리했다.

“성현이 너 공연 준비로 바쁠 텐데 여긴 걱정 말고 들어가 봐. 내가 알아서 잘 모실게.”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다들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무대 끝나고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성현은 유가족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공연장 돌아갔다.

***

공연이 시작됐고 대형 공연장 좌석은 관객들로 꽉 찼다.

좌석 앞에는 스탠딩석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관객들까지 합치면 총 5000명 정도의 관객들이 모여있었다.

바로 이것이 ‘더 넥스트 슈퍼스타’의 인기였다.

촬영 관계상 이 이상의 인원을 수용하기는 어려웠으나 방청 신청의 열기가 너무 뜨거웠다.

주최 측에서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좌석을 최대한 줄이면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게끔 스탠딩석을 마련해주었다.

그래도 5000명은 너무 적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방청 신청은 1초도 안 되어서 마감되는 현상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각 지역별 편집된 영상이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참가자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

이들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탓이었다.

추첨을 통해 뽑히는 방청객이 되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을 달래며 너튜브 라이브 방송에 접속했다.

지난주까지 본선 4라운드의 방송분이 모두 올라온 상태.

이제 한국에 남은 22명의 참가자들이 어떤 경연을 펼칠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다.

‘방송 시작까지 10분 남았습니다.’

더 넥스트 슈퍼스타의 본선 5라운드를 지켜보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방송에 들어와 대기 중이었다.

당연히 객석에는 각자 자신이 응원하는 참가자의 이름이 적힌 뱃지를 달거나, 이름이 박힌 모자를 쓴 사람들도 있었다.

그 외에도 응원 문구가 적힌 도구를 들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왔다.

너튜브를 통해 얼굴을 알린 참가자들은 이미 팬덤이 형성되어 있었다.

관객들이 모두 입장하고 잠시 후, 드디어 공연의 시작을 알리며 라이브 무대 위로 MC가 등장했다.

“안녕하십니까. 더 넥스트 슈퍼스타 본선 5라운드 무대 진행을 맡게 된 양세윤입니다.”

유명 엠씨의 등장에 객석에 있는 사람들이 환호를 보냈고, 금세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엠씨는 생각보다 더한 열기에 놀란 표정이 되어서 멘트를 이어나갔다.

“오우, 분위기가 정말 뜨겁네요. 오늘 다들 누구 응원하러 온 거예요?”

엠씨의 물음에 객석에 있는 사람들 여기저기서 자신이 응원하는 참가자들의 이름을 외쳤다.

그중에는 간간이 천소울, 임하나의 이름도 들려왔다.

스탠딩석 맨 앞자리를 차지한 팬들은 목이 찢어질 것처럼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분위기를 조금 띄운 엠씨는 만족스러운 듯이 이어서 공연과 무대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 무대에 나오는 모든 곡은 프로듀서 참가자들의 자작곡이며, 음원은 무대가 끝난 후 다음 날 정오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음원 순위 TOP4에 든 참가자들만 다음 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다고 하니 응원하는 참가자가 있으면 스밍을 열심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엠씨는 환호하는 팬들에게 자그마한 팁을 던져주었다.

공연과 관련된 정보 소개가 마무리되자, 이제 남은 건 참가자들의 무대를 보는 것뿐이었다.

“자, 그럼 곧바로 첫 번째 무대 시작하겠습니다. 부산에서 온 김세민 참가자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엠씨의 말에 객석에 있는 사람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카메라는 김세민 참가자의 이름과 응원봉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줌인하여 담았다.

-김세민 저 사람 미쳤음. 고음 개잘해.

-저 세상 보컬 테크닉임.

-살아있네. 부산 사나이.

-부산의 아들 김세민 파이팅!

-저 사람 부산에선 원래도 유명한 사람이었음. 금요일마다 해운대에서 버스킹 하셨음.

-잘 될 줄 알았다. 꽃길만 걷자.

첫 번째 무대에 오르는 참가자가 밝혀지자 너튜브 라이브 댓글창이 해당 참가자에 대한 것으로 도배되었다.

너튜브로 실시간 중계를 지켜보는 사람들 반응 또한 뜨거웠고, 시청자 수 또한 빠르게 올라갔다.

확실히 지금까지 살아남은 참가자답게 어느 정도 팬층도 있었다.

거기에 본인의 실력 또한 뛰어나다 보니 알아봐 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엠씨가 퇴장하고 무대가 암전되자 어두운 무대에 김세민 참가자가 올랐다.

무대에 마이크를 든 김세민 참가자만 비추는 조명이 떨어지고, 김세민 참가자가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홀을 가득 채울 정도의 큰 소리로 반주가 흘러나오며, 본격적으로 본선 5라운드 무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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