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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133화 (133/273)

133화

본선 5라운드 공지가 끝나가자 이준혁 메인 PD는 슬슬 마무리 멘트를 했다.

“앞으로 2주간 프로듀서 참가자분들은 곡을 만들면 되고 가수 참가자분들께서는 이곳 건물 연습실에서 각자 개인 연습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만 해산입니다. 카르페디엠!”

이준혁 메인 PD는 다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해산을 외쳤다.

그때 대기실 구석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참가자들 몇 명이 손을 들더니 이준혁 PD 불렀다.

“질문 있나요?”

“룰이 좀 불공평한 거 같아서요.”

PD의 물음에 참가자 하나가 억울하다는 듯 불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와 함께 모여 있던 다른 참가자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불만을 터트렸다.

“지금 여기에 프로듀서가 10명이고 가수는 14명이잖아요. 그런데 프로듀서 한 명당 가수 2명까지 작업이 가능한 거면 가수 참가자는 한 명도 안 떨어지고 프로듀서만 떨어지는 거 아닌가요?”

“거기다 곡 선택도 가수 참가자들이 하고 프로듀서들은 가수 선택도 못 하잖아요. 애초에 곡을 쓸 때 이런 목소리를 넣고 싶다 구상해 놓고 쓸 텐데 음원은 다 같이 내면서 왜 가수만 프로듀서를 선택할 수 있는 거예요?”

보아하니 지금 손을 들고 외치는 참가자들은 모두 프로듀서였다.

그들은 이번 룰을 보고 불만을 느꼈는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항의를 했다.

“대박. 완전 들고 일어났네요.”

한두 명이 아니라 성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프로듀서 참가자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모습에 놀란 임하나.

이는 상황을 구경하고 이는 다른 가수 참가자들도 마찬가지.

놀람도 잠시 가수 참가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반짝이는 눈이 되었다.

프로듀서 참가자들 대부분이 들고 일어난 상황에, 순식간에 모든 관심이 프로듀서 참가자들과 메인 PD 이준혁한테 쏠렸다.

“또 카르페디엠 같은 소리 하면서 즐기라 하겠지.”

말없이 가만히 서서 프로듀서 참가자들을 훑는 이준혁 PD.

한 참가자는 그의 반응이 예상이라도 간다는 듯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은 그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이준혁은 방금 전에 카르페디엠! 외치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 마냥 싸늘한 표정으로 참가자들을 향해 말했다.

“불공평? 애초에 가수 참가자와 프로듀서 참가자는 따로 경쟁을 하는 건데 왜 가수 참가자들과 비교를 하는 거죠? 그렇게 치면 가수 참가자들이 인원수가 더 많으니까 프로듀서 참가자보다 경쟁률이 심했는데, 그것도 불공평한 거 아닌가요?”

이준혁 메인 PD의 말에 프로듀서 참가자들은 모두 말문이 막혔다.

실제로 맨 처음 더 넥스트 슈퍼스타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비율은 가수 참가자들이 훨씬 높았다.

이준혁 PD의 말에 따르자면, 지금 남은 한국 참가자들의 가수와 프로듀서 비율은 거의 비슷해졌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

이준혁 PD는 가수 참가자들을 비롯해 모든 참가자들을 향해 못을 박았다.

“룰은 룰입니다. 간단해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는 겁니다.”

이준혁 메인PD는 그 말을 끝으로 대기실을 나가버렸다.

남겨진 대기실은 한동안 정적에 휩싸였다.

어쩔 수 없이 참가자들은 철저한 을일 수밖에 없었다.

그걸 새삼 깨달은 몇몇 참가들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변했다.

“아, 진짜 드럽고 치사해서!”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서 이 오디션 나온 건데, 이게 뭐냐 진짜.”

이준혁PD가 나가고 얼마 있지 않아, 프로듀서 참가자들 중 감정이 상한 참가자들이 잔뜩 짜증을 내며 자리를 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가수 참가자들의 얼굴이 상대적으로 밝아졌다.

“개이득. 거저먹는 라운드 아니냐?”

“이런 라운드도 있어야지. 가수 참가자들 경쟁이 더 빡센 건 사실이었잖아.”

“2주 동안 뭐하지. 쉬다가 연습 좀 해야겠다.”

참가자들은 모두 여유롭게 2주 동안 계획을 세우며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성현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앞으로 2주간 프로듀서 참가자들만 바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저희도 이만 가볼까요?”

이미 대기실에 남아 있던 참가자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소란이 정리되자마자 거의 다 나간 상태였다.

공지도 다 들었겠다, 성현도 일행과 함께 나가려 할 때, 누군가 성현을 불렀다.

“잠깐 얘기 좀 하죠.”

뒤를 돌아본 성현이 발견한 건 오랜만에 만난 김인호 AD였다.

***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

성현은 김인호 AD를 이곳에서 만난 것이 신기해서 묻는데 김인호가 조금 퉁명스럽게 답했다.

“왜긴. 내가 당신 담당 AD니까 그렇지.”

“아.”

김인호 말에 성현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 낮게 탄식했다.

그리고 곧 성현은 반가운 마음에 미소 지었다.

AD들은 그들 나름의 피터지는 경쟁을 거쳤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아마 이번에 성현과 천소울, 임하나가 서울 지역 대표로 선출된 것으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모양.

최종 본선 라운드가 되면 참가자가 얼마 안 남은 만큼 참가자 개개인에게 한 명의 AD가 붙게 된다.

보아하니 김인호가 성현의 담당 AD가 된 것 같았다.

“그럼 계속 저랑?”

이미 다 알고 있는 시스템이었지만 일부러 한번 물어봤다.

김인호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계속 오디션 촬영에 참여할 수는 있어 기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표정.

“그렇죠.”

“축하드려요. 이번에도 신세 지겠네요. 잘 부탁드릴게요.”

성현은 김인호 AD가 본선 최종 라운드까지 촬영을 맡게 된 것에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다.

김인호의 표정이 조금 걸렸지만, 일단 축하할 일임은 분명했다.

성현 역시 다른 사람들보다는 예선전 때부터 자신과 함께했고, 조작 PD 사건 때에도 자신의 말에 제대로 움직여준 김인호와 함께 하는 것이 마음이 든든했다.

김인호는 밝은 성현의 표정을 보며 되레 답답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내 목숨이 달랑달랑한 것도 모르고.’

김인호 AD가 예선부터 시작해서 한국 내 최종 라운드까지 맡을 수 있었던 건 물론 성현 덕분이었다.

그것도 성현의 일행이 서울 본선에서 살아남은 최종 참가자에 대거 포함됐기 때문.

그중에서도 성현의 활약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성현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했을 줄이야.

김인호는 지금 이 상황이 답답하고 성현이 걱정되는 마음에 이렇게 따로 불러내 한 번 물어보기나 하자 싶었다.

“이성현씨.”

“네, 말씀하세요.”

“대체 왜 또 스폰서 선택은 안 한 거예요? 이유나 좀 들읍시다.”

그랬다, 이번 2차 스폰 계약에서도 성현이 아무하고도 계약을 맺지 않았다.

김인호의 말을 듣고 성현은 왜 아까부터 김인호의 표정이 뚱한지 알아차렸다.

아마 성현의 앞날이 걱정되고, 덩달아 자신의 일거리도 뚝 끊길까 염려되어서 찾아온 모양이었다.

성현은 다 알아차리고 속 모를 웃음을 흘렸다.

‘저저, 사람 속도 모르고 웃기는.’

김인호의 속이 터져나가는 것도 모르고, 성현은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잖아요. 하고 싶은 음악 하고 싶다고.”

“그것도 본선 초반에나 먹혔죠. 다음 라운드부턴 정말 장난 없어요. 괜히 스폰서가 있는 건 줄 알아요?”

성현의 속내를 모르는 김인호가 듣기에, 지금 성현이 하는 말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리였다.

김인호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는 걸 꾹꾹 눌러가며 말했다.

성현이 무슨 자신감으로 자꾸 이런 선택을 하는 건지 걱정되는 마음 때문에, 저도 모르게 캐묻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음악 하려고 참가한 거고 그거 아니면 여기 남아 있을 이유도 없어요. AD님 안 떨어지게 제가 알아서 잘할 거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성현의 자신만만함에 김인호는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이것도 다 자신의 팔자려니 하기도 했다.

도대체 전생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신이 예선전에서부터 올린 참가자가 이렇게 속을 썩이는지 누구든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체 천소울씨나 당신이나 무슨 생각인 건지 알 수가 없네요. 하고 싶은 음악이 뭐라고, 참.”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둘이나.

김인호는 한술 더 떠 천소울까지 모든 스폰서 제안을 거절하자 하루하루 속에서 열불이 터졌다.

이 둘은 쌍으로 떨어지려고 물 떠놓고 치성을 드리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건가 싶어 답답함만 치밀었다.

그리고 이를 이미 알고 있던 성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성현 입장에서는 천소울이 다음 라운드에서 혹시 떨어질까 하는 걱정보다는 이번 2차 스폰 계약에서도 아무도 천소울을 데려가지 못했다는 것에 더 만족하고 있었다.

“웃지마요. 여유 부릴 때 아니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이번 본선 5라운드부터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요. 단순 음원 발표 미션인 줄 알고 만만하게 보나 본데, 스폰서 도움 받고 안 받고가 승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구요.”

애초에 말이 2주지, 2주 동안 곡을 완성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완성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기성 가수들과 같은 조건으로 한국 음원 사이트에 곡을 풀 정도의 퀄리티를, 경험도 없는 생짜 프로듀서들이 2주 안에 완성한다?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곡을 활용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거기다 스폰서의 도움을 받는 것을 허용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걸 주최 측에서도 인정한 꼴이었다.

암묵적으로 스폰서의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제재가 있을 거라는 공지가 없다는 것이 이를 암시했다.

‘이걸 못 알아들었을 사람이 아닌데.’

애초에 이런 서포트를 해주는 것이 계약을 체결한 스폰서의 역할이었다.

그것이 더 넥스트 슈퍼스타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기도 했다.

장기 프로젝트인 이번 오디션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실력만으로 인지도를 쌓아 스폰 계약을 맺는 것.

인지도를 쌓고 스폰 계약을 맺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1차, 2차로 나누어서 진행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스폰 계약을 걷어찰 멍청이가 두 명이나 나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어질 매 라운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전제 조건과도 같은 것인데.

‘못 산다, 진짜.’

단순히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음원 발매 이후 음원 순위가 최종 등락을 결정하게 된다.

만일 스폰서가 있다면 음원 녹음, 제작, 홍보까지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말은 스폰 계약을 하지 않은 성현이 그만큼 불리하다는 걸 뜻했다.

하지만 그건 성현도 이미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계획도 전부 세워둔 상태.

“문제없어요.”

성현은 김인호 AD의 말에도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으며 웃는 모습을 유지했다.

그 모습을 본 김인호는 아무래도 이상했다.

게다가 성현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올 때는 필시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걸, 여러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김인호.

뜨악 하는 표정이 된 김인호가 성현에게 놀라서 물었다.

“설마 또 무슨 계획이 있는 거예요? 미션 방금 알려줬는데?”

성현이 그 짧은 사이에 또 무슨 계획을 세운 건지 싶어 물었다.

이게 말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성현이 지금까지 해온 행보를 보면 계획이 있다고 해도 놀랍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좀 놀라긴 할 테지만.

성현은 김인호의 집요한 물음에도 입을 꾹 다물었다가 살짝 말해주었다.

“그건 앞으로 차차 알려드릴게요. 옆에 내내 붙어 계실 테니 지켜보시면 되겠네요.”

“진짜 계획이 있다고?!”

“저 일행들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그럼.”

김인호는 계획이 있다는 식으로 들리는 성현의 말에 금세 얼굴이 밝아져서 되물었다.

성현은 끝까지 시치미를 떼며 먼저 자리를 떴다.

“이성현씨. 당신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김인호는 감격한 표정으로 성현의 뒷모습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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