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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120화 (120/273)

120화

진행 요원의 안내로 무대로 이동하는 사이, 멤버들은 긴장을 풀기 위해서 서로 농담을 주고 받았다.

“우리 팀만 올라가도 너무 부러워하지 마세요.”

“저랑 자명이 형이랑 진짜 엄청난 무대 준비했으니까 기대하세요, 형 누나들.”

항상 같이 연습하다, 이번 미션에는 따로 팀이 형성된 만큼 각 팀별로 따로 연습한 상황.

이에 서로 준비한 무대에 대해 들은 말이 전무했다.

“네가 아직 나랑 소울쌤 무대를 안 봐서 그런 말 하는 거야. 봤으면 그런 말 못 할걸?”

주선아 말에 요하는 그녀를 노려봤다.

둘은 아직도 견원지간처럼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기 바빴다.

오히려 둘이 올랐던 무대가 귀여운 고등학생 커플의 탄생이라고 유명세를 탄 뒤에 사이가 더 나빠진 것 같기도 했다.

주선아는 요하의 반응에도 어깨를 으쓱하며 천소울 옆에 바짝 붙어 걸었고, 이내 일행은 무대에 도착했다.

***

멋들어지게 세팅된 스튜디오를 본 참가자들은 작게 감탄을 흘렸다.

리허설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라, 이제 정말 본선 무대라는 생각에 더욱 긴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큰 무대 위로 합격자들 모두 올라가 기다리자 곧 메인PD가 등장했다.

“본선 4라운드 마지막 경연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경연 룰 설명에 앞서 지금까지 경연 현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메인PD는 무대 아래에서 종이를 들고 빠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본선 4라운드는 서울 본선의 마지막입니다. 오늘 살아남는 네 개의 팀, 총 8명의 참가자는 이제 다른 지역 본선 합격자들과 함께 다음 라운드를 진행하게 될 겁니다. 한국에선 서울, 부산, 광주 세 지역에서 본선 라운드가 진행됐으며 오늘 이후 서울 4팀, 부산 4팀, 광주 4팀 총 12개 팀, 즉 총 24명의 참가자만이 한국 더 넥스트 서바이벌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본선 4라운드는 세 지역 중에서 오늘, 서울 지역이 가장 처음 열립니다.”

여기서 오직 네 팀만 살아남는다.

다시 한번 짚어주는 PD의 설명에 참가자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PD는 그 말을 끝으로 종이를 접고는 무대에 모인 참가자들을 쭉 훑어봤다.

“오늘 살아남으면 한국 정상에 한층 더 가까워지게 될 겁니다. 여러분 모두의 행운을 빕니다.”

무덤덤한 PD의 말이 끝나고, 그가 뱉은 정상이란 말에 무대에 있던 참가자들 모두 술렁거렸다.

이번 라운드만 올라가면 24명의 참가자만이 남게 되고, 한국 내에서 1등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긴장과 함께 설렘과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이미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고 있는 더 넥스트 슈퍼스타였다.

소수의 살아남은 참가자가 될수록 그들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이는 성현을 비롯한 일행들도 마찬가지.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천소울이었지만, 그 또한 조금 상기된 얼굴로 PD를 보고 있었다.

‘그 정상에 내가 함께 오를 수 있을까.’

그런 천소울을 성현이 지켜보고 있었다.

반드시 오디션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지원한 건 아니었다.

그런 성현이 우연히 천소울을 만나고 음악을 함께할 동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욕심이 커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려면 일단 오늘 올라가야겠지.’

앞으로도 계속 함께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었고 더 재밌는 무대를 하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천소울과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당장 한국 내에서의 1등이 되는 것뿐이었다.

천소울은 반드시 가수 참가자 중 1등이 될 거니까.

그리고 성현이 자신의 손으로 그렇게 만들 테니까.

메인PD가 퇴장하고 진행요원 한 명이 무대에 나타났다.

퇴장하는 PD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진행요원은 차분하게 서서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경연에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경연에 대한 룰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진행요원은 참가자들에게 경연 룰에 관한 설명을 하기 위해 서류철을 뒤적였다.

아직 녹화가 시작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을 위해 룰을 설명하는 일은 진행요원이 맡았다.

진행요원은 심사위원이 등장하면서 녹화가 시작된다고 짤막하게 일러주었다.

“녹화가 시작되면, 엠씨분이 등장해 간단히 여러분들의 소개와 시청자들을 위한 룰 설명을 해주실 겁니다.”

룰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자, 그와 동시에 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던 휴대폰에도 띠링, 하는 알람이 울렸다.

“이번 4라운드 심사는 특별 심사위원들을 초청하여 진행될 것이며 각 심사위원들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집니다. 각 심사위원들은 마음에 드는 무대에 투표할 수 있으며 중복투표 또한 가능합니다. 총 10팀의 무대가 평가받게 될 것이며 투표 결과 가장 높은 득표수를 얻은 상위 4팀만이 본선 5라운드에 진출합니다.”

진행요원의 룰 설명 이후 커넥트 앱에도 따로 룰 설명이 올라왔다.

참가자들 모두 룰을 숙지하랴 마음의 준비를 하랴 무대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룰을 제대로 이해할수록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4팀이면 절반도 안 되네.”

“아, 빡세다, 이거.”

“천소울 팀은 백퍼 붙을 거고 남은 3자리 싸움인 거네 결국.”

“이성현, 저 사람도 무대 잘해. 이번 라운드 개빡세다 진짜.”

“솔직히 서울 본선이 제일 치열한 거 아냐?”

룰을 숙지한 참가자들 모두 10팀 중 4팀만 살아남는다는 것에 긴장과 부담을 느꼈다.

계속 이어지는 진행요원의 설명에 들리지 않게끔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가 넘쳐났다.

당연히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천소울에 대한 견제가 심했다.

천소울과 주선아 곁에 선 참가자들이 힐끔거리며 소곤거리는 소리가 성현에게까지 들렸다.

그중에는 성현을 가리키는 사람들도 간간이 섞여 있었다.

“특별 심사위원이면 누굴까요? 가수는 아닐 거 같은데.”

마찬가지로 룰을 확인한 임하나가 궁금해서 물었다.

이번 라운드의 무대는 가수들과 함께한다.

이 상황에 또 가수를 부를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부산, 광주에서도 아직 본선 4라운드가 진행되지 않았기에 특별 심사위원의 정체는 철저하게 비밀에 싸여 있었다.

그리고 이미 특별심사위원이 누군지 알고 있는 성현은 기대감과 설렘을 느꼈다.

‘그들은 이번 무대를 어떻게 봐줄까.’

프로 가수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도 설레는 일이었지만 오늘 받을 심사평 역시 성현이 기대하고 기다리던 일이었다.

성현은 설렘을 안고 기다리는데 진행요원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그럼 특별 심사위원 소개하겠습니다.”

엠씨의 말과 동시에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에 카운트가 시작됐다.

10, 9, 8 7, 6......

참가자들은 너도나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스크린 바라보고 카메라는 이것을 줌인하여 그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웅장한 효과음과 함께 스크린에 심사위원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성현을 제외한 무대 위 대부분의 참가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말도 안 돼….”

화면에는 이번 더 넥스트 슈퍼스타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속사들의 로고가 차례대로 떠올랐다.

화려하게 스크린을 장식하는 소속사들의 이름은 하나같이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힙합 레이블로 트렌디한 음악을 추구하는 AOMD.

아이돌 그룹 중심의 대형 기획사 SMG.

감성적인 음악의 뮤지션 중심의 안단테 뮤직.

퍼포먼스형 가수들이 다수 포진한 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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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획사들을 포함 총 30개의 기획사들의 이름이 나열됐다.

한국에서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연예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이 30개의 기획사 모두가 오늘 미션의 특별심사위원이었던 것이다.

심사위원들의 정체가 밝혀지자마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큰 소요가 일었다.

“뭐야, 그럼 오늘 대표들이 나와서 심사하는 건가?”

“꺅. 이번 일로 그냥 캐스팅될 수도 있는 거 아냐?”

진행요원은 마치 참가자들의 반응을 즐기는 듯한 말투로 유쾌하게 이번 본선 4라운드의 마지막 룰을 설명했다.

“이번 라운드는 특별히 더 넥스트 슈퍼스타에 스폰서로 참가한 30개의 기획사가 심사하게 될 겁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참가자들은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특별하다더니.

그동안 스폰서로서 오디션 내 상황을 모두 봐온 기획사들에게 무대를 평가받을 거란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속사면 평가 기준이 뭐야? 실력보단 스타성, 뭐 이런 걸 보겠단 건가?”

“그냥 자기네가 계약한 애들 밀어주지 않을까?”

“중복투표 가능하니까 그건 별로 상관없을지 싶은데.”

참가자들 사이에 당황해서 말들이 오갔다.

어떤 이들은 흥분되는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어떤 이는 벌써 부터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드디어 이 날이 왔구나.’

그 와중에 성현은 당황한 표정보단 설레서 살짝 상기된 표정이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엔터테인먼트 내 대표 프로듀서들 앞에서 공연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긴장보다는 가슴이 뛰었다.

게임 속과 같은 특별 심사위원들의 라인업.

이번 심사위원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소속사로 참가하는 심사위원들은 각 회사마다 대표하는 스타나 프로듀서들이 2명에서 3명까지 참여할 수 있었다.

회사마다 투표권은 1장씩 주어지지만 세 사람의 의견이 모아져서 결정된다.

각각의 프로듀서와 소속 스타 가수들에게 직접 선택을 받는 것과 진배없는 결과인 것.

약 80명 가까이 되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자신들의 무대를 보여주고 평가받을 수 있는 경연이었다.

머릿속에만 있던 기억을 실제로 확인하자, 미리 알고 있었던 일이었음에도 심장이 뛰는 것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프로듀서들 앞에서 프로 가수와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구나.’

예선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의 일들이 순간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스쳐 지나갔다.

여러 번의 탈락 위기가 있었고 마PD를 만났을 땐 정말 탈락할 수도 있겠단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벌써 본선 4라운드까지 오게 됐다.

자신의 곡으로 프로 가수와 함께 작업한 첫 무대.

거기다가 소속사 대표와 프로듀서들 앞에서 무대를 보여줄 기회도 얻게 됐다.

성현의 인생에서 이보다 흥분되는 순간은 또 없었다.

“저 떨려요, 성현씨.”

평소 자기는 무대 체질이라고 떨지 않던 임하나까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번 무대는 소속사 대표와 전문 프로듀서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소속 가수들 앞에서 평가를 받는 만큼 부담이 컸다.

저스트미 앞에서 한마디 한마디를 들을 때도 떨렸던 마음이 오늘 끝까지 버틸 수 있을는지 걱정부터 앞섰다.

“여기서 안 떠는 사람은 두 사람밖에 없는 것 같네요.”

서자명은 천소울과 성현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두 사람을 보고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저 둘을 보고 강철 심장이라고 해야 할지 그냥 평범한 괴물이라고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질 않은 탓.

“형. 저도 안 떨려요. 전 형 믿으니까요.”

아직 소속사 대표 앞에서 무대를 한다는 것이 어떤 무게인지 감이 안 온 요하는 여전히 신이 나서 말했다.

서자명은 그런 요하를 보며 귀엽다는 듯 웃었다.

오늘 자신과 함께하는 가수가 요하여서 다행이라는 듯이.

‘휴, 내가 제일 문제구만.’

무대가 시작되면 오늘 요하와 함께하는 밴드 멤버들과 세션들을 다독이는 것은 자신이 할 일이 될 터였다.

서자명은 웃다가도 그 사실에 시야가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준비됐습니다.”

그런데 그때 스튜디오 내에 있는 스탭들 일동이 인이어에서 나오는 말을 들으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무전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인이어를 통해 진행 상황을 전해 들은 엠씨 역시, 무대에 있는 참가자들을 조용히 시켰다.

“심사위원분들 입장합니다.”

스탭의 외침과 동시에 각 기획사 대표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줄줄이 이어지는 그들의 행렬에 참가자들 모두 비명 섞인 환호를 내질렀다.

본격적인 본선 4라운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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