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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114화 (114/273)

114화

“남은 팀들은 대기실에서 2차 가수 선택까지 기다려주시면 되고 합격한 팀은 합격자 대기실로 이동해주시면 됩니다.”

진행요원의 말에 낙담한 다른 팀들 멍하니 서 있는데, 스탭들이 다가와 성현과 임하나 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 먼저 밖으로 안내했다.

성현을 제외한 팀들이 모두 나가고 무대에는 성현과 임하나, 저스트미만 남았다.

심사위원석에서 성현을 흥미롭게 쳐다보던 저스트미는 일어나서 성현과 임하나 쪽으로 걸어왔다.

“오늘 재밌는 무대 보여줘서 고마워요.”

성현과 임하나의 무대는 훌륭하기도 했지만, 저스트미의 가장 중요한 심사 조건인 재미를 가장 잘 충족해준 무대이기도 했다.

“재밌게 들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연습 많이 했나 봐요? 아니면 무대 체질인가?”

성현의 겸손한 말에 저스트미가 임하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스트미에게 질문을 받은 임하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연습도 많이 했고 체질도 무대에 있어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엉망진창으로 내뱉는 임하나를 보고 저스트미는 피식 웃었다.

이런 사람이 방금 전까지 자신이 놀랄 정도의 무대를 긴장 하나 하지 않고 보여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연습 일정 먼저 정하면 좋겠는데. 다들 따로 스케줄 있어요?”

“없습니다.”

“그럼 내일 바로 시작하시죠.”

시원시원한 저스트미의 대답에 성현은 들떠서 바로 대답했다.

“네, 저희는 괜찮습니다.”

“그럼 내일 제가 연락 드리겠습니다.”

저스트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휴대폰을 성현에게 내밀었고 둘은 서로 번호를 교환한다.

임하나는 아직도 꿈을 꾸는 것처럼 멍한 얼굴로 저스트미와 번호를 교환하고 있는 성현을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우리 더 재밌는 음악 만들어봐요. 파이팅!”

“파, 파이팅!”

갑자기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는 저스트미 덕에 임하나는 더듬거리며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저스트미는 성현과 재밌는 음악을 할 생각에 신이 났는지 힘차게 외치며 나갔고, 이제 무대엔 성현과 임하나 둘이 남았다.

“진짜 듣던 대로 열정 넘치네. 이런 거 귀찮아하실 줄 알았거든요.”

임하나는 저스트미가 보여준 열정에 조금 놀라서 말하지만, 성현은 그의 마음을 백프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음악. 저 사람한테도 그게 전부일 테니까.’

성현은 당장 저스트미와 무대를 함께하게 된 것에 설레다가도 나머지 다른 팀원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생각에 잠겼다.

‘다들 어떻게 됐으려나.’

한숨 돌린 성현은 다른 일행들의 1차 가수 선택 결과가 궁금해졌다.

그다지 긴장되지는 않았다.

그들의 실력이라면 많은 이들 속에서도 두각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이제 곧 만날 테니까.

성현은 애써 가볍게 생각하려 하며 임하나와 함께 합격자 대기실로 향했다.

***

합격자들이 모이는 대기실로 안내된 성현과 임하나가 대기실로 들어가자 먼저 합격한 팀이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성현과 임하나가 두 번째였다.

성현은 첫 번째로 합격한 팀의 참가자들의 얼굴을 살피는데 이전에 너튜브를 통해 무대를 본 적이 있는 참가자였다.

탄탄한 보컬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참가자라 기억에 남아 있었다.

성현의 팀이 들어온 것을 본 참가자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축하드려요. 가수 누구랑 준비하세요?”

“저스트미요.”

성현의 말에 참가자는 잠시 놀란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저도 저스트미랑 김유나랑 고민하다 김유나 간 건데. 둘 다 붙었으니 잘한 선택 같네요.”

“저희밖에 없는 건가요?”

“아직까진요. 곧 더 오겠죠.”

참가자와 가벼운 대화를 마친 성현은 임하나와 함께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임하나는 아직 휑한 합격자 대기실 풍경을 보고 나서 조금 초조해졌는지 계속 휴대폰을 확인했다.

“다들 이번에 붙으면 좋을 텐데……”

조금 걱정스럽게 말하는 임하나의 말을 듣고 성현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현도 마찬가지인 심정.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팀은 고작 10팀의 가수였다.

만약 1차에서 선택받지 못하면 더 많은 참가팀과 2차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에 되도록이면 미리 합격하는 게 좋았다.

2차에는 더욱더 많은 사람이 몰리기에 합격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탈락에 대한 부담과 걱정이 무대로까지 이어진다면 2차 무대에서 본 실력을 발휘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붙을 거야. 다들 열심히 했으니까.’

한 달이란 시간 동안 맴버들 모두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 성현이기에 더 그들의 합격을 바랐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1차 선택에서 합격한 팀들이 하나둘씩 대기실에 모습을 보였다.

달칵-

대기실의 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오는 팀이 혹시 자신의 일행일까 싶어 자세히 보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아는 참가자 둘이 대기실로 들어섰다.

“천소울씨, 여깁니다.”

천소울과 주선아다.

당연히 붙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기에 조마조마했었다.

성현은 괜히 이쪽으로 다가온 천소울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생각보다 늦었네요. 맨 처음 붙을 줄 알았는데.”

“다섯 팀이 몰리는 바람에 심사가 길어져서 그런 거지 최종 합격은 제일 먼저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천소울은 기가 차다는 듯이 빠르게 대꾸했다.

성현은 천소울의 조금 유치한 대답에 피식 웃었다.

“후하, 딱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너튜브에서 본 지역 대표들이 막 앉아있는 거예요!”

주선아는 천소울과는 다르게 성현 일행들 쪽으로 와서 김재한 대기실이 얼마나 숨 막히는 분위기였는지 설명해주었다.

천소울이 선택한 김재한 가수의 대기실에는 무려 다섯 팀이 몰렸다.

그중 두 팀은 각 지역 대표들이 속한 팀이기도 했다.

쟁쟁한 실력자들이었을 텐데 천소울은 걱정이 무색할 만큼 손쉽게 가수 매칭을 마친 모양이었다.

천소울 역시 성현의 도발에 홀라당 넘어가서 쏘아붙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일부러 성현의 자리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한편 대기실을 둘러보던 주선아는 임하나 옆으로 와서 앉으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요?”

“아직. 좀 더 기다려봐야 될 거 같아.”

주선아의 말에 임하나는 애써 걱정을 숨기며 대답했다.

둘이서 초조하게 대기실 문을 바라보는데 이내 대기실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누군가가 들어 왔다.

“요하야!”

“누나!”

요하와 서자명이었다.

벌떡 일어난 임하나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둘을 향해 달려갔다.

요하와 임하나는 오랜만에 상봉한 이산 가족마냥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묻는 임하나에, 요하는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며 무대마다 밴드 세션이 조금씩 달라진 바람에 일일이 세팅하느라 심사가 늦어졌다고 대답했다.

한편 서자명은 먼저 대기실에 와있는 성현을 보고는 웃으며 인사했다.

“아무래도 5라운드 진출턱은 성현씨가 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저보단 천소울씨가 내야죠. 원래라면 제일 먼저 합격했어야 할 분인데.”

서자명의 말에 성현은 짓궂게 말하며 멀찍이 앉아있는 천소울을 가리켰다.

그 말에 고개를 휙 돌리며 무시하는 천소울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 합격을 축하하기 바빴다.

그러다가 서자명이 대기실을 둘러보며 일행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조은별씨랑 서지현씨는요? 릴리씨랑 주영준씨도 안 보이네.”

서자명의 질문에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성현의 일행들은 아직 다 모인 것이 아니었다.

아직까지 조은별과 서지현팀, 릴리와 주영준팀이 오지 않고 있었다.

“올 때가 됐는데……”

“언니….”

“괜찮아. 그 사람들 실력 우리가 알잖아. 웃으면서 들어올 거야.”

임하나의 걱정스러운 말에 주선아가 울먹이며 임하나를 불렀다.

둘은 괜찮을 거라며 손을 꼭 부여잡고 대기실 문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로부터 한참 동안 임하나는 휴대폰으로 시계를 확인하며 계속 대기실 문을 쳐다봤다.

성현과 일행들도 오지 않는 나머지 멤버들을 기다리는데, 한동안 열리지 않고 있던 대기실 문이 열리고 참가자 둘이 들어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대기실에 있던 합격자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향했다.

참가자 둘의 모습을 확인한 임하나를 비롯한 일행들 모두 표정이 시무룩 해지고 성현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었다.

한 여성 참가자와 함께 짝을 이룬 문희진이 들어온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성현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순조롭게 선택받은 모양이네.’

천소울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다른 참가자들을 김재한, 정범주 가수 대기실로 보내려 했겠지만, 반대로 그쪽으로 몰린 참가자들은 다른 가수에게 가지 않았다.

그만큼 문희진 역시 널널한 경쟁률로 가수 매칭이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임 내용을 알고 이를 이용해 불합리한 이득을 취하는 건 싫었지만, 문희진이 가지고 있는 실력만큼은 성현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문희진은 자신을 보는 성현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에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다시 한번 대기실 문이 열렸다.

성현과 일행은 마지막 기대를 놓지 않고 일제히 문 쪽을 보는데, 들어온 것은 참가자가 아니라 진행 요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성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설마….’

“1차 가수 선택이 종료됐습니다.”

문희진네 팀을 마지막으로 합격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진행요원의 말에 남은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현재 총 7팀이 가수 매칭에 성공했으며 나머지 23팀은 2차 선택에서 남은 3팀의 가수들에게 선택을 받아야지만 계속해서 이번 라운드 진행이 가능합니다.”

참가자는 23팀.

아직 매칭이 되지 않은 가수는 고작 3팀이었다.

진행요원 말에 이제야 현실을 직시한 임하나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곧장 서지현에게 전화를 거는 임하나를 보고, 요하 또한 주영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두 사람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남은 23팀에게는 곧 2차 매칭 기회가 주어질 것이며 합격한 팀은 잠시 휴식을 취해도 좋습니다.”

진행요원은 그 말을 끝으로 대기실을 나갔다.

분명히 합격을 했는데도 합격한 다른 참가자 팀에 비해 성현의 팀 분위기는 무겁기만 했다.

‘결국 두 팀은 2차까지 가게 된 건가.’

조은별과 서지현, 주영준과 릴리 팀은 더욱 치열한 2차 선택까지 가는 것이 확실해졌다.

“아직도 전화 안 받아요?”

당장 탈락한 맴버들의 멘탈이 걱정되어 전화를 걸고 있던 일행들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임하나는 그 말에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소리쳤다.

“방금 문자 왔어요!”

다들 임하나의 곁으로 몰려가서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봤다.

-서지현: 언니, 저희 1차 떨어져서 2차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됐어요?

-임하나: 우리는 매칭돼서 대기실이야. 그런데 릴리네 팀도 안 보여.

-서지현: 지금 연락 받았어요. 릴리 언니네 팀도 2차 준비하고 있대요.

다들 동시에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가 무사히 올라올 수 있으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문자를 확인하고 있으려니 곧 성현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발신인은 조은별.

성현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네, 은별씨.”

조은별의 이름을 부르는 성현의 모습에 일행들은 모두 성현에게 집중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팀원들에게 눈짓을 한 성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통화를 이어나갔다.

“다음은 어디로 갈지 정했어요?”

-네. 여성 가수가 몇 없어서…. 지현씨랑 상의하고 정했어요. 이제 그리로 가려고요.

성현이 걱정되어 빠르게 묻자 조은별은 곧 상황을 설명했다.

그 말에 괜찮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성현이 덧붙였다.

“아직 떨어진 거 아니니까 너무 낙심하지 말고 다음 무대 준비하세요. 은별씨랑 지현씨 실력이면 분명 2차에선 붙을 거예요.”

성현, 조은별과 서지현에게 마지막까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마자 2차 가수 선택이 시작됐다는 알람이 울렸다.

가라앉은 분위기의 팀원들은 말없이 2차 매칭의 결과가 나오길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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