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73화 (73/273)

73화

진행요원의 말에 아지트에 모인 홍대팀 참가자들이 술렁거렸다.

‘더 넥스트 슈퍼스타’는 아직까지 스폰서들에게만 중계가 됐고 일반 대중들에겐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는 상태였다.

“아마 지금쯤 기사가 나갔겠군요.”

진행요원은 참가자들의 동요쯤은 예상했다는 듯이 시간을 확인하고 여상하게 말했다.

그 말에 참가자들 모두 동시에 휴대폰을 확인했다.

포털 사이트에 ‘메이크 유어 스타’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관련 기사도 수두룩하게 나와 있었다.

[화제의 오디션 ‘더 넥스트 슈퍼스타’ 드디어 베일을 벗다!]

일명 100억 오디션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더 넥스트 슈퍼스타’가 오는 5일 드디어 첫 모습을 드러낸다. 주최 측에 의하면 이번 라운드 대결은 너트뷰로 실시간 중계가 될 것이며…….

그뿐만 아니었다. 그 관심을 증명하듯 기사에 수천 개의 댓글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rh****] 100억 실화? 진짜 주는 거임?

[lol*****] ㅇㅇ 그것도 가수랑 프로듀서 각각 100억임.

[ooh**] 나 저번에 홍대 버스킹 봤는데 괴물들 천지임. ㄷㄷ

[aeh****] 이거 한국에서만 진행되는 거?

[s5******] ㄴㄴ. 전 세계 동시다발적.

[bb***] 미국은 이미 3라운드 영상 뜸. 너트뷰 쳐봐.ㅇㅇ

[shu*****] 와 씨 근데 상금이 미쳤네.

“진짜네..... 어쩐지 아까부터 계속 학교 사람들한테 전화 오더라.”

임하나는 아까 미친 듯이 울려댔던 휴대폰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아마 티저 영상을 확인한 동기들이 궁금증에 전화를 건 모양이었다.

기사를 확인한 사람들은 모두 갑작스러운 너튜브 티저 영상 공개에 정신이 없었다.

진행요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듯이 거기에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참고로 이번 3라운드의 승패는 100프로 시청자 문자투표에 의해 결정될 겁니다.”

그 말에 참가자들 사이에 동요가 일었다.

예상치 못한 룰의 연속이었다.

“100프로? 아, 그럼 얼굴 반반한 애들이 더 유리할 거 아니야.”

참가자 하나가 천소울을 비롯한 주선아, 서지현 등 비주얼이 괜찮은 참가자들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이쯤되니 지금부터 한 팀이라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기회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심사위원 투표에선 노래나 편곡 실력이 평가 기준의 메인이었다.

그런데 이제 추가되는 투표 시스템은 성격 자체가 달랐다.

대중의 투표라는 건 단순히 얼굴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도 표를 던지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대중에게는 실력보다는 비주얼이 더 중요할 수도 있었다.

너튜브 라이브 영상 공개라는 건 그런 의미이기도 했다.

지금부터는 완벽한 무대 실력과 함께 스타가 갖춰야 할 비주얼도 궁리해야만 한다.

“그래도 처음으로 라이브 공연하는 건 기대된다. 이번에 잘하면 인기 급상승 동영상 올라가는 것도 가능하잖아. 화제성도 확실하고.”

비관적인 참가자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방식의 오디션에 설레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제대로 된 데뷔를 갖지 못하고 대중에게 노출되는 기회를 잡으려는 참가자들은 조용히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새롭게 발표된 100% 시청자 투표란 평가 방식에 의견이 두 편으로 갈렸다.

어떤 이는 불만을 토했고 누군가는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타가 되는 건 단순히 실력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걸 알기에 아지트에 있던 참가자들도 100프로 시청자 투표란 말에 크게 반발하지 못했다.

이제 정말로 본선 무대라는 느낌이 서서히 참가자들을 옥죄어 오고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홍대 지역과 경연을 펼칠 두 개 지역 발표합니다.”

진행요원의 말에 커넥트 알람 다시 울렸고 이내 홍대란 이름 옆에 빈칸으로 있던 두 개의 칸이 활성화됐다.

[잠실]

[을지로]

“그럼 1차 대결은 잠실과 을지로 중 랜덤으로 정해져서 붙는 건가요?”

조은별의 물음에 성현이 대답했다.

“네. 여기서 이긴 한 팀이 2차 라운드에 올라가게 될 겁니다.”

“그럼 2차 대결에서도 다른 지역과 대결해서 이기는 한 팀만 본선 4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단 거죠?”

“네. 쉽게 생각해서 총 9개 지역이 대결을 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한 팀만 4라운드 진출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와. 빡세다.”

성현과 조은별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임하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전 라운드에 비해 난이도가 올라갔다는 것이 확 느껴지는 방식이었다.

이기기도 쉽지 않아 보였고 이겨야 하는 승수도 많았다.

그때 룰을 읽고 있던 요하가 미션 룰 중 하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12) 경연 신청 팀 참가자들에겐 각각 1000캐시가 지급됩니다.

“근데 마지막 줄에 천 캐시를 지급한다는 데 이건 왜 주는 거예요? 대결 신청만 먼저 하는 것뿐이잖아요.”

“먼저 대결 신청을 하는 팀은 총 두 팀을 이겨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팀은 살아남은 한 팀만 이기면 2차 대결에 올라갈 수 있으니까.”

먼저 상대 지역에 대결 신청을 하는 팀은 그 팀을 이긴다 해도 나머지 한 팀을 이겨야 하지만 남은 팀은 이긴 팀만 이기면 2차 대결이 가능했기에 주최 측에선 먼저 공역을 하는 팀에게 메리트를 준 것이다.

대놓고 세 팀에게 눈치싸움을 하라는 주최 측의 농간이었다.

방송의 재미는 이런 부분에서 확보된다.

‘잠실과 을지로라….’

성현은 잠시 자신이 게임을 플레이할 당시 본선 3라운드 때를 복기했다.

이제부터는 전략적으로 승부를 걸어야만 했다.

“이성현 참가자.”

한참 이번 라운드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는데 진행요원이 성현을 따로 불렀다.

“3라운드 경연이 시작되기 전에 잠실과 을지로 지역 대표분들과 함께 모여 추가 공지사항을 들으셔야 합니다.”

“그게 언제죠?”

성현의 물음에 진행요원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나머지 지역의 공지가 끝나는 대로 모일 겁니다. 지금 출발하면 비슷하게 도착할 것 같네요.”

진행요원은 성현에게 안내를 하며 전화로 차량을 대기시키라는 말을 전했다.

“가시죠.”

진행요원이 먼저 앞장서고 성현은 그의 뒤를 따라 아지트를 나갔다.

뒤에서는 아직 룰을 숙지하느라 머리를 싸맨 동료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

아지트를 나서자, 주최 측에서 준비한 고급 세단이 준비돼 있었다.

여기에도 역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본선 3라운드까지 진출한 참가자를 어떤 식으로 대우하는지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성현은 차에 탑승하고 차는 곧바로 다른 지역 대표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출발했다.

‘그녀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인가?’

성현은 각 지역 대표를 만난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그녀부터 떠올렸다.

수많은 엔딩을 진행하면서 언제나 잠실 대표로 관객에게 기분 좋은 곡을 선물했던 그녀였다.

이제 직접 그녀를 만날 생각에 성현은 잠시 눈을 감고 게임 속에서 봤던 그녀를 떠올렸다.

성현은 게임을 할 때마다 그녀가 사랑받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을 지켜봤다.

‘현실에선 얼마나 사랑받은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까.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도 있을까.’

성현은 게임에서만 보던 그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메이킹할 생각에 설렜다.

그때 갑자기 차가 정차하더니 한 남자가 차에 올라탔다.

성현에게 익숙한 인물이었다.

“이번 라운드 너무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김인호 AD가 성현의 옆에 딱 붙더니 말했다. 김인호 AD는 이미 소식을 모두 전해 들었는지 전에 보지 못했을 정도로 들떠 있었다.

“1등 했다면서요? 축하해요. 난 이성현씨 믿었어. 1등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김인호는 성현이 시크릿 스테이지에서 1등을 했단 소식에 여간 신이 난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도 자신이 떡잎부터 알아본 참가자라고 얼마나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하고 다녔는지 모른다.

김인호가 이 정도로 흥분한 이유가 있었다.

일이 이쯤되자 성현이 서바이벌에서 우승하는 것이 마냥 불가능한 일도 아니란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기 때문이다.

“AD님 덕분이죠.”

성현은 적당히 그 공을 김인호에게 돌렸다.

지금은 김인호를 상대하는 것보다 당장 잠실 대표로 그녀가 나오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했다.

김인호는 성현의 대꾸에 더욱 싱글벙글 웃으며 멋쩍어했다.

“나중에 한동균 PD님한테도 꼭 그렇게 말해줘야 해요. 아, 참참. 녹화본 구해줬단 말은 빼고. 알았죠?”

“물론이죠. 모건 최종 시크릿 스테이지 때 천소울 들여보내 준 것도 모른 척할게요.”

성현은 천소울이 그날 홀에 들어와서 무대를 라이브로 볼 수 있었던 것이 김인호 덕분이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인호는 성현이 자신이 사정을 봐줬던 부분을 콕 집어 말해주자 더욱 신이 나서 말했다.

“역시 내 생각해주는 건 우리 이성현 참가자밖엔 없다니까. 이번에도 자알 부탁드려요. 천소울 참가자까지 있으니까 대박 치는 건 문제도 아니겠지만.”

김인호는 벌써부터 성현이 보여줄 그림이 기대되는지 나불나불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그런 김인호의 말에 성현은 말없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천소울.’

김인호의 말에 언급된 천소울의 이름을 듣자마자 성현의 머릿속이 순식간에 천소울로 가득 찼다.

천소울과 함께라면 곡, 노래, 무대 구성, 퍼포먼스까지 최고의 무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꿈꿨던 것이 현실에 실현되기까지 며칠 남지 않았다.

걸리는 게 있다면 천소울의 컨디션.

‘목...... 정말 괜찮은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찝찝했다.

만약 천소울의 목 상태만 괜찮다면 본선 3라운드 통과쯤이야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다 뭔가. 성현이 원하는 최고의 무대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만약 목 상태가 좋지 않다면?

‘본선 3라운드 동안 무대에 서지 못할 수도 있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는 탈락이다.

이렇게 주인공을 떠나 보낼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성현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AD님.”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던 성현이 김인호를 불렀다.

한껏 국장까지 단 자신을 상상하던 김인호는 자신을 돌아보는 성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 덩달아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섭게 왜 그렇게 불러요.”

“천소울 참가자 말인데요.”

성현의 말에 김인호는 무슨 말이 들려올까 침을 꿀꺽 삼켰다.

“…천, 천소울 참가자가 왜요.”

“목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요. 최악의 경우 본선 3라운드 동안 무대에 서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성현의 말에 김인호의 눈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게 무슨 소린가. 지금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성현은 시크릿 스테이지에서 1등을 했고 천소울은 버스킹에서 1등을 해서 올라갔다.

탄탄대로를 걷던 최고의 가수, 최고의 프로듀서가 마침내 한 팀이 됐는데 그 가수가 성대에 문제가 생겼다니?

“그럼 내 승진은!”

김인호는 저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왔다가 성현의 찌푸린 표정을 보고는 말을 돌렸다.

“아,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그 천소울 참가자 많이 아프대요?”

“일단 자세한 건 더 얘길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럼 괜찮을 수도 있는 거죠? 목 아프다는 거, 확실한 거 아니지?”

김인호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볼 생각으로 성현에게 매달렸다.

성현이 대답을 해주기도 전에 차는 주최 측이 안내한 장소에 도착했고 성현은 재빠르게 차에서 내렸다.

“이봐요! 이성현씨!”

김인호는 창문을 열고 성현을 다급하게 부르지만 성현은 매정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애타는 건 남겨져 버린 김인호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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