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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72화 (72/273)

72화

이제 홍대 지역은 한 팀이 되어 진행한다.

“한 팀? 한 팀이라고?”

“그럼 계속 이렇게 올라갈 수도 있다는 거야?”

이 말은 들은 참가자들은 너도나도 입을 열어 불안과 기대감을 쏟아냈고, 아지트 안은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개중에는 천소울과 이성현을 힐끔거리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그럼 이어서 본선 3라운드 미션 공지 시작하겠습니다.”

최흥철은 이후 진행을 진행요원에게 맡기고 아지트 나갔다.

이를 받아 진행요원은 본선 3라운드 진행을 시작했다.

“이번 본선 3라운드는 홍대 지역 합격자들이 모두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 타지역과 대결을 벌이기 때문에 미션 공지에 앞서 대표 선출 먼저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30분의 시간을 드릴 테니 지역 대표를 선출하여 등록해주시길 바랍니다.”

진행요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지트 내에 있던 참가자들이 술렁거렸다.

대표 선출.

지금까지 서로 경쟁자였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팀이 됐다.

이 팀을 누가 제일 잘 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건 학교 동아리가 아니었다.

상금 100억이 걸린 서바이벌 오디션, 지금 결정되는 대표가 제대로 된 견인차가 되어줄 수 있을지 판단해야만 했다.

진행요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모든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집중됐다.

천소울 그리고 이성현.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서자명은 먼저 손을 들고 나섰다.

“대표 지원합니다.”

서자명이 자신 있게 외쳤지만 사람들은 서자명의 얼굴을 보더니 바로 인상을 썼다.

어디 지금 네가 손을 드냐는 반응이었다.

서자명은 사람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조금 의기소침해져서 슬그머니 손을 내리고 뒤로 빠졌다.

그다음으로 주선아가 손을 들었다.

“천소울 참가자를 추천합니다.”

주선아 말에 참가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나올 후보였다.

그가 버스킹 1등으로 본선 2라운드 조기 합격을 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실력과 카리스마 또한 대표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천소울 씨면 괜찮지. 실력도 확실하고.”

그렇게 천소울로 대표가 정해지나 싶었는데 그 순간 누군가 질 수 없다는 듯 손을 번쩍 들었다.

“이성현 참가자를 추천합니다!”

요하였다.

주선아에게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 요하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큰소리로 외쳤다.

요하의 외침에 주선아는 인상을 쓰며 요하를 째려봤다.

요하는 주선아의 시선에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웃었다.

아지트는 요하의 추천에 천소울 쪽으로 쏠렸던 분위기가 다시 성현에게 쏠렸다.

성현 역시 패자부활전에서 ‘더 비기너’를 재결합시킨 것으로 유명인사였다.

게다가 시크릿 스테이지에 참가했던 소수의 사람들끼리 성현의 팀이 1등했다는 얘기가 암암리에 퍼지면서 알만한 사람들은 성현의 실력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대표의 재목으로 아깝지 않았다.

“이성현씨도 괜찮지. 아무래도 프로듀서니까 가수보단 무대 구성면에선 나을 거고.”

참가자들은 성현과 천소울을 번갈아 쳐다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서자명은 무언가 불안한 듯이 참가자들을 지켜보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지금이 기회였다.

“저도 이성현 참가자가 좋을 것 같습니다.”

서자명의 입장에서는 천소울보다야 이성현이 대표가 되는 것이 백번 천번 나았다.

고고한 척 다른 참가자들을 알게 모르게 무시하며 급을 나누는 듯한 천소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

자신 역시 겉돌던 참가자였다.

그런 자신을 먼저 길들인 것은 성현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라면 믿어볼 만했다.

팀이 무엇인지도 모를 애송이보다야 함께 움직여본 적 있는 성현이 백배는 나았다.

무엇보다 저번 일로 앞으로의 성현의 음악과 행보가 궁금하기도 했다.

서자명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성현도 놀라서 그쪽을 돌아봤다.

서자명은 성현과 눈이 마주치자 쑥스럽단 듯 고개를 다시 휙 돌렸다.

썩 기분이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나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성현은 아까부터 자신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는 서자명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괜히 없던 의심이 고개를 치켜들 정도로.

서자명의 속내를 밝혀내려고 그쪽을 응시하는데 뒤통수가 따끔거려 고개를 돌려보니 시선의 주인공은 천소울이었다.

천소울은 강렬한 눈빛으로 서자명과 성현을 번갈아 가며 보더니 갑자기 손을 들었다.

“저도 이성현 참가자를 대표로 추천합니다.”

천소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주선아가 놀라서 성현을 쳐다봤다.

흡사 노려보는 것 같았다.

며칠 전만 해도 합심해서 무대를 꾸미던 주선아가 자신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니 당황서웠지만 지금 더 당황스러운 건 천소울의 돌발행동이었다.

참가자들 역시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웅성거렸다.

강력한 후보자인 천소울이 상대 후보를 지목했다.

“대표라면 참가자들 관리부터 무대 구성까지 신경 써야 하는데 가수 포지션인 저보단 프로듀서인 이성현 참가자가 더 잘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천소울은 뭔가 더 말하려 하다가 갑자기 인상을 쓰더니 입을 다물었다. 목을 매만지며 물을 마시는 천소울의 모습을 성현은 놓치지 않았다. 천소울이 물병을 내려놓고 고개를 드는데 성현과 눈이 마주쳤다.

천소울은 성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성현은 그런 천소울의 모습이 뭔가 이상해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물을 다 마시고도 무슨 생각인지 한동안 말이 없던 천소울은 이어 말했다.

“…아무튼 전 대표라는 자리에 얽히고 싶지도 않고 저보단 이성현 참가자가 더 잘해줄 거라 봅니다.”

천소울의 말에 참가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성현의 선택을 기다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대표 자리에 대해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천소울의 행동에 성현의 신경이 저쪽에 쏠렸다.

모두 성현을 바라보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분명 무언가를 말하려 했는데….’

성현은 천소울이 분명 다른 이야기를 하려 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가 입을 다문 이상 더 이상 캐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성현이 생각하기에 지금 천소울의 행동은 이상했다.

천소울처럼 판을 짜는 걸 즐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순순히 대표를 넘겨주는 것부터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천소울답지 않아.’

성현은 천소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고민에 빠지는데 조은별이 생각에 잠긴 성현을 불렀다.

“성현씨?”

“예?”

“어떻게 하실 거예요? 대표 자리요.”

성현 그제야 자신을 쳐다보는 참가자들의 시선을 발견했다.

아지트 내의 진행요원과 참가자들이 모두 자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가 되면 나쁠 건 없었다.

무대 구성을 짜거나 참가자들을 통제하는데 더 수월해질 것이다.

이는 곧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자신이 본 게임의 엔딩 속 스토리와 부분부분 달라지는 현실을 대처하기에 대표라는 자리는 유리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좋아요. 하겠습니다.”

성현의 말에 요하는 의기양양하게 주선아를 향해 웃어 보였다.

주선아는 천소울의 뜻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어이없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뒤돌았다.

“성현씨! 축하드려요.”

“이번 라운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임하나와 서지현, 그리고 동료들은 모두 성현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대표로 선출됐다는 건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걸 인정받았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정작 대표가 된 성현의 표정은 밝지 못했고 누군가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의 끝에 있는 사람은 천소울이었다.

‘상태가 별로 안 좋은 것 같은데.’

성현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천소울의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평소 성격과 다르게 순순히 대표 자리를 넘겨준 것도 수상했지만 가장 수상한 건 말을 할 때 천소울의 표정이었다.

천소울은 중간중간 어딘가 신경 쓰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고 그때마다 잠시 말을 멈추고 물을 마셨다.

저 모습들로 추측해보자면….

‘목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

성현은 천소울을 보며 혹시나 하는 걱정에 빠졌다.

보다 정확하게 천소울의 상태를 알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홍대 팀에 천소울은 주요 전력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전에 확실하게 파악해야 했다.

이제야 겨우 천소울과의 무대를 꾸밀 수 있게 되었는데 천소울의 상태가 안 좋다면 무슨 수를 써야만 했다.

어떻게 그에게 접근할지 궁리하는 와중에 진행요원이 성현에게 다가왔다.

“이성현 참가자, 홍대측 대표가 되는 것에 동의하시겠습니까?”

“네.”

성현의 대답에 진행요원은 곧장 커넥트앱에 성현의 이름을 홍대 대표로 등록했다.

“대표 선출 완료됐습니다. 본격적으로 3라운드 미션 룰 설명 드리겠습니다.”

진행요원의 말과 동시에 참가자들의 커넥트 앱이 동시에 울리고 룰이 전달된다.

[ 본선 3라운드 : 리빙 레전드 – 불후의 가수를 찾아서. ]

- 미션 : 각 지역에 ‘리빙 레전드-불후의 가수’를 한 분씩 지정합니다. ‘리빙 레전드’ 들의 곡으로 최고의 무대를 꾸며주세요!

- 조건 : 1) 세 지역이 하나의 경쟁 그룹을 형성합니다. 각 그룹은 서로의 ‘리빙 레전드’를 공유합니다.

2) 각 지역은 홈 공연장을 배정받습니다.

3) 각각의 홈 공연장에서 치러질 경연이 지정됩니다.

4) 각 경연은 총 2라운드로 진행됩니다. 홈 그룹의 ‘리빙 레전드’ 곡 하나, 어웨이 그룹의 ‘리빙 레전드’ 곡 하나로 경연이 진행됩니다.

5) 만약, 두 번의 라운드에서 무승부가 나온다면, 홈팀 가수의 곡으로 연장 라운드를 치릅니다.

6) 어웨이 그룹이 경연 신청 시, 신청 날로부터 3일 후 경연이 치러집니다.

7) 단, 라운드 시작 후 2주까지 경연이 치러지지 않았을 시, 주최 측에 의하여 경연 순서가 임의로 정해집니다.

8) 본선 3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참가자는 적어도 한 번 경연 무대에 올라야 합니다.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참가자는 자동 탈락입니다.

9) 경연에서 패배 시 탈락.

10) 승리한 지역 대표에게는, 구원권 3장이 지급됩니다.

11) 1~10와 같은 조건의 경연을 총 2차에 걸쳐 진행, 최종 다음 라운드 진출팀을 가릅니다.

12) 경연 신청 팀 참가자들에겐 각각 1000캐시가 지급됩니다.

13) 총 2차에 걸쳐 치러지는 본선 3라운드 동안, 한 명의 가수 참가자는 최대 ‘두 번’의 무대에 오를 수 있습니다.

기나긴 설명에 참가자들은 다들 당황한 모습이었다.

매번 생각지도 못한 미션 내용이기는 했지만 점점 룰이 정교해지고 있었다.

아직 참가자들이 커다란 정면 화면과 각자 가지고 있는 휴대폰 액정을 확인하고 있는데 진행요원의 말이 이어졌다.

“그럼 이어서 홍대 지역에 배정된 가수 공개하겠습니다.”

진행요원 말과 동시에 커넥트 알람 다시 울리더니 홍대 측에 배정된 가수의 이름이 공개됐다.

[ 홍대 지역 리빙 레전드 : J. KIM. ]

J. KIM.

댄스와 발라드 모두 잘하는 올라운더 가수였다.

‘다행이다. 경연 무대를 만들기엔 괜찮은 가수가 됐어.’

이름을 확인한 성현은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J.KIM은 특별한 장르적 제한 없이 여러 장르를 고루고루 소화하는 가수였기 때문에 자유롭게 편곡과 무대 구성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제 한 팀으로 움직이는 만큼 여러 가수들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성현은 벌써부터 어떤 가수들을 어떤 곡으로 프로듀싱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번 3라운드 룰 장난 아니네요. 지역 대결인 것도 어려운데 룰 자체도 복잡해요.”

조은별을 비롯한 참가자들 당장 룰을 파악하느라 바쁜데 여기서 공지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공지를 하겠습니다.”

진행요원 말에 참가자들 아직도 남았느냐는 듯 그를 쳐다봤다.

“참고로 이번 미션은 너튜브 라이브 시스템을 통해 대중들에게 실시간 공개될 겁니다.”

진행요원 말에 아지트에 있던 참가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성현 역시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3라운드의 룰이 복잡한데 여기다가 생각해야 할 변수가 하나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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