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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프로듀서는 없었다-40화 (40/273)

40화

대기실에 모인 프로듀서 참가자들 모두 공연권을 따내야 한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실력뿐만 아니라 운에도 걸린 미션이기 때문이다.

스텝들의 당황한 프로듀서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침착하게 미션 안내를 이어갈 뿐.

“참고로 공연장 계약은 지정 공연장의 공연 담당 매니저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공연 담당 매니저가 사실상 이번 라운드의 첫 번째 심사 위원이라고 볼 수 있었다.

처음에 당황했던 조은별은 스텝의 말을 듣고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몇몇 사람들은 의미 없는 항의를 하고 있었다.

이건 누가 유리하고, 저건 누가 불리하고.

하지만 모두 필요 없는 일이었다.

스텝은 전달사항만 전하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강황을 따지는 것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방안을 세우는 게 빠르다.

은별은 지정 공연장부터 확인하기 위해 커넥트 앱에 접속했다.

“성현 씨, 지정 공연장은 어디서 확인해요?”

“미션 공지 밑에 텝을 누르시면 돼요.”

“아, 됐다. 홍대엔 10개 정도가 있네요.”

커넥트 앱에 있는 지도에 주최에서 설정한 공연장의 위치가 떴다.

그 수를 보내 대략 10개의 공연장이 있었다.

그러자, 분위기가 잠잠해진 틈을 타 스탭은 새로운 설명을 전했다.

“공연장에는 조건에 따라 최소 1명에서 최대 2명까지 프로듀서 공연권이 부여됩니다.”

겨우 침착함을 유지하던 참가자들은 다시 크게 동조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 여기 모인 참가자는 총 30명이잖아요?”

조은별이 심각하게 말했다.

이곳에 모인 프로듀서 참가자는 총 30명.

아무리 많이 참여한다 해도 20명 정도밖에 무대에 못 선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공연장이 2명의 프로듀서를 필요로 하지 않으니 그 수는 더 적을 터.

공연권을 두고 경쟁한다는 말에 모두가 공연권을 획득할 수는 없다는 건 예상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대 기회도 얻지 못하고 떨어져야 하는 현실이었다.

“네. 못해도 10명은 공연권을 구하지 못해 떨어지게 될 겁니다.”

성현 역시 이런 극악한 현실을 파악했다.

커넥트 앱을 보던 성현은 그중 눈에 띄는 클럽 하나를 클릭하더니 합격 조건을 확인했다.

[ 공연장 : MTT 클럽 ]

* 계약 가능 프로듀서 : 0/1

* 계약 가능 가수 : 0/3

* 필수 공연 시간 : 2시간.

* 목표 관객 수 : 400명

2시간 공연 동안 400명을 모아야만 합격이 가능한 클럽이다.

400명이란 숫자는 꽤 많아 보이지만 성현은 이 클럽에서 공연을 하려는 경쟁이 가장 심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MTT 클럽.

이곳은 홍대에서도 이미 유명한 클럽이었다.

때문에 항상 손님들도 바글거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

사실상 이런 곳에서 공연권만 따낸다면 사실상 어떤 노래를 불러도 미션은 성공하는 거라 봐도 무방했다.

그야말로 황금 구역이었다.

‘여기서 공연하는 참가자는 누가 되려나.’

이번 라운드는 공연장을 잡는 것이 경쟁의 핵심.

MTT 공연장에 함께 무대를 꾸밀 가수 참가자가 누군지도 또 하나의 주요 포인트가 되는 것도 관점이었다.

스텝은 아직 설명이 끝나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이번 라운드의 지정 공연장 중에는 ‘미성년자 우대 공연장’이 몇 곳이 있습니다. 주최 측에서 미성년자 참가자 수를 고려하여 특별히 배려한 장치로 해당 공연장은 성인 참가자의 계약가능한 수가 제한됩니다.”

이곳 아지트 안에는 요하 말고도 미성년자들은 틈틈이 있었다.

아무래도 성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힘든 미성년자들을 위해 따로 준비를 해준 모양이었다.

미성년자 우대 공연장으로 선정된 공연장에서는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미성년자 참가자의 수가 정해져 있었다.

즉, 성인 참가자의 경우 그 숫자가 제한된다는 의미였다.

“마지막으로 각 참가자들에게 빨간색 뱃지를 하나씩 분배해 드릴 겁니다. 이것은 공연장 매니저분들에게 여러분들이 프로듀서 참가자라는 걸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징표입니다. 항상 몸에 착용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진행요원은 공지 사항을 끝낸 뒤 사람들에게 뱃지를 하나씩 분배해줬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본선 2라운드가 시작됐다.

***

뱃지를 받은 프로듀서 참가자들은 모두 대기실을 나가 각각 흩어졌다.

복도에는 다른 참가자들이 모여있는 모습이었지만 성현의 일행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연습실에 모여있나 봐요.”

그들은 대기실을 나서 일행들이 모여있을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은 아지트 내에 자리해 있었는데, 커넥트 앱으로 예약을 하면 사용이 가능했다.

“어, 그쪽은 빨간색 뱃지네요. 우린 파란색인데.”

역시나 연습실에 모여있던 서지현과 임하나 그리고 요하는 마주 앉으며 목을 풀고 있듯 했다.

그들은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 뱃지를 몸에 붙이고 있었다.

“미션 내용 좀 볼 수 있을까요?”

“프로듀서 참가자들이랑 똑같을 거 같은데.”

혹시나 가수 참가자에겐 다른 조건이 붙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듯했다.

서지현은 성현에게 커넥트 앱을 켜서 건네줬다.

하지만 성현은 휴대폰을 받고 곧장 미션 내용부터 확인했다.

성현이 굳이 가수 참가자들의 미션을 확인하는 이유는 그저 확인차가 아니었다.

그는 프로듀서 참가자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보너스 미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예상대로네.’

그의 생각대로였는지 가수 참가자들에게만 주어지는 보너스 미션이 있었다.

가수 참가자들에게만 따로 보너스 미션이 주어진 건 차별이 아닌 나름의 배려였다.

이유는 가수 참가자 수가 프로듀서 참가자 지원자 수보다 월등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가수 참가자들은 프로듀서 참가자들보다 배는 많다.

그래서 자연스레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당연지사.

그 점을 고려해 주최 측에서 따로 마련한 미션이었다.

즉 본선 2라운드 미션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보너스 미션을 통과하면 다음 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단 소리였다.

“보너스 미션이 있네요.”

성현은 마치 몰랐단 듯이 이를 짚어줬다.

이에 프로듀서 참가자 상황을 알 리 없던 서지현이 의아하게 물었다.

“프로듀서 참가자는 없나 봐요?”

“보너스 미션이요? 우린 그런 거 없었는데.”

“아무래도 가수 포지션이 경쟁이 더 세서 주최 측에서 따로 만든 미션 같네요.”

“근데 말이 보너스 미션이지, 본 미션 못지않게 빡세요.”

임하나가 잔뜩 걱정에 휩싸인 표정으로 덧붙였다.

성현은 다시 한번 보너스 미션 공지를 클릭해 내용을 확인했다.

“버스킹이네요.”

“네. 본 미션처럼 지정된 장소에서만 버스킹이 가능하고 커넥트 앱으로 미리 버스킹 신청을 해야지만 장소랑 시간이 주어져요.”

“그래도 버스킹 장소 구하느라 고생할 필요는 없겠네요?”

조은별의 말에 임하나는 그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절레 저었다.

“버스킹 장소를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문젠 거기서 1등을 해야지 다음 라운드 진출권이 주어진다는 거예요.”

“그리고 1 주차 공연도 필수로 해야 해요,”

임하나의 말에 요하도 숨겨진 내용을 추가했다.

꽤나 보너스 미션을 부러워하던 조은별이 곧장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나, 배려하는 척하면서 절대 쉽지 않은 일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럼 결국 공연장을 구해야 하는 건 똑같네요?”

“네. 말이 보너스 미션이지 1등을 하리란 보장도 없어서 본 미션에 집중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1등이 아니면 의미 없는 미션인 것 같긴 하네요.”

서지현이 한쪽으로 묶은 머리를 손으로 배배 꼬며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본 미션을 준비하는 것만으로 쉽지 않을 텐데 굳이 보너스 미션까지 준비할 여유란 없었다.

거기다 전체 1등이란 조건은 언제나 현저히 낮은 가능성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에 다르게 생각한 자가 나타났다.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성현의 반대에 다들 의아하게 성현을 쳐다봤다.

그는 이들이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던 사이에 보너스 미션을 보여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동안의 무대 경험과 경연장 분위기를 떠올리며 생각한 것이다.

“1등을 하지 못하더라도 버스킹 경험 자체는 무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큰 자산이 될 거예요. 거리 공연만큼 언제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고 관객과 가까운 무대는 없으니까요.”

성현의 말에 다들 납득이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먼저 동의를 표한 건 서지현이었다.

“듣고 보니 그러네요. 꼭 1등을 해야지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경험을 쌓는 게 목표라면 부담 없이 우리끼리 즐기면 되는 거고.”

“그런 거라면 저도 찬성이에요. 부담 없이 즐기는 무대라면 마다할 이윤 없죠. 이왕 하는 거, 당연히 1등을 할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겠지만.”

서지현은 물론 임하나도 강한 의욕을 띠며 눈빛을 반짝였다.

역시 특성에 [타고난 승부욕]이 있는 임하나 다운 반응이었다.

도를 넘지만 않는다면, 가수로서 저 정도 승부욕은 매번 완벽한 무대를 꾸미는 데 있어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다.

“그럼 곡은 저랑 성현 씨가 준비하는 걸로 할까요?”

“그래요. 저랑 은별 씨랑 각각 한 곡씩 준비하는 거로 합시다.”

그렇게 그들은 놀라운 추진력을 보이며 버스킹 공연에 대한 짧은 대화를 마쳤다.

순식간에 걱정 하나가 처리되어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이제 남은 건 본 미션에 대한 결정이었다.

“일단 공연장부터 잡는 게 우선 아닐까요?”

조은별의 의견에 성현은 각각 다른 멤버들의 의견을 물었다.

“다 함께 공연장을 잡아서 공연을 할지 아니면 각자 공연장을 잡아 공연을 할지 선택은 여러분들한테 맡길게요.”

“전 함께 공연장을 잡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각자 공연장 계약을 따내는 게 더 시간 소모도 크고 공연 준비도 어려울 것 같아요.”

“저도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은별 씨는요?”

“저도 공연은 다 함께 준비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그럼 공연장을 상태도 확인할 겸 직접 가서 현장 답사를 먼저 하는 게 어떨까요?”

확실히 그녀의 말처럼 현장 답사를 하는 게 중요했다.

커넥트 앱을 통해 알 수 없는 공연장 상태를 확인하고 계약과 관객을 모으는 것.

최대한 유리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필요한 답사였다.

사실 이미 성현이 생각해 둔 곳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의 계획대로 안 될 가능성이 다수했다.

때문에, 미리 다른 장소를 찾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래요. 다 함께 공연할 장소를 먼저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럼 오전엔 각자 공연장을 알아보고 오후에 다시 모이도록 하죠.”

이미 다른 팀들도 움직임을 시작했을 것이다.

이대로 계속 회의하고 있을 때도 공연장은 차고 있을 게 분명했다.

성현의 말에 일행들은 모두 고갤 끄덕이며 아지트를 나섰다.

그때, 마지막으로 나서려는 요하를 성현이 불러세웠다.

“요하야, 넌 나랑 어디 좀 가자.”

또다시 성현의 부름이 들리자 요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요하는 별다른 의문을 달지 않고 성현을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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