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스폰서로 이번 오디션에 참가한 소속사는 ‘더 넥스트 슈퍼스타’ 참가자 중 자신이 키워보고 싶은 참가자를 고를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기 위해선 무대를 봐야 고를 수 있다.
저번 김인호 AD의 입에서 나온 ‘흥미롭게 보고 있다는 존재’는, 바로 이 스폰서를 말한 것이었다.
“참가자 전원 커넥트 앱에 들어가 후원 탭을 눌러주세요.”
한동균PD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참가자들은 급히 핸드폰을 확인했다.
‘스폰서’ 개념은 게임 ‘메이크 유어 스타’에도 등장한다.
때문에, 성현은 지금까지의 오디션을 스폰서들이 보고 있을 거란 막연히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스폰서라는 존재들이 이성현 본인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는 법.
성현 역시 자신을 향한 반응이 궁금했다.
성현도 다른 이들과 같이 빠르게 커넥트 앱을 켰다.
화면에는 지금껏 보지 못한 아이콘이 떠 있었다.
지금껏 비활성화되어있던 ‘후원’ 탭이 활성화되어있었다.
탭을 누르니, 순식간에 수많은 메시지가 쏟아졌다.
[소속사 후원]
[FTT 엔터테인먼트 – 이일호 실장: 더 비기너와의 무대 재밌게 받습니다.]
[드로잉 사운드 – 김원 프로듀서: 너튜브 영상 재밌게 봤어요. 다음 무대도 기대하겠습니다.]
[SH 레코딩 - 최성림 대표: 동료들 위한 희생이 감동적이었습니다.]
[U&I 엔터테이먼트 – 전주민 실장: 비발디 4계 재즈 편곡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FTT 엔터테인먼트 – 이일호 실장이 50캐시를 후원합니다.]
[드로잉 사운드 – 김원 프로듀서가 50캐시를 후원합니다.]
[SH 레코딩 - 최성림 대표가 20캐시를 후원합니다.]
[U&I 엔터테이먼트 – 전주민 실장이 20캐시를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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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장에서부터 시작해 패자부활전까지.
성현을 지켜봐온 소속사들로부터 그동안 밀려있던 많은 반응과 후원이 한꺼번에 밀려든 것.
후원을 받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메리트다.
후원으로 받는 ‘캐시’는 서바이벌이 진행될수록 꽤나 요긴하게 쓰일 테니까.
성현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스폰서들을 쭉 살폈다.
‘괜찮은 곳도 몇 개 있네.’
메시지를 보낸 스폰서들의 이름값이 나쁘지 않았다.
본선장까지 오는 동안 일반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은 덕인지,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특히 FTT와 드로잉사운드는 메이저급은 아니더라도 몇몇 스타 가수들을 배출한 회사였다.
“와…….”
무심결에 성현의 화면을 본 조은별이 감탄했다.
성현에게 온 메시지의 양만 봤을 때는 스폰서의 후원이 흔한 것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두가 성현처럼 많은 후원을 받은 건 아니다.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많아봤자 서너 개의 메시지가 전부였다.
그나마 그것도 다 자그마한 회사에서 온 것이다.
게다가, 후원이 아예 안 온 사람들도 절반에 가까웠다.
예선 1라운드부터하면 한국에서만 100만이 넘는 참가자가 있다.
아무리 많은 소속사가 참여했다 해도, 그 많은 참가자들에게 다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은별 씨도 후원 많았을 거 같은데.”
“성현 씨만큼은 아니더라도 몇 군데에서 받긴 했어요.”
은별뿐만 아니었다.
임하나와 서지현, 요하도 고갤 끄덕이는 걸 보니 후원 서너 개는 받은 모양이다.
후원을 하나도 받지 못한 참가자들보다는 상당히 좋은 결과다.
다만 성현이 압도적으로 많을 뿐.
‘패자부활전의 영향이 컸던 것 같네.’
어느정도 예상하기는 했다.
만약 현실이 된 오디션에서도 정말 ‘스폰서’가 있다면, 그들은 성현의 ‘더 비기너’ 무대를 이룬 것에 큰 관심을 보였을 테니까.
해체되고 다시는 무대에 서지 않은 이들을 뭉치게 했으니, 화젯거리가 되고도 남을 업적이었다.
실제로 일반 대중들의 반응도 훌륭했으니까.
또한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더 비기너’ 이전, 성현은 팀을 위해 스스로 기권을 택했다.
그렇게 스스로 불사르는 모습을 이용해 시청률을 내고자 한 PD는 이를 집중적으로 편집했다.
그러니 이성현이 스폰서에게 중계되는 방송에 노출이 많이 됐을 터.
자연스레 스폰서의 눈에 성현이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대중들의 이목을 끌 화제성.
성현 역시 이 점은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런 것들도 필요하니까.’
단순히 PD 혹은 스폰서에게 잘 보여서 우승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성현이 스폰서들의 후원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것도, 우승을 하고 싶은 것도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탈락을 하거나 묻히게 되면, 언제 다시 자신의 능력을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
세상은 각자 가진 능력을 아무 이유 없이 알아봐 주지 않는다.
능력을 지닌 스스로가 그걸 증명해 보여야 한다.
증명할 기회만 주어진다면, 내키지 않는 것도 수단으로서 사용할 각오가 되어있었다.
한편, 다른 참가자들은 예상치 못한 스폰서라는 존재에 꽤나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엔 이르다.
“아마 참가자들 중 극소수한텐 기업으로부터의 후원도 갔을 겁니다. 기업의 경우 소속사처럼 멘토 역할을 할 순 없지만 후원과 협찬을 해줄 수 있기에 스폰서로 분류가 될 겁니다.”
“협찬? 방금 협찬이라고 했어?”
“미친. 참가자한테 협찬을 해 준다고? 진짜 기존 오디션이랑 차원이 다르구나.”
“협찬 연예인들만 받는 줄 알았는데. 받은 사람 있을까?”
후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협찬도 있다니.
협찬만으로도 참가자 본인의 멋을, 혹은 무대의 멋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
그야 기업에 속한 물건들인데 방송에 엉망인 물건을 보낼 리 없다.
참가자들은 혹시 몰라 자신들의 ‘후원’ 탭을 다시 눌렀다.
성현도 ‘후원’ 탭을 확인했다.
기존 스폰서가 보내왔던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메시지가 와있었다.
[산호 악기 – 성재하 실장: 더 비기너 멜로디언 연주 인트로는 훌륭했습니다]
[산호 악기 – 성재하 실장이 30캐시를 후원합니다.]
산호악기면 한국에서 꽤 알아주는 악기회사 기업이다.
그런 회사에서까지 성현에게 후원을 해준 것이다.
이 사실이 신기한 한편, 납득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역시 패자부활전 덕이네.’
기업 후원 역시 패자부활전에서 ‘더 비기너’와 함께 했기에 온 게 틀림없다.
대놓고 메시지 내용에 쓰여있으니, 구태여 부정할 건덕지도 없다.
성현은 큰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자부활전을 선택했었다.
애초에 그 선택을 할 때 스폰서의 반응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지만, 그 리스크에 대한 리턴을 직접 확인하니 꽤나 뿌듯했다.
“자자. 다들 한번만 더 주목해주시죠.”
한동균 메인 PD가 다시 참가자들을 집중시켰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공지를 하겠습니다. 내일 본선 1라운드 공연은 스폰서들에게 라이브로 공개될 것이며 공연 이후 첫 번째 스폰서 계약 이벤트를 진행할 겁니다.”
라이브 공연 이후 스폰서와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녹화 영상과 라이브를 통한 무대는 하늘과 땅 차이다.
편집이란 기술이 들어갈 수 없기에, 단 한 번의 실수도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연이 끝난 후, ‘스폰서’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참가자들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스폰서와 계약을 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론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말을 통해 유추해보면, 각종 후원이나 도움을 받는 건 분명했다.
때문에, 참가자들은 어떻게든 소속사의 눈에 들 수 있도록, 무대 위에서 그야말로 자신의 100%를 보여주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다들 이번 공연은 칼을 갈고 하겠네요.”
임하나의 말처럼 여기저기서 파이팅을 외치는 참가자들이 보였다.
좋은 소속사에게 자신의 실력을 어필할 가장 좋은 기회다.
그렇기에 이번 무대만큼은 어느 때보다 진심으로 행할 테다.
당장 옆에만 봐도 벌써 무대 구성을 다시 짜는 팀들이 보였다.
“스폰서 계약이라니. 무대만 잘하면 완전 대박 기회인 거잖아요.”
“그러게요.”
성현의 일행도 제법 들뜬 모양세.
하지만 성현은 무덤덤하게 후원을 보내온 소속사 목록을 확인할 뿐이었다.
***
본선 1라운드 대결 날.
“참가자 전원 대기실에 마련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먼저 대결하는 팀의 공연을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본선 무대는 2개의 공안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한 곳은 무대가 설치된 곳이었고, 또 다른 한 곳은 대기실이다.
대기실에선 그동안 서로 철저히 비공개로 지켜왔던 다른 팀들의 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승패는 무대를 지켜본 5명의 심사위원들에 의해 결정되며 더 많은 심사위원의 표를 받은 팀이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얻습니다.”
이미 커넥트 앱에 올라와 있는 공지사항이기에 스텝 또한 빠르게 공지사항을 읽어주며 지나갔다.
이내 그가 말을 멈추더니 뜸을 들이며 참가자들을 바라봤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참가자들은 귀추를 주목했다.
“이번 라운드 미션에 새롭게 추가된 규칙을 공지하겠습니다.”
무대 당일인데도 새로운 규칙을 추가시키다니, 참가자들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따르지 않으면 바로 탈락.
그것만은 면하고 싶은 참가자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참가자들 전원은 커넥트 앱을 통해 다른 팀의 무대에 대한 점수를 매겨야 합니다.”
스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형 스크린이 켜졌다.
무대 순서와 그에 따른 참가자들의 이름이 써진 판이 그려졌다.
이윽고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는 화면도 나왔다.
“프로듀서와 가수는 각각 따로 점수가 매겨질 것이며 곡과 무대 구성과 관련된 점수는 프로듀서에게, 노래와 퍼포먼스와 관련된 점수는 가수에게 매기면 됩니다. 점수 집계를 할 땐 합격한 팀의 점수만 반영되니 이점 참고해주세요.”
“저기, 그런데 점수 결과가 이번 라운드 승패에 영향을 주는 건가요?”
참가자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물었다.
스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장 이번 라운드에선 영향을 주지 않지만, 나중에 중요하게 적용될 수 있으니 참가자 전원 신중히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 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식으로 적용이 된다는지 알려주지 않자, 그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
마치 눈치싸움을 하듯 심리전이 벌어졌다.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라곤 했지만, 당연히 라이벌 팀에겐 점수를 적게 주는 게 유리.
사람의 마음이란 똑같기에 스텝이 다시 한번 충고했다.
“명심하세요.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셔야 합니다. 이를 어기는 참가자에겐 큰 패널티가 주어질 것이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이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키려는 것일까?
“그럼 첫 번째 공연 팀은 벡스테이지로 이동해주시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모두 대기실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전달사항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모두 대기실로 이동했다.
오전에 리허설이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본선 1라운드 진행에 제대로 정신을 차릴 틈이 없었다.
그렇게 조금은 어수선한 가운데, 첫 번째 무대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의 표정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이 어떻게 준비를 했고, 어떤 생각으로 무대를 준비했는지는 이제 그 과정은 중요치 않았다.
당장 지금의 무대에서 모든 걸 표현해야만 했다.
즉, 무대 하나로 참가자가 가진 모든 음악적 실력이 가려지게 되는 거다.
그렇게 조명이 켜지고 대망의 ‘더 넥스트 슈퍼스타 본선 1라운드’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