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클볼-239화 (240/287)

< 벌어 맞는 매가 더 아프다(5) >

“젠장, 이 망할 자식들이?”

“뭔데?”

“내 계정에 찾아와서 또 난동질이야. 이 개xx들이.”

뉴욕 양키스에서 가장 이미지가 좋은 선수는 당연히 Mr. 양키스 리암 루카스다. 제이크 스컬리는 그 바로 다음 정도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지가 좋은 선수가 있다는 말은 당연하게 이미지가 나쁜 선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본래 좋고 나쁨이란 상대적인 비교가 될 때만 가능한 일이니까.

앤드루 브라운은 바로 그 이미지가 나쁜 선수였다.

텍사스 레인저스 출신 삼루수인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마초 그 자체였는데 서비스 타임이 끝나기 무섭게 양키스와 7년 1억4천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들어왔었다.

이후로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박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할 때 그것은 제이크 스컬리 덕분이었다.

“아니, 죄다 눈이 삔 건 알고 있었지만, 시발 그래도 이건 아니지.”

“참아. 어차피 인터넷에 그러는 거 일일이 반응해봤자 역효과만 나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보면 기분만 나쁜데 그냥 아예 보지를 마.”

“아니, 내 SNS 계정인데 내가 안 보면 누가 본다는 거야. 안 그래도 평소에도 그 새끼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손해를 보는데 이런 것까지 나한테 똥을 뿌리네. 망할 새끼가.”

비록 몸이 크고 조금 둔해 보이는 면은 있었지만, 앤드루 브라운은 평균 이상의 삼루수였다. 스탯캐스트로 분석했을 때 그의 수비 범위는 리그 평균 수준이었고 그 범위를 커버하는 능력은 최고 수준이었다.

문제는 그와 호흡을 맞추는 제이크 스컬리 쪽이었다. 그는 날렵해 보이는 외모, 그리고 실제로 빠른 발과 달리 타구 판단은 그리 좋지 못했다. 덕분에 그가 실제로 커버하는 범위는 유격수 평균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끔 야구를 보는 사람들은 그의 수비를 그보다 훨씬 대단하게 생각했는데 이는 그가 종종 슈퍼 플레이라고 할 만한 수비를 보여주는 것에 기인했다. 이는 신체적 능력 자체가 워낙에 특출났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2, 3루 간에서 나오는 상당수의 허술한 플레이들을 앤드루 브라운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스탯캐스트로 봤을 때 앤드루 브라운의 지분율은 30%도 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빌어먹을. 무슨 야구를 면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저 자식 머리는 대체 왜 저렇게 찰랑 거리는 거야?”

앤드루 브라운이 생각할 때 자신과 제이크 스컬리의 가장 큰 차이는 저 찰랑거리는 머릿결이었다. 악성 곱슬머리인 그는 큰돈을 들여 머리를 편다고 해도 바로 밑에서 자라는 머리가 워낙에 곱슬머리인 탓에 별 효과가 없었다. 게다가 저 찰랑이는 머릿결은 단순히 생머리라서 가능한 게 아니다. 틀림없이 따로 관리를 받는 것이 분명했다.

“앤드루, 거듭 말하지만 그건 단순히 머릿결 문제가 아니라니까.”

“그러면 뭐가 문제인데.”

차마 얼굴이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제이크 스컬리가 슈렉에 나오는 프린스 챠밍을 닮았다면 앤드루 브라운은 슈렉을 닮았다. 그것도 인간 버전 말고 오거 버전의 슈렉. 앤드루 브라운의 외모가 슈렉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두피에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붙어있다는 점 정도일까?

“제이크는 유망주 시절부터 이 팀에서 뛰어온 프랜차이즈잖아. 게다가 아직 FA도 아니라서 연봉도 너보다 훨씬 적고 말이야.”

“젠장, 나도 1억 4천만이면 충분히 디스 카운트해 준 거라는 것 잘 알잖아.”

“우리야 잘 알지. 문제는 양키스 팬들이 그걸 알아주느냐가 문제지만.”

게다가 앤드루 브라운의 타격 성적은 어딘가 좀 애매했다.

분명 장타율도 높고 홈런도 제법 많이 친다. 하지만 워낙에 배드볼 히터 성향이 강한지라 타율과 출루율이 상당히 저조하다. 0.222/0.308/0.488에 36홈런. 그가 현재까지 기록 중인 성적이다. 물론 OPS만 따지면 0.796으로 그리 나쁘지 않다. 아니, 상당히 좋은 편이다. 아메리칸리그 15개 팀 전체에서 앤드루 브라운보다 높은 OPS를 기록하는 타자는 불과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또 생산성이 좋은 타자였는가를 따져본다면 애매하다. 무엇보다 그는 1년에 2천만 달러를 받는 삼루수다. 그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타자는 아메리칸리그를 통틀어 25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솔직히 난 내가 왜 그 자식을 감싸줘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아무리 그래도 같은 팀이잖아.”

“그래, 같은 팀이지. 하지만 정작 그 당사자는 팀을 생각하는 것 같지가 않단 말이지. 그 자식 인터뷰 너도 봤잖아.”

확실히 앤드루 브라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게다가 애초에 지금 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은 모두 제이크 스컬리 녀석 때문이다.

“그래, 나도 봤지. 하지만 캡틴 이야기처럼 아직 철이 없는 어린애의 투정이잖아. 일단 지금은 팀의 승리만 먼저 생각하자고.”

“젠장,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그 개자식은 우리가 자기 뒷구녕을 닦아주려고 얼마나 애쓰는지를 알아야 해.”

앤드루 브라운이 자신의 계정으로 찾아와 난리를 피우는 사람들의 글을 애써 참아 넘겼다. 그래, 어차피 시간이 지나가면 다 잊혀질 일이다. 게다가 시즌이 끝나려면 얼마 남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경험했던 것처럼 결과만 좋으면 과정의 잡음 정도는 다 사라진다.

그래 결과만 ‘좋다면’

***

에두아르도 크루즈의 세 경기의 출장 정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양키스와의 2차전, 3차전.

그리고 볼티모어와의 1차전.

브라이언 보일의 피칭에 자극을 받은 맥스 슈피겐은 제법 괜찮은 피칭을 선보였다. 물론 라만 그레고리나 브라이언 보일처럼 7이닝,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에이스급 투수가 긁혔던 날의 피칭을 재현하기에 맥스 슈피겐은 아직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 보스턴 레드삭스에게는 선발 투수가 6이닝 2실점을 기록해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양키스는?”

“이겼더라.”

“젠장.”

“그래!! 시애틀 녀석들 뭐 이리 비실비실한 거야? 거기 지금 우리한테 스윕패 당하고 분위기 지금 말이 아닐 텐데 그걸 또 살려준다고?”

“뭐 놀랍지도 않다. 원래 적일 때는 강하다가 같은 편이 되면 귀신같이 약해지는 게 이 바닥 클리셰잖아.”

“랄로,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게임을 좀 끊어야 해.”

“매튜 너처럼 골프 치다가 팔꿈치에 무리 오는 것보다는 게임 쪽이 훨씬 낫거든?”

여전히 경기는 한 경기 차.

보스턴은 부룬디 쿠치에가 등판한 볼티모어와의 2차전에서 아쉽게 패배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양키스 역시 마찬가지로 패배했다는 점이었다.

“시애틀!! 난 너희를 믿고 있었다고.”

“어제는 적일 때는 강하다가 같은 편이 되면 귀신같이 약해지는 게 이 바닥 클리셰라며.”

“원래 클리셰는 깨질 때 더 재밌는 법이지. 그런 의미에서 너도 다섯 타석째 이어가고 있는 연속 헛스윙 삼진 기록을 좀 깨보지 않으련?”

“크흠, 그게 다 적극적인 스윙을 노린 결과거든? 두고 보라고. 이 헛스윙이 기반이 돼서 사상 최장 거리의 장외 홈런이 탄생할 테니까.”

“그거 계속 두고 보다가는 늙어서 은퇴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그리고 이어지는 3차전.

성민이 6이닝 무실점으로 어김없이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겠네요.’

-양키스와의 1위 경쟁을 말하는 거구나. 하지만 그걸 시작하려면 일단 양키스가 오늘 경기에서 패배해야 가능한 일 아니더냐.

‘글쎄요. 제 생각은 좀 다른데요.’

-하지만 오늘 양키스가 이기게 되면 이제 11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1경기 차이가 되는 거다.

‘그래도 내일이 있죠.’

-내일?

필 니크로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도 성민과 함께한 세월이 벌써 만으로 3년을 넘어간다. 필 니크로가 이내 성민의 말을 알아차렸다.

-그 녀석이 복귀하는 날이로구나.

“그렇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가능할까? 불화가 조금 있다고 해도 리암 루카스라면 무난하게 봉합을 해서 잘 이끌어갈 것 같은데?

“가능하게 만들어야죠.”

이상하게 신뢰가 가는 말이었다.

[뉴욕 양키스,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3차전 7:6 승리!! 보스턴과는 여전히 한 경기 차이!!]

***

다섯 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던 제이크 스컬리가 복귀했다.

게다가 리암 루카스는 괜히 Mr. 양키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팀의 분위기를 읽고 있었고 팀원들 상당수가 제이크 스컬리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는 점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요? 아니, 캡틴. 감독님도 그렇고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아시잖아요. 그거 벤치 클리어링 할 때 그 자식이 먼저 도발을 했다니까요. 게다가 그게 아니더라도 팀은 저를 감싸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것만 해도 섭섭한데 동료들에게 사과라뇨. 제가 대체 뭐를 그렇게 잘못했다는 겁니까.”

“제이크.”

별다른 설득이나 변명은 없었다. 그저 리암 루카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리암 루카스라는 사람이 양키스에서 쌓아온 역사와 자산은 제이크 스컬리 같은 천둥벌거숭이조차도 고개를 숙이게 할 만큼 막대했으니까.

“알겠습니다. 알았어요. 사과할게요. 사과하면 되잖습니까. 이번 인터뷰 경솔했다고 하면 되는 거죠?”

리암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거면 됐다. 이제 남은 경기는 열 경기 남짓. 포스트시즌을 포함한다고 해도 한 달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어쩌면 커리어의 마지막 도전이 될지도 모르는 2034시즌. 리암 루카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딱!!

[제이크 스컬리 쳤습니다!! 우중간을 꿰뚫는 빠른 타구!! 우익수 달려 보지만 조금 늦습니다!! 그 사이 3루 주자 홈으로!! 2루에 있던 에노모토 코이치까지 홈으로!!]

“세이프!!”

[들어왔습니다. 제이크 스컬리의 2타점 적시타!! 양키스가 경기를 크게 앞서나갑니다.]

그리고 비록 제이크 스컬리가 현재 팀 분위기를 개판으로 만든 장본인이었지만 그래도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복귀전에서 그는 무려 3타수 2안타 1볼넷 1희생플라이 4타점을 기록했다.

그래, 아직 경기는 1경기 앞서고 있다.

게다가 조금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승리는 가장 큰 보약이다. 이대로 승리하다 보면 흔들린 팀 분위기도 다시 잡을 수 있다.

리암 루카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차기 Mr 양키스는 나야 나!!’ 복귀전!! 제이크 스컬리의 놀라운 활약!!]

[제이크 스컬리 효과? 양키스 13:3 대승!!]

쏟아지는 제이크 스컬리에 대한 찬사들.

물론 이번 경기가 의외일 정도로 크게 승리하기는 했다. 하지만 분명 다른 선수들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지만, 이상할 정도로 제이크 스컬리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진했다.

“야, 나 오늘 홈런 친 거 알지?”

“알지. 네 시즌 37호 홈런이잖아.”

“근데 왜 내 SNS에는 악플이 달려있는거냐 시발?”

그리고 그 진한 스포트라이트만큼 그 그림자 역시 더 짙어졌다.

< 벌어 맞는 매가 더 아프다(5) > 끝

ⓒ 묘엽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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