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1회차-200화 (200/200)

나만 1회차 200화

‘원한다고, 언제든 과거로 가버리면 영원히 미래를 볼 수 없으니까.’

-어째서 회귀가 멈춰야만 하냐는 질문에 답하며, ‘카티에 로넬야드.’

“때로는, 당신들이 보고 싶어요.”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는 소도시의 종탑 뒤편엔 한적한 무덤이 있다.

한 가지 이례적인 것이 있다면, 그곳의 무덤가에 시체가 없단 점이다.

한때 자살자가 많던 120회차에선 특정 백골을 찾기가 어려웠으니까.

카티에는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포그돈, 틴, 글래스, 세베켈.”

120회차 초반에 자살했던 동료들.

자살한 회귀자들은 모두가 마지막 삶을 맞이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그러나 오히려 세간에서는 그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마지막 삶은,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자에게만 주어지니까.’

어쩌면 자살한 그들에게는, 조금 심한 말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티에는 네 묘비를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마지막 삶을 자살로 끝냈다고 후회 마요. 나도 여기에 묻힐 테니까.”

묘비에 꽃을 내려두고, 일어섰다.

“다녀올게요. 오래 걸리진 않아요.”

***

과연 회귀가 멈췄다고 미쳤던 회귀자들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인가?

그것은 꽤나 철학적인 논제였지만, 이미 논제로서의 가치는 상실했다.

이제 모두 그 답을 알고 있으니까.

“사람이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자살기도회는, 마지막 삶에 들어서 그 협회 명을 올바르게 바꾸었다.

일생기도회 본부장 일레아흐는 어느덧 혼자 걸을 만큼 자라 있었다.

“성녀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어느덧 회귀가 멈춘 지 3년이 흘렀습니다. 세상은 얼추 정상에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헛짓거리를 해대며 다른 이의 여생을 망치는 회귀자도 많죠.”

곁에서 히사네가 땋아준 머리칼을 조금 고치고는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런 악한들을 막고, 마지막 삶의 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저희 일생기도회가 새롭게 규정한 목표입니다.”

일레아흐의 말대로 어느덧 회귀가 멈춘 지 3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또한, 공교롭게도 카티에가 눈물을 흘리지 않은 시간 역시 3년이었다.

그 사람이 있을 때는 그리 잘 나오던 눈물이, 어째선지 눈물샘이 마른 듯이 슬퍼도 항상 멎어 있었다.

‘슬픔마저 마모되고 소실돼버린 걸까. 나는 결국, 마지막 삶에서마저.’

카티에는 한숨을 쉬고 걸어갔다.

‘빨리 걷자. 만날 사람 많으니까.’

일생기도회 지부장 암론은 땀을 닦으며 어설프게 칼자루를 되잡았다.

“아직도 검을 수련하고 있어요. 부족하지만, 제게 검을 가르친 그분께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기르려고요.”

시궁쥐 튜크는 독이 든 나이프를 한 손으로 재미 삼아 굴렸다.

“마지막 삶이라고 다들 철 들려고 해대서 어색해 죽겠어. 우리 길드도 도둑질 접겠단 놈이 얼마나 많던지. 마지막 삶이면 더더욱 하지 못했던 쾌락과 욕구를 위해 태워야 하는 것 아냐? 아아, 이러다가 언젠가 시궁창에 다시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흰 사슴뿔 부족의 새 족장 안도니크는 설탕을 탄 라임 차를 마셨다.

“확실히 요새 인간들이 바뀌었다. 카파콜, 나파보는 회귀자에게 장사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바얀은 그 둘한테서 사십 년 치 말똥을 샀다.”

레살피티에는 뼈가 녹슬고 있었다.

“여왕의 직위에선 은퇴했다. 언데드로서의 수명도 끝나가서 말이지. 성녀, 너도 누울 곳은 정해 놔라.”

블라이넨은 쌍검을 연마하였다.

“가. 바빠.”

밀밭기사단의 부단장 세그라가 검을 갈고 닦으며 자그맣게 속삭였다.

“마지막 삶에도 왕은 필요하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래서, 새 왕정을 준비하려는데…… 어디 가냐!”

소년왕 게오르킨은 또렷한 눈으로 입가를 매만지며 말하였다.

“삼촌……. 그래, 기억하고 있어. 조금 흐릿하지만. 가끔 보고 싶네.”

배들이 출항하는 부두, 카벨 선장은 한쪽만 남은 다리를 긁적였다.

“요새, 새 배를 구해 기분은 좋소. 마지막 삶이라 그런가? 확실히 미친 짓 하는 무전승객, 해적 놈이 줄었어. 예전보다 꽤 항해하는 맛이 있지.”

드넓은 수면 위에 올라온 늙은 거북은 시무룩하게 삐쳐 있었다.

“자다가 또 여편네한테 쫓겨났습니다요. 그때 내가 보낸 흑진주도 잘 받았으면서. 으흑! 서글픕니다요.”

불도깨비 비환은 이글거리는 수염을 매만지며 흡족하게 웃었다.

“회귀? 그게 멈춰버린 뒤로는 요새 좋은 꿈만 꾼다. 그래서 몽전이 더욱 기대된다. 알솔하고 의쇠도 함께 참전하기로 했다. 성녀, 너도 와라!”

엘프 솔이는 얼른 다가와선 카티에한테 뭉개진 묵을 한 입 넣어줬다.

“언니. 세상에서 내가 만든 메밀묵이 제일 맛있다?”

백룡은 하품을 하며 목을 풀었다.

“간만이오. 성녀. 요즘에 청색대륙에 또 희한한 종교가 돌던데. ‘악신 철가면교’라나? 옛 종파의 장로랑 환관무사가 만든 신규종교라더군. 거참, 인간도 할 짓이 없는 건가?”

구미호 미호는 피가 묻은 입가를 닦으며 씩 웃어 보였다.

“좀 제대로 살려는 회귀자가 많아져서인지 간 맛이 좋아졌어. 하지만 만족은 못 하겠네. 역시 그 녀석이 구해줬던 용왕의 간이 최고였는데.”

먼산바라기 주막의 주모는 살갑게 손님을 반겼다.

“어서 오세요! 국밥을 시키면 대추차는 그냥 드립니다. 이번이 마지막 삶이라서 특별히 무료인 거예요!”

모험단의 리더 샬은 크게 외쳤다.

“마지막 삶이라도, 내가 할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끝없이 대륙을 탐사하고 미지를 탐구해 나가는 것!”

에고 실드와 에고 소드가 울렸다.

-롬은 백치인데도, 가끔 일반인도 포착 못 하는 정황을 알 때가 있어.

-그건 왜 그럴까? 오히려 백치라 더 깊이 알 수 있는 게 있는 걸까?

롬은 오묘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

“그놈, 살게 될 것이다.”

사막드래곤은 코를 그르렁거렸다.

“이곳에 꽃이 없다. 그런데도 요새 들어 좋은 향기가 가득할 뿐이군.”

별빛인형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이젠 더 이상 운석을 떨어뜨리지 않고 드워프 분들과 함께 지내요. 3년 전, 흑영사막에 떨어져 있는 엄청 큰 운석이 발견돼 성좌의 금속 생산량이 부쩍 늘었으니까요. 최근 맥주를 양조하는 법을 배웠는데, 어찌나 기법이 훌륭한지 드워프 분들 입에서도 거품이 나오고 있답니다.”

3년 전보다 키가 부쩍 자라난 초화가 꿀벌들을 만지며 울적해했다.

“……아빠, 결국 돌아오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하나도 잊지 않았어.”

백야가 네 개의 꼬리를 살랑이며 그런 초화의 얼굴을 핥아주었다.

“캬앙!”

“……백야도 꼬리가 늘어났어. 다들 아빠가 죽었다고 하지만, 절대로 믿지 않아. 아빠도 우리가 자란 모습을 보면, 엄청 좋아했을 거야.”

3년 새에 성인보다 덩치가 커진 달귀와 동북도 구슬프게 끄덕였다.

“……!”

“꾸왁!”

아기 로크는 코웃음을 쳤다.

“범철? 딱히. 걔랑 인연도 짧아서.”

그러나 어른만큼 키가 큰 소녀는 나무 위에 앉아서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만약에 돌아오면 새 이름이나 지어달라고 말할래. 아기 로크가 뭐야. 이젠 키가 얼마나 컸는데.”

드워프 족의 전사 쿰룸은 말했다.

“최근 지상에 새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회귀자들이 자기 삶을 사느라 적대심이 줄었어요. 아마, 그들과 교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회귀가 멈추고, 세상은 바뀌어 간다.

회귀자는 마지막 삶을 막살지 않았고 자살이 터지는 일도 드물었다.

화폐가 통용되기 시작했고, 질서와 치안을 지키려는 무리가 늘어났다.

물론 모든 것이 평화롭고 따사롭기만 한 세상이 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세상의 어딘가에서 회귀자의 무참한 악행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류는, 모두 같은 일념 아래에서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하여.

그런 세상, 어느 한적한 찻집에서.

안대를 찬 헤르탄은 한숨 쉬었다.

“결국 찾지 못했군요. 그 3년간.”

한 사람의 행적을 쫓아다녔지만.

어디에서도 그는 찾을 수 없었다.

모두 사망을 확정한 가운데, 여전히 조사하는 것은 이들 셋뿐이었다.

머리칼을 짧게 튼 퀸소히니베가 궁금해하며 손에 낀 반지를 만졌다.

“하여튼, 오늘 웬일로 성녀가 우리를 불러 모은 것이야? 생일이라서?”

물론 오늘은 카티에의 생일이지만, 그것이 둘을 부른 이유는 아니었다.

카티에가 픽 웃으며 그녀를 봤다.

“요새 애인이랑 바쁘지 않아요?”

“그 적발의 애인께서는 오늘도 검을 수련하느라 날 따돌린 것이야.”

퀸소히니베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고, 카티에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뭐……?”

“마지막이라서 지인들을 보러 다녔죠. 이제 두 사람으로 끝이네요.”

카티에는 긴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온통 흑색인 머리칼들 사이에서 흰 영역이라곤 한 줌의 끝부분뿐이었다.

“3년 전부터 남은 백발 한 줌이 매일 조금씩 검어졌어요. 온 머리칼이 검어진 순간, 내가 죽는 날이죠. 이제, 내 삶이 끝나고 있단 거예요.”

머리칼을 염색하거나, 삭발을 하더라도 제한된 수명은 바뀌지 않는다.

헤르탄의 눈이 조금 커졌다.

“카티에, 설마…….”

“헤르탄.”

카티에는 천천히 둘을 돌아봤다.

“그리고 퀸소히니베.”

퀸소히니베는 당황해하는 표정을 짓다가 곧 눈물이 어리기 시작했다.

“끝에는, 눈물 없이 떠나게 해줘.”

헤르탄이 주먹을 꽉 쥐고는 한숨을 쉬었다가, 난감해하며 낮게 말했다.

“카티에, 마지막에 삶을 끝낼 장소를 찾고 있는 거라면…….”

“괜찮아요. 헤르탄. 정해뒀어요.”

카티에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헤르탄은 입술을 깨물었고.

퀸소히니베는 울먹이며 물었다.

“……혼자 어딜 가려는 것이야?”

“어차피 수명이 다할 거라면, 내가 죽을 장소는 이미 예비해뒀으니까.”

모든 머리칼이 까맣게 세어지는 그날, 카티에는 살아온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그 명이 다하는 오늘, 카티에는 자살하기 위해 종탑에 오른다.

***

참으로 햇살이 맑고 청명한 날씨.

종탑 위에는 한 성녀가 서 있었다.

회귀자들이 그녀를 보며 소리쳤다.

“이봐요, 위험해! 너무 높다고!”

“거기에는 어떻게 올라간 거야! 분명히 철문도 잠겨 있지 않았던가?”

“이번이 마지막 삶이야! 떨어져 죽었다가는 회귀할 수도 없다니까?”

회차 초반, 이곳은 무수한 회귀자가 떨어져서 자살했던 종탑이었다.

누구의 죽음에도 무감각하던 과거와는 달리, 그들은 그녀를 걱정했다.

그러나 카티에는 사람들의 원성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감고 서 있었다.

아슬아슬한 난간 끝, 한 발짝이라도 나아갔다간 추락사하게 되리라.

카티에는 조용히, 입술을 움직였다.

“……안녕.”

그리고 그녀가 발을 내딛기 직전.

“경치 좋은데.”

카티에는 흠칫 왼편을 돌아보았다.

누추한 사내가 그곳에 있었으니까.

그녀와 마찬가지로 종탑에 선 사내, 그러니까, 내가 웃으며 말했다.

“돌아왔어요. 어르신.”

“…….”

한참, 아주 한참을 침묵이 오갔다.

조용히 날 보던 카티에가 말했다.

“……개새끼.”

“…….”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간만에 보는 건데 바로 욕부터 내뱉고 시작하는 건 너무하지 않냐?”

“왜, 이제야 왔어요.”

카티에가 입술을 꾹 씹었다.

“당신, 너무 늦었어요.”

“뭘. 천 년 만에 본 적도 있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감정이 북받치는지 그녀가 당장 눈매를 세우고는 앙칼지게 소리쳤다.

“기억 못 해요? 난 시한부 인생이에요. 3년. 3년이나 당신을 기다렸어요. 하지만 왜 하필 오늘이에요? 내가 살아갈 날은 오늘이 마지막인데. 그런데 왜 하필, 오늘에서야……!”

목이 됐는지 끝말이 흐렸지만, 도리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딱 맞췄네. 빚 갚으러 왔거든.”

“빚이요?”

“네가 내게 빌려줬잖아. 목숨값.”

3년 전, 마지막 결전에서.

그녀는 나에게 한 번 죽어줬다.

그래서 나는 그 빚을 갚으러 왔다.

카티에가 신경질적으로 날 보았다.

“헛소리하는 것을 보니 대장 맞네요.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

“그동안, 유랑자와 함께 다녔어.”

“유랑자? 설마 그 ‘유랑자’요?”

“응. 노예 생활하다 도망쳤다. 피부가 까칠해지고 수염도 좀 자랐지? 옷깃 들추면 흉터 자국도 꽤 많아.”

카티에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유랑자의 노예로 지냈었다구요?”

“그래, 다른 세상도 가보고 별 해괴한 미친 녀석하고도 싸웠지. 뭐, 덕분에 도망칠 힘은 길렀지만. 문신 새겨진 살갖 찢느라 죽을 뻔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기억들이 떠올라서 나는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간신히 원하는 것만 훔쳐 도망쳐 나왔지만, 복수는 염려하지 마. 그놈도 나 때문에 꽤 많은 걸 잃어서 이쪽 세상까지는 쫓아오지 못하니까.”

그렇게 말하다 스스로 웃어버렸다.

“어느 용 탓에 노예 취급에 적응되지 않았다면 해내지 못했을 거야.”

나는 그녀를 향해 흰색 빛깔의 가루가 담긴 가죽 주머니를 내밀었다.

“이게…… 도대체 뭐죠?”

“제한된 운명을 복구시키는 염료.”

내가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억하지? 네 생일에는 선물로 염색약을 주겠다고 내가 약속했잖아.”

난 주머니에서 흰 염료를 꺼내 카티에의 머리 위로 조심히 흩뿌렸다.

그러자 카티에의 검디검은 머리칼이 희게 발광하며, 빛깔이 변해간다.

[제한된 운명을 복구하는 염료가 성녀, 카티에에게 뿌려졌습니다.]

[당신을 향한 유랑자, 레펠카테스 라 데페라도의 분노가 격해집니다!]

[기적으로 한없이 훼손되었던 수명이 정상적으로 복구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카티에의 머리칼은 첫눈처럼 온연한 순백을 되찾았다.

“이거 훔치려고 몇 번을 죽을 뻔했는지. 목숨값 한 번 비싸지 않냐?”

내가 괜스레 그녀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리며 짓궂게 찬사를 날렸다.

“역시, 너는 흰 머리칼이 어울려.”

“…….”

카티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애매한 침묵이 흐르고, 아래에서 구경하던 회귀자들도 돌아갈 즈음.

결국 내가 괜스레 뺨을 긁적였다.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었어? 전부 나 잊고 잘살고 있는 건 아니겠지? 헤르탄은? 퀸소히니베는 여전하냐? 아, 그리고 애완수들도…….”

그러나 나는 말을 멈추고 말았다.

카티에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이상해.”

소매로 눈을 감춘다.

목소리가 굳고, 고양된다.

그녀가, 발개진 뺨으로 울먹인다.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야.”

내가 천천히, 그녀를 감싸 안는다.

그제야 카티에는, 쌕쌕대는 숨소리와 함께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보고 싶었어……!”

그간 쌓인 감정이 북받친 것처럼 그녀가 흐느끼며 고개를 파묻었다.

“그리워했어. 항상 곁에 함께 있고 싶었어. 다들 기뻐할 거야. 모두 기다렸어. 이범철, 당신을 줄곧……!”

후회는 남고 살수록 삶은 어렵다.

모두 가끔은 다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 가치 있단 걸.

“나도 그랬어. 카티에.”

종탑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여정이 시작됐을 때, 이곳에서 내가 보았던 것은 버림받은 세계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지금 나의 눈에 비치고 있는 것은 그저 평안한 일상이다.

“다시 보고 싶었어. 전부.”

-The End

※작가후기

한쪽 눈이 맛이 갔습니다. 포도막염 진단받았는데 양쪽 눈알이 시력이 안 맞으니까 글 쓸 때 죽겠어요. 하필이면 완결 직전에 눈에 지장이 생겨 스트레스도 꽤 받고 작업속도가 평상시보다 아주 느려졌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완결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아주 후련하네요. 완결 때문에 진료도 미뤄놨었는데, 후기만 쓰고 얼른 병원에 달려가야겠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과는 정반대의 얘기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전작이 회귀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역회귀물이었네요. 혼자만 회귀를 못 하는.

하지만 작가의 부족함 탓으로 작품을 써가며 고난이 꽤나 있었습니다.

중간에 아예 작품을 포기할까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썼습니다. 도저히 한 번 썼던 이 인물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더라고요. ^^;

힘든 시간 동안 썼기에 나만 1회차는 애착이 있는 글입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에요. 쓰면서 고생한 만큼 제 자신도 여러 가지 많이 배우고 성장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차기작에 관하여…….

여전히 머릿속에서 쓰면 재밌을 것 같은 소재는 늘 넘쳐나는데, 딱 하나 정해서 쓴다는 게 참 어렵네요.

몇 년을 쉴 수도 있고, 심심해서 몇 개월 뒤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런 작가도 있던가?’ 할 무렵엔 찾아뵙지 않을까 싶네요. ^^; 꼭 ‘플래터’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족한 작품임에도 깊은 아량으로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소설과는 다르게.

우리는 겨우 한 번의 삶뿐입니다.

영원히 되풀이될 수 없고, 고작 한 번뿐이라서 가치 있는 인생입니다.

부디 여러분 모두, 한 번뿐인 그 삶을 여한 없이 즐기시길 바랍니다.

-작가 플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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