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1회차 192화
키 작은 자이자 날 도와온 조력자.
그가 바로 적색대륙 지배자였다고?
‘말도 안 돼.’
내가 쓰러뜨리려 하는 최후의 적이 어째서 날 지금껏 도와왔단 말인가.
심지어 눈앞에서 일렁이는 그림자는 딱히 키가 작지도 않았다.
“웃기지 마라.”
드워프 왕은 이미 죽었고, 조력자의 진짜 정체가 적색대륙 지배자?
머리가 아프고 상황이 혼란스러워서 도저히 제 판단이 서질 않는다.
반면에 그림자는 웃으며 속삭였다.
“내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오게. 자네와는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군. 장소는 펜타그램에 표시해 두지.”
그리고 바람이 불며 어렴풋한 그림자의 형체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또한, 절망적인 문구가 떠올랐다.
[흑영사막에 적색대륙 지배자의 펜타그램이 그려졌습니다.]
[지배자가 정한 시간 동안 사막에서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 사망하면, 과거로 회귀할 수 없습니다.]
카티에가 사막에 그려진 펜타그램에 손을 짚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엄청난 마법진이에요. 극한의 마력이 없다면 누구도 깰 수 없어요.”
“제기랄.”
나는 끓어오르는 욕설을 참았다.
왕의 비보를 접한 데다가 사막에서 벗어날 수 없단 소식을 들은 모든 드워프들은 상실에 잠겨 있었다.
쿰룸은 우울하게 말했다.
“드워프 왕의 시체는 저희가 수습하겠습니다. 피난처로 가져가야 하니까요.”
“예, 상심이 크겠습니다.”
“그것보다 속았다는 충격이 더 큽니다. 저희가 피난처로 대피한 것도, 이곳까지 온 것도 왕이 살아 계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설마 이곳에 시체가 되어계실 줄은.”
하기야 당연히 그럴 것이다.
별빛 인형을 통해서 전보를 전달받은 드워프들은 자신들의 왕이 생존했다고 확연히 믿고 있었으니까.
“설마 인형이 배신한 것일까요?”
하지만 쿰룸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합니다. 명령체계가 확고한 터라 배신은 생각도 할 수 없어요. 진짜 배신하려 했다면 작동을 멈췄겠죠. 인형은 정말로 죽은 왕의 기운이 존재하는 걸 느꼈던 겁니다.”
그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한편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던 드워프 셋은 의외로 멀쩡한 상태였다.
“셋 다 몸은 괜찮습니까?”
“예. 몸에 휘감기는 힘에 깜짝 놀랐는데, 잠깐 고통만 스쳤습니다.”
어째서 적색대륙 지배자는 드워프 셋을 죽이지 않고 살려둔 것일까?
그때 카티에가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돼요.”
“회귀자도 긴장을 하는 것이야?”
“그야 되살아나는 기적이 없는 이상, 이곳에서 죽으면 끝이니까요. 특히 이번 싸움은 마지막일 테니까.”
나는 호리병을 열어 애완수를 소환하고, 모든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적색대륙 지배자와 싸울 거다. 마지막 싸움이 될지 몰라. 어쩌면 전부 여기서 죽을지도 모르고.”
아기 로크가 바로 날개를 펼쳤다.
“잘 있어. 네 이름은 기억해 둘게. 너는 나쁘지 않은 주인이었으니까.”
“딱히 기억해 줄 필요 없어. 이미 퇴로가 다 막혔거든. 약 오르지?”
“아, 제기랄. 또 죽기는 싫은데.”
그러자 카티에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나에게 붙어서는 중얼거렸다.
“대장. 마지막이라 그런가, 불안이 깊어요. 우린 죽게 될지도 몰라요.”
“난 아냐. 네 생일선물은 주고 가야 하지 않겠어? 딱 생일도 가깝고.”
“지난해 생일은 넘어갔으면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냐?”
백야는 맑은 눈빛으로 가슴을 곧게 펴며 나의 손등을 혀로 핥아줬다.
“캬앙.”
초화는 몹시 두려워 보였지만, 눈물을 참고 내 바짓단을 꼭 붙잡았다.
“……아빠는 내가 지킬 거야. 그러니까 아빠도 나를 끝까지 지켜줘.”
달귀도 자기만 믿으라는 듯이 가슴을 호탕하게 탁탁 쳤다.
“……!”
동북이도 용감하게 울어 보였다.
“꾸와악!”
반면에 퀸소히니베는 그녀답지 않게 잔뜩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마지막 싸움에 큰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야.”
“이미 충분히 도움 되잖아? 식량 무게 감소에 막대한 공을 세우면서.”
그녀는 나를 확 째려보다, 이윽고 표정을 풀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지금 말고 진짜 모습으로. 중립을 어긴 탓에 지금껏 줄곧 인간으로만 있을 수밖에는 없었으니까.”
“글쎄, 용은 보통 성인이 되면 자기 모습이 정해진다면서? 지금보다 진정한 어른이 된다면, 너도 본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진정한 어른.”
퀸소히니베의 눈동자에 깊은 고민이 스쳤다.
‘다들 안색이 별로 좋지 않군.’
결전에 앞서 모두 긴장하고 있다.
도망칠 수 없고 목숨이 걸려 있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물어보았다.
“다들 어떻게 죽고 싶습니까?”
“갑작스럽게 왜요?”
“시커먼 모래와 강한 괴물투성이인 사막에서 삶을 끝내는 것이 모두가 바라는 죽음은 아닐 것 아니야.”
모두가 고심했다.
그리고 한두 명씩 말을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그 사람의 손을 쥐며 삶을 끝낼 거예요.”
“산림을 한껏 걸어 다니고 흔들의자에 앉아 별을 보며 죽겠습니다.”
“산더미 같은 보물에 파묻혀 꺼져 가는 생명을 화려히 태울 것이야.”
“캬아앙! 캬앙. 캬앙! 캬아아앙!”
“……잔뜩 사귄 친구들과 밤새 얘기할 거야. 그리고 친구들이 일어났을 때, 난 영원히 잠들어 있을래.”
“……! ……. ……!”
“꽈악! 꾸아아악!”
“얼마 전에 죽었지만 내가 든 생각은 하나뿐이야. 그저 마지막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안겨 있고 싶어.”
어느새 이 대화에 오랜 꿈을 고백하듯 깊은 희망이 담기고 있었다.
이윽고 드워프들도 힘차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외친 것은 쿰룸이었다.
“불이 숨 쉬는 대장간의 의자에 앉아서 안락하게 숨을 거두겠습니다!”
“신께 기도를 드리며 사무치게 고생한 인생에 마침표를 찍겠습니다!”
“가족들 앞에서, 진심으로 고마웠다 웃어 보이며 임종을 맞겠습니다!”
어느새 다들 고백을 끝마쳤을 때.
헤르탄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범철만 남았군요. 저도 솔직히 꽤나 궁금하기는 합니다만.”
모두가 궁금한 표정으로 날 봤다.
나는 고개를 휘저으며 웃었다.
“나는 자연사요. 딱 그거면 돼요.”
“참 대장다워요. 소박하기만 하네.”
카티에가 던진 핀잔에, 모두가 고개를 숙여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덕에 다들 긴장은 제법 풀렸다.
모두 확실히 깨닫고 있었으니까.
“이곳은 우리가 죽을 곳이 아닙니다. 그러니 갑시다. 회귀를 멈추러.”
***
사막의 괴물을 해치우고, 나아간다.
상위마술을 부리는 미라부터 시작해, 각종 사막의 생명체는 강력했다.
그러나 명계왕의 진혼검을 휘두르며 나는 거침없이 나아갔다.
‘진짜 상대는 적색대륙 지배자니까.’
그런 우리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사납게 사막을 휩쓰는 폭풍이었다.
“여긴 모래폭풍이 너무 심해서 함부로 나아갈 수가 없겠어요.”
바로 그때 문구가 떠올랐다.
[끝없이 몰아치는 모래폭풍에 누군가 마술의 경계를 세웠습니다.]
[해당 영역부터는 펜타그램을 보유한 자만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흑영사막의 주인이 펜타그램을 보유한 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악마의 펜타그램이 밝게 빛난다.
지금까지 나를 든든하게 도와주던 이것이 정말로 악마처럼 느껴졌다.
헤르탄이 주의 깊게 경고했다.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범철.”
“하지만 지금 내가 다녀오지 않고는 방법이 없어요. 걱정 마요. 위험하면 바로 내뺄 테니까요.”
나는 모래 폭풍으로 걸어갔다.
분명 폭풍의 근처였지만 거짓말처럼 내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다녀올게.”
“조심해요. 대장.”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일행을 뒤로하고 난 폭풍 속을 한참 동안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주변의 바람이 멎을 무렵.
무언가 달콤한 향기가 느껴졌다.
‘저건…… 포도밭이잖아? 사막에서 어떻게?’
검은 사막에 위치한 작은 포도밭.
탁자에 앉은 한 남자가 보던 책을 내려두고,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반갑군. 한 번 사는 자여. 내가 바로 자네가 찾던 마지막 적일세.”
나는 탁자에 앉은 그를 바라봤다.
‘저자가…… 적색대륙의 지배자.’
건장하고 높은 신장에 깊은 눈동자를 가진 준수한 외모의 남성.
언뜻 보면 인간과 닮아 있으나 그건 머리에까지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신체의 피부가 거의 뜯겨나가 근육이 내보였고, 보랏빛으로 울긋불긋했다.
일개 하급 좀비처럼 흉측한 인상인 데다, 그다지 강해 보이지도 않았다.
‘일부러 몸집을 작게 낮춘 건가? 딱히 위압감이 느껴지지도 않고.’
보기만 해서는 전혀 한 대륙의 지배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외양이다.
그러나 방심은 당연히 금물이다.
‘일부러 위장하고 있는 거겠지. 내가 긴장의 끈을 놓게끔 말이야.’
상대는 최후의 대륙지배자였다.
불사의 아크 리치, 괴력의 불멸아귀보다 훨씬 강하고 위험한 몬스터.
내가 죽여야 할 최후의 적, 적색대륙 지배자가 진지하게 선언하였다.
“당장 여기 앉아서 나와 한 잔 나누지 않는다면, 키스를 퍼붓겠어.”
“…….”
***
난 앉아서 포도주 한 잔을 받았다.
의외로 술 상대는 최후의 적이다.
“취하지는 않을 거야. 내가 워낙 술을 싫어해서 주스를 만들었거든.”
“…….”
……아니, 주스 상대라 해야 하나.
‘최종결전의 장엄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군, 망할.’
솔직히 꽤나 당황스럽지만 이것은 오히려 심리전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다 갑자기 덮쳐올지 모르지.’
나는 탁자 밑에서 보이지 않게 칼자루를 쥐었다.
그러자 적색대륙 지배자가 말했다.
“몸을 둘러싼 불길함은 여전하군.”
괜스레 뜨끔해서 내가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지, 그게?”
“그냥 지배자쯤 되면 딱 느껴져. 과연 신이 되는 데 필요한 재료군.”
아크 리치도 내게 비슷한 말을 했었다.
난 신이 되는데 필요한 ‘재료’라고.
아직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지배자가 꽉 찬 내 잔을 보았다.
“마시지 않나? 달콤하게 짰는데.”
“적이 주는 음료는 마실 생각 없어. 독을 탔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안 마시면 죽인다.”
순간, 나는 숨을 삼켰다.
아주 잠깐이나, 다른 대륙지배자와 비교할 수 없는 위압이 느껴졌다.
하나 그 분위기는 금세 사라졌다.
“주스엔 아무것도 타지 않았어. 의심부터 하니까 괜히 서운하군. 윽.”
그런데 바로 그때 적색대륙 지배자가 허리를 짚으며 신음을 흘렸다.
“허리가 아프군. 간만에 힘써서.”
“무슨 소리지?”
“나는 꽤나 무리했다고. 그 드워프 셋은 괜찮나? 역시 죽지는 않았지?”
“네가 일부러 살려둔 것 아닌가?”
“무슨 소리야? 난 전력을 다해 힘썼는데. 살았다고? 나도 멀었군.”
대화가 진행될수록 적색대륙 지배자가 뭐라고 하는지 이해가 어렵다.
“너야말로 무슨 소리지? 지배자면서 드워프 셋을 죽일 힘도 없다고?”
나의 마지막 적이 태연히 고갤 끄덕였다.
“거의 모든 힘을 소진했으니까. 그래서 자네에게 고마워. 사막을 배회하는 몬스터 탓에 고민이 많거든.”
“뭐?”
“그놈들 탓에 포도밭을 넓히지 못했단 말이야. 망할 것들. 그나마 경계 세우는 힘은 건재해 다행이지.”
아니, 무슨 대륙지배자가 사막에 조난당한 농부처럼 말하고 앉았어?
하여간 나는 고개를 휘저었다.
“하여간, 네 정체는 도대체 뭐지?”
그것은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
지금껏 어느 회귀자조차도 밝혀내지 못한 적색대륙 지배자의 정체.
도대체 적색대륙 지배자는 정체가 무엇이기에 120회차에서 이토록 많은 변수를 일으킬 수 있던 것일까?
“자네는 보기보다 머리가 없진 않지. 추측해보게. 나는 이미 자네가 알고 있는 자이자, 최후의 적이며, 누구보다 가까이 자네의 여정을 관찰하고 지원한 조력자이기도 하지.”
그가 손을 포개고 웃음을 거뒀다.
진지한 눈빛으로 날 보며 묻는다.
“자네가 말해보게. 난 누구인가.”
나는 포도주스를 끝까지 마셨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너는 솔로몬인가?”
“한때 그 이름으로 불리긴 했지.”
적색대륙 지배자, 대마술사 솔로몬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떠올렸다.
***
대마술사 솔로몬.
적색대륙을 여행하며 나도 그 이름에 관해서는 제법 많이 들어봤다.
‘4회차 이후로 실종된 대마술사.’
역대급 마술 재능을 지녔었지만, 어느 날 자취를 감추어버린 회귀자.
초기 회차에서 실종됐는데도 솔로몬 교가 아직 막강한 걸 보면 그의 영향력이 막대했단 걸 실감할 수 있다.
“놀랐어. 설마 진짜로 맞출 줄은.”
솔로몬이 턱을 괴고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이제 듣고 싶군. 어떻게 내 정체를 그토록 정확하게 추리한 거지?”
나는 흘깃하며 턱을 까닥였다.
“탁자에 놔둔 책, 회귀자 신도들이 들고 다니는 경전이랑 똑같잖아.”
“아, 망할. 그것도 생각 못 하다니!”
솔로몬은 터무니없는 힌트를 준 것에 분개하며 경전을 던져버렸다.
“아, 안 돼!”
그러곤 제풀에 놀라 바닥에 떨어진 경전을 얼른 주워 모래를 털었다.
“정말 큰일 날 뻔했군. 지금 이 사막에 있는 책이라곤 이것뿐이거든.”
그 황당한 기행에 나는 하마터면 어이가 없어서 긴장을 늦출 뻔했다.
“유일한 책이 네 경전뿐이냐? 밖으로 나가서 훔치든가 하면 되잖아.”
“대륙지배자는 정해진 영역을 벗어날 수 없어. 직접 죽여봐서 알지 않아?”
“그 지식에 더 이상 가치는 없겠군. 곧 너도 죽어 없어질 테니까.”
솔로몬은 우습게도, 정말로 아이처럼 섭섭한 표정을 내게 지어 보였다.
“내가 그간 얼마나 자네에게 공을 들였는데, 괜스레 섭섭할 지경이군.”
“무슨 소리지?”
“자네가 위기일 때마다 새 재능이 척척 나타나서 도움 되지 않았나?”
확실히, 지금껏 내게 새 재능을 전해준 것은 조력자인 솔로몬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도 그에게 고맙다는 표현 따위는 하지 않았다.
“어떻게 내게 이전 회차까지는 전혀 없던 재능을 줄 수 있는 거지?”
“얼음장인가? 싸늘해 죽겠군. 나는 어떤 절망에서도 농담을 잃지 않는 자네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데.”
망할, 지금까지 대화하며 느꼈지만 내가 예상한 분위기와 너무 다르다.
잔뜩 무게를 잡던 황색, 청색대륙 지배자와 솔로몬은 극과 극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무방비한 놈이 마지막 대륙배자일 수 있는 거지?
‘……아니야. 그래도 방심을 풀어서는 안 돼.’
지금까지 본색을 숨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아직은 살펴야 한다.
“지금부터 네게 물어봐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난 앞머리를 짚으며 한숨 쉬었다.
“모든 대륙지배자를 죽이려 하는 나를, 지배자인 네가 왜 도운 거지? 그리고 초기 회차에서 실종됐던 네가 어떻게 대륙지배자가 된 거냐?”
“설명만 많은 악당은 싫어하는데.”
솔로몬이 입꼬리를 올리며 뒤통수를 긁적였고, 난 칼자루를 내보였다.
그러자 그가 손을 들며 정색했다.
“이봐, 휘두르면 난 진짜로 죽어.”
“질리는 농담 닥쳐. 그랬다면 네가 나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나겠어?”
“봐, 머리가 없지는 않다니까.”
솔로몬은 오랜 친구처럼 쿡쿡 웃더니 탁자 위에 양다리를 척 올렸다.
“그래, 처음부터 설명하지. 자네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주 많으니까.”
솔로몬은 포도송이에 손을 뻗었다.
그가 입에 포도알을 던져 넣었다.
“어째서 내가 자네를 도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원했는지는 간단해.”
그가 다리를 건들거리며 꼬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도 자네가 그토록 이루려고 애를 쓰는 회차 목표.”
불가능에 가깝지만 해내면 숙원을 이루고 회귀를 멈출 수 있는 목표.
이제껏 그 누구도 성공 못 한 과업.
적색대륙 지배자가 후배를 보는 것처럼 나에게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 회차 목표를 4회차에서 성공적으로 끝마쳤던 회귀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