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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1회차-190화 (190/200)

나만 1회차 190화

초대형 운석 주위에 모여 있는 유성들이 일제히 광명을 뿜었다.

수많은 중형 운석들이 형태가 일그러지며 충격파를 내보내는 대폭발!

거무스레한 밤하늘이 눈부셔졌다.

‘역시나 시간을 멈추길 잘했어.’

초대형 운석을 상공에 정지시킨 덕택에 중형 운석으로 가격하기 쉬웠다.

중형 운석들이 초대형 운석에 마구 충돌하고, 부딪히고, 깨지며 터졌다.

그러나 초대형 운석은 흔들릴 뿐 전혀 부서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기랄, 이래도 화력이 부족한가?’

거기다 중형 운석들의 폭발이 생각보다 거세, 멀리 떨어져 있던 나까지도 폭발의 기류에 쓸릴 뻔하였다.

거센 열의 충격이 날개가 꺾인다.

“크흡!”

[운석 폭발 기류가 파도칩니다.]

[기가 막힌 우연!]

[폭발력이 날개 끝을 스칩니다!]

하마터면 온몸이 찢어질 뻔했다.

‘해, 행운을 올리고 오길 잘했네.’

가까스로 한숨 돌리고 난 날갯짓을 하며 더욱 높은 상공으로 날았다.

‘초대형 운석의 크기는 중형의 수십 배. 역시나 쉽게 부서지진 않아.’

중형 운석의 연속된 폭발로 초대형 운석은 크게 흔들렸지만, 그뿐이다.

결정적인 일격이 절실한 상황!

[세월의 단층이 가까워져 옵니다.]

[정지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단층 속에서 유폐될 위험도 커집니다.]

허공에 열린 균열로부터 나를 빨아들이려는 인력이 조금씩 거세진다.

점차 날갯짓이 힘겨워지고 깃털 하나하나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있다.

균열에 빨려 들어가면 그곳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망할, 이러다 내가 먼저 가겠다!’

나는 다급히 상공의 균열로부터 벗어나려 애를 쓰며 아래를 보았다.

초대형 운석이 창공에서 남은 중형 운석들과 동시에 부딪혀 폭발한다.

콰가가가강!

마침내, 초대형 운석이 갈라진다.

속 끝까지 갈라져 가는 운석 본체!

결정적인 일격 한 방만 있다면, 초대형 운석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마지막 일격! 그거면 돼!’

나를 잡아당기는 인력이 점점 거세져, 이젠 정말 시간이 얼마 없었다.

나는 다급히 정지해 있는 초대형 운석 위로 날개를 접고 내려앉았다.

무시무시한 불길이 육신을 휘감았지만, 난 전혀 화상을 입지 않았다.

[강한 고열이 몸을 휘감습니다.]

[타오르는 지배자의 갑주 효과로 유성 불꽃의 피해를 피합니다.]

[지나치게 세찬 고열을 갑주가 흑염으로 전환해 무기에 더합니다.]

검을 빼 들자, 흑염이 치솟았다.

고열을 힘으로 전환시키는 갑주!

‘제발, 부서져라!’

마나원천 괴력술과 순간가속!

두 가지 강화스킬을 발동하며, 구중투구로 높아진 힘을 끌어모았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난 양손으로 단숨에 불타는 운석을 내리찍었다.

쩌저저적……!

‘일격만으로는 안 돼! 조금 더!’

막대한 괴력으로 칼을 내려찍는다.

연거푸 이어지는 타격!

콱! 콱! 콱! 콱! 콱!

단숨에 수십 연격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초대형 운석은 너무 컸다.

부서질 듯이, 금이 가버렸지만 나의 공격에도 운석은 깨지지 않았다.

‘제기랄, 안 돼!’

최후의 일격마저 먹히지 않았다.

순간가속의 페널티로 온몸의 힘이 빠지며 몸이 급속도로 탈진해간다.

인력이 나를 빨아들이며 운석에 닿고 있던 양발이 떼어지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어딘지도 모르는 세월의 단층에 완전히 갇혀버리고 말 상황!

“제기랄! 어떻게든 되라!”

결국 난 타임스톱을 해제하고, 멈춰진 세상의 시간을 다시 되돌렸다.

콰가가가앙!

날 빨아들이던 균열이 닫혀버리고 완전히 정지했던 세상이 움직인다.

다시금 추락하는 초대형 운석!

곳곳에 흩뿌려지는 운석의 파편들!

“크헉!”

상공에서 작은 운석 파편에 부딪히며 뼈가 으스러지는 충격을 받았다.

높은 행운 덕에 자그마한 파편에만 부딪혔지만 갑주의 견고한 방어력이 아니었다면 몸이 아작났으리라.

그럼에도 집념으로 눈빛을 태웠다.

‘이대로 놓칠 수는 없어!’

초대형 운석은 점차 멀어진다.

이대로라면 땅에 떨어져 추락한다.

상공에서 부수지 못하면, 성좌의 금속 원료는 영원히 얻을 수 없다.

‘마나원천 괴력술 때문에 이제는 마법도 쓸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날개를 펼칠 힘조차 없이 탈진했지만, 나는 온 힘을 다해 손을 뻗었다.

시푸른 빛이 건틀릿에 휘감긴다.

“백혈기사단 소환!”

열댓 명의 유령들이 뛰쳐나온다.

내가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모두 저 초대형 운석을 베어라!”

불꽃에도 피해를 입지 않는 유령기사단이 불타는 유성으로 돌격했다.

「알겠다, 주인!」

「전원 타오르는 유성을 부숴라!」

상공을 가르는 혼의 기사단!

운석을 감싸는 불꽃도, 공기의 저항도 부유하는 유령에겐 의미 없다.

단장의 명령에 모든 단원이 운석에 총공격을 퍼붓고, 세차게 가격했다.

쩌저저적…… 콰아아아아아앙!

[초대형 운석을 파괴했습니다.]

[세계최초의 위대한 업적!]

[모든 능력치가 10씩 오릅니다.]

[암석 연구가 및 드워프에게 경이적인 환심을 살 수 있습니다.]

[중형운석 99개를 부쉈습니다.]

[‘이형주머니’가 모든 운석조각을 자동적으로 회수합니다.]

[순도 높은 원석 조각 8,727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유성우 지대에서 역대급 공적을 세웠습니다.]

[규격 외의 진귀한 암석조차 파괴할 수 있는 비결을 습득했습니다.]

[생물이 존재하는 다른 별에 가면 특수과업을 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신이 갈 수 있을 때 말입니다.]

[드워프 장인에게 가면, 성좌의 금속 장비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별들이 부서지는 밤하늘.

찬란한 빛깔이 어둠을 채색한다.

세상을 살며 처음 보는 장관이다.

그러나…….

“으아아악!”

나는 상공에서 추락하고 있다.

온몸이 탈진해 버린 데다, 날개에서 힘이 빠져 날 수가 없었다.

추락사를 직감하던 그때, 누군가 날아와서 나를 양팔로 받아주었다.

“내 노예는 참 번거로운 것이야.”

내가 어이가 없어서 올려다봤다.

“……설마, 진짜로 받아줄 줄은 몰랐는데.”

“일부러 초대형 운석만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야. 시간이 멈췄다가 풀리면 바로 구할 수 있도록.”

퀸소히니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콧방귀를 뀌고 지상에 내려왔다.

카티에가 기절초풍할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대장. 우리가 눈 깜빡하는 사이에 뭘 그렇게 많이 다쳐서 온 거예요?”

“시간도 멈췄는데, 일이 많더라고.”

“참 대장답네요.”

카티에가 핀잔을 주며 날 치료했다.

부서진 뼈들이 곧바로 붙어간다.

“수고해줬습니다. 범철.”

헤르탄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고개를 끄덕일 새도 없이 별이 터지는 밤하늘을 보며, 정신을 잃었다.

***

한참을 누운 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덧 반나절이나 지나 있었다.

“대장. 그 시간의 돌이라는 것, 제가 조금 조사해 봐도 괜찮을까요?”

“뭘 보려고?”

“성녀의 힘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서요. 전생의 돌이 각성했듯, 어쩌면 강화의 여지가 있을지 몰라요.”

하기야 지혜가 뛰어난 자가 조사하면 성능 파악이 가능하다고 했었지.

나는 시간의 돌을 그녀에게 넘겨주고, 인형에게 심장을 돌려주었다.

“내 조력자가 죽어가고 있다 했죠?”

“예. 왕께서 제게 전보를 보내주셨으니까요. 이제 그분의 꺼져가는 생명력은 채 열흘도 남지 않았어요.”

인형은 가슴부위를 개통하고 자신의 심장을 맞추면서 침울해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는 왕의 힘을 느낄 수가 있어요. 희미하지만요. 그러니 분명 살아계실 거예요.”

“왕은 꼭 구해내겠습니다.”

현재 드워프 왕은 죽어가고 있다.

지체하다간 적색대륙 지배자 영역에서 내 조력자가 죽게 될 것이다.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지. 그자한테서 얻고 싶은 정보가 많으니까.’

조력자는 지금까지 120회차에서 벌어진 모든 변수를 꾸려온 자였다.

‘어째서 이번 회차에만 내게 검술 이외의 재능이 생겼는지, 펜타그램으로 나를 돕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변수를 일으킨 목적까지도.’

반드시 그가 사망하기 전에, 구출해내 마땅한 대답을 들어야만 한다.

“부디 다녀오세요. 절 만드신 아버지께서 여러분을 기다리실 거예요.”

별빛에 휘감겨 운석을 내리는 인형은 우릴 보며 그저 그렇게 웃었다.

***

우린 드워프 임시거처로 돌아왔다.

처음엔 내게 경계의 눈빛뿐이던 여러 드워프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드워프 장인은 내가 가져온 산더미 같은 운석조각을 보더니 경악했다.

“당신, 인간 맞소?”

“어때 보입니까?”

“흐음, 인간 같소.”

“그럼 맞습니다.”

시답잖은 문답을 마치고 드워프 장인은 운석조각을 살피며 중얼댔다.

“확실히 진품이군. 이건 이제껏 없던 장비를 제작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또 필요한 것이 있소. 내가 성좌의 금속 장비를 제작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소?”

“또 뭐가 필요합니까?”

“두 번째는 강대한 화력이오. 이만한 운석을 녹이긴 쉽지가 않거든.”

그때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거라면 적당한 게 있습니다.”

난 청색대륙의 불도깨비 비환이 넘겨줬던 화로를 장인에게 보여줬다.

“이만한 화력이면 되겠습니까?”

“좋았어! 이거면 충분하오. 이만한 원석을 녹이기에는 아주 좋다고.”

화로의 화력을 본 장인은 손뼉을 치고 나서 소매를 힘차게 걷었다.

“사흘만 기다리시오. 아주 기똥찬 장비를 만들어줄 테니 말이오.”

“되도록 빨리 부탁드립니다. 당신들의 왕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뭐! 그게 무슨 소리지?”

나를 대신해 쿰룸이 모든 드워프를 향해서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실종된 드워프 왕의 목숨이 위험하단 소식에 모든 드워프가 술렁댔다.

“홀롬 2세께서 위독하시다고?”

“그것도 열흘도 안 남았다잖아?”

“정말 확실한 거야?”

“그럼 설마 쿰룸이 거짓말하겠어?”

드워프들의 경각심이 점점 드세지는 상황에서 쿰룸이 내게 말했다.

“드워프들과 얘기하고, 군을 편성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왕을 위해서라면 모두 발 뻗고 나서줄 겁니다.”

“예. 부탁드립니다. 쿰룸.”

하여간 우리도 쉴 틈이 생겼다.

그러나 딱히 마음이 편하진 않다.

열흘도 남지 않은 시간 내로, 적색대륙 지배자의 영역에 가야 하니까.

“큰 싸움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서 푹 자둬야 하는 것이야.”

몸을 틀고 얼른 눈을 감는 퀸소히니베를 나는 황당하게 쳐다보았다.

“잠이 잘 오냐? 거참 질투 나네.”

“피로하면 절대 제 컨디션으로 싸울 수 없어요, 대장. 앞으로 편히 잘 수 있는 날은 오늘뿐일 테니까.”

“동감입니다, 범철.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싸움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산전수전 많이도 겪은 카티에와 헤르탄도 어렵지 않게 잠이 들었다.

내가 일행에게 괜히 열등감을 느낄 때, 문득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이차원의 미로에서 유랑자가 건네 줬던 쪽지를 고이 꺼내서 펼쳤다.

‘아직도 이건 왜 줬는지 모르겠군.’

유랑자는 무슨 생각으로 내게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쪽지를 보냈을까?

하여간 고민 많은 사흘이 지나고.

나의 앞에 드워프 군세가 모였다.

쿰룸이 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전원 5천입니다. 모두가 왕께 지원받는 자이자, 직접 운석을 파괴한 범철을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나에게 비호의적이던 그들이었지만, 이제는 나를 인정해 주었다.

이제 드워프들은 적색대륙 지배자와의 최종결전을 함께해 줄 것이다.

나아갈 마지막 목표는 간단했다.

‘죽어가고 있는 조력자를 구출하고, 적색대륙 지배자를 살해한다.’

내가 드워프들의 앞에 높이 섰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건 자명하다.

“이 미친 회귀를 멈추기 위해서.”

회귀자에게는 그들이 바라던 삶을.

세상에게는 그저 평안한 일상을.

그래서 내가 할 말이란, 간략했다.

“마지막까지, 누구도 죽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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