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1회차-168화 (168/200)

나만 1회차 168화

그러나 여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력자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역시 조력자는 아니었던 건가.

하기야 줄곧 비밀스레 날 지원한 자가 쉽게 정체를 드러낼 리 없지.

“그럼 당신은 누구지? 내가 펜타그램을 소유한 것도 알고 있다니.”

“그야 널 예전에 만나봤으니까.”

“하지만 난 너를 모르는데?”

내가 어이가 없어서 되묻자, 여인이 자기 정수리를 탁탁 두드렸다.

“그때 네가 파놓은 정수리가 아파서 내가 얼마나 짜증 났었는지.”

내가 정수리를 파놓아?

그게 무슨 소리지?

“뭔 소리야? 나는 너 같은 사람 정수리를 찌른 적은 전혀 없다고.”

그러자 키 작은 여인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지금 말고. 내가 ‘본모습’일 때 말이야. 네가 찔렀잖아. 기억 안 나?”

본모습?

설마, 이 녀석?

“너, 혹시…….”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로크. 이곳은 내 주인의 거처이자 나의 둥지이기도 하지.”

***

대형괴조 로크.

황제의 애완수이자, 초대형 몬스터.

저 여자가 그 대형괴조 로크라고?

바닷길에서부터 우리를 괴롭혔던?

나는 하나만 남은 오른손을 즉시 칼자루로 가져갔다.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었냐?”

“둥지에서는 가끔 이렇게도 다녀. 이곳은 날개를 펴기에 꽤 좁거든.”

로크가 천연덕스럽게 말했고, 카티에는 경계 어린 눈초리를 세웠다.

“우리에겐 무슨 볼일이죠?”

“좋은 목적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헤르탄도 손에서 씨앗을 굴렸다.

한편 퀸소히니베는 코웃음을 쳤다.

“강력한 생물이면서 덩칫값도 못하고 인간한테 길들여 살다니. 참 한심한 것이야.”

내가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건 너 스스로한테 하는 소리냐?”

“그게 무슨 소리인 것이야?”

퀸소히니베는 날 확 노려봤고, 나는 딴청을 피우며 로크에게 물었다.

“왜 우리한테 나타난 거지? 거기다가 입구를 열어줬던 게 너였다고?”

“너희가 주인을 죽여줬으면 해.”

“네 주인이라면…… 황제를?”

주인을 죽여 달라는 애완수라니.

나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황제는 네 주인 아니었냐? 그놈 명령에 따라 우릴 죽이려 했었잖아?”

로크가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갑자기 내가 돌변해 황당하겠지. 이해해. 주인의 명을 따라 너힐 죽이려 했으니까. 하지만 난 주인을 증오해. 거기다 약점까지 알고 있지.”

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황제의 약점을 알고 있다고?”

“그건…….”

로크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커헉!”

일순간 그녀가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혀를 길게 빼며 숨을 못 쉬었다.

“혀가 꽤 길어졌구나. 아기 새야.”

이차원 미로에 크게 울려 퍼진 목소리는 바로 황제의 것이었다.

뭐라고 말하려던 로크가 여전히 숨을 쌕쌕거리며 자기 목을 감쌌다.

“야생의 새는 뛰어놀아도 그만이지만, 나의 새라면 다르지. 닥쳐라.”

“그…… 건…… 주인, 커커컥……. 그, 아악……!”

로크는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르는 것처럼 꺽꺽대며 악을 썼다.

예전에 애정을 담아서 부르던 때와 달리 그의 목소리는 차고 싸늘했다.

“언제부터 말하는 것을 허락했지?”

로크의 혓바닥이 뽑혀 버렸다.

“까아아악!”

혀가 뽑힌 로크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 비명을 내질렀다.

잔인한 광경에 뒷골이 서늘해진다.

목소리가 연이어서 울렸다.

“배신자 때문에 일을 그르칠 뻔했군. 빠져나올 수 있으면 나와 봐라.”

갑자기 미로의 벽이 요동쳤다.

강력하게 흔들리며 바닥이 거셌다.

우리가 있던 통로가 좁아져 왔다.

[이차원 미로의 해당 통로반경이 좁아지기 시작합니다.]

[3분이 흐르면 사람 한 명이 서지 못할 만큼 미로가 밀폐됩니다!]

서서히 좁혀져 오는 미로!

활동반경이 무섭게 제한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고작 3분!

3분 안에 탈출하지 못하면 다들 이곳에서 개죽음을 맞게 되리라.

“벽을 파괴하자! 이번 삶에서 저주를 받더라도 어쩔 수가 없잖아!”

“3분이야! 3분 만에 어떻게 벽을 부숴?”

당황한 탐사단이 울부짖었고, 샬은 다급하게 롬에게 다가갔다.

“그래요. 저번처럼 그 마법검을 사용해서 다들 순간이동해 버리죠!”

“너는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롬은 고개를 내저었다.

에고 소드가 우울하게 말하였다.

-저번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원을 수용해서, 이동기 마법은 아직 제한시간이 일주일 넘게 남아 있어.

“그럼 이제 어쩝니까!”

“그냥 포기하고 회귀하자고요! 방법이 없어요. 여기서 뭘 더 해요!”

탐사단은 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로에서 나갈 방법은 있습니다.”

“그럼 보채게 하지 말고 얼른 말하세요! 회귀할 각 재게 할 겁니까?”

샬이 거의 절규했고, 나는 품에서 낡고 조그만 램프를 꺼내 보였다.

‘설마 이걸 지금 쓰게 될 줄이야.’

암흑상가에서 찾아낸 보물!

어느 상인도 진가를 몰라보고 진열되어 있던 바로 그 상품이었다.

램프를 비비자 주둥이에서 까만 연기가 피어올라 한 형체가 나타났다.

“그대가 날 자유로이 해줄 자인가.”

내가 칼을 꼬집으며 소리쳤다.

“너에게 내릴 명령이 있다. 마인.”

***

황제.

쟌은 남들이 자신을 그 낯 뜨거운 호칭으로 부를 때마다 낯설었다.

첫 번째 삶에서 그는 길바닥에 내려앉은 아이였으니까.

어려서부터 부모도 몰라 노예로 끌려온 천성부터 천하고 불행한 소년.

그것이 바로 쟌 자신이었다.

‘첫 번째 삶.’

쟌은 융단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다들 회귀할수록 흐릿해진다는 전생이지만 그는 어제처럼 생생했다.

잔은 어려서부터 천재를 질투했다.

‘재능.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

쟌은 세상에서 타고난 재능만큼 불공평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검술이건, 사업이건, 용병이건 모두 천운을 타고난 자식들만 해먹는다.

‘재능 없는 놈은 어쩌란 거지?’

창살에 틀어 막혀 팔려나갈 때, 허망한 눈빛으로 세상 밖을 보았다.

창살 안의 세상이 자신에게는 전부였는데, 저 밖에는 깨끗한 옷차림으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엿보였다.

좋은 출신을 타고나 부모에게 사랑받는, 자신과 비교할 수 없는 인생.

더러운 바닥에서 산 자신과 달리.

화려하게 깔린 융단 위의 삶.

‘왜 출발선이 갈리는 거지?’

어린 쟌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재능, 출신, 부모.

무엇 하나 잘못도 없는 자신이 타고나지 못했다고 노예로 살아간다.

이것은 삶이 아니라 지옥이었다.

“개자식이! 빨리 일하지 못해!”

성깔 나쁜 주인을 만난 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불행한 일이다.

그야말로 뒈지도록 일만 하였다.

‘첫 번째 삶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칸이 없었더라면.’

쟌에게는 칸이라는 이름의 남동생이 하나 있었다.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길바닥에서 함께해온 터라, 서로 친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그러나 칸은 몸이 병약했고 성년도 넘기지 못한 나이에 죽고 말았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약을 구해서 먹이고 간호할 환경만 있었다면.’

어린 동생의 건강이 그렇게나 악화될 이유는 전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 남동생이 죽고 시간이 흐른 뒤에 쟌도 곧이어 사망하게 되었다.

주인의 채찍질에 못 이겨 약초를 캐다 저 위에서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피하지 못하고 깔려 죽은 것이다.

쟌은 굴러떨어지는 바위에 깔려버렸을 때 차라리 후련했다.

‘죽자. 처음으로 쉬어보자고.’

죽음.

그것은 쟌이 유일하게 자력으로 쟁취해낸 인생 최초의 휴식이었다.

그러나 다시금 눈을 떴을 때, 쟌은 자신에게 의식이 있음에 놀랐다.

‘분명 머리가 바위에 부딪혀 아작 났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 있지?’

그러나 다른 노예들과 주인 모두가 어리벙벙한 표정을 할 뿐이었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분명 아까 죽었는데…….”

쟌은 출신은 비루할지라도 눈치만큼은 남들보다 훨씬 명석하였다.

모두가 사망했고 과거로 회귀했단 사실을 깨닫자마자 쟌은 내달렸다.

지정구역 밖으로 뛰더라도 아무도 그를 채찍질하지 않았고 소리 지르며 달려도 누구 하나 붙잡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자신이 죽은 이후에야 처음으로 자유를 느꼈다.

‘동생! 내 동생!’

쟌이 그토록 빠르게 내달린 것은 자신의 남동생을 보고 싶어서였다.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으니 당연히 남동생도 살아 있을 것이 분명했다.

“형…….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병을 앓다가 시름시름 죽었던 칸은 판잣집에서 예전처럼 살아 있었다.

그저 동생을 끌어안고 오열하였다.

쟌은 다시 한번 주어진 기회가 기뻤고 회귀시켜준 신께 감사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밝지만은 못하였지. 빌어먹게도 말이야.’

쟌은 동생의 손을 끌어 잡고 다시는 녀석을 잃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그러나 회귀 시점은 칸의 몸에 깃든 병이 한참이나 진행된 이후였다.

쟌은 맨몸으로 뛰어다니며 동생을 치료하려고 했지만 늦고 말았다.

회귀한 시점 이후로 사흘.

그 정해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동생은 이전처럼 또 병으로 사망했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쟌은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자해하고 스스로가 죽도록 미웠다.

과거로 돌아왔음에도 칸을 똑같이 죽게 만든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우울증과 술에 절어 살던 그는 어느 날 칼을 쥐고 자기 목을 겨눴다.

‘한 번 회귀했다. 그러니 두 번이라고 못할 것이 있겠어?’

설령 회귀하지 못하더라도 좋다.

동생은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쟌에게 가족이 없는 삶은 절대 자신의 삶이라 볼 수 없었다.

‘기회를 줘. 단 한 번만 더!’

그렇게 쟌은 자살했고, 회귀하였다.

세 번째 삶에서 쟌은 동생과 다시금 재회하였다.

“형! 나, 나, 가슴이 너무 아파. 머리도 너무 아프고…… 힘들어.”

“기다려.”

쟌은 아픈 동생의 손을 꽉 쥐었다.

“내가 널 꼭 살려낼 테니까.”

사흘이 지나고, 칸은 사망했다.

쟌은 동생의 시체를 묻어주고 눈물에 젖은 뺨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어쩌면……, 어쩌면 또 회귀할 수 있을지 몰라.’

다음 삶부터는 이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속으로 맹세하였다.

‘동생이 죽은 것은 회귀 시점 이후로 3일 후야. 이번 삶에서 꼭 동생의 병을 낫게 할 법을 찾아야 해.’

쟌은 세상을 방랑하며 제약과 치유 지식을 한계까지 배우려 애를 썼다.

그러나 세상의 그 무엇으로도 동생의 병을 절대 낫게 할 수는 없었다.

무엇이든 가능할 듯한 마술로도, 천지를 부술 법한 마법으로도!

우습게도 고작 죽어가는 아이 하나의 병을 낫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빌어먹을. 회귀하면 뭐해. 회귀하면 도대체 뭐하냐고!’

쟌은 괴로웠다.

반복된 삶에 지쳐버린 회귀자가 그렇듯이 그는 술에 절어서 살았다.

‘그때 날 구원한 것이 종교였지.’

솔로몬교.

그 종교라도 없으면 쟌은 삶을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렸을 것이다.

회귀자 중 누구보다 유능했던 그의 경전을 읽으며 쟌은 꿈을 키웠다.

술을 끊고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종교. 그것이 나의 버팀목이었다.’

솔로몬교는 대마술사 솔로몬의 교리를 따르고 믿는 종교였다.

그러나 그렇게 유능했던 솔로몬은 4회차 이후로는 실종되고 말았다.

물론 그의 저술서와 업적은 그대로 남아 신화와 전설이 되었지만, 쟌은 그의 이후 행적이 무척 궁금하였다.

‘신답게 우리 인간은 모르는 세상으로 승천이라도 한 걸까?’

쟌은 이후로 계속 회귀했지만, 칸은 여전히 사흘만을 살다가 죽었다.

모두가 회귀하면 새 삶을 얻었지만, 동생에겐 죽어가는 사흘뿐이었다.

‘썩을…….’

지킬 수 없는 동생의 죽음을 계속 지켜봐야 했던 쟌은 어느 삶부터인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깨달았다.

‘회귀할 때마다 대상의 재능을 훔쳐서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어려서부터 자신에게 없고, 남들에게만 있어 괴로웠던 바로 그 재능.

질투로 가득 찼던 그가 시샘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내가 뺏을 수 있는 재능은 제한이 있다. 오직 SSS급만 가능해.’

SSS급 재능만을 강탈할 수 있다.

세상에서 SSS급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끽해봐야 손에 꼽을 수준이다.

천재 중에서도 타고난 천재가 가진 재능만을 뺏을 수가 있는 것이다.

‘재능을 뺏을 횟수는 많았지만, 뺏을 만한 사람은 찾기가 어려웠지.’

그래서 쟌은 세상을 떠돌며 강력한 재능을 소유한 회귀자를 만나왔다.

‘SSS급 재능 소유자는 흔하지 않았지. 그래서 때론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했었고,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회귀한 삶이 대부분이었다.’

40회차를 넘어갈 즈음에도, 그가 빼앗아낸 재능은 한 개도 없었다.

‘SSS급 재능은 강자만이 가졌고, 그들에게서 재능을 뺏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능력이 있음에도 쉽게 강해지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한탄을 하던 시절.

그런 45회차에서 쟌은 자기 인생을 바꾸게 될 사람을 보게 된다.

‘철가면의 왕.’

쟌은 그를 보면서 꿈꾸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른다.

목소리도, 얼굴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강렬한 감정을 느끼었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모든 회차를 통틀어 유일하게 세 대륙의 회귀자들을 다스렸던 왕!

강함의 풍모가 느껴져 태생부터 왕이 될 그릇이란 것이 느껴지는 자.

모든 것을 감싸고 안는 진정한 지배자.

‘나 같은 건 감히 따라잡지도 못할 그런 인물. 저자처럼 되고 싶어.’

질투와 시샘은 원동력이었다.

쟌은 악착같이 강해지기로 했다.

최대한 위로 올라가다 보면 동생을 치료할 방법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수없이 노력해 남의 재능을 강탈하고, 나는 강해져 갔다.’

가진 게 없이 태어났지만, 누구도 감히 넘보지 못할 정점에 다다랐다.

훔쳐낸 SSS급 재능은 늘어나고, 모든 이가 자신을 우러러 바라보았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쟌을 황제라 칭하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 삶에서 노예였던 자신이 어느새 황제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거슬리는 호칭일 뿐이야.’

쟌은 황제라 불릴 만큼 강해졌고, ‘제약 재능’으로 마약을 제조하였다.

이것은 회귀 시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생을 위한 약이기도 했고, 부를 축적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황제라 불릴 만큼 강해졌어도 동생은 치료받지 못하고 죽는다.

‘나의 동생은 내 신념이자 삶이다.’

쟌은 죽어서 회귀하고 나면 ‘사흘’ 동안만 동생을 마주 볼 수 있었다.

그가 여태 미치지 않은 건 솔로몬교와 매 삶마다 있었던 그 사흘 덕분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동생이 죽는 광경을 매 삶마다 봐야만 하기도 했다.

‘동생이 죽는 것을 너무 보기 싫어서 끊임없이 자살하며 다음 회차로 넘어갔던 경험도 있었지.’

하지만 동생의 만류에 관두었다.

“형. 사흘을 살고, 죽을 때마다 형이 찾아와. 하지만 그럴 때마다 느껴져. 형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어.”

저 멍청한 남동생은 자신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빌어먹을 자식. 살리고 말겠어.’

그래서 쟌은 살아간다.

회귀를 멈출 수는 없다.

회귀가 멈추면, 남동생은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수 없게 되니까.

‘회귀를 멈춘다고? 그러면 이제까지 사망한 회귀자는 어떻게 되지?’

120회차는 버림받은 회차이다.

회차 초반에 자살해버린 사람들은?

모든 회차에서 사흘만 살고 죽을 수밖에 없는 나의 불쌍한 동생은?

회귀를 멈추면 그들은 다 죽는다.

쟌은 그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나의 신념에 반하는 자는 가차 없이 치우겠다.’

황제는 바닥으로부터 일어선다.

화려한 융단이 짓밟혀 더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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