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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1회차-167화 (167/200)

나만 1회차 167화

생혈과 살점은 튀지 않았다.

찬란한 빛살에 찢긴 나의 왼손은 흔적도 없이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빛의 마술이 발동되었습니다.]

[당신의 왼손이 이차원의 무작위 외딴 세계로 강제이동 됐습니다.]

왼손이 빛에 의해 파괴된 게 아니라 다른 세계로 차원이동된 거라고?

“끄흑!”

비명을 쏟으며 격통을 느낀다.

손목 너머의 손아귀가 모조리 없어진 것을 봐버리자 뇌가 하얘졌다.

게다가 왼손이 사라진 것만큼 충격인 것은 펜타그램이 사라진 것이다.

‘빌어먹을! 펜타그램이……!’

소실되어버린 악마의 펜타그램.

앞으로의 여정에서 분명히 도움이 될 요소가 내게서 사라져 버렸다.

이젠 위기에 처해도 조력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이……. 망할 개자식이.”

내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저편에서 익숙한 사내가 걸어왔다.

황제, 쟌이 얄궂게 웃어 보였다.

“고맙게 받았어. 자네의 재능은.”

“……받았다고?”

“잠금 해제 재능. 내가 훔쳤거든. 아쉽게도 나에게는 별 쓸모없지만.”

난 참지 못하고 놈을 베어버렸다.

휘익!

그러나 허공만 베어질 뿐이었다.

내가 베어버린 쟌의 형체는 일렁거리다가 금세 사라져 버렸다.

‘또 환영인가? 사막에서처럼?’

나는 칼자루를 거칠게 꽉 쥐었다.

악마의 펜타그램.

그 이름과는 상반되게 나를 항상 위기로부터 구원해줬던 표식이었다.

‘조력자의 지원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지도 못했을 거다.’

그런 펜타그램을 잃게 되다니.

‘제기랄!’

통증에 이가 갈리지만 참아야 한다.

‘침착해. 적은 아직 여기에 있어.’

흥분을 감추고 냉정히 생각한다.

‘재능을 내게서 빼앗아 갔다고?’

황제는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거지?

그런데 또다시 걸음 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저편에서 쟌이 걸어온다.

“감히 내 노예의 손을 가져가?”

퀸소히니베가 쌍심지를 켜며 나섰다.

회귀자들은 마약 탓에 무력화되었지만, 그녀는 용이기에 멀쩡하였다.

“콰아아악!”

퀸소히니베는 브레스를 내뱉었다.

그러나 토해진 낙뢰는 내려든 빛살에 순식간에 먹혀 사라지고 말았다.

“거슬리지만, 용은 언젠가 조련하고 싶으니까 살려두도록 하지.”

“그게 무슨 건방진…… 꺄아악!”

쟌이 손가락을 휘젓자 퀸소히니베가 뭔가에 처맞은 것처럼 날아가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자네는 신을 믿나?”

뜬금없는 질문이라 어이가 없다.

내가 식은땀을 흘리며 웃었다.

“신으로 모셔져 피곤하긴 했었지.”

“애달픈 삶을 살고 있군.”

“딱히 네게 위로받고 싶진 않아.”

내가 달려가 검을 휘둘렀고, 이번에도 쟌의 환영은 사라져 버렸다.

“난 달라. 명확한 종교가 있지. 솔로몬 교에 관해선 알고 있겠지? 초기 회차에서 사라져버린 대마술사.”

또다시 나타난 쟌의 형체.

쟌은 적색대륙 인종답게 검은 피부 남자였고 어둠에서 분간 어려웠다.

어둠 속에서는 그의 하얀 이빨만 선명하고 소름 끼치게 드러나 있었다.

“비록 먼 전생에서 사라지신 그분이시지만, 모든 말씀이 주옥같았지.”

무시하며 검을 휘두른다.

휘익!

또다시 사라지는 환영.

“솔로몬께서 이르시되, 신력神力이란 우리 세상이 있기에 이뤄진다.”

뒤쪽에서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몸을 돌렸다.

등 뒤에서 나타난 쟌의 환영은 경전을 쥐고 양반다리를 하고 있었다.

놈은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며 경전을 탐독했다.

“솔로몬께서 이르시되, 힘없는 자에겐 목표를 이룰 기회도 후하다.”

나는 녀석을 베어버린다.

그러나 연속해서 환영일 뿐.

경전의 속독은 계속되었다.

“솔로몬께서 이르시되, 때로는 자신을 해하려는 자를 보살펴야 한다.”

“솔로몬께서 이르시되, 거침없는 욕망만이 모든 걸 실현시키리라.”

“솔로몬께서 이르시되, 네가 믿는 모든 진실이 모두 짜여진…….”

제풀에 지친 내가 이를 악물었다.

“망할.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저런. 경전의 구절은 새겨듣는 게 좋아. 언젠가 자네처럼 하찮은 인간의 앞길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 않나?”

나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쟌은 웃어 보이며 경전을 덮어버렸다.

“회귀를 멈춘다고 했었지. 성공한다면 무슨 숙원을 이루려고 하나?”

“그딴 건 안 정했어. 아직.”

그러자 쟌이 부드럽게 비웃었다.

“숙원이 중요하지 않다니. 참으로 멍청하군. 그것이야말로 핵심인데.”

“핵심?”

“만일 내가 자네 상황이었다면, 숙원으로 신이 되려고 했을 거야.”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쟌의 환영이 웃으며 말하였다.

“신이 되는 것.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나. 숙원은 하나라도, 전지전능해지면 모든 걸 이룰 수 있지.”

전지전능한 신이 되는 숙원.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여정 초기, 여러 적을 만나며 나도 그런 숙원을 한 번쯤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난 그런 숙원, 이루고 싶지 않아.”

“어째서 말이지?”

“이미 말했는데 까먹었냐? 난 신으로 모셔져서 더럽게 피곤했었다고.”

청색대륙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나는 넌더리 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숙원은 바라지 않아. 그보다 중요한 것은 회귀를 멈추는 거다.”

“자네는 어찌 된 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와 반대군. 그래서 재밌고.”

내가 검을 내리긋는다.

쟌의 환영이 스물거리며 사라졌다.

환영을 상대하며 검을 휘두르자니 체력과 정신력만 소모되어버린다.

‘환영만 베서는 안 돼. 본체. 놈의 본체를 찾아내서 해치워야만 한다.’

놈의 페이스에 말려서는 안 된다.

흥분을 감추자, 감춰야만 한다.

나는 호흡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평정심을 잃는 것. 그게 지금 황제가 나한테 바라고 있는 상황이야.’

놈은 그 귀한 마약을 모래처럼 쌓아놓으면서까지 우릴 무력화시켰다.

모든 회귀자가 무능해졌을 때, 혼자 남은 날 해치우려는 속셈이다.

그러나 계속 긴장을 세우며 기다려도 놈의 환영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뜸 종유석에서 초록색 액체가 떨어지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역병함정이 발동되었습니다!]

[참혹의 역병에 걸렸습니다!]

[생명력이 수시로 감소하며 건강과 활력이 빠르게 감퇴합니다.]

역병함정!

악취가 나는 초록색 액체가 떨어질 때마다 살결이 문둥병처럼 썩었다.

“아아……!”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다고!”

“회귀하고 괴로웠어. 나의 행복했던 그 순간을 영원히 본다면…….”

그러나 마약이 얼마나 지독한지 다들 살점이 썩어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쿨럭!”

역병에 걸린 나는 피 기침을 쏟으며 한쪽 무릎을 꿇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쟌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쉽지만, 환영으로는 여기가 한계군. 잠깐이지만, 즐거웠다. 범철.”

그 목소리를 끝으로 황제는 목소리도, 모습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제기랄.’

곳곳에서 떨어지는 초록색 액체!

역병에 걸린 나는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지며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생명력이 완전히 빨려 나가고 있어. 이대로 가면 뒈진다.’

덜덜 떠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나는 독하게 눈빛을 불태웠다.

오른손뿐이라서 상당히 헤맸지만, 나는 배낭에서 아이템을 꺼내었다.

역병치유의 구리 화로!

‘용궁에서 얻은 보물을 이 자리에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군.’

불도깨비가 줬던 화로와는 다르게 구리화로에선 백색불꽃이 타올랐다.

모든 악함을 불태울 듯이 깨끗한 흰색의 불꽃은 썩어는 살점이 닿을 때마다 모든 것을 치유시켜버렸다.

[백색불꽃이 육신을 감쌉니다.]

[참혹의 역병이 치유됐습니다.]

나는 아예 화로를 뒤엎어서 구리화로의 백색불꽃이 번지게 놔두었다.

‘1회만 사용 가능하지만, 화로의 백색불꽃은 유해물질을 모두 태운다.’

바닥에 쌓인 마약은 태워져 버렸다.

그러나 백색불꽃이라도 정신적 병해까지는 치유하지 못했다.

“아아. 좋은 기분…….”

“란. 당신이 그렇게 아름다웠지.”

“함께하자. 모든 걸 다시 하자고.”

회귀자들은 마약의 향에 취하였다.

전생에서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인생에 취해 지금의 삶을 잊어버렸다.

그 지독한 향기는 내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지만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다들 정신 차려요!”

내가 대뜸 소리를 지르며 한 손으로 회귀자들의 어깨를 뒤흔들었다.

그제야 회귀자들의 몽롱했던 눈빛이 원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약에서 깨어난 카티에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뭐가 어떻게 됐던 거죠, 대장? 손목은 또 왜 그렇게 됐어요?”

“황제의 환영이 나타났다가 돌아갔어. 그래서 아까 싸움이 붙었고.”

난 절단된 왼쪽 손목을 내보였다.

“내 펜타그램도 잃어버렸지.”

헤르탄이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황제와 대결했었단 말입니까?”

“전에 사라진 잠금 해제 재능도 황제가 훔친 거였어요. 확실해요. 놈은 남의 재능을 ‘강탈’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을 때.

내 표정은 한층 차가워졌다.

‘내 재능을 훔쳤다 이거지?’

어떻게든 놈을 찾아낼 것이다.

***

“지리가 심각할 만큼 복잡해요. 여기는 동굴이 아니라 미로인데요?”

카티에의 말 그대로였다.

황제를 찾아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간 우릴 맞이한 건 복잡한 미로였다.

[이차원 미로에 들어섰습니다.]

[함정, 몬스터, 보물상자, 문지기, 감시자가 즐비한 대형미로입니다.]

[잘못된 길에 들면 전혀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입구부터 넓었던 동굴은 들어설수록 복잡한 설비가 갖춰진 미로였다.

“길을 잘못 들면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끔찍하군.”

샛길과 갈림길은 어디서든 보여 정확한 길이 맞는지조차 헷갈린다.

이득 경로를 보는 펜타그램도 잃어버려 지금 길을 찾을 수도 없었다.

완전기억을 갖춘 카티에가 없었다면 우린 진즉 길을 잃었을 것이다.

“벽을 부수고 갈 순 없습니까?”

나는 항상 미로를 헤매기보단 부수고 갈 길 찾는 걸 즐기는 취향이다.

그러나 헤르탄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 벽은 암흑금속으로 이뤄졌습니다. 함부로 부수면 저주받겠군요.”

그래서 우리는 미로에서 올바른 길을 찾아서 황제에게 가야만 했다.

“앞에 함정이 있어요. 화살함정인데 그리 복잡한 수준은 아니군요.”

“이 램프를 쓰면 편할 겁니다. 3회 사용 가능하고 함정을 피하게 해주죠.”

12인의 탐사단은 다행히도 길을 찾는데 아주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가진 각종 탐사도구와 능력은 미로를 파헤치는 데 유용했다.

「주인. 저쪽 샛길은 위험하다!」

「넓은 길에는 문지기가 있어요. 아주 강하고 무서워 보이더군요.」

기사단장 엘이 나에게 보고했다.

「주인이여. 아직 그대들은 감당키 어려운 몬스터가 오른편에 있다.」

미로에서 소환한 유령기사단!

역시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길 찾기에는 유령을 앞세우는 것이 최고다.

거기다가 이 위험하고 복잡한 미로에는 함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캬아오옥!”

“크와아아악!”

미궁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

딱딱한 외피와 괴상한 발톱을 가진 난생처음 보는 괴물이었다.

샬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회귀하면서도 처음 보는 몬스터입니다. 도대체 뭐죠, 저것들은?”

“내 주먹에도 끄떡없는 것이야!”

회귀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데다가 퀸소히니베가 아연실색할 만큼 강력한 몬스터들이 즐비한 미로!

나는 비록 오른손뿐이었지만, 괴물의 약점을 파악해 목을 찔렀다.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난폭한 서민, 헥사굴을 사냥하였습니다.]

[힘이 1 올랐습니다.]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몬스터?”

카티에까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아이템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경우는 처음이에요.”

미궁을 파헤칠수록 의문만이 증식됐다.

‘도대체 황제는 어떻게 동굴에 이런 미로를 만들어낸 거지?’

우린 신중히 몬스터를 사냥하며 다른 세계와 통하는 미로를 돌파했다.

[이차원 미로의 15%를 무사히 돌파했습니다.]

[복잡하고 고된 미로를 함정을 밟지 않고 무사히 지나고 있습니다.]

[탐사자 전원의 힘, 마력, 행운이 1씩 상승합니다.]

어찌나 생존 난이도가 높은지 걷기만 해도 능력치가 오르는 대미로!

거의 사흘 밤을 새서 걸었지만 우리는 겨우 15%를 돌파했을 뿐이다.

“오늘은 이쯤까지만 걷도록 하죠.”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요.”

체력이 가장 부족한 카티에가 지쳐서 발랑 누우며 다리를 주물렀다.

“손목은 괜찮아요, 대장?”

“그래, 아프지는 않아.”

나는 바위에 등을 기대고 완전히 절단된 왼쪽 손목을 바라보았다.

깔끔히 절단된 손목은 피가 새지도 않았고 딱히 상처도 남지 않아, 카티에한테 치유 받을 필요도 없었다.

‘재능과 펜타그램.’

회귀자투성이인 세상에서 내가 그나마 생존할 수 있게 해준 버팀목.

그러나 황제가 그걸 앗아가 버렸다.

‘쟌은 강하다. 지금껏 내가 싸워왔던 그 어떤 적들보다도.’

나의 강점이 하나둘 녀석에 의해 빼앗기고, 소실된다.

내가 평안한 삶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처맞고도 가만히 울고만 있을 호구는 아니다.

나의 눈에 독기가 차올랐다.

‘어떻게든 복수한다.’

불을 피우고 휴식을 취했지만, 탐사단이 내뱉는 한숨 소리가 짙어졌다.

“벌써 사흘이나 지났어.”

“드워프를 찾을 수 있을까. 차라리 그냥 죽고 회귀해 버리는 편이…….”

“그때 했던 마약이 그리워.”

하다못해 마약까지 그리워하는 회귀자들!

누가 회귀자들 아니랄까 봐 포기하는 속도가 내 나이처럼 신속하다.

나는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린 미궁을 돌파할 수 있습니다. 황제를 찾아야지만, 드워프를 찾고, 당신들이 원하는 성좌의 금속 제조법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렇죠?”

내 말을 듣는 샬의 눈이 맑아졌다.

[대사범의 허리띠(붉음)가 선동의 효과를 크게 높여줍니다.]

[포기가 빠른 아군이 실의를 잊고서 새하얀 거짓말을 신뢰합니다.]

대사범 허리띠의 효과!

사기꾼 신선을 죽이고서 얻은 아이템이니만큼 선동에는 효과가 좋다.

하여간 우리가 쉬고 있을 때였다.

“너는 죽게 될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방패를 닦고 있던 롬이 눈을 빛내며 저편을 쏘아봤다.

미로의 중심.

우리 말고 아무도 없을 그곳에서 어느 한 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뭐야, 저건?”

“여기 우리 말고도 누가 있네?”

모두가 그녀를 경계하며 보았다.

키는 작으며 눈매가 예리하고 하늘하늘한 옷차림에 샌들을 신은 여인.

장소가 대형 미로만 아니었다면 산책하는 것처럼 보였을 옷차림이다.

그런데 다가오는 그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시하는 사람이 있었다.

“설마 펜타그램을 그새 잃다니.”

그것은 바로 나였다.

여인이 날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억지로 문을 열어줬더니, 벌써 그걸 잃으면 어떡해? 하여간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약해빠져선.”

날 보았다고 하지만, 나는 저런 여자를 보았던 기억이 전혀 없었다.

‘잠깐, 혹시?’

내가 펜타그램을 가졌던 것도 알고 있는 데다 날 파악한 듯한 말투.

거기다 키가 작은 것까지.

그 모든 것이 말이 되는 한 사람.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설마……. ‘조력자’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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