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1회차 162화
‘롬이 어떻게 여기에 와 있지?’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롬은 드워프 도시를 배회하고 있었는데?
‘계단에서 마주치지도 않았었고.’
그런데 어떻게 벌써 이 아래까지 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나의 의문이 해소될 여유조차 없이 놈이 칼을 들며 일어섰다.
그래, 결국은 맞붙게 된다는 건가.
롬이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너는 죽게 될 것이다.”
“그러냐?”
그러나 나는 검을 뽑지 않았다.
“너는 죽게 될 것이다?”
롬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순간, 나는 곧바로 놈에게서 등을 돌렸다.
“대장?”
카티에가 묻자 내가 소리쳤다.
“저놈 상대해 뭐해? 얼른 튀자고.”
어째서 이런 지하에서까지 마주쳐야 하는 악연인지 모르겠지만 싫다.
저놈과 싸워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뭐하러 좋다고 목숨 걸고 상대해 줘? 이럴 땐 그냥 도망이 답이지.’
상대는 무려 ‘불세출의 검사’와 ‘거물’ 호칭을 동시에 거머쥔 강자다.
‘지난번엔 정말 운이 좋아 살았지.’
담청색 구중투구를 쓰지 않았다면 승부는 내 죽음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 롬과 정면승부를 벌인다는 것은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뒤쪽으로 돌아서 도망치는 와중에 소름 끼치는 일이 벌어졌다.
“너는 죽게 될 것이다.”
놀랍게도 방금까지 내 등 뒤에 있던 녀석이 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뭐, 뭐야? 어떻게 바로 정면에?’
미처 당황할 새도 없이 녀석의 방패가 곧바로 정면의 나에게 직격하였다.
“큭!”
[신화등급 칭호, ‘거물에게 저항하는 파괴자’가 발동 중입니다.]
[거물을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거물의 특수능력이 당신에겐 별 특별한 효과를 미치지 못합니다.]
“대장!”
곧바로 칭호의 효과가 발동되었지만, 그것이 우습게 난 나가떨어졌다.
‘뼈가…… 제기랄!’
바닥을 구르고 입술이 찢기며 갈비가 몇 대 나갔다.
그나마 칭호의 효과가 없었다면 온몸이 박살 났을지 모를 일격이었다.
‘빌어먹을. 예전 싸움은 약과였군.’
녀석의 공격에 쓰는 방패는 회귀자의 무덤에서 조우했을 때보다 훨씬 영롱한 후광을 뿜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방패에 담긴 힘은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셌다.
‘칭호가 발동 중인데도 이만한 충격이라니. 망할!’
나는 롬이 왼손에 들고 있는 고풍스러운 검을 바라보았다.
저번에 롬이 저 검을 역수로 바닥에 박고 사라졌던 것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저 검에는 이동기가 딸려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저걸 써서 내가 있는 곳까지 온 건가? 이 심연까지?’
정말이지, 찰거머리 같은 자식이다.
‘이젠 어쩔 수가 없군.’
난 쓰린 몸을 가누며 롬을 바라보고는 회귀자 살해 재능을 발동시켰다.
[해당 회귀자가 기피하는 변수를 알아보시겠습니까?]
속으로 동의하자 롬이 기피하는 변수가 창출되기 시작했다.
[펜타그램에 덧칠된 색채에 의해 상위변수창출확률이 높아집니다.]
[최하급 변수 3개 획득!]
『롬은 꽃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의 앞에서 초화를 짓밟으십시오.』
『그에게 서정적 고백시를 읽어주면 감동해 전투력이 약화됩니다.』
『현재 롬은 극심한 분노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가운뎃손가락을 들면 분명 덜 아프게 죽여줄 것입니다.』
[하급 변수 1개 획득!]
『롬은 검으로 방어, 방패로 공격을 합니다. 상대도 똑같은 전투법으로 싸우면 동질감을 느낄 겁니다.』
[고급 변수 1개 획득!]
…….
나는 눈앞에 떠오른 회귀자 살해 재능 변수를 제대로 모두 읽었다.
‘롬은 백치라 했다. 그렇다면…….’
나의 눈빛이 가만히 빛났다.
한편 롬은 육탄 전차처럼 지하통로를 부수며 나에게 돌격을 해왔다.
그러나 헤르탄이 던진 씨앗이 롬의 발목을 넝쿨로 휘감았다.
쾅!
그것도 모자라 헤르탄은 땅바닥에 주먹을 때리며 나무뿌리를 써댔다.
돌격해 오던 롬은 질긴 넝쿨과 나무뿌리에 동시에 얽매여 속박되었다.
칭칭 얽매인 거한의 회귀자!
그러나.
“너는 죽게 될 것이다-!”
롬이 포효하며 속박에 저항하며 단숨에 넝쿨과 뿌리를 찢어버렸다.
엄청난 힘이었지만 롬은 우습게도 저 상황에서마저 검은 쓰지 않았다.
‘저놈은 정말 검을 방어에만 쓰네.’
기상천외한 전투법이라 비효율적으로 밖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싸움법으로도 저만한 전투력 내는 저놈은 정말 괴물로밖에 안 보인다.
샬이 눈물을 흘리며 애걸복걸했다.
“사, 살려주십쇼! 여기서 죽으면 우린 밴시가 돼버립니다! 당신도 회귀자라면 밴시는 두려울 것 아니야!”
“너는 죽게 될 것이다.”
문답무용.
롬은 흡사 골렘처럼 돌격해왔다.
“제기랄, 쏴!”
“저놈을 멈추게 하라고!”
탐사단이 마술을 외우며 뱀이나 밧줄 따위를 소환하여 공격하였다.
그러나 그런 기상천외한 마술 따위 롬은 아무렇지 않게 무시해 버렸다.
마술의 공격을 근육이 튕겨내 버리고 살갗이 찢기더라도 돌격해 온다.
“아, 안 돼!”
“오, 오지 마! 저리 꺼져!”
퍼퍼퍽!
어깨를 부딪치기만 했는데도 바닥을 한껏 나뒹구는 탐사단의 대원들!
그러나 그마저도 롬이 무관심했기에 그나마 목숨을 부지한 것이다.
롬이 처음부터 살기를 띠고 노리고 있는 대상은 다름 아닌 나였다.
“너는 죽게 될 것이다!”
롬이 검을 허리춤에 메어놓고, 방패를 양손으로 짚고 수그렸다.
위협적인 육탄돌진의 자세.
이번 돌격으로 나의 목숨을 완전히 박살 내어놓겠다는 의미였다.
“너는 죽게 될 것이다!”
무슨 공격이든 튕겨내고 부딪치면 몸이 박살 나는 롬이 코앞에서 온다.
나는 긴장하며 장비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조차 내가 꺼내 쥔 것은 검이 아니었다.
내가 손아귀에 쥔 것은 낚싯대!
‘지금 여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해.’
긴장되는 마음으로 집중하자, 낚싯줄이 고고한 황금빛으로 휘감겼다.
재능의 합성, 만물낚시!
만물낚시를 배운 이후로 나는 낚싯대를 전투에도 활용할 수가 있었다.
‘간다!’
롬이 내게 돌격해오는 타이밍에 맞춰, 난 몸을 던지는 동시에 낚싯대를 빠른 속도로 저 너머로 던졌다.
“……!”
롬의 일격은 아슬아슬하게 빗나갔고, 낚싯줄은 궤적에 정확히 맞았다.
살짝 아슬아슬한 순간에 낚싯대를 확 당기자 목표한 것이 끌려왔다.
내가 낚아 올린 것은 바로 롬이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검붉은 검!
“너, 이거 없으면 못 싸우지?”
“…….”
바로 돌격해 올 줄 알았던 롬은 의외로 입을 다물고 날 바라만 봤다.
훔쳐낸 검을 내쥐자 갑자기 아직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 사, 사, 사, 살려줘!
검이 웅웅 떨렸지만, 놓지 않았다.
나는 검을 한 손으로 들고서 롬을 향해 협박했다.
“무릎 꿇어. 그렇지 않으면 당장 이 검을 쇳물로 만들어 버리겠어.”
내가 왼손을 튕기며 마법의 불꽃을 만들어 보이자 검이 비명을 질렀다.
-그, 그만해! 잘못했어!
‘계속 궁금했지. 백치면서 어떻게 저리 치밀한 전투를 벌였던 걸까.’
역시나.
회귀자 살해재능이 정확했다.
『백치인 그는 전투를 자아가 있는 검과 방패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고급 변수!
자아보존의 검과 방패라고 들었을 때부터 정확하게 감이 왔었다.
‘전투를 해왔던 것은 롬이 아니야. 바로 이 검과, 저 방패였던 거지.’
그러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너는, 죽게, 될 것, 이, 다…….”
롬이 눈물을 흘리며 무릎 꿇었다.
***
내가 부러진 갈비뼈를 카티에한테 무사히 치유 받고서 물었다.
“넌 왜 날 못 죽여서 안달이냐?”
“너는 죽게 될 것이다.”
“날 죽이려고 여기까지 온 거냐?”
“너는 죽게 될 것이다.”
“…….”
……어째 대화가 통하지를 않는군.
그러자 투항한 롬이 자신이 들고 있는 방패를 불쑥 내밀었다.
처음에는 공격하는 줄 알고 경계했지만, 그가 고개를 저으며 방패 앞쪽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만져보라고?’
나는 롬의 방패에 손을 짚었다.
그러자 곧바로 방패가 말하는 목소리가 나의 머릿속에 전달되어왔다.
-이 개자식. 네가 감히 롬을 울려?
날카롭고 멋들어진 여성의 목소리.
그러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우아함과는 다르게 어조가 과격하였다.
“너희가 먼저 날 공격했잖아?”
-그건 어쩔 수 없었어. 네가 롬이 좋아하는 밴시를 해치려고 했었잖아! 난 너처럼 밴시를 많이 소멸시켜온 회귀자는 전혀 본 적이 없어!
나참, 어이가 없어서야 원.
“이보쇼. 방패 양반. 난 저 롬하고 싸울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
-하! 나한테는 전혀 그렇게 보이질 않던걸?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롬을 싫어하고 적대해! 그래서 우리가 지켜줘야만 하는 거야!
“참 말주변도 더럽군. 타죽을래?”
내가 험악하게 손에서 불꽃을 키워 보이자 이번에는 검이 애원하였다.
-그, 그만해! 우리가 잘못했어! 그러니 제발 내 친구를 부수지 마!
-하! 무슨 소리야? 파괴할 거면 파괴해! 내가 무서워할 것 같니?
소극적인 검과 호전적인 방패라니.
검과 방패면서 성격도 참 다르군.
하여간 난 검을 빼앗았고, 롬은 그에 곧바로 복종의 의사를 취했다.
“나한테서 검을 되찾고 싶다면 여기서 내 명령을 따라라. 알겠냐?”
“너는 죽게 될 것이다.”
롬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자기 무구를 가족처럼 아끼는지 녀석은 반사적으로 복종했다.
“꼭 내 노예가 악당 같은 것이야.”
“그럼 가만히 앉아서 당하리?”
롬을 노예처럼 부릴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이곳에서 큰 이득이니까.
그때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눈 안 보인다. 좀 넘겨라.”
나는 덥수룩한 머리칼을 깔끔하게 넘긴 롬의 얼굴을 보고 꽤 놀랐다.
이제까진 앞머리가 워낙 길어서 얼굴이 드러나지가 않았던 것이다.
“덩치는 큰데 예쁘장하게 생겼네?”
“대장, 설마……?”
카티에가 충격받은 표정을 짓자, 내가 어이가 없어서 대답하였다.
“내 성적 취향이 남자로 향했던 회차는 없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나는 롬이 소유했던 검의 끝에 손가락을 잠깐 대어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스치기만 했는데 손가락 끝에서 핏방울이 맺혔다.
검의 성격과는 다르게 소름 끼치도록 매서운 절삭력!
‘설마 롬이 가진 막강한 전투력의 정체가 두 무구였을 줄이야.’
무려 에고 실드와 에고 소드!
자아를 가진 무기는 이계에서도 굉장히 희귀하고 값비싼 전설이었다.
‘그냥 뺏어버릴까?’
솔직히 앞으로 이만한 검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만한 무구라면 적색대륙 지배자와의 결전에서도 무리 없지 않을까.
그런 욕심이 드는 순간, 검이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웅!
제대로 쥐기도 힘들만한 진동!
……아무래도 무구가 인정한 소유자가 아니면 뺏어 쓰기는 힘들겠군.
“하여간 알겠다. 여러 가지 오해가 있었지만, 일단 함께하자고.”
일단 내 말에 복종만 한다면 롬은 이 위험한 심연에서 유용한 부하다.
솔직히 머리 나쁜 놈이라 이용하기 쉽기도 하고, 분명히 위험한 이곳에선 어딘가 써먹을 때 있을 것이다.
‘야비해서 참 나다운 짓이군.’
내가 손을 내밀자, 롬은 주저하지도 않고 바로 마주 손을 잡았다.
“너는 죽게 될 것이다.”
“……넌 진짜 그 말 밖에 못하냐?”
롬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너는 죽게 될 것이다.”
“…….”
하여간 이렇게 롬이 합류하였다.
롬에게 처맞고 바닥을 굴렀던 탐사단 사람들은 카티에에 의해 회복은 되었지만, 살짝 불안해 보였다.
롬은 어설프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직접 가서 고개 숙이며 사과하였다.
“너는 죽게 될 것이다.”
“저게 사과하는 게 맞는 것이야?”
퀸소히니베가 황당한 표정을 짓자, 검이 나에게 롬의 말을 옮겨줬다.
-아까 밀어서 아주 미안하대. 밴시 때문에 화나서 제정신이 아니었대.
‘저 말은 어떻게 알아듣는 거야?’
하여간 악연이었지만, 아무래도 심성까지 나쁜 녀석은 아닌 것 같다.
난 떨어지지 않게 에고 소드 칼집을 가슴팍에 밧줄로 동여매었다.
‘이럼 다시 뺏길(?) 염려가 없지.’
하여간 우리는 몬스터를 해치우며 무덤 최하층까지 내려갔다.
그렇게 드디어 마지막 층에 도달하자 새까만 관이 한적히 놓여 있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에 12인 유령기사단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단장이시여!」
「이제야 뵙습니다.」
「생전 기억을 되찾고 싶습니다.」
그러자 새까만 관에서 혼령이 삐져나오더니 그들의 앞에 바로 섰다.
듬직한 체형에다 수염이 무성한 중년의 남자였는데 눈매까지 매섭다.
척 보더라도 강력해 보이는 기사!
그가 날카롭게 웃으며 입 열었다.
「드디어, 결국, 죽어서야 재회하는군. 반갑구나. 나의 친우들이여.」
「반갑습니다! 단장님!」
유령기사단은 모두 당장 울 것처럼 감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사단장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대가 나와 단원들을 만나게 해준 자인가? 참으로 고맙게 됐군. 그에 맞는 보상을 그대에게 주겠다.」
나는 당연하게 끄덕였다.
당연히 내가 이곳까지 온 것은 탈출법과 보상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사단장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더니 재회의 순간을 망쳤다.
「잠깐. 그전에, 하나 둘 셋…….」
기사단장 유령은 단원들 숫자를 세 보더니 즉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총 12명이라니. 아직 기사단 인원이 8명이나 부족하군. 그럼 보상은 제한된다. 아직 그대 경지는 완전한 보상을 받을 단계가 아니다.」
제길, 이곳은 유령기사단 20인을 전부 모아서 왔어야 했던 건가?
내가 성장할수록 유령기사단의 편성 인원은 하나씩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20인을 전부 모으려면 난 이계의 최정상에는 서야 할 것이다.
「그럼 기본보상만을 선물하겠다. 나와 ‘문답 시간’을 갖도록 하지.」
“‘문답 시간’이라니요?”
「난 생전, 세상을 방랑하며 수많은 풍파를 겪었다. 개중엔 ‘진위를 탐색하는 문답’ 비기도 있었지.」
기사단장 유령이 턱을 쳐들었다.
「뭐든지 물어봐라. 단 한 가지만. 그게 무엇일지라도 가르쳐주지.」
그러자 모두가 바로 참견해 왔다.
“대장. 이 지하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봐요.”
“드워프들이 도시에서 실종된 이유를 파악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미래에 내가 누구와 혼인하게 될지 줄곧 궁금해 왔던 것이야.”
그러자 기사단장 유령이 웃으며 덧붙였다.
「부디 탈출법은 묻지 말게나. 내가 자네들을 지상으로 올려 보내줄 능력은 되니까. 다른 것을 묻게.」
우리는 연거푸 상의를 했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통합하였다.
내가 그를 향해서 질문하였다.
“적색대륙 지배자에 관한 모든 정보를 우리에게 가르쳐주십시오.”
적색대륙 지배자.
내가 쓰러뜨릴 마지막 적이자, 회귀를 멈추기 위해 살해할 몬스터.
그러나 현재 우리가 가진 적색대륙 지배자에 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적색대륙 지배자에게 사망한 적들도 정보가 일치하지 않았다 했지.’
적색대륙 지배자를 꼬마로 아는 사람도 있고, 여인으로 알기도 하며, 노인으로 기억하는 자마저 있었다.
‘최후의 적에 대한 모든 것.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건 바로 그거다.’
따라서 알아야 할 가장 급한 정보!
그러니 지금은 적색대륙 지배자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게 급선무였다.
그런데 기사단장 유령은 재미있단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픽 웃었다.
「뭘 묻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기사단장 유령이 차분히 말했다.
「적색대륙 지배자. 그 최후의 적은 이미 그대가 알고 있는 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