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1회차-159화 (159/200)

나만 1회차 159화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저 지하에 있는 드워프들이 전부 죽었단 말입니까?”

“예. 방금 지하에 있는 드워프 도시에 다녀왔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인기척도 없고 핏자국이 무성하더라고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전 회차까지 잘만 있던 드워프들이 갑자기 멸족滅族했단 말이야?

우리 넷이 모두 의혹에 찬 표정을 짓자, 남자가 눈치 있게 말했다.

“직접 보고 싶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저흰 회차마다 드워프 도시를 탐사해서 머릿속에 지하지리가 정확하게 박혀 있거든요.”

대가 없는 호의가 의심스러웠다.

내 시선을 보더니, 곡괭이를 든 회귀자가 고개를 휘저으며 덧붙였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저희가 지하서 탐사하는 동안 비축식량이 빠듯해져서요. 길 안내 몫으로 저희에게 식량을 조금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뭐, 식량은 충분히 있습니다만.”

“굶어 죽는 것은 칼 맞거나 목매는 것보다 훨씬 끔찍한 죽음이니까요. 회귀자라면 다들 알고 계시죠?”

나는 일행들을 쳐다보았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 지하에 관해서는 나도 전생지식이 없어요. 거기다 드워프 특성상 함정도 많겠죠. 그러니 길 안내해 줄 사람이 있다면 가기 좋을 거예요.”

“일단은 함께하는 게 좋겠습니다. 혹시나 배반한다면 그때 대응하죠.”

“식량이 주는 건 아쉽지만, 무턱대고 갔다 고생하는 것보단 나은 것이야.”

모두가 동의했고, 우린 폐허의 지하에서 그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저희 조 말고도 다른 대원들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총합해서 12명입니다.”

“오는 길에 대머리독수리도 한 마리 잡아 비축한 고기가 많습니다. 그쯤은 늘어도 상관이 없겠어요.”

그 말에 감사를 표하며 곡괭이를 든 회귀자가 계단을 먼저 내려갔다.

“저희는 드워프 탐사단입니다. 벌써 30회차 넘게 드워프 뒤만 쫓고 있네요. 놈들의 보물과 기술력은 회귀자도 탐낼 만하거든요.”

탐사단의 리더인 그는 자신의 이름을 샬이라고 소개하였다.

그런데 나는 그들을 처음 봤을 때부터 계속 의아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신기루 사막을 거쳐서 왔을 텐데, 다들 머리칼에 기름을 바르거나 하지는 않았군요?”

기름을 적셔 머리칼이 번지르르한 우리와는 다르게, 탐사단 전원은 평범한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자 샬이 자신의 가슴팍에 달린 독특한 문양의 브로치를 가리켰다.

“아, 확실히 신비한 기름도 사막의 신기루를 피하는 방법 중 하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이건 황야의 브로치란 아이템인데 들고 있으면 한 달 동안 환각을 피하게 해주거든요.”

카티에가 드물게 눈을 크게 떴다.

“신기루를 피하는 브로치라니. 적색대륙에 그런 아이템도 있었나요?”

한 여성대원이 희미하게 웃으며 샬의 어깨를 탁 쳤다.

“유능한 단장님 덕분에 우리는 고생도 하지 않고 사막을 횡단했죠.”

카티에가 한숨 쉬며 고개 저었다.

“내가 전생지식이 부족해서 손해 보는 경우가 생길 줄은 몰랐어요.”

“이제야 내 기분을 좀 알겠냐?”

“흥. 됐네요.”

카티에는 입술을 삐죽 내밀 따름이었다.

하여간 내가 질문했다.

“그런데 드워프의 뒤를 쫓고 있다면, 그들의 무엇을 노리는 겁니까?”

“저희는 소수 드워프만 아는 성좌의 금속 제조법을 찾고 있습니다.”

“성좌의 금속이요?”

확실히 나도 예전부터 성좌의 금속에 관해 어디선가 들어 본 적 있다.

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세상에서 오직 드워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금속입니다. 아주 극소량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금속인데 그 제조법을 이번 삶에서 파헤치고 싶어서요.”

“30회차 동안이나 그 제조법을 구하지 못했단 걸 보니 아주 얻기가 어렵고 희귀한 제조법인가 보군요.”

“그렇겠죠. 전생에서 드워프나 그 가족을 고문하기도 했었지만, 끝끝내 전부 성좌의 금속 제조법에 관해서는 절대 입을 열지 않더라고요.”

저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하다니, 친절해 보이기는 해도 역시 회귀자는 회귀자로군.

‘잠시 동행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이제껏 회귀자에게 뒤통수 맞을 뻔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하여간 몇 시간 계단을 쉼 없이 내려간 끝에 우린 도시를 발견했다.

[드워프 지하건국도시, ‘라메티카르’를 발견했습니다.]

[숨겨진 명소를 발견하여 모든 능력치가 1씩 증가합니다.]

[그러나 가장 처음 발견한 것이 아니라 칭호습득은 불가능합니다.]

지하도시는 개미굴처럼 개량된 땅과 오래된 석조건물들이 서 있었다.

석조건물들은 척 봐도 오래되어 보였지만, 건축기술이 훌륭해서인지 뼈대가 전혀 무너지지 않고 고풍스러웠다.

지하 곳곳에는 사그라지지 않는 빛의 광석들이 박혀 있었는데, 그것들이 도시 전체를 환히 밝혀주었다.

‘이미 드워프가 전부 죽었다더니.’

확실히 지하의 도시는 사람이 사는 흔적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말라붙은 핏자국과 온통 깨진 그릇과 장비, 그리고 무기의 파편들!

인적 없이 공허한 도시는 멸망한 주거지처럼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나는 의문을 표했다.

“여기서 전부 죽었다면 시체가 남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리고 식량이나 물, 주화, 재산도 찾아볼 수가 없군요.”

헤르탄이 핏자국을 손가락을 훑으며 말했고, 카티에도 동조했다.

“이건 드워프가 전멸한 게 아니라 여길 버리고 떠났다고 봐야 해요.”

그러자 샬이 말했다.

“저희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걸 보십시오.”

지하 도시답게 핏자국 위주로 바닥에는 선명한 발자국 무성하였다.

“이곳에서 족적을 추적하기도 했습니다만, 모두 도중에 끊겼더군요. 다들 어딘가로 도망쳤다면 족적이 그대로 이어져 있어야 말이 됩니다. 이게 죽은 게 아니라면 뭐겠어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상황은 드워프들이 죽었다고 보기도, 피난을 갔다고 보기도 애매했다.

이곳에 살고 있었다던 드워프들은 전부 다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샬은 의문을 표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이전 회차만 해도 드워프들은 이곳 지하도시에서 잘살고 있었는데, 어쩌다 전부 갑자기 전부 없어졌는지 모르겠군요.”

120회차에서 벌어진 이변.

‘지하도시서 벌어진 대실종이라니.’

갑자기 드워프들이 도시에서 모두 증발하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일단 이 도시에 머무르면서 여러 가지를 조사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나도 헤르탄의 의견에 동의했다.

우린 온종일 도시를 뒤졌지만, 쓸 만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카티에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도시에 아무것도 남지가 않았네요. 대장, 펜타그램으로 ‘경로’를 볼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실종된 드워프를 찾는 이득경로를 그걸로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재 내 눈에만 보이는 붉은 궤적의 이득경로는 끊긴 지가 오래였다.

‘이득경로를 볼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이 한계이니까.’

내가 말했다.

“나도 그 기능을 쓰고 싶지만, 아직 재사용 대기시간이 남았어.”

결국 시간이 늦어 우린 비교적 멀쩡한 건물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다들 아침이 되면 지상으로 가도록 하죠. 지금은 다들 피곤하니까.”

다들 식량을 분배해서 끼니를 때우고 각자 2층 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핏자국 선명한 도시답게 잠도 잘 오지 않아서, 나는 말문이나 텄다.

“탐사단 여러분은 어째서 드워프에게 성좌의 금속 제조법을 얻으려고 하는 겁니까? 그걸 팔려고요, 아니면 장비를 만들어 입으려고요?”

“전 회귀하며 모든 삶을 사막의 모험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적색대륙 사막은 모험가의 낭만이죠. 회귀하며 찾아도 못 가본 곳이 많아요. 성좌의 금속도 마찬가지죠. 어느 회귀자도 독점하지 못했던 금속을 제 손으로 직접 다뤄보고 싶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샬의 목소리에는 드물게도 열의가 담겨 있었다.

어쩐지 샬이 다른 회귀자에 비하면 그나마 생기 있는 이유를 알겠다.

‘매 삶마다 새롭고 다를 도전할 목표와 환경이 존재하니까.’

그러니 남들보다 덜 미칠 수 있는 것이겠지.

나는 그들에게 요새 부쩍 자주 하는 질문을 해보았다.

“그런데 여러분은 딱 한 가지 숙원을 빌 수 있다면 뭘 빌겠습니까?”

“숙원이요?”

같은 방을 쓰는 탐사단에게 물었더니 각자 각양각색 대답을 내놓았다.

전부 특이할 것 없는 대답이었다.

자신만의 도서관을 건설하고 싶다든지, 현존하는 탐험가 스킬을 모두 습득하겠다든지, 이곳과 다른 세상으로도 모험을 떠나고 싶다든지, 아니면 사막의 제왕이 되고 싶다든지.

‘다들 거기서 거기인 숙원이군.’

이젠 여정의 끝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대륙지배자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면 우린 회귀를 멈추게 된다.

‘만약 내가 정말로 회귀를 멈춘다면, 최후에 빌어야 할 숙원은…….’

양손에 뒤통수 베고 눈을 감은 채 깊은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고요하던 도시에 종소리가 울렸다.

뎅-.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

우리는 모두 번뜩 눈을 떴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누가 종을 울렸나 본데?”

“여기 우리 말고 또 누가 있었어?”

그런 의문이 감돌 때.

[제1의 종이 울렸습니다.]

[목이 없는 시종이 출몰합니다.]

‘목이 없는 시종?’

내가 눈살을 찌푸린 순간 창밖에서 괴상쩍은 소음이 귀를 꿰뚫었다.

뚜벅. 뚜벅. 뚜벅.

한적한 발걸음 소리.

평범한 발걸음 소리지만 누구도 없는 도시에선 소름 끼치는 소음이다.

내가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저건……?’

정말로 ‘목이 없는’ 인간의 시체가 이쪽 건물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뭐야, 어디서 저런 언데드가?”

“갑자기…… 뭐죠?”

목이 없는 시체는 명백히 우리가 있는 건물을 향해서 걸어오고 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드워프의 도시에서 웬 언데드가?’

시체는 걸어와선 피가 뚝뚝 흐르는 목덜미를 문에다 세게 때려대었다.

쾅!

대문짝에 피가 튀어댄다.

그러나 목이 없는 시체는 동작을 멈추지 않고 문에다 몸을 박았다.

쾅! 쾅!

자물쇠가 덜컹였다.

카티에가 눈살을 찌푸렸다.

“잠긴 문을 부수려 하고 있어요. 이 건물로 들어올 작정인가 봐요.”

어찌 됐건 꺼림칙하긴 하지만, 언데드라면 일단 해치우는 것이 좋겠다.

나는 벗어둔 갑옷을 챙겨 입었다.

“대장, 내려가려구요?”

“뭔가 꺼림칙해. 확인해 봐야겠어.”

“그럼 우리도 따라갈게요.”

우리는 복장을 갖추고 건물을 내려가 다가오는 시체를 마주 봤다.

무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목이 없는 시종 좀비가 나를 습격했다.

“……!”

언데드치곤 꽤 빠른 몸놀림이지만 날 물려는 동작은 쉽게 간파했다.

경로를 본 펜타그램의 페널티가 끝나고, 난 마법을 쓸 수가 있었다.

‘화기의 뱀.’

목 없는 시종이 쏜살같이 날아들었지만, 내 화염에 휘감겨 버렸다.

“캬아아악!”

잿더미가 되어버린 목 없는 시종.

나는 손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휘저어 날려 버렸다.

“간단한데?”

그때 헤르탄이 곧바로 외쳤다.

“조심하십시오.”

“괜찮아요. 지금 죽였…….”

“한 마리가 아닙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태워버린 좀비 뒤편으로 수십 마리의 좀비 떼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탐사단도 채비를 챙겨 건물을 나왔다.

“어서 이 도시를 벗어납시다. 탈출해야 이번 삶을 살지 않겠어요?”

곳곳에서 언데드가 출몰하는 도시.

우리는 내려왔던 계단으로 향했다.

가장 앞장선 샬이 손을 내밀었다.

“어?”

“무슨 일입니까?”

지상에 올라가는 계단으로 손을 뻗었지만, 더 나가지 못하고 막혔다.

샬이 막혀버린 허공을 매만지며 곤혹스러운 얼굴로 우리를 돌아봤다.

“도시에서, 나갈 수가 없습니다.”

***

“뭐예요!”

“우리가 지금 갇혔단 말입니까?”

“정말로 나갈 수 없다는 건가요?”

우리는 도시에서 나갈 수 있는 모든 출구와 계단을 점검해보았다.

그러나 하나같이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서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검이나 마법으로 부수려고 해봐도 보이지 않는 벽은 묵묵부답이었다.

“모든 시도를 해봤지만, 소용없었어요. 우린 이 도시에 갇혔습니다.”

평범한 인간들이었다면 여기서 치열한 탈출물이라도 찍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120회차다.

“탈출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네요. 마침 이번 회차도 뭔가 이상한 변수가 많아서 꺼림칙하기도 했고.”

언제든 죽으면 회귀가 가능한 탐사단은 포기하는 것도 무척 빨랐다.

샬이 태연한 얼굴로 질문했다.

“저희는 자살해 회귀하려 합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굶어 죽는 건 딱 질색이라서. 여러분은 어쩌실 거죠?”

내가 질색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우리는 자살하지 않을 겁니다.”

샬이 존중한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 삶에서 만나죠.”

탐사단이 곡도를 꺼내서 각자 스스 로의 목을 찌르려 할 때.

“엇!”

각자의 목에 칼끝이 닿는 듯싶더니, 모두 손놀림이 빗나가버렸다.

당황한 그들이 몇 번이고 같은 시도를 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뭐, 뭐야?”

“자살이…… 되지 않아?”

동시에 문구가 떠올랐다.

[핏빛의 도시가 생명을 함부로 버리는 행위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모든 자살이 불가능합니다.]

모두 당황스러운 눈빛이었다.

자살이 불가능한 지역이라니?

그러자 탐사단의 어느 대원이 제안하였다.

“그러면 우리 짝을 지어서 서로의 목을 찔러요. 자살이 아니라 타살일 테니까 무사히 회귀할 수 있어요.”

“아, 그러면 되겠군요.”

샬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기랄, 자살이 안 되니까 타살로 죽겠다고?

도대체 저런 말도 안 되는 사고방식은 어떻게 해야 도출되는 거야?

하여간 4인의 탐사단은 둘씩 짝지어 서로의 목에 각각의 곡도를 찔렀다.

어지간히 합이 맞지 않으면 서로 죽는 것도 어려울 텐데 회귀자 솜씨답게 각자 정확히 급소를 노렸다.

그러나…….

[서로 합의가 된 타살입니다.]

[그 행위는 불가능합니다.]

[거듭되는 허망한 자살시도에 핏빛의 도시가 처벌을 부여합니다.]

그들이 각자의 목을 향해서 뻗었던 곡도가 턱 막히더니 부러져버렸다.

“뭐야!”

“서로 타살도 안 된단 말이야?”

“그럼 어떻게 회귀하라고?”

소지한 독약을 삼키려는 짓도 했으나 탐사단의 행위는 모두 실패했다.

결국 내가 그들을 보면서 짜증을 내고 말았다.

“일단은 여기서 무사히 탈출하자고요. 괜히 죽을 생각부터 하지 말고.”

“하지만 어떻게 말입니까? 지금 밖에 나가는 모든 출구가 막혔어요.”

“우선 좀비 떼를 처리해보죠. 저것들을 없애야 뭐든 조사할 테니까.”

우리는 도시에서 출현한 수십 마리의 좀비 떼를 모조리 해치웠다.

목 없는 시종 자체가 그리 강한 개체가 아니라서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자 또다시 종소리가 울렸다.

뎅-. 뎅-.

[제2의 종이 울렸습니다.]

[목이 없는 기사가 출몰합니다.]

[도시의 핏빛이 강렬해집니다.]

지하도시를 붉은빛이 감싸고돈다.

이번엔 썩어빠진 시종 대신, 녹슨 갑옷을 걸친 기사들이 소환되었다.

한 탐사단 대원이 겁도 없이 반가워하며 기사를 향해서 다가갔다.

“아, 다행이다. 좀비는 손톱에 찢기는 거라 싫었는데 칼은 간편하게 죽겠지. 이봐! 회귀 좀 시켜주겠어?”

그러자 목이 없는 기사가 검을 휘저으며 그 대원의 목을 잘라버렸다.

“꺄아아악!”

그때 여성 대원이 비명을 질렀다.

엎어진 대원의 등에서 갑자기 희끄무레한 영혼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생존자 1명이 사망했습니다.]

[앞으로 사망한 일행의 영혼은 성별 무관하게 상급 밴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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