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1회차-140화 (140/200)

나만 1회차 140화

마나원천 괴력술 2단계!

일격이 오연격으로 변이한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꽂힌 연격이 불멸아귀의 심장에 세게 내꽂힌다.

파각! 파각! 파각! 파각! 파각!

“커허어어헉……!”

치명타를 허용한 불멸아귀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고꾸라졌다.

가슴이 뭉개지고 피가 터져버린다.

불멸아귀는 스스로의 상처를 내려다보더니 하찮다는 조소를 지었다.

“크윽……! 크하하하핫……!”

본인의 최후를 예감한 것일까.

불멸아귀가 피에 젖어 날 보았다.

“이게 끝이라 생각하지 않겠지? 역시나 네놈이 바라는 끝은 불길해.”

나는 조용히 놈을 노려보았다.

“죄다 날 짜증 나게 만드는군. 도대체 나의 어디가 불길하다는 거냐.”

불멸아귀의 모든 눈동자가 불탄다.

“네놈의 불길함은 ‘끝’을 가리킨다. 결국 이번 회차는 ‘네놈에게 가장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리라!”

그걸 마지막으로, 형체가 스러진다.

[청색대륙의 지배자, 불멸아귀를 완전한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고암산 전체를 둘러싼 회귀불능의 마기가 소멸되었습니다.]

[마나원천의 괴력술의 경지가 최종 3단계로 승급되었습니다.]

[원정에 참여한 모든 인물에게 공적에 걸맞은 능력치가 상승하며, 개별적인 특별보상이 주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25씩 올랐습니다!]

[체내의 마나를 소진했습니다.]

[마력이 5 손실되었습니다.]

[마나원천의 괴력술의 대가로 하루 간 마법을 쓸 수 없게 됩니다.]

[불멸아귀의 보물 박 소환권, 담청색 구중투구를 획득했습니다.]

[불세출의 검(Lv5) 달성!]

[자신만의 검술을 창조합니다.]

[청색대륙지배자를 죽여 조력자가 악마의 펜타그램을 재조정합니다.]

[악마의 펜타그램 문양에 선을 더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120회차 최초의 살해업적!]

[가장 특별한 보상을 얻습니다.]

[시간의 돌을 획득했습니다.]

‘나에게 가장 끔찍한 결말이 올 거라고? 젠장.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나는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제기랄. 이제는 지쳤다. 진짜로.’

온몸의 모든 기력을 쏟아내었다.

지금까지 날 버틸 수 있게 해주던 힘이 내게서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

[각성의 효력이 다했습니다.]

[45회차 전성기 시절의 힘이 몸에서 깨끗하게 말소되어 버립니다.]

‘됐어. 이제 끝났어.’

난 괴로워도 끝끝내 안도하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 생각되던 찰나.

불멸아귀가 터진 몸체에서 수천 개의 영혼이 튀어나오기 전까지는.

으흐우우우……!

‘저건……?’

아주 익숙한 비명 소리.

회귀자의 천적!

수천 밴시가 불멸아귀의 뚫린 가슴에서 기형적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제기랄! 저 자식이 끝까지……!’

불멸아귀는 영악하게도 자신의 체내에서 수천의 밴시를 품고 있었다.

자신을 어떤 회귀자가 죽이더라도 결국 마지막에는 역습을 당하도록.

‘모두 깨우고…… 도망쳐야 하는데.’

다들 아직도 기절해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용암에 삼켜진다.

으흐우우우……!

으흐우우우……!

나는 비척이며 느릿하게 걸었다.

그러나 수천의 밴시가 울어대는 비명 탓에 집중력이 자꾸만 끊어졌다.

희미해져 가는 정신을 붙잡을 집중력이 비명에 의해 방해되고 있었다.

‘망할. 손가락 하나 까딱이질 못하네. 마법을 쓸 기력만 있으면…….’

주먹에 힘을 줘도 마력은 없었다.

마나를 소모할 기력조차 소진했다.

재능으로 발휘되는 빠른 마나회복 속도도 지금에는 도움 되지 않는다.

“빌어먹…… 쿨럭!”

피 기침이 튀어나오며 넘어진다.

눈살을 찌푸려 뒤늦게 고개를 내리자 뱃가죽이 선명히 찢어져 있었다.

핏물이 마구 튀어나와 있고, 어디 저건…… 설마 내장인가?

걷지 못하겠는 걸 보니 갈비랑 다리뼈도 몇 군데 나간 것 같은데, 하.

‘엿 됐네…….’

도저히 다시 일어서지를 못하겠다.

뛰어야 하는데, 망할 놈의 정신이.

모두가 기절해 있고 천지는 점차 용암과 화산재로 모두 뒤덮여버린다.

으흐우우우……!

으흐우우우……!

으흐우우우……!

흉물스레 귓가에 맴도는 비명.

내 정신은 거기에 파묻혀 끊겼다.

***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아니,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뭐라 묘사하기 어려운 장소니까.’

텅 비고 새하얀 공간.

나는 이곳에 처음 오지만, 이상하게도 그리 낯설단 느낌은 아니었다.

‘저 사람은…….’

나의 눈앞에는 누군가 서 있었다.

이계에는 있을 리가 없는, 오랜만에 재회하는, 전혀 예상 밖의 인물.

“할아버지?”

나는 놀라고 말았다.

나의 이름, 범철이란 이름을 지어 주셨던 원래 세상의 할아버지.

‘하지만 어릴 때 돌아가셨었는데?’

왜 내가 어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지금 나의 눈앞에 계신 걸까.

‘설마 내가 죽어서 저승에 왔나?’

그러나, 아니었다.

자세히 보면 노인은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와는 인상이 많이 달랐다.

얼굴은 닮았지만, 근육도 붙어 있고, 수염 형태도 다르며 눈썹도 사납다.

최강자의 면모가 느껴지는 노인이 말없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제야 나는 노인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생의 나.’

확실하다.

지금 나의 눈앞에 있는 것은 전생의 나, 45회차의 왕 이범철이었다.

내가 직접 나의 늙은 모습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미묘한 기분이다.

내가 입을 열었다.

“아까 말을 걸었던 것이 너였지?”

전생의 난 그저 미소 지을 뿐이다.

전생의 나에게는 물어보고 싶은 질문도, 하고 싶은 얘기도 산더미였다.

그러나 늙어버린 나는 나의 가슴을 주먹으로 툭 두드리며 뭔가 넘겼다.

“나한테…… 맡기겠다고?”

그리 말하고 전생의 난 돌아섰다.

내가 놀라서 붙잡으려 했다.

“이봐, 잠깐……!”

그러나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회귀자를 통치했던 왕은 여유롭고 당당한 걸음으로 걸었다.

45회차 왕, 전성기까지 성장했던 나는 등만 보여주며 떠나가 버렸다.

흉터가 아주 많고 넓은 등이었다.

‘제길. 말도 안 섞고 떠나다니.’

난 전생의 내가 나에게 맡긴 물건으로부터 무언가 이질감을 느꼈다.

그것은…….

***

으흐우우우……!

밴시들의 울음에 나는 깨어났다.

“끄헉!”

수없이 밴시가 들어찬 천지.

뱃가죽 찢어진 내가 쓰러져 있다.

복장이 터져 가며 숨을 쉬고 있다.

‘뜨거워……!’

아까부터 느꼈지만 천지에 옮겨지는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얼른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못해도 모두 잿더미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런데도 제기랄.’

모두가 아직 기절해 있을 것이다.

그나마 불길에서도 활동이 자유로운 불도깨비들 역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난 모두에게 일일이 다가가 깨울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다들 언제 깨어날지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할 듯싶었다.

이대로 있으면 개죽음이라는 것.

‘망할. 이렇게 포기할 줄 알아?’

어떻게든 기어가려고도 해보고, 누군가를 깨우려 소리도 쳐보려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되지가 않았다.

‘몸이, 안 움직여.’

기력이 없는 수준이 아니다.

몸이 마치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 움직일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출혈량과 상처 깊이로 봐서는 내가 살아 있는 것만도 용하다.

그때 용암이 내 머리 위로 흘렀다.

“큭……!”

숨을 토하며 간신히 웅크렸다.

용암에 직접 닿지는 않았지만 미친 듯한 열기에 호흡곤란이 와버렸다.

“허억…… 허어억……!”

솔직히 말해 이미 직감하고 있다.

누군가 날 구할 수 있을 리 없다.

‘카티에도 선택의 방으로 이전되어 버렸어. 날 치료할 자는 없겠지.’

흘러내리는 내장을 손으로 막는다.

그것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응급조치였다.

불타는 소나무가 스러지고 있다.

나는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다.

‘끝까지…… 고생만 하다 가는군.’

빌어먹을, 이렇게 가다니.

아직 회귀도 멈추지 못했는데.

세상도 평안히 돌려놓지 못했는데.

‘이렇게 뒈져버리면 어찌 되려나.’

회귀자라면 다음 회차로 넘어간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찌 되긴 어찌 돼. 그냥 죽는 거지.’

퀸소히니베.

넌 새 친구를 구해라. 노예 말고.

헤르탄.

당신에게 맡깁니다. 날 뒤이어 마지막 대륙지배자를 쓰러뜨리십시오.

그리고 세 애완수한테는…….

‘안 어울리는 짓을 하는군. 나도.’

나는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스로가 미치도록 한심하였다.

‘유언 따위 남겨야 무슨 소용이야.’

카티에.

나는 그녀와 약속했다.

반드시 그녀를 데리러 가겠다고.

지금껏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약속 따윈 우습게 깨왔지만, 이건 다르다.

‘지켜야지. 약속했으니까.’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설령 용암에 몸이 삼켜지더라도, 밴시의 비명에 정신이 나가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그러나 세상은 무자비하였다.

용암이 경사면을 타고 흘러내리며 쓰러져 있는 나를 향해 쏟아져 온다.

나는 숨을 죽이며 신음을 토했다.

‘목숨만 건지자! 한 부위만 잃게!’

제기랄, 발과 팔.

둘 중에 어느 쪽을 포기해야 하지?

심사숙고 끝에 검에 애로사항 많은 팔을 보존하려고 내가 선택한 찰나.

누군가 나를 붙잡아 끌어올렸다.

‘어?’

전혀 의외의 사람이었다.

가장 먼저 기절에서 깨어난 인물.

이번 삶에서, 아마도 처음으로 나에게 살라고 말해주었을 회귀자.

“너……!”

블라이넨이 밴시가 가득한 이곳에서, 내 팔을 붙잡아 올리고 있었다.

***

나는 순간 내 눈을 믿지 못했다.

이곳은 밴시가 날뛰는 천지였다.

회귀자라고 하면 당연히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워 줄행랑칠 장소였다.

‘그런데도…….’

블라이넨은 이곳에 와 있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그녀가 나를 일으켜서 부축한다.

“커헉……!”

피를 토하고 힘겹게 그녀를 봤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표정은 말도 못 하게 일그러져 있고 이미 온 얼굴이 눈물범벅이었다.

그럼에도.

블라이넨은, 걸어가고 있었다.

“너, 도대체…….”

내가 가까스로 말을 걸었지만, 블라이넨은 전혀 듣지 못하고 있었다.

“흐윽…… 흐으윽…… 흑!”

한껏 울고 두려워하며 몸을 떨면서도, 그녀는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이 스친다.

‘이번 삶의 너는 꽤 괜찮으니까.’

주먹을 움켜쥐고 싶었다.

‘그래서 살았으면 해. 오래도록.’

이도 악물고 싶었다.

그랬다.

‘블라이넨. 너는 진심이었군.’

날 수없이 죽인 그녀가, 날 살리려고 밴시 떼에 제 발로 뛰어들었다.

날 부축한 블라이넨은 느린 발걸음으로 걸으며 발작적으로 중얼댔다.

“미안…… 미안해요……!”

순간 느껴졌다.

가슴에 박힌 전생의 돌이 뜨겁다.

난 그녀가 살아왔던 ‘전생’의 일부를 잠시 떠올려 엿볼 수가 있었다.

『가지 마! 백치가 되기는 싫어!』

『……미안해.』

블라이넨은 회귀하며 뜻하지 않게 밴시와 조우했던 순간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도망쳐야 했다.

때로는 함께하던 연인을 버리고 혼자 도망친 순간마저 있었다.

그리고 사과를 위해 다음 회차에 동료를 찾아갔을 때, 한때 연인이던 그녀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다.

『누구야? 나를 아니? 히히히히.』

『……미안해. 정말 미안해.』

블라이넨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떨었다.

그러나 연인은 끝끝내 절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전생의 장면은 거기서 끝났다.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그녀는 사죄하고 있었다.

후회하며, 사과하고 있었다.

살기 위해 희생시킨 동료들에게.

‘밴시의 울음이 자극하고 있어. 그녀가 가진 회귀의 트라우마를.’

회귀자가 가지는 특유의 정신병.

백치가 되기 싫다는 트라우마.

1회차인 나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는 밴시들의 공포.

‘하지만 이겨내고 있어. 두려움을.’

회귀자에게 있어서 밴시란 불멸아귀보다도 두렵고 강대한 적이었다.

그런데도 블라이넨은 수천의 밴시 떼가 떠도는 이곳에 홀로 걸어왔다.

나를 구하기 위하여.

‘블라이넨. 왜 그렇게까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하급 밴시가 우리를 가로막았다

「가소로운 인간들……! 인간은 밴시한테 절대 이기지 못하지……!」

피눈물을 흘리며 비웃는, 회귀자를 얕보며 크게 비웃는 저열한 유령.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었다.

나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블라이넨은, 떨면서 검을 쥐었다.

눈앞의 조그만 밴시는 회귀자에게 있어 불멸아귀보다 무서운 적이다.

그런데도 블라이넨은 검을 잡았다.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 인지 못하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검기를 빛낸다.

그제야 나는 이 미친 여자가 ‘무슨 행위’를 하려 하는지 깨닫고 말았다.

‘말도 안 돼.’

블라이넨은 발도의 자세를 취했다.

나를 부축하고, 공포에 몸이 마비되어 자세는 몹시 형편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반격행위다.

밴시를 두려워해야 할 회귀자가, 그 공포에 맞서 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설마…….’

그리고 그다음에 펼쳐진 광경은 그 누구라도 믿지 못할 사건이었다.

희미한 검기가 울어댄다.

그리고 칼날이 느릿하게 올려졌다.

밴시조차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너, 어, 어떻게……!」

회귀자의 검이, 밴시에게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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