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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1회차-134화 (134/200)

나만 1회차 134화

내가 불멸아귀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간파한 이유는 자명했다.

바로 지금, 회귀자 살해 재능이 녀석에게 발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살의로 회귀자를 관측합니다.]

[지정된 회귀자가 기피하는 변수를 실시간으로 입수합니다.]

[변수는 질에 따라 최고급, 고급, 중급, 하급, 최하급으로 나뉩니다.]

[살해한 회귀자 숫자가 많고, 상대가 자신보다 강할수록 고급변수정보가 창출될 확률이 증가합니다.]

《불멸아귀》

설명: ???.

*현재 감정능력이 낮아서 대상의 완벽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펜타그램에 덧칠된 색채에 의해 상위변수창출확률이 높아집니다.]

[대상과 본인의 능력치 차이가 막대해 최고상위변수가 창출됩니다.]

[120회차 동안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한 다섯 정보를 습득합니다.]

[최고급 변수 5개 획득!]

[불멸아귀는 막대한 신체재생력을 지녔습니다. 설령 상처를 입어도 수십 초안에 부상이 재생됩니다. 그런 재생력을 지닌 불멸아귀조차 가장 꺼려하는 변수는 재입니다. 재에 닿으면 재생력이 상실됩니다.] …….

‘아크 리치도 모자라 불멸아귀까지 회귀했다니. 이게 대체 뭔 일인지.’

도대체 몬스터 주제에 어떻게 회귀한 녀석이 둘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본래 약점을 몰라도 불멸아귀에게 대항할 비책을 짜두기는 했었다.

그러나 녀석이 꺼리는 변수까지 내가 독점한다면 상황은 유리해진다.

“‘여섯 번째’의 ‘나’가 비웃는군. 회귀? 무슨 근거로 그딴 망상인가.”

불멸아귀의 음색에 비소가 짙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도 아크 리치처럼 회귀할 수 없는 척 연기를 해왔군. 불멸아귀.”

“연기라니? ‘일곱 번째’의 ‘나’가 이해할 수 없다며 살기를 보인다.”

“나는 회귀한 놈이 가장 기피하는 ‘변수’를 볼 수 있는 재능이 있다.”

내가 녀석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우선, 첫 번째 최고급 변수. 너는 몸의 재생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상처 입은 곳에 재가 묻으면 재생이 불가능해지는군. 내 말이 틀렸냐?”

“…….”

한참의 침묵.

불멸아귀의 입이 무겁게 열린다.

“변수를 꿰뚫어 보는 재능이라.”

불멸아귀의 징그러운 아홉 개 머리, 열여덟 개의 눈알이 날 향했다.

“그런 재능은 천부적인 것이 아니다. 하물며 타고나는 것도 아니지.”

녀석의 목소리에 살기가 짙어졌다.

“누군가 너에게 재능을 ‘선물’하였군. 타고나지도 않은, 비상한 재능을.”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가 내게 재능을 선물했다고?

120회차에 검술 말고도 새 재능이 발견되는 이유를 알게 될지 모른다.

“그게 무슨 소리지?”

“그 역겨운 펜타그램의 문양. 역시나 적색대륙의 ‘키 작은 자’인가. 녀석이 네게 재능을 줬던 것인가.”

적색대륙의 키 작은 자?

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나의 ‘조력자’를 알고 있나? 그 녀석이 나에게 재능을 준 거라고?”

조력자.

펜타그램을 통해 나를 돕고, 내가 회차목표를 이루기를 바라는 인물.

그 조력자에 관해 저놈이 안다고?

“‘두 번째’의 ‘나’가 답한다. 너 따위에게 가르쳐 줄 이유는 없다.”

불멸아귀가 긴 목을 늘어뜨려 나에게 아홉 개의 머리를 가까이했다.

“‘아홉’의 ‘나’가 너에게 묻는다.”

아홉 목소리가 동시에 울린다.

“변수를 알면 나를 죽일 수 있나?”

“최소한 뒤통수는 칠 수 있겠지.”

“틀렸다. 나의 비밀을 알아낸 이상, 너흰 모두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다. 물론 회귀도 못 할 테고 말이지.”

불멸아귀의 굳은 주먹이 꽉 쥐어진 채로 드높이 올려졌다.

그저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거센 풍압이 일었던 녀석의 주먹이다.

내가 처맞으면 가루가 될 것이다.

‘그렇게는 안 되지.’

나의 검에 거센 바람이 휘감겼다.

세차게 휘두르자, 모래가 짙게 낀 폭풍이 불멸아귀를 향해 날려졌다.

휘이이익!

“쓸데없이 귀찮게 구는군.”

용왕의 국검의 효과!

맛조개를 민물에 1시간 담가두면 1회의 모래폭풍을 사용할 수 있다.

거친 모래폭풍이 불멸아귀의 시선을 흐리게 해 공격을 빗나가게 했다.

그 틈에 내가 서둘러 고갤 돌렸다.

“백룡은?”

퀸소히니베가 새하얗게 질색한 얼굴로 백룡의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아, 아빠가 깨어나질 않으시는 것이야! 역시 동면이 너무 깊어…….”

“그렇게 해서 일어나겠냐!”

나는 미소년의 허리를 양손으로 단숨에 업듯이 붙잡아 들었다.

그간 쌓은 능력치 덕분에 불멸아귀를 향해 힘껏 던져버릴 수 있었다.

“쿠억!”

나는 스스로의 제구력에 감탄했다.

내가 던진 백룡은 정확히 불멸아귀의 왼쪽 네 번째 머리에 적중했다.

“뭐냐. 간지럽지도 않은 공격이군.”

불멸아귀가 코웃음을 쳤고, 한편 내게 던져진 소년은 꿈틀거렸다.

“잠 한 번 거칠게 깨우시는군. 흐어. 이건 또 뭔가. 귀한 생물이군.”

백룡이 몽롱한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부스스한 머릿결을 쓸었다.

“이보시오. 뭐 좀 묻겠소. 머리가 아홉 개여도 항문은 하나일 텐데 아홉 배로 먹는 양을 어찌 감당하오?”

저게 자고 일어나서 바로 내뱉을 수 있는 말이라니, 심히 존경스럽군.

불멸아귀가 굉장히 어이없어했다.

“웬 헛소리냐.”

“또 하나 묻겠소. 어찌 그리도 못생겼소? 아아. 어느 머리를 특정해 묻는 말이 아니오. 죄다 못생겼네.”

내가 픽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거기에 추가 질문. 아홉 머리 모두 각자 자기가 제일 낫다고 느끼냐?”

“허! 저 미물과 내가 잘 맞는군.”

우리 둘이 빈정거리자 불멸아귀의 아홉 머리가 동시에 눈을 찌푸렸다.

“입만 산 것들이군. 죄다 뒈져라!”

어라, 설마 이런 도발이 먹히다니.

냉정하고 침착하던 아크 리치에 비하면 저놈은 어째 꽤나 감정적이군.

‘도발이 먹힌다면 유도할 수 있다.’

불멸아귀가 주먹을 내려치려 할 때, 소년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청색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백룡!

기다랗고 꿈틀대는 용의 형상이 팔짱을 끼고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나의 무기는 날벼락이오. 그대는 무엇을 다루며 무기로 쓰오?”

“나는 네놈에 재앙 그 자체가 될 것이다. 하찮은 지렁이 자식아!”

번개가 마구 내리친다.

불멸아귀의 육체에 날벼락이 내려쳤지만, 녀석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청색대륙의 대륙지배자는 두꺼운 팔로 백룡을 찢으려 하였다.

새하얗고 강대한 백룡과 새까맣고 사악한 불멸아귀가 서로 격돌한다.

두 대형 몬스터의 결전!

백룡과 불멸아귀가 부딪칠 때마다 천지의 고요한 수면이 요동쳤다.

엄청난 대규모의 전투에 자칫하면 우리까지 휩쓸려버릴 지경이었다.

‘백룡이 주의를 끌 때가 기회다.’

백룡의 활동 기간은 앞으로 24시간.

‘그 안에 승부수를 띄지 않으면 전멸이야.’

나는 도깨비들을 향해 소리쳤다.

“일단은 백룡이 싸우고 있을 동안은 물러나자!”

그러자 호전적인 비환이 반대했다.

“하지만 우리도 싸우고 싶다!”

“과업부터 완료해야 해. 그냥 싸워선 절대 불멸아귀를 이길 수 없어!”

애당초 백룡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불멸아귀를 제압할 수준은 아니다.

‘기껏해야 시간을 끄는 수준이지.’

물론 백룡은 강대한 용이지만, 대륙지배자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불멸아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생관련특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생관련특전을 획득하려면 마지막 과업을 먼저 완수해야 한다.

‘천지를 지탱하는 거목을 베는 것.’

‘천지’에는 딱 보아도 눈에 띄는 아주 커다란 세 나무가 존재했다.

“우선 가운데 거목부터 박살 낸다!”

불도깨비들이 온몸의 화염을 키우고 숲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불태우는 것은 우리한테 맡겨라!”

“저 나무, 뿌리째 태워버리겠다!”

특히 비환은 용암의 화신으로 변해 뜨거운 액체를 떨어뜨리며 달렸다.

천지의 기괴한 소나무 숲.

그곳에서 가장 기다란 거목 중 하나가 불타며 파괴되기 시작하였다.

‘아니야. 아직 아니야.’

거목은 불에 타고 있지만 지나치게 파괴가 느리고 경도가 강했다.

얼마나 오래되고 영엄한 나무인지 나뭇가지 내구력이 강철에 준했다.

‘역시나 평범한 상태로는 안 돼.’

나는 진홍색 로브를 껴입었다.

[SSS급 마법재능이 진홍색 로브의 위력을 배가시킵니다.]

[육체의 해골화가 시작됩니다.]

[가멸찬 학살을 자행할수록 해골화가 신속하게 진행이 됩니다.]

SSS급 마법재능에 대륙지배자 장비가 더해져 수어 배 강해지는 마력!

‘평소에는 해골화가 염려돼서 제대로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러나 최종결전에서만은 다르다.

난 제대로 깽판을 칠 생각이니까.

내 손에서 거센 화염이 타올랐다.

[4서클 마법 ‘화기의 뱀’이 7서클 마법 ‘염화광살’로 승급됩니다.]

[‘염화광살’은 불꽃에 미친 마법사가 자신의 모든 인생을 바쳐 창조한 독특한 비기입니다. 주위 화기를 흡수해 더욱 뜨거운 불을 씁니다.]

[타오르는 지배자의 갑주가 염화광살의 화기를 더욱 키워줍니다.]

불도깨비들의 불이 손에 빨려든다.

또한, 마력에 휩싸여 검어진다.

그리고 일순간.

화아아악!

내 양손에 검은 불꽃이 증폭해 일렁이더니 거목을 향해서 크게 쏘아졌다.

콰아아앙!

과격한 파열음이 쏟아지며 딱딱한 나뭇가지들이 불타며 스러졌다.

불멸아귀가 분노하며 소리 질렀다.

“네놈들! 감히 네놈 따위가 내가 살아가는 영역을 망쳐놓는 것이냐!”

그러나 나는 놈의 분노에 찬 고함을 무시했다.

‘들을 가치가 없지.’

나는 해골화의 페널티는 신경 쓰지 않고 모든 마력을 화염으로 쏟았다.

제아무리 단단한 나무일지라도 강력한 화염에 태워지면 퍼석해진다.

숯덩이처럼 야위어진 거목을 블라이넨의 검기를 실은 쌍검이 베었다.

쩌어억……!

번쩍이는 휘두름에 거목에 균열이 가더니 깔끔히 베여 쓰러졌다.

쿠웅……!

[철혈의 거목이 쓰러졌습니다.]

[천지 붕괴확률이 늘어납니다.]

[고암산 분화가 앞당겨집니다.]

[대륙지배자가 더 분노합니다!]

[베어 쓰러뜨린 거대수목(1/3)]

도깨비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동시에 마법을 쓴 나는 말라깽이처럼 살점이 푹 야위기 시작하였다.

카티에가 나를 걱정하며 소리쳤다.

“대장! 이제 그 로브는 벗어요! 너무 위험해요! 해골이 되어버려요!”

그러나 나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내 걱정 마. 지금 쉴 틈 없어.”

“하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불멸아귀한테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고작 이만한 병력으로?”

황색대륙 때에 비하면 우리의 숫자는 한참 적은 수준이다.

그러니 최소한 나라도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내가 이들을 모두 끌고 왔어. 전멸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잖아.”

“대장…….”

카티에는 걱정하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곧바로 두 번째 거목으로 향하였다.

한편 퀸소히니베는 불멸아귀와 싸우는 백룡을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아무리 강하다지만, 아빠도 지배자 상대론 오래 못 버티실 것이야.”

그건 나도 공감이다.

그가 최대한 시간을 끌어주고 있을 때, 어서 과업을 완료해야만 한다.

“시간이 없어! 얼른 가자고!”

나는 도깨비들을 재촉했다.

두 번째 거목은 첫 번째 나무보다도 훨씬 굵고 거대하며 단단하였다.

심지어는 첫 번째 나무와 달리 내 마법으로도 불이 잘 붙지 않았다.

‘빌어먹을! 무슨 나무가 저래?’

불타지도 않는 거목이라니.

거목 세 그루만 베면 된다기에 짧게 계산했는데 시간이 지체돼간다.

“으어어! 답답해 죽겠다!”

“힘으로라도 부서뜨려 주겠다!”

도깨비들이 마구 돌진해 거목에 머리를 박거나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바로 그 순간 나무껍질이 떨리더니 갑자기 거목이 요동치며 일어났다.

“침, 입, 자, 들, 이, 여!”

[학살의 거목이 깨어났습니다.]

[살아 숨 쉬는 거목이 천지에 함부로 침입한 자들을 처단합니다.]

“크어어!”

“으아아악! 사, 살려줘!”

거목은 꾸물거리는 뿌리를 다리처럼 쓰면서 도깨비들을 죽였다.

제기랄, 이 상황에 히든 보스라니!

나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한시가 급한 마당인데. 이젠 저놈까지 상대해가며 쓰러뜨려야 하나?’

타이밍이 나빠도 너무 나쁘다.

말라깽이처럼 말라진 내가 마력을 쏟으며 날뛰는 거목을 노려보던 때.

누군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

낯이 없는 환상도깨비, 달귀였다.

“지금 놀아줄 시간은…….”

그러나 달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순간, 이변이 벌어졌다.

애완수 낯이 눈부시게 빛난다.

그리고…….

[환상도깨비, 달귀가 모두를 위해 본인의 살점을 깎으며 희생하는 주인의 의협심을 보고 각성합니다.]

[주인이 지금껏 죽인 생명체의 ‘낯’ 중 하나를 달귀가 택합니다.]

[달귀가 가장 강한 생명체, 황색 대륙지배자의 낯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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