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1회차-55화 (55/200)

나만 1회차 055화

반격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파박!

쑤셨다고 확신한 칼이 튕겨 나간다.

흰 깃털이 나의 손등에 박혔다.

순백의 날개를 활짝 펼쳐 든 위니아가 책을 무심히 덮었다.

“다음번에는 목덜미야. 칼 놔.”

“나의 칼하고 너의 깃털 중에서 어느 것이 빠를까?”

“너의 죽음.”

애석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속도로는 저 날개를 이길 수 없다.

대약화의 전격폭탄을 쓰고 싶어도 이곳은 너무 좁아서 나까지 당한다.

‘그런데 저 새하얀 날개, 어떤 책에서 봤던 것만 같은데. 뭐였더라.’

무슨 동물의 날개하고 닮았는데, 백조나 거위라고 하긴 너무 크고.

곧이어 난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희미한 기억을 살필 때가 아니다.

“나를 아나? 반갑군. 죽이러 왔어.”

나는 입으로 박힌 깃털을 뽑고 고통이 저릿한 손으로 칼을 되잡았다.

위니아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날 이기지 못해. 멍청아.”

“그건 해봐야 아는 거지. 여제님.”

속도에서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위니아에 관하여 살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창천의 여제는 침착할 뿐 나의 칼에도 전혀 겁먹지 않았다.

“백인장을 보냈던 일이라면, 너의 오해야. 널 데려오려던 것뿐이니까. 딱히 너를 해칠 생각은 없었어.”

“너의 그 말을 어떻게 믿지?”

“협력을 요구하겠어. 시간의 괴물을 소환하기 위해선 네가 필요해.”

이건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설마 거물에게 협력 요구를 받다니.

이번에는 내가 어이없어졌다.

“내가 여기 온 것을 보면 알겠지? 나는 너희 백인장을 전부 죽였다.”

“간부야 새로 뽑아서 내가 날개를 달아주면 그만이야. 상관없어. 그것들을 잃은 손실보다 네가 협력해 얻는 이익이 막대하니까.”

위니아의 말투는 거침이 없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네가 그렇게까지 소환하려 하는 시간의 괴물은 정체가 뭐냐?”

위니아는 대답하지 않고서 손에 들고 있던 흉물스러운 책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를 계속 칼로 겨누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금단서적 제2권, 소환의 서]

잿빛의 교주, 키아덴이 숨겨놓은 일곱 권의 금단서적 중 이권. 어둠에 귀의한 괴물소환법이 적혀 있다.

+각종 괴물의 소환법이 적혀 있다.

+원하는 괴물을 소환하려면 그에 합당한 제물을 바쳐야만 한다.

‘어쩐지 낯익더니 금단서적이었군.’

이계에 숨겨진 일곱 권의 금서!

나는 금단서적 제1권 광란의 서로 리자드맨 토벌했던 경험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흉내쟁이 마법서가 잠깐 동안 변신했었던 것이었지만.

위니아가 책을 가리켰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봐.”

페이지를 넘기던 내가 흠칫하였다.

‘……잠깐. 이건 설마?’

나는 마지막 페이지에 그려진 괴물을 보고 그 설명을 낱낱이 읽었다.

내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해보이자 위니아가 생기 있게 주장했다.

“그것이 내가 소환할 괴물이다. 시간을 조종하는 살아 있는 공포.”

***

과연 이계에 일곱 권뿐인 금서다.

소환의 서에는 시푸른 눈의 괴물그림과 상세한 정보가 적혀져 있었다.

나는 믿기지 않는 그것의 화력, 정체, 권속을 다시금 읽고서 말했다.

“……여기 써져 있는 ‘이 몬스터’에 관한 내용이 전부 진짜인가?”

“가짜라면 내가 이러지 않겠지. 그 책 내용은 회귀자들도 알지 못해.”

위니아는 차근차근 설명하였다.

“오늘 정오에 일식이 벌어져. 그때 소환의식을 치르려면 인간 1,000명의 유골. 몰락한 왕의 피.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녀의 기적이 필요해.”

이제야 의문이 좀 해소되었다.

“그래서 나와 카티에를 납치하려 했군. 일식에 소환의식을 하기 위해.”

“그 머리 좋은 성녀가 순순히 기적을 쓸 리 없지. 그래서 우둔한 애인을 납치해 협박할 생각이었어.”

머리 좋은 성녀의 우둔한 애인이 되어버린 난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지금 그런 것을 따지는 것보다 위니아의 계획을 캐묻는 것이 급하다.

그녀가 소환하려는 괴물은 내 눈이 의심될 만큼 너무 위험한 몬스터다.

“이계에서 손에 꼽힐 만큼 강력한 몬스터를 소환해 뭘 어쩔 셈이지?”

“소환을 하면 계약할 권리가 주어진다. 계약해 종으로 삼아야겠지.”

저런 말을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위니아의 포부에 나는 감탄하였다.

“그게 가능하기는 하냐?”

“애당초 실패할 계획이라면 실행하지 않아. 너와 협상하는 것처럼.”

“아직 네게 협력한다고는…….”

“네가 해야 할 것은.”

위니아는 내 말을 칼같이 끊고는 자기 본론만 확고하게 지껄여줬다.

“성녀는 네게만 무척 집착한다지. 너는 그 성녀를 설득해 기적을 쓰게 해야만 해. 그 괴물을 소환하면 최소한 네 일행은 살려주겠어.”

“하, 만약 내가 거부한다면?”

“사지를 잘라서 처형해 버려야지. 지금 제안은 내 최소한의 배려야.”

말만 협력이지, 실상은 협박이다.

‘배려? 개소리를 하고 자빠졌군.’

날 죽이지 않는 것도 카티에를 설득하는 용도로 쓰기 위해서겠지.

사실 지금 당장 그녀와 싸워 목을 따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어찌 보면 부하 없이 거물과 일대 일 승부를 펼칠 기회는 지금뿐이다.

불멸자의 갑의도 착용했으니 깃털도 다수는 튕겨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건 최적의 수가 아니야.’

정면승부를 펼친다고 한들 그녀의 날개는 백인장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응속도가 빠르다.

또한, 이곳은 하늘을 나는 성이다.

그녀를 죽이는 데 성공해도 내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 확률은 적다.

‘때를 기다려야 해. 거물의 병력조차 압도할 수 있는 그 순간을.’

나는 교활한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휘저으며 칼을 거두고 한숨 쉬었다.

“나와 성에 함께 들어온 동료들의 신변은 확실히 보장되는 거겠지?”

“나는 내뱉은 약속은 지켜줘.”

“어쩔 수 없군. 그렇게 하지.”

“속박된 몸으로 날 따라와라.”

그녀가 수인을 그리자 빛의 고리가 튀어나와 나의 상체에 휘감겼다.

팔도 손도 함부로 쓸 수가 없고 마력까지도 차단되어버렸다.

“치밀한 만큼 아주 제멋대로군.”

“그 맛에 사니까.”

흰 날개를 펼친 차가운 여인의 뒷모습이 얼어붙은 천사처럼 보였다.

난 그녀를 뒤따라 걸으며 그 날개를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흘깃 돌아보는 위니아의 시선을 느끼며 표정을 유지했다.

‘내 설계가 들어맞길 바라야겠군.’

***

위니아 할피트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혈연 중시 격언을 혐오했다.

그녀는 회귀해오면서 단 한 번도 자식을 낳은 적이 없었고, 스스로 그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겼다.

‘남의 눈치를 보고 살 필요 없다.’

가장 마음에 드는 문구인 동시에 그녀가 삶을 살아가는 신념이었다.

위니아는 스스로가 악인이란 사실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심사를 뒤틀리게 하는 놈이나 거슬리게 하는 년은 가차 없이 밟았다.

그녀의 모든 삶은 욕망이 주도했고, 악행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왜, 왜 내 남편을 죽인 건가요? 고작 말실수를 한 번 했을 뿐인데!”

무고하게 당한 사람이 분노해 항변하면 위니아는 도리어 당당해졌다.

“회귀하면서도 착하게 살아야 해?”

무엇보다 위니아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호구를 조롱하는 일이었다.

모든 판을 짜놓고 여유만만한 호구의 뒤통수를 칠 때의 짜릿함이란.

‘한심한 상대를 잔혹함으로 조롱하면 카타르시스가 진득해지니까.’

물론 위니아도 태생부터 이토록 글러먹은 인성은 아니었다.

기억조차 아득한 첫 번째 삶에서 그녀는 부모의 집에 얹혀살았다.

아니, 정확히는 10살이 넘고서부터 부모가 그녀의 등에 얹혀살았다.

‘도대체 왜 사는 걸까.’

그녀가 5살 때부터 빈곤한 부모와 자신을 보면서 떠올린 의문이다.

아버지란 작자가 술을 좋아하고 도박을 즐기며 외간여자를 사랑했다.

가장이 기피해야 할 삼대요소를 가까이한 것까지는 넘어가 줄 수 있다.

그녀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으니.

그러나 최소한 급료를 빼앗고 밤마다 딸을 허리띠로 패진 말아야 했다.

어머니란 작자는 또 어떠하였는가.

태생적으로 몸이 병약하고, 그래서 예민해질 수도 있단 것은 이해했다.

그런데 왜 그릇을 던지고 하루의 스트레스를 자신을 할퀴어 푸는가.

10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말했다.

“이제 네가 10살이나 되었으니 네 몫은 네가 벌어 와야 한다. 가족은 서로 돕고 이해하니 가족인 거야.”

아니, 당신이 한 말씀은 틀리셨다.

당신이 노름에 낭비한 돈만 아니었어도 우리 집이 굶진 않았을 거다.

15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말했다.

“이걸 가져가도 되겠니?”

당신은 그나마 꾸준히 물어주셨다.

딸이 고되게 일하여 벌어온 급료를 가져가기 눈치가 보였던 것이리라.

물론 고개를 끄덕이나 가로저으나 급료를 훔쳐가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뭘 그렇게 호구처럼 살았던 건지.’

위니아는 삯바느질부터 식모까지 일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날이 갈수록 그녀는 성격에서조차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 전혀 없음이 확실시되었다.

아버지는 외간여자랑 자주 잤고 어머니는 비싼 값에 아편을 하였다.

“죽일 년! 빌어먹을 년!”

아버지는 술 취한 날이면 딸을 항상 쳐 때렸다.

어느 날은 허리띠, 어느 날은 부지깽이, 또 어느 날은 그릇 조각으로.

지금이면 비웃으며 반격하겠건만, 그 시절 위니아는 여리고 약하였다.

때로는 자신을 폭행하는 아버지보다 방관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어머니가 훨씬 밉고 증오스러웠다.

‘자기가 맞기는 싫으셨을 테니까.’

어머니는 능력도 없는 주제에 자기가 고생하긴 싫어하는 못난이였다.

예민한 날이면 도리어 딸을 꼬집고 급료가 이것밖에 없냐며 야단쳤다.

집은 갈수록 초라하고 살림살이가 날마다 부족해 옷도 하나만 입었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귀족 아가씨들을 볼 때면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

‘집이 싫고, 일도 싫고, 내가 싫어.’

아버지가 노름에 겨울을 날 돈까지 몽땅 날리고 진탕 취해 들어온 날.

그녀는 지쳐서 자다가 자기 몸을 더듬는 아버지에 의해서 눈을 떴다.

그날만은 참지 못해 눈물을 쏟으며 부모에게 의절을 선언하고 나왔다.

“이년이! 혼자 어딜 나가겠다고!”

빠악!

위니아는 밖을 나서다 취한 아버지의 부지깽이에 처맞고 쓰러졌다.

“어, 어? 위니아! 이년아!”

마지막에 들었던 것은 아버지의 당황한 목소리가 전부였다.

등짝을 겨냥했던 부지깽이가 그녀의 정수리를 친 것은 취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일부러 그랬던 것일까.

‘홧김이건, 술김이건.’

어찌 됐건 과정이야 중요치 않다.

아버지에게 맞아 죽었던 첫 번째 삶의 결말이 고달프고 애석할 뿐이다.

차라리 고아로 태어나는 것이 나았을 거라 여기며 위니아는 가정폭력으로 스물둘 짧은 인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녀가 과거로 돌아왔다.

정확히 1년 전이었다.

비가 오고 천둥이 치던 그 날.

자신을 학대하는 아버지가 허리띠를 들고 있고, 어머니는 누워 있다.

“어, 어? 위니아?”

아버지도 자신처럼 어리둥절했다.

위니아는 손에 식칼이 쥐여 있음을 깨달았다. 부엌일이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쿠르릉!

창밖에서 천둥이 쳤다.

낯선 소리에 당황할 때 아버지가 든 가죽 허리띠가 빛에 번뜩였다.

아득한 빛에 정신을 놓았을 때.

어느덧 위니아는 자신을 죽였던 아버지를 칼로 찔러 살해한 뒤였다.

“…….”

피 젖은 손에서 칼을 떨어뜨린다.

아편에 취한 어머니가 보인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위니아는 떨어진 식칼을 주웠다.

푸욱!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죽어봤자 반드시 과거로만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회귀할 때마다 가벼운 절차를 밟았다.

죽고서 과거로 돌아온 즉시 같이 사는 부모님의 배를 찔러서 죽였다.

가끔씩은 얘기를 나눠보기도 했지만, 그녀가 내린 결말은 똑같았다.

위니아의 부모는 반복되는 세상이 시작되면 매번 딸에게 죽고 죽었다.

어머니만은 최소한의 배려로 약에 취해서 고통은 느끼지 못했을 거다.

‘당한 만큼 되갚아줬어. 부모라도.’

아버지는 412번, 어머니는 147번 딸을 폭행하고 급료를 뺏어갔다.

어릴 적 그녀가 잡일하고 얻은 푼 돈을 가져간 것은 제외한 횟수였다.

그래서 위니아는 정확히 그 숫자만큼만 부모를 죽여줄 계획이었다.

‘나를 미친년이라고 욕하든가.’

위니아는 그런 부모가 가엾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가엾다기에 그들은 감히 부모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족속들이었다.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면,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면, 사랑하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낳지 말았어야지.’

그래서 위니아는 애인을 사귄 적은 있어도 자식을 가진 적은 없었다.

감당할 자신도, 책임질 생각도, 사랑할 마음도 그녀에겐 없었으니까.

애당초 자신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 적이 있나 의문이긴 했다.

‘그래서 여러 곳을 여행하고 다니며 겪지 못한 많은 것을 경험했어.’

비좁은 집에서만 갇혀 살 때와는 뒷맛이 다른 여러 인생을 맛보았다.

그렇게 여러 번 살다가 그녀는 자신만 가진 특이한 능력을 깨달았다.

‘추락사해서 회귀할 때마다 등에 펼칠 수 있는 날개 종류가 늘어나.’

절벽 근처에서 발을 헛디뎌 사망한 이후로 등에 황새의 날개가 돋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늙어 죽을 때쯤 그 절벽에서 떨어졌더니, 회귀한 이후 백색조 날개를 쓸 수 있게 됐다.

‘회귀할수록 강해지는 능력.’

어느덧 이계에선 그녀와 같은 여섯 사람을 통틀어 ‘거물’이라고 불렀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깨달은 위니아는 날마다 화창한 고공을 산책했다.

날개를 쫙 펴고 하늘에 올라서 창천을 활주할 때면 근심이 사라졌다.

‘고작 산책에서 만족할 수는 없어. 이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위니아는 딱히 황홀한 미모나 특출한 소질 따위는 타고나지 않았다.

오로지 가진 것이라곤 앞선 혜안.

그리고 군중을 이끄는 지도력이다.

‘거물이란 이름값은 대중을 포섭하고 병력을 축적하는 데 그만이었지.’

위니아는 거물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회귀하며 수많은 사람을 모았다.

그녀의 지도력에 반하거나 거물 밑에서 한몫 챙기려는 자들로 세력을 꾸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저 세력 축적만으로는 안 돼. 나 스스로 강해질 방법을 찾아야 해.’

위니아의 날개는 회귀할수록 늘어나지만, 전투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당장 멸살군주만 하더라도 회귀할수록 강력한 수하를 늘리지 않는가.

위기감을 느낀 그녀는 능력을 보완해줄 보물을 찾아 회귀할 때마다 인력을 총동원하여 대륙을 물색했다.

그렇게 오래 고생하며 120회차 만에 애타게 원하던 보물을 찾아냈다.

『모놀칸의 눈동자(오른쪽)』

교역도시 모놀칸을 설립한 최초의 시장, 모놀칸 레이베르의 오른쪽 눈. 지엄한 시장이자 유물사냥꾼이었던 그의 혜안과 마력이 담겨져 있다.

+눈알을 씹어서 삼키면, 특수한 재능을 A급으로 발현시킨다.

+눈알을 오른쪽 의안으로 맞춰서 끼우면, 몹시 환상적인 성능을 얻지만 평생을 쉼 없이 눈물 흘려야 한다.

모놀칸의 눈동자!

전설적인 보물사냥꾼조차 평생 한 번이라도 찾길 바라는 보물이었다.

갓 보물탐색을 익힌 풋내기라면 감히 꿈에도 못 꿀 최상급 아이템.

‘눈알 삼키는 배부른 짓은 안 해. 올라가려면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

위니아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 따윈 전혀 가리지 않는다.

아이템의 성능을 파악한 그녀는 곧바로 오른쪽 눈알을 칼로 뽑고서 모놀칸의 눈동자를 의안으로 끼웠다.

‘……확실히 달라. 힘이.’

그녀의 날개가 훨씬 커지고 깃털의 속도와 위력도 몇 배나 증가하였다.

또한, 배우는 마법 폭이 넓어지고 마나가 증가해 마력이 우월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물이나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게 됐다.

성을 하늘에 날리거나 폭탄에 날개를 다는 미친 짓까지 가능케 됐다.

‘믿기지 않을 만큼 금방 성장했어.’

현재 그녀가 120회차에서 다룰 수 있는 날개의 종류는 95개.

거기에 모놀칸의 눈동자에서 얻은 힘을 합하니 전투력이 격이 달랐다.

‘머지않아 왼쪽 눈동자도 찾겠어.’

고작 오른쪽 눈만 갖고도 이렇다.

만약 왼쪽 눈알까지 찾는다면 어떤 힘을 얻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제 여기서 시간의 괴물까지 계약해 복종시킨다면, 내가 정점이야.’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인지 몰라도 그녀는 남의 위에 서는 게 좋았다.

첫 삶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거리를 걷던 귀족 아가씨들은 또렷하다.

혼자 좌절해 남들만 부러워하는 삶 따위, 그녀는 정말 지긋지긋하였다.

창천의 여제라는 껄끄러운 명칭을 그녀가 사양하지 않은 이유였다.

기왕 오를 것이면 하늘에 닿겠다.

‘하여간 상황은 순조로워.’

흘깃 뒤쪽을 곁눈질한다.

뒤따라오는 남자 형체가 희미하다.

위니아는 눈물이 흐르는 오른쪽 눈동자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안대를 만들어 차든지 해야겠네.’

그녀에게 속박당해 뒤따르는 남자는 무려 불세출의 검사라고 불린다.

전생에서 명성은 익히 듣고 얼굴도 봤지만 직접 부닥친 것은 최초였다.

그러나 제아무리 검술이 뛰어나더라도 1회차라면 질적으로 떨어진다.

‘나도 1회차의 삶에서는 호구였어.’

저 순진한 1회차가 재능은 뛰어날지라도 속여 먹기는 간편할 것이다.

회귀를 못 하고 감정만 앞서는 1회차가 삶에서 노련해진 회귀자를 앞서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결코 방심은 하지 않겠지만.’

상대방은 그 명성 높은 범철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검술이 특출할지언정 결국 그녀의 손바닥 위이다.

그러니 위니아가 범철을 대하는 자세는 회귀자의 기본적인 소양이다.

‘호구는 싹 털어먹고 처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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