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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1회차-19화 (19/200)

나만 1회차 019화

마법의 시련방에 도전한 지 14시간째.

나는 상의를 벗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앉아 있었다.

시련의 내용은 이러했다.

[12시간 동안 집중해서 마나를 수련하십시오. 집중이 한순간이라도 흐트러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합니다.]

[모든 촛불이 꺼지면 시련에 실패하게 됩니다.]

[시련제한시간: 사흘]

[시련 난이도: 중상中上]

어두운 방.

내 주위에는 1백 개의 밀랍 초가 놓여 있었다.

내가 집중에 실패할 때마다 촛불이 하나씩 사그라진다.

또독.

“아.”

갑자기 정수리에서 느껴진 차가움에 나는 몸을 움찔했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진 것이었다.

훅.

그새 촛불이 하나 꺼졌다.

이제 내 주위에 남겨진 촛불은 84개.

나는 한숨 쉬었다.

‘망할,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군.’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은 점점 떨어진다.

초장에 승부를 보지 않으면 힘들어질 것이다.

나는 다시금 눈을 감고 집중했다.

“후우.”

마나Mana.

마법의 원천.

처음에는 보이지도 않는 그것을 어떻게 수련할지 몰라 헤매었다.

그러나 열 번 넘게 실패한 끝에.

수 시간을 눈을 감고 집중하면 무엇인가 엿보였다.

‘느껴진다.’

눈꺼풀에 가려져 눈앞은 암흑.

그래서 다른 감각들이 더욱 예민해졌다.

나의 피부를 휘감는 공기.

귓가에 스치는 낙숫물 소리.

촛농이 타오르는 향기.

마르는 혀에 닿는 침.

모든 것에는 마나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느끼기만 할 뿐 그것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흐르는 마나에 몸을 맡기었다.

‘비워야 한다.’

잡념은 집중에 방해되었다.

미친 세상의 혼란.

회귀자에 대한 반발심.

보지 못한 세상에 관한 설렘.

앞으로의 여정을 향한 압박감.

나는 그 모든 것을 배제했다.

시간은 화살처럼 흐르고, 눈을 감은 이곳은 우주宇宙였다.

천지사방天地四方.

고왕금래古往今來.

온 천지에 마나가 있었다.

‘운용해라.’

두통이 몸을 휩쓴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다.

땀이 흠뻑 흐르지만 호흡은 안정감 있다.

나는 조금 더 집중해 깊이 파고들었다.

‘빨아들여라.’

내게 스승은 없지만, 그것이 문제 되진 않는다.

나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그것을 실천했다.

세상천지에 마법을 독학한 마법사가 있단 말은 들어본 적 없다.

그러니 이제 내가 최초가 되겠다.

천 년 같은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나는 젖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12시간 동안 완벽히 집중해, 마나 운용을 터득했습니다.]

[마법의 시련을 완수했습니다.]

[마력이 10 올랐습니다.]

[흉내쟁이 마법서가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

시련을 마치고 나오자 나를 괴물처럼 쳐다보는 헤르탄이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경악스러운 감정이 묻어나왔다.

“그 책, 설마 성공하셨습니까?”

나는 배낭에 흉내쟁이 마법서를 집어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쁨보단 배고픔이 앞서지만, 일단 그렇군요.”

“말도 안 돼요. 도대체 어떻게 마법의 시련을 성공한 겁니까?”

아직 그는 내게 전생에 없던 재능이 생긴 것을 몰랐다.

나는 대수롭잖게 말했다.

“그보다 먹을 것 좀 있습니까?”

“그대에게는 천재란 수식어도 부족할 지경이군요.”

헤르탄은 어이없어하며 건빵과 물 주머니를 내왔다.

나는 음식을 씹으며 바닥에 털썩 앉았다.

심신이 고달파 피곤해 죽겠군.

“음식은 산채에서 가져온 겁니까?”

“석굴 안쪽에 보관고가 있습니다.”

“저는 안에서 거의 이틀을 보냈는데 밖은 아직도 그대로군요.”

“시련방에 있다가 나올 때마다 현실에서 약 1시간이 흐릅니다.”

들을수록 편리한 곳이로군.

헤르탄은 내게 심려 깊게 충고했다.

“놀랍습니다. 칼과 마법 시련을 모두 성공한 사람은 전생을 통틀어도 드무니까요. 하지만 범철. 지옥의 시련방만은 안 됩니다.”

지옥의 시련방.

전생의 나조차 성공하지 못한 시련. 도전에 실패하면 양팔이 잘리게 된다.

“회귀자는 양팔이 잘려도 자살해 다음 회차로 넘기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대에게는 이번 삶만이 전부입니다.”

“제일 쉬워요.”

“예?”

헤르탄이 자신이 잘못 들었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싱긋 미소 지었다.

“지옥의 시련방이, 저 세 방 중에서 제일 쉽다고요.”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굳이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상의를 도로 입고 일어선다.

수련방에서 계속 앉아 있기만 했더니 좀이 쑤셨다.

헤르탄이 염려했다.

“하루라도 좀 주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뇨, 지금 바로 갈 겁니다.”

나는 지옥의 시련방 문 앞에 섰다.

비명을 지르는 살덩이 문.

헤르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무리해 지옥의 시련방까지 성공하려는 겁니까?”

“해보지 않았으니까, 이번 삶에서 해봐야겠죠.”

내가 미소 지으며 그의 입버릇을 되돌려줬다.

헤르탄은 뒤통수 맞은 표정을 짓다가 웃으며 고개를 휘저었다.

“……그렇게 말하면 말릴 수가 없겠군요. 성공을 기원하겠습니다.”

“끝나고 봅시다.”

나는 역겨운 감촉의 문고리를 쥐었다.

그러자 시끄럽던 문이 비명을 멈추었다.

지옥의 시련방에 입장한다.

끼익.

방에 들어선 순간 곧바로 문이 닫혔다.

실내는 별다른 특징 없이 그저 텅 빈 내부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방에 한 발짝 딛고선 바로 걸음을 멈췄다.

[지옥의 시련방에 입장했습니다!]

[본 시련 내용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시련의 정체를 추리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실패 시 도전자는 끔찍한 벌칙에 처해집니다.]

[시련제한시간: ???]

[시련 난이도: 최상最上]

모든 것이 비공개인 시련.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정해져 있지 않다.

도전자면 누구나 방 안을 샅샅이 뒤지며 조사부터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 발짝도 떼지 않았다.

‘지옥의 시련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내가 그토록 자신한 이유.

사실 나는 이 시련의 공략법을 이미 알고 있다.

처음 시련방 앞에 도착했을 때.

비명이 시끄러워서 살덩이 문을 부숴 버릴까 노려봤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내 앞에 글귀가 떠올랐었다.

《문이 되어버린 문지기》

설명: 악마들에게 봉인 당한 이름 모를 회귀자. 살지도, 죽지도 못한 채 비명만 지르며 시련방을 지킨다.

*현재 감정능력이 낮아서 대상의 완벽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해당 회귀자가 기피하는 변수를 알아보시겠습니까?]

나는 속으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는 살덩이 문이 사실은 회귀자였다고?

동의를 표하자 변수가 창출되었다.

[해당 회귀자는 파괴불가입니다. 변수창출에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최하급 변수 3개 획득!]

『문지기는 악마를 끔찍하게 두려워합니다. 소악마들과 계약하여 그를 아빠라고 부르게 하십시오.』

『오로지 남성의 진실한 키스만이 문지기의 자살욕구를 드높입니다.』

『목감기에 좋은 마늘을 갈아서 뿌리십시오! 비명이 커질 것입니다.』

[하급 변수 1개 획득!]

『마술사가 다가오면 겁을 내며 비명을 멈추고 말 것입니다.』

[고급 변수 1개 획득!]

『지옥의 시련 완수 시 문은 소멸됩니다. 시련은 방에서 꼼짝 않고 두 시간 동안 제자리에 서 있어야만 성공합니다.』

회귀자 살해 재능!

하루 1회, 살의를 담아 회귀자를 노려보면 변수가 무작위 창출된다.

‘저 살덩이 문이 설마 살아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을 줄이야.’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문의 형태로 이제까지 회귀해 왔던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게 진짜 깨라고 만든 시련이냐? 그냥 팔 자르는 방이지.’

방에서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시련은 실패하게 된다.

추리고 뭐고 맞출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

나도 고급 변수를 획득하지 않았다면, 절대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리 공략법을 알고 있다면, 이보다 쉬울 수가 없지.’

나는 이대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된다.

방은 고요했고, 아무 일도 없었다.

어느새 2시간이 흘렀다.

[시련의 내용을 완벽히 추리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지옥의 시련을 완수했습니다.]

[이계 최초의 시련 완수!]

[최상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불멸자의 갑의를 획득했습니다.]

[피를 쏟는 필멸의 망토를 획득했습니다.]

[도전자에게 악마의 펜타그램(Pentagram)이 새겨졌습니다.]

120회차 최초의 시련 클리어.

나는 누구도 완수하지 못한 시련을 가장 쉽고 빠르게 성공하였다.

활동성 좋은 쥐색 갑옷과 암흑색 망토가 내 앞에 내려졌다.

『불멸자의 갑의』

이계에는 없는 물질로 제작된 갑옷. 죽음의 기운이 서려 있다.

+깃털처럼 가볍고, 내구력이 무한에 가깝다.

+피격 시 10% 확률로 명계의 잔 불을 소환한다.

『피를 쏟는 필멸의 망토』

인간 가죽 망토. 악마의 손에 의해서 사악한 가품으로 재탄생되었다.

+생명체를 죽일 때마다 지친 기력이 재생된다.

+피를 쏟는: 가끔씩 무작위 능력치가 효율적으로 추가 성장한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글귀를 바라봤다.

‘완전히 미쳤군.’

파괴 불가한 내구력의 갑옷.

능력치 성장 효율을 높이며 살해할 때마다 기력을 재생시키는 망토.

그야말로 둘 다 학살을 위한 무구였다.

만약 지금이 정상적인 이계였다면, 거성 몇 채를 처분하더라도 감히 구하지 못할 최상급 아이템들이었다.

‘과연 지옥의 시련을 클리어하고 나온 보상다워.’

특히 필멸의 망토가 나와 잘 맞았다.

적들의 생명을 거둘수록 지치지 않고 끊임없는 전투가 가능하다.

모든 전사가 싸움터에서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전투형태 아닌가.

나는 불멸자의 갑의를 착용하고 파멸의 망토를 어깨에 둘렀다.

‘그리고…….’

나는 따끔거리는 왼쪽 손등을 바라보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 새빨간 별표가 문신처럼 생겨나 있었다.

‘악마의 펜타그램? 이건 어디에 쓰는 거지?’

그 지옥의 시련을 성공해 얻은 보상이니 분명 용도가 있을 것이다.

왼손에 힘을 꽉 줘보고 마나를 고양시켜 보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딱히 뭔가 몸에 변화가 있는 건 아닌데.’

굉장히 의문스럽군.

뭐, 나중에 차차 알아보면 되겠지.

나는 기지개를 켜면서 시련방을 나왔다.

그리고 피로 물든 석굴을 보게 되었다.

***

뭐야, 이게 무슨 일이지?

싸움이 벌어졌던 것처럼 석굴에 피가 번져 있었다.

나는 놀라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헤르탄?”

그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석굴에 피와 더불어 깃털이 무더기로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검은 깃털?’

커다란 조류의 깃털처럼 크다.

석굴 안에 왜 새의 깃털이 떨어져 있지?

어쨌거나 핏자국은 한 군데로 이어져 있었다.

불안감이 몸을 휩쓴다.

“헤르탄! 어디 있습니까?”

나는 석굴을 뛰어다녔다.

시련방은 있다가 나올 때마다 1시간이 흐른다.

내가 없던 1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이 분명했다.

‘뭔가 불길해.’

석굴은 지하 깊숙한 곳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돌바닥에 남겨진 핏자국을 따라서 내려갔다.

그때 내 귓가를 스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여기에 좀 와줘.”

“아로즈!”

그녀는 어두운 석굴 밑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식량보관고 앞인지 저 너머에 굳게 잠긴 철문이 보였다.

나는 아로즈를 일으켜 줬다.

“괜찮습니까?”

“이게 괜찮아 보여? 빌어먹을.”

아로즈는 힘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녀의 몸은 피에 젖어 만신창이였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겁니까?”

“카티에……. 그 성녀가 배신했어. 당신의 원수들을 불렀다고!”

나는 흠칫 눈썹을 떨었다.

카티에가 배신을?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시간이 없어.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

아로즈는 불안한 기색이 완연했다.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물었다.

“여기엔 어떻게 온 겁니까? 당신은 산채에 있어야 하잖아요?”

“원수들이 산채를 습격했어. 그 성녀가 꾸민 짓이야.”

“그래서 여기까지 도망쳐 온 겁니까?”

“아니. 당신을 대피시키기 위해서야.”

아로즈는 부르튼 입술을 깨물었다.

나를 올려다보며 속삭인다.

“다른 사람은 괜찮아. 하지만 당신…… 당신만은 죽어선 안 돼.”

“헤르탄은? 그 사람도 놈들에게 당한 겁니까?”

“모르겠어. 여기 왔을 땐 없었…… 윽.”

아로즈는 걸으려다가 얼굴을 찌푸리며 휘청거렸다.

그녀는 한쪽 발을 절뚝였다.

“다리를 다쳤군요. 업혀요.”

“평소라면 결사코 사양했겠지만, 지금은 고마워.”

나는 아로즈를 업고 올라갔다.

석굴을 나오자 저물어가는 석양이 보였다.

눈앞에는 절벽 탓에 길이 없었다.

“당장 내려가긴 어렵겠네. 뒤쪽으로 돌아가자.”

“아로즈.”

나는 등에서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물었다.

“헤르탄을 어떻게 한 겁니까?”

“무슨 소리야?”

“당신 몸에 묻은 피, 당신의 것이 아니군요.”

아로즈의 숨소리가 잠시 멎었다.

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어째서 소매에 칼을 감춘 겁니까?”

“내 평소 습관이야. 단검을 주로 쓰니까.”

“그럼 칼날을 보여주십쇼. 설마 혈육의 피로 절어 있진 않겠죠.”

또다시 침묵.

나는 감탄을 표했다.

“헤르탄은 분명 골렘도 부수는 맷집을 지녔던데, 당신은 강하군요.”

“비꼬지 마. 어떻게 이렇게 빨리 눈치챘지?”

“당신이 멀쩡한 다리를 다친 척했으니까.”

“항상 놀라워. 굉장한 눈썰미야.”

아로즈는 가볍게 칭찬했다.

나는 절벽 가까이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가 신랄하게 물었다.

“어째서 내 오빠만 걱정하고, 성녀에 관해선 묻지 않는 거지?”

“카티에는 자기 몸을 지킬 줄 압니다.”

그리고 집착증 때문에 나를 배신할 수도 없지.

나는 그녀가 도망칠 수 없도록 허벅지를 붙잡은 양손에 힘을 줬다.

아로즈가 미간을 찡그리며 찬웃음을 흘렸다.

“가끔은 당신이 정말 1회차인지 의심이 가.”

“불행히도 당신 전 남편은 호구가 아니니까. 잘 아셨을 텐데.”

“나도 이번 삶에서 당신을 처음 배신하는 것이니까.”

뾰족한 단검이 내 목에 닿았다.

살짝 찔려도 기도가 뚫릴 것이다.

아로즈가 싸늘하게 속삭였다.

“왜 모든 걸 알면서, 날 업었지?”

“미인이니까?”

“아직도 농담할 여유가…….”

“믿기 힘들겠지만, 이 자세가 당신을 죽이기 가장 좋습니다.”

그 순간 내 목에 단검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나의 손동작이 훨씬 빨랐다.

나는 그녀의 양다리를 놓는 동시에 칼집으로 배를 쳤다.

“크윽!”

단검을 차버리고 엎어진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나는 걸어가 아로즈를 까마득한 절벽 너머로 내밀었다.

필사적으로 버둥거려도 발치에 닿는 것이 없다.

“끅, 아앗! 흐, 으윽!”

나는 아로즈의 목을 오른손으로 더욱 세게 죄었다.

전생의 아내가 새빨개진 얼굴로 내 손목을 할퀴었다.

그러나 내 팔은 미동조차 없다.

지금 손을 놓으면, 그녀는 떨어져 죽게 되리라.

손을 쥐고 있으면, 그녀는 목이 졸려서 죽게 되리라.

어찌 됐건 너는 나에게 죽게 되리라.

내 목소리가 차게 가라앉았다.

“이래서 회귀자 새끼들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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