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이돌의 꽃길을 위해 (371)화 (371/456)

371. Sixth Sense(3)

* * *

- 울애들이 너모 기여운 것!! 그러니까 귀여움 모먼트 말해보자

하준이는 어떻게 이름도 민하준이지? 되게 순둥순둥하고 다정한 얼굴로 비아냥거리는 랩 할 때마다 내 심장 조사짐…ㅠㅠㅠㅠ

영빈이는 진짜 천상 북부 대공님, 흑표범 같이 생겨가지고 그렇게 무구하고 동글납짝하게 동생들한테 치이냐고ㅠㅠㅠㅠ

맨날 막라한테 끼어가지고 낑낑거릴 때마다 내가 죽을 거 같아 ㅠㅠㅠ

이런 애들이 맏형인게 너무ㅠㅠㅠ너무ㅠㅠㅠ 하….

ㄴ 경환이 진짜 맏형같이 생겨가지고 막라인게 제일 ☆챠밍☆ 포인트. 딱 봐도 형인데 제일 장꾸얔ㅋㅋㅋ우리 곰돌이ㅠㅠㅠ

ㄴ 이번 콘서트 때 자기 막라 아니라고 하는 거 진짴ㅋㅋ휴. 이미 늦었다고!

ㄴ 세빈이랑 찬이 둘이 막내즈인거 진짜 찰떡아님? 덩치 큰 대형 댕댕이 같이 생긴 애들인데 세빈이는 얼굴 너무 아가고 찬이는 너무 장꾸야ㅠㅠ

ㄴ 님들 주접 뭔뎈ㅋㅋㅋㅋ

ㄴ 난 애들 쓴 거 싫어하는 것도ㅋㅋㅋ너무 ㄱㅇㅇ…. 맏형들은 아메 먹는데 그거 보고 질색하는 얼굴 ㅋㅋㅋㅋ

ㄴ 울 세빈이 얼굴은 순진무구한 아가사슴인데 몸은 다 큰 거 진짴ㅋㅋㅋ

ㄴ 숙소에 벌레 나오면 막내가 잡는 데서 이미 끝나지 않았어?ㅋㅋㅋㅋ 진짜 애들 하찮아서 너무 좋아ㅠㅠㅠ

ㄴ 작은환이가 제일 작은데 멤버들 다 꼼짝 못 하는 것도 ㅈㄴ ㄱㅇㅇㅠㅠㅠ

ㄴ 나나나 이사진 너무 좋아 ㅠㅠㅠ

(멤버들이 앉아서 꿀 떨어지는 눈으로 설명하는 지환 보는 사진)

(멤버들 시선 보고 흠짓 하더니 한숨 쉬는 지환 짤)

ㄴ 언래블 관계성은 위에 짤로 모두 설명되어따

ㄴ 우리 작은환 쌍꺼풀 짝눈이라 더 기여워ㅠㅠㅠㅠ 눈 밑에 애교살까지 완벽

언래블의 팬 커뮤니티 중 한 곳에서 시작한 귀여움 모먼트.

거기에는 실시간으로 팬들의 앓는 시점이 주르륵 달리고 있었다.

“이런 걸 좋아한단 말이지.”

소현은 우연히 발견한 그 글에 적힌 내용을 바라보며 곰곰이 멤버들을 떠올려보았다.

착하고 예쁜 아이들인 건 알겠는데 저런 것까지 좋아하는구나 싶은 구석도 있었다.

역시 전부 콩깍지가 잔뜩 쓰인 걸까.

팬들의 콩깍지는 환영이라며 피식 웃던 소현은 이번 콘서트 무대를 떠올렸다.

첫날부터 너무 체력을 방전시키는 건 아닌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토요일보다 일요일이 더 멋진 무대였다.

무대 내려와서 잠깐 의상 갈아입을 때마다 죽을 것처럼 숨을 몰아쉬던 애들이 다시 올라가면 날아다녔다.

콘서트는 몇 번이나 질릴 만큼 다닌 소현조차 온몸이 울릴 만큼 팬들의 함성도 컸다.

무수한 사람들 사이 우뚝 선 언래블의 모습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조금 고이기도 했고.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아이들은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자신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병아리 같던 애들이었는데.

이제는 다람쥐처럼 뽈뽈거리며 사방으로 자기 일을 찾아다녔다.

소현은 서운함보다는 대견함이 컸다.

그래서 차라리 체계적으로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혹시나 나중에, 아주 먼 미래에 이 둥지를 떠나고자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무척 서운할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순진무구한 상태로 세상과 부딪히는 건 바라지 않았다.

떠난다는 생각은 배제하고 정윤 실장과 아이들에게 좀 더 넓은 세상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대신, 자신이 의견을 내는 게 아니라 실장님이 주도해서 진행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러는 게 회사 내부의 다른 반발도 억누를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정윤도 흔쾌히 그 생각을 받아주었다.

멤버들의 욕심을 익히 아는 정윤은 더 큰 날개를 멤버들에게 달아주고 싶었다.

회사의 크기가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데 약점이 되지 않았으면 했다.

물론 지금도 ON 엔터를 크기로 무시하는 곳은 드물었지만.

잠깐 짬을 내어 커뮤니티를 둘러본 소현은 정윤의 호출로 실장실에 갔다.

정윤의 사무실은 본인을 닮아 늘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였다.

하다못해 책상 위조차, 자신의 책상은 서류가 이리저리 쌓여있었지만 정윤의 책상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이런 데서도 성격 차이가 보였다.

“영화는 추석쯤 개봉이랬죠?”

정윤의 질문에 소현은 지환이 참여했던 영화의 개봉 일을 더듬었다.

“네. ‘DEAR’ 개봉은 그 시기로 잡았다고 연락받았어요. 상영회나 홍보 일정 잡히면 추가로 공유해주신다고 했고요. ‘잘 먹겠습니다’는 다음 주 방영분에 포함될 거고, 1주년 이벤트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요.”

“좋네요. 다른 소식은요?”

정윤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멤버들의 스케줄을 잘 고르고 있었다.

방송 출연이 많지 않은 대신, 언래블은 자체 콘텐츠를 강화했고 그건 꽤 괜찮은 결과로 돌아왔다.

팬들의 충성도가 높았고, 종종 꺼내놓는 굿즈 반응도 좋았다.

대중성이 부족하지만, 그건 몇 가지 프로그램 출연으로 덮을 수 있었다.

언래블만의 색이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에서 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올해 연말 시상식 때는 대상은 무리더라도 상 한두 개쯤은 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하규원 PD가 다음 시즌에 애들 고정 가능하냐고 물어보던데.”

“음, 그건 일단 보류하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반응만 보고.”

“네.”

차분하게 최근 들어온 스케줄에 대해 논의한 정윤은 소현을 부른 진짜 이유를 꺼냈다.

어차피 애들 활동 관련해서는 계속 보고서를 올리고 있었다.

“다음 앨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조금 편한 자세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소현이 자세를 바로 했다.

“A&R 팀에서는 이제 대중성을 잡을 때라고 시즌 송 같은 곡을 넣는 걸 추천했습니다. 다만, 에단 씨는 시즌 송에 치우치기보다는 이미지 변신이라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걸 추천했고요.”

“흐음….”

“공통 의견으로는 이전 스토리를 계승할 건지, 아니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 건지에 관해 아직 논의 중입니다.”

소현의 설명을 듣던 정윤은 생각에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일단 멤버들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워낙 깜짝깜짝 놀랄 의견을 내놓는 애들이니까.”

“그럼 일단 곡 섭외는 미뤄둘까요?”

“네. 시즌 송으로 한정 짓기엔 우리 애들 포텐이 조금 아까우니까.”

소현은 정윤의 지시를 꼼꼼히 메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는데 우리 애들은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예쁘다.

“JC 엔터는 잠잠하죠?”

“네. 아직 별다른 모습은 안 보여요. 당시 연루된 인원 중 남은 건 이제 주영욱 한 사람이네요.”

“이번에도 깔끔하게 정리가 돼서 다행이네요.”

“아, 데미갓 소속이던 김범욱이 배우로 데뷔한다는 말이 있었어요.”

데미갓이 해체되고 제논 엔터도 폭삭 주저앉았다.

대부분의 소속 연예인은 회사의 상태를 빌미로 계약을 무효화하고 새 둥지를 찾아 떠났다.

데미갓은 남은 멤버들끼리 뭉쳐보려 했지만, 남은 꼬리표가 너무 컸고 팬덤은 와해됐다.

남은 팬들은 있었지만, 너무 여러 사건에 휘말리면서 멤버들 자체가 지쳐버렸고.

대부분은 그만뒀고 그나마 리더였던 김범욱만 연기자로 방향을 튼 것 같았다.

정윤은 여전히 주의해야 할 인물들에 대한 감시의 눈을 떼지 않았다.

언래블 데뷔 초, 김우빈이 SNS에 글을 올려 자신이 ON 엔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했었다.

미리 데뷔 멤버를 점찍어놓고 자신은 들러리로 썼다고.

그걸 알아챈 자신이 소속사를 옮기려 하자 계약을 빌미로 협박했고, 소속사를 옮긴 뒤에도 계속 압박했다는 내용이었다.

1%의 진실과 99%의 거짓.

그 1%의 진실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던 글이었다.

하준과 영빈의 데뷔는 미리 점찍어둔 게 맞으니까.

회사 내에서도 은연중에 풍겼던 분위기였고, 분량도 어느 정도 몰아줬다.

하지만 실제로 그 사실이 공표돼버리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이야기였고.

그 글을 자연스럽게 묻은 것도 정윤이였다.

연습생 당시 김우빈의 활동 내역이 뻔히 손에 있는데 어디서 그런 수작을.

정윤은 직접 움직이지 않았고, 모니터링 직원들을 통해 김우빈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살짝 풀었다.

동생 라인 멤버들을 홀대했던 일, 세빈의 의견을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했던 일 등 그저 작은 이야기 몇 개.

김우빈을 겨냥한 경고였고, 팬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다행히 경고를 알아먹었는지 그 뒤로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 일들도 모두 이렇게 다 깔끔하게 물밑으로 묻혀가고 있었다.

정윤은 태연한 얼굴로 소현에게 말했다.

“살아남긴 했나 보네. 일단 동향만 지켜봐 주세요.”

어차피 더는 우리 애들은 못 건드릴 테니까.

소현도 온화하게 웃으며 답했다.

“네. 허튼짓 못 하게 잘 지켜볼게요.”

* * *

“그러니까 오리진 애들처럼 몇 명씩 팀을 나눠서 무대를 한다고요?”

“응. 이번엔 동생들이 같이할 형을 고르는 거야. 괜찮지?”

괜찮냐고 느물거리는 가영 형의 눈빛에 자신을 고르라는 은근한 압박이 있었다.

아니, 싫어. 왜…?

언제든 형과 함께 작업하는 건 싫으면서 좋았다.

형을 받아주는 건 몹시 피곤했지만, 결과물은 또 만족스러우니까 좋고.

그렇다고 가영 형이 싫은 건 아니지만, 가영 형의 집요함은 피곤했다.

“야, 아기들 협박하지 마. 공평하게 선택받기로 했잖아.”

“내가 언제 협박했어? 그냥 프로그램 설명해준 건데.”

내가 한숨 쉬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하겸 형이 치고 들어왔다.

“저희가 형을 골라도 되는 거예요?”

“그럼 물론이지. 오리진 애들이랑 섞여도 되긴 하는데 어쨌든 가보면 알아.”

“이런 식의 납치는 옳지 않아요….”

찬이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형들을 바라봤고, 세빈이는 한숨을 폭 내쉬며 의자에 깊이 기댔다.

우리 애들도 그동안 내가 열심히 가르쳐놓은 덕인지, 쉽게 형들을 믿지 않았다.

형들을 대할 때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면 시달린다고 열심히 말해둔 보람이 있었다.

하겸 형과는 작업해본 적이 없었지만, 가영 형과는 작업해본 우리 막내들은 내 말에 깊이 공감했다.

“우리 형들은요?”

“여기 있잖아.”

“아니, 이분들이?”

태연하게 자기와 하겸 형을 가리키는 가영 형의 뻔뻔함에 눈을 사납게 뜨자 뭐가 그리 즐거운지 마구 웃어댔다.

“경환이, 영빈이, 하준이는 먼저 촬영장에 갔어. 너희 끝날 시간 돼서 우리가 데리러 온 거고.”

“팀장님은 아는 거죠?”

“당연하지.”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당일에….”

한숨을 푹푹 내쉬는 내 모습에 키스 형이 달래듯이 이야기해주었다.

역시 믿을 건 키스 형뿐인가.

아니, 세비 형도 있긴 한데….

열심히 고민해봤지만, 어차피 하게 될 거 더 깊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근데 저희 낭만가객 출연 때문에 겹치면 안 되는데.”

“알아. 스케줄은 매니저 형들끼리 조절할 거야.”

하겸 형의 대답에 한시름 놓았다.

뭔가 새벽 형들과 얽히면 자꾸 휘둘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과 그게 그렇게까지 싫지 않다는 것.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몇 개 되지 않는 자신들의 출연 프로그램에 우리를 넣으려고 한다는 걸 아니까.

금방 평소 컨디션으로 돌아온 찬이가 조잘거리고, 세빈이가 구박하면서 형들의 목소리는 더 유쾌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스튜디오에 도착해서 우르르 내린 우리를 거침없이 끌고 들어간 형님들.

“안녕하세요, 언래블 환입니다.”

“안녕하세요! 힘찬입니다!”

“언래블 세빈입니다. 안녕하세요….”

도착해서 마주한 스태프들에게 인사한 우리는 금방 다른 형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한 뭉텅이로 뭉쳐있는 오리진 멤버들도.

“왔어? 놀랐지?”

“네, 조금요. 근데 뭐…. 형들 이러는 거 하루 이틀 된 거 아니잖아요?”

늘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은 가영 형이지만, 방송에 대해서는 의외로 철두철미했다.

소현 팀장님에게 물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어떤 프로그램인지 전부 말했으리란 걸 알 수 있었다.

미리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그 뒤에 행동하는 터라 반박하기도 쉽지 않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도망갈 구석을 남겨두지 않는 달까.

세비 형의 토닥거림을 받은 내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한숨을 쉬자 골든아워의 인하 형이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 후배들이 인사하고 싶어서 계속 쳐다본다. 인사받아줘야지.”

우리 애들을 하나씩 챙기고 형님들과 투정 같은 잔소리를 하고 나니 정신이 들었다.

‘Origin’ 멤버들이 함께 있다는 것.

고개를 돌리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우리를 바라보는 아는 얼굴들이 있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던 애가 그렇게 인사하자 갑자기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후배님 앞에서 내가 방금 무슨 추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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