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이돌의 꽃길을 위해 (321)화 (321/456)

321.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1)

경환은 멤버들의 괴롭힘 덕분에 뻐근해진 몸을 두들기며 침대 위에서 뭉그적거렸다.

어느 입이 그렇게 가볍냐고 찬이를 마구 괴롭히던 멤버들.

힘찬이 거의 울 정도로 바닥을 기어 다니자 경환으로 타깃을 변경했다.

차라리 몇 대 맞는 게 낫지.

경환은 간지럽히던 멤버들의 사악한 얼굴을 떠올리다 몸서리쳤다.

멤버들은 또래의 다른 남자애들에 비하면 무척이나 순했다.

서로에게 욕설을 내뱉는 일도 없었고, 거친 장난을 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낸 건 하준과 영빈의 노력 덕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장난기가 다분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쿠션을 툭툭 치던 경환은 고개를 돌려 지환을 바라보았다.

늘 폭풍의 중심에 있던 이상한 동생.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스스럼없이 동생이라고 칭하게 된 지환은 이미 잠든 듯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경환은 이렇게 가끔 잠든 지환을 바라보곤 했다.

하얗고 단정한 얼굴이 잘 때만큼은 평화로워 보여서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지환이 입장이었다면, 저렇게 태연하게 굴 수 있을까?

몇 번이나 떠올랐던 질문이 다시 한번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늘 그렇듯 자신은 버틸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그럴수록 입안이 썼다.

가끔은 이런 동생이 답답해서 화가 나기도 했다.

한 번쯤은 울면서 떼쓰듯이 화도 내고 자기감정을 터트려도 좋지 않을까?

왜 늘 저렇게 절제된 감정만 보이는 걸까.

아직 언래블은 그에게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는 걸까?

친척 일이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약간의 불만이 가슴에 응어리졌다.

다른 멤버들이, 그리고 자신이 지환을 믿는 것처럼 믿어줬으면 좋겠다는 감정이 자꾸만 고여 들었다.

“기대도 되는데.”

속을 시끄럽게 돌아다니던 말이 툭 하고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자신이 형이라고, 늘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려 했지만 지환에게는 어려웠다.

혹시라도 지환이 깰까 싶어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며 이번 촬영장에서 만난 선배를 떠올렸다.

힘찬과 처음으로 단둘이 낯선 촬영장을 가는 건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부피를 키워내고 있었다.

늘 다른 멤버들에게 걱정거리가 되는 것 같아 탐탁지 않았으니까.

힘찬과 경환이 장난치는 도중 다가온 그 선배님은 무언가 그리운 것을 보는 얼굴이었다.

멤버들끼리 사이가 좋은 건 정말 좋은 거라고.

앞으로도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당시에는 그저 덕담으로 알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회사로 돌아왔었다.

하지만 힘찬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던 건지 팀장님에게 물었다.

저 선배님 팀에 무슨 일 있었냐고.

그러자 소현 팀장님은 잠시 놀란 듯 바라보다 조금 씁쓸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무척 사이가 좋았던 그룹인데 재계약하면서 좀 틀어졌다고.

아무래도 몸값이 서로 다 달라서 그게 여러모로 문제가 됐을 거라는 말만 해주셨다.

무언가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우리도 더 캐묻지 않았다.

팀장님은 타인의 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알아도 될 정도만 골라서 이야기해 주신 거겠지 싶어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넘겨버렸다.

개개인의 몸값 때문에 재계약이 무산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는 걸 경환도 알았다.

그렇게 틀어지면 다시 한 팀으로 묶이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그룹으로 데뷔해도 그 안에서 개인 활동이 많아지면 팀 활동이 점점 소홀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 결국 해체 후 개인 활동으로 가거나, 해체는 하지 않지만 팀 활동은 없는 껍데기로 남거나.

경환은 오래도록 언래블로 남고 싶었다.

새벽이나 골든아워처럼, 그리고 그 이전부터 굳건히 버티고 있는 이전 세대 아이돌 선배들처럼.

요새는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했다.

믿을 수 있는 형이 되고 싶었고, 음악적으로도 더 성장하고 싶어서 여러모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지환조차 하준에게는 의지했다.

하준과 자신은 고작 한 살 차이인데도 멤버들이 둘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달랐다.

경환은 여태까지 누군가를 부럽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음악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보아도 저렇게 되고 싶다, 더 노력해야겠다 정도의 감정이었는데.

그런데 점점 하준이 부러웠다.

작업의 성취도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동생들에게 시달린다는 인상을 주는 영빈마저도, 사실은 그가 전부 받아주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날카롭게 생긴 외모와 달리 매우 유한 성격을 지닌 영빈을 처음에는 동생들도 어려워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영빈이 매우 다정하고 보드라운 사람이라는 걸 모두가 알았다.

연습생 시절부터 홀로 힘들어하고 있으면, 영빈은 어떻게 알고 다가와 조용히 곁을 지켜주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연습생이었던 모두가 한 번씩은 경험해본 일.

그 시절 우리는 모두가 외로웠다.

데뷔는 너무나 먼 이야기였고, 곁에 있던 사람들은 자꾸만 바뀌었다.

곁을 내어주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고팠지만, 하준은 그때도 리더라 매우 바빴으니까.

각자의 외로움을 품에 안아준 게 영빈이었다는 걸 경환도 알고 있었다.

그때 경환은 다른 연습생들을 돌볼 생각을 전혀 해본 적 없었기에 영빈의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괜히 하준이 아빠고 영빈이 엄마라고 한 게 아니었다.

그랬던 분위기가 지환의 교통사고 후 많은 부분에서 변했다.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고, 서로 의지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걸 은연중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모든 사람이 지환에게 물들었고, 그걸 깨달은 순간은 이미 늦은 후였다.

지환은 두 맏형과 다른 의미로 언래블에 없어서는 안 될 멤버가 돼버렸다.

가끔 지환은 무척이나 흡족하거나 애틋한 표정으로 멤버들을 바라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묘해지는 건 경환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할머니 미소니, 부처님 미소니 하는 별명으로 불리는 걸 테고.

하지만 경환은 그보다 솜뭉치들이 자신들을 볼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조건 없는 신뢰와 애정.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시선이 경환은 가끔 부담스러웠다.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게 철저했던 경환의 성격상 준 게 없는데 받기만 하는 건 무척 부담스러웠으니까.

무언가 해내야 한다.

경환은 오늘도 그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겨우 눈을 감았다.

내일 스케줄을 생각하면 억지로라도 자야 했다.

답이 없는 질문이 여전히 경환의 가슴 깊이 남아있었다.

* * *

- samsara(輪廻) 궁예글임. 아무튼 그러함.(긴 글 주의)

궁예만 하던 걸 우리 차니가 실토한 덕분에 확신하고 올릴 수 있게 됨!

(아마… 찬이는… 혼났겠지…? 또륵)

여태까지 제목이랑 뮤비를 연결해서 고민을 해봤는데 ON 엔터가 처음부터 이걸 계획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전에 궁예글에 I`m OK> 폭풍전야> Confusion> samsara 순서일 것 같다고 했잖아.

각자 가진 현실(두려움), 그리고 그에 대한 현실 도피> 현실도피 끝에 결국 파국> 저항> 극복(승리) 이순서라고 생각해.

폭풍전야에서 애들이 하나씩 사라졌던 파트가 이번 삼사라 티저에서 다시 보여주잖아.

근데 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

애들 머리 색이 첫 번째 뮤비 때랑 달라서.

원래라면 그냥 넘겼을 텐데 폭풍전야 뮤비 때 애들 머리 색 유지한 거 보면 그 장면 디테일을 on 엔터가 그냥 지나친다는 게 이상했음.

가발을 썼어도 될 텐데 굳이 다른 머리색으로 했다는 게 읭? 스러웠고.

그리고 티저 때 목함이랑 막 그런 거 나왔던 영상 기억하지? 그때는 머리 색이 또 다르단 말이야?

그때 이번 타이틀곡 제목이 떠올랐어. 삼사라, 이게 윤회라는 뜻인데 계속 다시 태어나는 거잖아.

그때부터 소름 쫙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는 쭉 가면이 애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했잖아? 영상에서도 자꾸 비웃는 거 같고 쫓아가고 막 물에 던지고 그랬으니까!

근데 생각해보면 애들이 가끔 가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두려움을 상징한다고만 한단 말이야!

그러다 이 영상을 다시 보게 되씀. 5:23초부터 보면 됨!

(언래블 스토리에서 I`m OK 비하인드 영상? 지환이 세빈에게 두려움이 잘못된 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음. 하준이 고개 끄덕이면서 두려움을 이해하고 극복하면 사람은 그때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을 덧붙임)

무한 환생 루프에 우리 애들이 갇혀버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어!! 계속 도망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고 그 후엔 싸워보기로 한 거야!(이게 Confusion인 듯).

비슷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각도나 풍경, 멤버들 복장이랑 머리색 같은 디테일이 매번 달라지고 있어.

(멤버들 별 각 뮤직비디오의 모습을 캡처한 사진)

그때 앨범 제목이 눈에 들어옴.

Question - 질문. 멤버들이 가진 의문을 뜻하는 게 아닐까? 왜 우리만 힘들어야 해? 왜 이게 계속 반복되는 거야? 부정의 단계

여로(旅路) - 여행길에 올랐다는 건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해

El Dorado - 이번 앨범! 황금이 묻힌 가상의 지역. 이거 때문에 엄청난 학살이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언래블이 감수해야 했던 무수한 희생을 말하는 것 같아.

그리고 애들이 사라지던 장면을 보면 초반에는 언제나 빛무리가 함께 있었음!

이번 뮤비에서는 문으로 나왔고.

찬이가 말해준 문의 의미가 여기에서 저기로 넘어가는 시작이라고 했잖아?

이번 생에서 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다시 태어나는 걸 문으로 표현한 것 같아ㅠㅠㅠ

이번에 뮤비에서 나온 폐허도 진짜 개쩔었지. 애들이 맨몸으로 그 위험한 곳을 막 걸었잖아.

결국 피해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직접 맞부딪혀서 깨부수는 거야 ㅠㅠㅠ

더 디테일한 소품 같은 거는 다른 궁예글로 찾아올게. 오늘 너무 흥분해서 기운이 없어 ㅠㅠ

순전히 내 추측이니까 심한 말 x….

ㄴ 믿고 있었다구! 기다렸어! ㅠㅠㅠ

ㄴ 이 글 보고 생각난 건데 티저에서 애들이 각자 물건을 선택하잖아. 거기가 엄청 오래된 동굴? 느낌이었는데 하준이가 들어갔던 그 동굴이 아닐까 함. 거기서 하준이 무언가 발견해서 멤버들을 데려갔을 수도.

ㄴ 헐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 애들이 집은 물건은 무슨 의미일까?ㅠㅠ 궁금해. 나 오늘 잠 못 잔다ㅠㅠㅠ

ㄴ 그 물건들을 애들 환생해도 기억 유지하게 해주는 장치 아닐까? 아니면 같은 곳으로 모일 수 있게 해주는?

ㄴ 잠은 죽어서 자도 괜찮아! 빨리 디테일도 올려주세요 슨생님ㅠㅠㅠ

- 근데 찬이 괜찮을까?

애들 여태 스포 안하고 잘 버텼는데 찬이갘ㅋㅋㅋ이번엨ㅋㅋㅋ스포했잖아….

(경환이 동공 지진 캡처)

낰ㅋㅋㅋ씨아이 이렇게 눈 흔들리는 거 처음 봄.

처음에 되게 평온한 곰돌이였는데 가만있다가 응? 하더니 막 동공 요동치다 냅다 찬이 입을 손으로 막앜ㅋㅋㅋㅋ

저 모습도 넘나 곰돌이 같아서 귀여웠다. 휴 오늘도 1 귀여움 하는 우리 곰탱이.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회사에서 혼날까 봐 좀 걱정임. 아 물론 민리더랑 작은환한테도 혼날 거 같음.ㅎㅎ

ㄴ 이거 마따. 진짜로 민리더랑 작은환한테 둘 다 엄청 혼났을 거 같다.

ㄴ 회사 사람들보다 멤버들한테 혼났을 듯? 무릎 꿇고 손들고 있는 거 아니냐?

ㄴ 찬이랑 씨아이 혹시 멤버들에게 혼나고 있다면 당근을 흔들어줘!

ㄴ 당근ㅋㅋㅋㅋㅋ 얘들아! 살아있니!

어느 솜뭉치가 커뮤니티에 올린 궁예글은 여러 궁예글을 뚫고 가장 많은 댓글을 받았다.

그리고 그 궁예에 대한 확신을 준 힘찬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솜뭉치들도 많았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모니터링을 하던 도연과 시한은 그 글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둘의 촬영 당일, 회사로 복귀한 소현의 얼굴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해탈한 듯한 얼굴로 ‘허허’하고 웃던 얼굴이 어쩐지 하준과 닮았다는 생각했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엮어서 이해하는 팬들의 관찰력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

뮤비에는 맥거핀과 실제 힌트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게 처음부터 계획했던 스토리가 아니라는 것.

그저 만들면서 이거저거 넣으며 즐거워했던 것들을 멤버들이 잘 챙겨서 서사를 부여해줬던 것들이었다.

“이런 걸 보고 떡밥 회수 미쳤다고 하는 거지?”

“그렇지. 우리가 한 건 아니지만.”

이번 반응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둘은 팀장과 실장에게 보고할 내용을 정리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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